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83)
꿈꾸는 재벌 83화(83/249)
83. 다른 속마음들
“하하. 그거이 맞지.”
정영 회장은 이환건 회장이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내기의 조건인 공개 입찰 경쟁이 아니었으니까요.”
솔직하게 말해서 공개 입찰 경쟁이란 말은 하지 않았다.
기하 자동차를 누가 인수하느냐란 말만 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환건 회장과 정영 회장이 그것을 인정할 리가 없다.
그렇다면 처음 생각대로 해야겠지.
“저도 나이 드신 분들에게 인사 받을 생각은 없었습니다.”
이환건 회장과 정영 회장이 조금은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너무 쉽게 인정해서 그런 것이겠지.
“그 내기 덕분에 기하 자동차를 생각보다 싸게 인수했거든요. 인사 안 받고 수천억 원 이익 봤으니 그게 더 좋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알아들었을까?
삼두 그룹과 대현 그룹이 나서는 바람에 다른 기업들은 쉽게 기하 자동차를 인수할 생각을 못 했다.
그리고 기하 자동차에 직접 접촉할 생각도 하지 못했고.
“거… 아 새끼래… 지금 약올리는 거이가?”
정영 회장은 이해한 것 같고.
“나는 이선수 회장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네.”
이환건 회장은 이해하지 못했나?
“대현 그룹이 자동차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갖지 못하게 하지 않았나. 그리고 쌍웅 자동차를 쉽게 손에 넣을 방법도 알려 주고.”
차도살인지계냐?
대현 그룹 정영 회장에게 내가 더 나쁜 놈이라고 인식시키는 것 같았다.
“태평 자동차까지 하면 자동차 시장에서 4파전이 되는 건가?”
이제는 태평 그룹 김우정 회장까지.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려 놓갔어!”
이환건 회장의 의도대로 정영 회장은 나를 더 나쁜 놈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대로 있을 수는 없지.
“물을 흐려 놨다고 해서 나쁜 것은 아니죠. 자동차 시장에 눈독을 들인 곳이 어디인지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었지 않나요? 이환건 회장께서 4파전이라고 말했으니까요.”
정영 회장의 고개가 이환건 회장에게로 돌아갔다.
“그렇디 않아도 내레 이 회장에게 경고하려 했디.”
정영 회장에게 나만 나쁜 놈이 아니었다.
“이 회장, 잘하는 것만 하는 것이 어떻갔어. 쌍웅 자동차래 돈이 안 될기야. 내레 그렇게 만들어 주갔어.”
정영 회장의 관심을 이환건 회장에게 잘 넘긴 것 같았다.
“기건 기렇고… 아 새끼도 조심하라우.”
잘 넘기지 못했네.
“정정당당하지 않게 했으니까니 지금부터 우리 대현 그룹도 정정당당히 안 하갔어.”
“웃기네.”
내 말에 정영 회장이 눈을 부릎떴다.
“이… 이… 아새끼래 지금 뭐라 했니?”
“혼잣말입니다만 들렸나 보네요.”
“들으라고 한 말 아이가!”
“들으셨다면 어쩔 수 없네요. 웃깁니다.”
“뭐이야!”
정영 회장의 말소리가 커지자 사방에서 이쪽을 쳐다봤다.
하지만 정영 회장은 그런 것은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비웃는 거이가?”
“비웃는 것이 아닙니다. 정정당당이란 말이 웃기다는 겁니다.”
“그거이 왜 웃기나?”
“언제는 정정당당하게 했나요? 힘과 권력을 이용해 최대의 이익을 얻으려 하지 않았나요?”
“기래서?”
“똑같다는 겁니다. 드림 그룹이나 대현 그룹은 정도의 차이만 있지… 똑같이 힘과 권력을 이용해 최대의 이익을 얻으려고 하죠.”
“기럼… 드림 그룹이 정정당당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거이가?”
