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84)
꿈꾸는 재벌 84화(84/249)
84. IMF가 오는 길 (1)
너무 늦었다.
사면초가.
어디로든 갈 수 없는 꽉 막힌 상황.
이삼영 대통령은 그렇게 생각했다.
이삼영 대통령뿐만이 아니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것입니까!”
질책에 가까운 말투였다.
하지만 그 누구도 대답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이 되도록 도대체 뭐하고 있었던 것입니까! 말들 좀 해 봐요!”
이삼영 대통령이 아무리 다그쳐도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 한국 경제는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고 낙관했었으니까.
“이렇게 되면 수출을 늘려 외환 보유고를 늘리려는 정책도 소용이 없지 않습니까!”
이삼영 대통령은 태평 그룹 김우정 회장의 의견을 받아들여 수출 증대 정책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이미 외환 보유고는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었다.
“동남아시아의 위기 때문에 종금사가 이렇게 될 줄 아무도 예견하지 못한 겁니까!”
모든 보고서를 받아 읽었다.
태국, 홍콩, 말레이시아 등이 외환위기를 겪는 중이었다.
문제는 한국의 종금사.
그러니까 종합금융사였다.
종합금융사는 외국에서 저금리로 돈을 빌려왔다.
그 돈을 다시 국내 기업에게 빌려줬다.
그런데 한본 철강과 기하 자동차 사태로 국내 기업이 어려워졌다.
그나마 기하 자동차는 이선수가 인수하면서 괜찮은 편이었다.
“대답들 좀 하세요. 종금사를 이대로 놔둬도 되는 겁니까?”
이삼영 대통령의 말에 마지못해 이만우 경제수석이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대통령님… 종금사를 지원할 달러가 부족합니다.”
동남아시아에서 저금리로 빌려온 달러의 만기가 연장될 줄 알았다.
하지만 그 어디도 연장을 거부했다.
왜냐.
자기들도 외환위기 때문에 달러가 필요해서였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겁니까?”
이번에는 한우리 총리가 입을 열었다.
“중국과 일본에 통화 스와프를 요청해 볼까 합니다.”
통화 스와프.
쉽게 말해 급하게 달러가 필요한 경우가 생기면 스와프를 맺은 나라끼리 빌려주는 것이다.
“한 총리 가능해요?”
“가능하게 만들어야지요. 제가 직접 움직이겠습니다.”
“내 한 총리만 믿어요.”
11월 초의 정부 대책 회의는 이렇게 끝났다.
한국 혼자만의 힘으로는 벗어날 수 없다는 것만 확인했다.
* * *
“시작이네.”
11월 3일 롤오버가 시작됐다.
대출 만기연장 거부다.
한국에 돈을 빌려준 투자자들이 일제히 롤오버를 선언하기 시작했다.
일부에서는 한국을 떠나라는 메시지까지.
“회장님 예상대로 한국 경제가…….”
김성웅 사장의 표정이 안 좋아 보였다.
한국을 사랑하니 저런 것이겠지.
“김 사장님.”
“네. 회장님.”
“곧 국방부에서 비비 인더스트리에 대금을 달러로 지급 못 한다고 할 겁니다.”
김성웅 사장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아직 이선수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이삼영 대통령 주관 긴급 국무회의에서 어떤 말이 있었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비비 인더스트리는 무조건 달러로 받습니다.”
“저기… 회장님.”
김성웅 사장이 어떤 말을 할지 알 것 같았다.
나는 그가 말하기 전에 말했다.
“이건 우리가 잘못한 것이 아닙니다. 계약대로 하는 것뿐입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생산해 납품하는 것은 원화로 계약한 것입니다.”
군용 차량과 신형 총기 계약은 달러가 아니었다.
“비비 인더스트리에 고용된 러시아 기술자와 과학자들은 달러로 계약했습니다. 아닌가요?”
“맞습니다.”
“그럼 달러로 받아야죠.”
“그렇게 하다가는 계약 중단이나 파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회장님.”
달러가 부족한 상황이다.
그리고 국방 예산도 분명히 삭감될 것이다.
적어진 국방 예산을 가지고 달러를 사서 비비 인더스트리에 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연말까지 넉넉하게 필요한 것 계약하라고 하세요.”
김성웅 사장은 이선수가 어떤 의미로 말한 것인지 알았다.
지금 국방부에서 필요한 것은 항공순양함에 들어가는 무기와 인공위성 개발에 들어가는 자재 같은 것이었다.
그것을 미리 주문한다.
그러면 주문과 동시에 10% 선금을 받는다.
주문한 것이 한국에 도착하면 30%를 받는다.
나머지 60%는 주문한 것을 국방부에 인도하면 받는다.
즉, 60%는 국방부가 줘야 받는 것이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뭐가요?”
“아닙니다. 제가 꼭 책임지고 받아내겠습니다.”
그것이 언제가 되든지요.
이 말은 하지 않았다.
“아! 그리고 비비 인더스트리 파견 직원 중에 귀화를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신청 받아 주세요.”
김성웅 사장은 깜짝 놀랐다.
“러시아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요.”
“그건 제가 알아서 할게요.”
푸틴에게 주는 돈이 얼마인데.
그 돈으로 지금 푸틴은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물론, 중앙 정계까지 세력을 넓히고 있을 것이다.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으면서.
“정말 감사합니다. 회장님.”
“드림 그룹을 위해서입니다. 기술력을 확보하려는 것뿐이고요.”
김성웅 사장은 드림 그룹이 잘되면 한국도 잘된다는 생각을 했다.
* * *
삼두 그룹 이환건 회장 저택.
“중국과 일본이 한우리 총리의 방문을 거절했다고 합니다. 회장님.”
“일본이야 미국 눈치 보느라 그렇다고 해도 중국은 의외라는 생각이 드는군.”
“중국도 그렇게 좋은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겠지. 너는 그럼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
이환건 회장의 질문에 이민욱 부회장은 바로 대답했다.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을 한국에 들여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지금 달러가 부족한 우리나라가 더 어려워질 것 아니냐.”
이민욱 부회장은 이환건 회장이 한국을 걱정하지 않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말은 일종의 시험이었다.
“정부는 마지막에 비빌 언덕이라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그룹은 대비하지 않으면 무너집니다. 미국이 재벌 개혁도 원하고 있습니다.”
삼두 그룹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미국이 한국에 개입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솔직히 달러를 마구 찍어 내는 미국이 한국을 조금만 도와주면 상황은 바뀐다.
하지만 그럴 일은 없었다.
“금융시장 개방과 기업에 대한 투자 제한 철폐 등 많은 것이 바뀔 겁니다.”
“네 생각은 어쩔 수 없이 IMF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구나.”
“그렇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은 200억 달러도 없으니까요.”
어떻게 보면 슬픈 이야기였다.
“이선수 회장 덕을 좀 본 것 같구나.”
“무슨 말씀이신지?”
이민욱 부회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선수 회장이 없었다면 내가 위기감을 가지지 않았을 거다.”
드림 건설부터 시작해 삼선 이동통신까지 이선수와 부딪치면서 이환건 회장은 마음을 가다듬었다.
재계 1위라는 자리를 갑자기 나타난 이선수가 위협하는 것처럼 느껴져서였다.