“그게 어렵나요? 남들이 보기에 정정당당하지 않았다면 정정당당하지 않은 것이겠죠.”
인정하는 줄 알겠지?
아닙니다.
“하지만 불법이 아닌 방법을 찾아 최대의 이익을 얻은 것이 정정당당하지 않은 건가요?”
“아 새끼래… 끝까지 말대꾸를…….”
할 말 없으니 이렇게 나오네.
“뭐가 됐든 감사합니다.”
고개만 숙이지 않고 씨익 웃어 줬다.
“내레… 이런 황당한 아 새끼래 처음 보갔어. 말을 하디 말아야디!”
원래 아프라고 때렸는데 안 아파하면 그런 겁니다.
“솔직하게 두 분 속으로는 졌다고 생각하시죠?”
정영 회장의 얼굴이 약간 붉어지는 것 같았다.
핵심을 찌른 것이다.
이환건 회장은?
“지고 이기고가 중요한 건가? 결과가 중요한 것이지. 뭐가 됐든 내기는 성립하지 않으니 그렇게 알게나.”
그냥 웃네.
멘탈이 강한 건가?
“임자래 그거이 끝인가?”
“여기서 더해 봤자 구경거리만 됩니다. 그럼 이만.”
이환건 회장은 몸을 돌려 다른 곳으로 떠났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봤다.
마지막에 굳어 가는 표정을.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한 것이 분명했다.
아니면 말고.
정영 회장도 더는 있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아 새끼래… 조심하라우.”
끝까지 한마디 하고 가네.
이환건 회장과 정영 회장이 떠나자 김우정 회장이 말했다.
“사람들 하고는… 인정할 것은 깔끔하게 인정해야지. 안 그런가요?”
“체면이 중요한 사람들 아닙니까.”
“그래도 자신들이 한 말은 지켜야죠. 고개 숙이지 않더라도 졌다고 인정하는 것쯤은 할 수 있잖아요.”
“괜찮습니다.”
왜 이렇게 내 편을 들어주는 거지?
“난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밥을 살 생각인데… 어때요?”
안 사도 된다 말해도 어떻게 해서든 밥을 살 것 같았다.
솔직하게 껄끄럽다.
내년에 태평 자동차를 인수할 건데.
그렇다면 빨리 끝내는 것이 낫다.
“지금도 괜찮을까요?”
“지금이요?”
“네. 이곳에 있어 봤자 좋을 것도 없어 보여서요.”
“하하. 그러죠. 나 역시 이런 자리는 별로 안 좋아해서.”
김우정 회장이 승낙하자 선견 그룹 최현종 회장이 끼어들었다.
“나도 같이 가면 안 될까요?”
불편한 사람이 두 명이나 있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이건 김 회장님과 저와의 약속입니다. 다음에 같이하시죠. 최 회장님.”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끼어들지 않겠지.
“김 회장님 식사 장소는 제가 정해도 될까요?”
“그러시죠.”
나는 김우정 회장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 * *
“허허. 이선수 회장이 이런 곳을 좋아할 줄은 몰랐어요.”
김우정 회장은 의외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밥을 산다고 했는데 감자탕집이라니.
“부담스럽지 않게 밥을 얻어먹을 수 있으니까요.”
“최소한 고급 한정식이라든지… 중식 요리 같은 것을 좋아할 줄 알았거든요.”
“그런 것은 부담스러습니다.”
“뭐, 이선수 회장이 좋다고 한다면 나도 불만은 없어요. 오래간만에 감자탕을 먹어 보네요.”
식당 안에 손님이 가득했다.
시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나와 김우정 회장의 말소리는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에 섞여 크게 들리지 않았다.
“이 회장은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나요?”
“시끄럽고 사람 많은 분위기요?”
“그래요.”
“너무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가끔은 이런 곳도 좋지 않을까 싶네요. 사람 사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니까요.”
솔직하게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곳에서 감자탕에 소주 한잔했다.
값 싸고 양 많고.
소주의 안주로는 최고 중 하나였다.
“이 회장, 혹시 이거 알아요?”
김우정 회장이 고기가 많이 붙은 뼈다귀 하나를 집어 앞접시에 놨다.
그리고 알뜰하게 살을 발라냈다.
“여기에 감자를 으깨서…….”
감자 하나를 가져다가 숟가락으로 잘 으깬다.
그리고 국물까지 추가했다.
“이렇게 먹으면 생각보다 맛있어요.”
잘게 부서진 고기와 감자.
마치 죽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맛은 생각보다 괜찮다.
“감자탕을 꽤 많이 드셔 보셨나 봅니다.”
“나도 한때는 감자탕에 소주 좀 마셨습니다. 하하.”
어째 잘못 온 것 같은데.
부담스럽지 않게 감자탕을 먹으려 한 것뿐이다.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하게 좋아졌다.
그냥 비싼 음식 얻어먹었다면 적당하게 선을 그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지금은 김우정 회장의 소탈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러면 안 되는데.
“자. 한잔 받아요.”
그가 내미는 소주병에 잔을 내밀었다.
잔을 채우자 그가 소주병을 내게 줬다.
“나도 한잔 줘요.”
나도 그의 잔에 소주를 채웠다.
“우리의 제대로 된 첫 만남을 위하여.”
그런 건배사까지는 필요없는데.
김우정 회장과 술잔을 부딪치고는 소주를 털어 넣었다.
보드카와는 또 다른 맛.
씁쓸하면서도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화끈함.
이게 소주지.
“카아. 이 회장 나는 아무래도 양주 체질이 아닌가 봐요. 소주가 입에 맞아요. 하하.”
너무 친한 척하는데?
“자, 받아요.”
한 병만 마셔야겠다.
* * *
한 병은 개뿔.
벌써 10병째다.
조금씩 마시다 보니 이렇게 됐다.
아니, 김우정 회장의 능구렁이 같은 말과 행동에 넘어간 거다.
“동생. 나는 동생이 대단하다고 생각해.”
말하는 것이 약간 어눌했다.
술이 취한 것이다.
나야 멀쩡하지만.
“제가 조카뻘입니다. 동생은 아니죠.”
“나이가 무슨 상관인가? 이렇게 술잔을 주고받으며 기분이 좋다면 친구이지. 하지만 친구는 싫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동생이지.”
“주변에 친구 정말 없으신가 봅니다.”
“없지. 없어. 친구였던 이들이 어느 순간에 부하직원이 되고… 나를 어렵게 생각하지.”
외로웠나 보구나.
내가 저 인간 외로운 것을 왜 걱정하는 거야.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동생이 뚝하고 떨어진 것처럼 나타났단 말이지. 감히 삼두 그룹과 대현 그룹 회장에게 쫄지 않는 대단한 동생이.”
술 취해서 그런가?
단어를 점점 이상하게 쓰네.
쫄다니.
“재미있었어. 아니… 재미있어. 옆에서 보면 정말 재미있다니까? 그 대단한 양반들이 화를 참으며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이. 하하.”
“재미있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재미만 있게? 이렇게 동생하고 술 한잔하는 즐거움도 있지.”
왜 자꾸 친하게 끌어들이느냐고.
“내가 동생에게 궁금한 것이 있어요. 대답해 줄래?”
“대답해 주면 이제 그만 가는 겁니다.”
김우정 회장이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왜? 나하고 같이 술 마시는 것이 싫은 거야?”
미쳤네.
나이 든 양반이 어디서 애교 비슷한 것을…….
이래서 술은 적당히 마셔야 하는 것이다.
사람을 바꿔 버리니까.
“궁금한 것 물어나 보시죠.”
응?
갑자기 김우정 회장의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마치 술을 한 잔도 안 마신 것처럼 느껴졌다.
“동생은 목표가 뭐지? 어디까지 가고 싶은 거야?”
말투도 조금 멀쩡해졌다.
지금까지 술취한 척한 것인가?
“목표라… 뭐, 목표라고 할 것이 있나요. 한번 시작했다면 최고가 되어 보는 것이 목표겠죠.”
김우정 회장이 씨익 웃었다.
“재계 1위가 목표라는 것이군.”
말투가 더 멀쩡해졌네.
술이 깬 거도 아닐 텐데.
“그럴 것 같았어. 하지만 쉽지 않을 거야.”
“쉬울 리가 없죠.”
“그런 말이 아니야.”
뭐지?
갑자기 변한 이 분위기는?
“동생은 한국 경제가 어떻다고 생각하나?”
“한국 경제에 관한 생각은 별로 해 본 적이 없네요.”
거짓말이다.
지금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고 있다.
이제 두 달 남았다.
“그럼 안 되지. 한국 재계 1위를 목표로 하는 사람이.”
말투가 이상했다.
“그럼 김 회장님은 한국 재계 1위를 목표로 안 하십니까?”
“나? 나는 한국이 아니라 세계 10위 안에 드는 것이 목표야. 하하.”
한국은 신경도 안 쓴다는 것처럼 들렸다.
하지만.
“그래도 한국이 기반이니 한국 경제는 신경 써야지. 그래서 말인데…….”
갑자기 목소리가 낮아졌다.
몸을 그에게로 기울이고 신경 쓰지 않으면 안 들릴 것 같았다.
“지금 한국 경제에 빨간 신호가 들어오고 있어.”
“무슨 말입니까?”
“아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가끔 푸른 기와집에 가서 경제적인 대화를 하거든.”
들어본 적이 있다.
이삼영 대통령이 김우정 회장과 만난다는 것을.
“지금 한국은 중대한 결정의 기로에 서 있네.”
이 사람은 한국이 IMF를 신청할 것을 아는 건가?
“어떤 기로입니까?”
“이대로 주저앉느냐. 아니면 위기는 곧 기회라고 생각해 더 뻗어나갈 것인가.”
아는 것 같은데.
“이해하기 힘든 말이네요.”
“그럴 거야. 자세한 내용은 말해 줄 수 없으니까. 내가 정말 동생이 마음에 들어서 이 정도만 말해 주는 거야.”
문득 궁금한 것이 생겼다.
“김 회장님만 아는 사실인가요? 삼두나 대현도 모르는?”
“곧 알게 되겠지. 감출 수 없는 일이니까.”
김우정 회장은 한국에 외환 보유고가 얼마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삼영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그 사실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외환 보유고가 없다면 수출을 늘리는 정책을 펴서 외화를 벌어들여야 한다고.
한국 기업들은 그럴 만한 충분한 역량이 있다고.
이삼영 대통령도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더 과감하게 할 생각이지. 도박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 말에서 정확하게 알았다.
김우정 회장은 IMF 신청을 모른다.
알았다면 그룹을 정비하고 흔들리지 않도록 준비했을 것이다.
“만약에 그 도박이 실패하면요?”
“실패할 생각을 왜 하나? 실패 안 할 거야.”
“그래도요.”
“만약에…….”
김우정 회장은 실패했을 때를 떠올렸다.
하지만 그것을 말할 수는 없었다.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까지 나는 도박 같은 선택을 많이 했어. 지금도 이 선택이 결코,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해.”
틀렸습니다.
“그러시군요. 김 회장님의 도박이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사실 성공하면 안 된다.
그의 도박이 성공한다는 것은 곧 한국에 IMF가 오지 않는다는 것이니까.
“이제 그만 드시죠. 많이 드셨습니다.”
“그럴까? 오래간만에 마음에 드는 동생하고 술을 마시니 너무 마셨어. 하하.”
기분이 좋아 보이는 것 같았다.
그래서 왜인지 모르게 미안했다.
하지만 이건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미안함뿐이다.
공은 공!
사는 사!
1999년에 태평 자동차는 제가 가져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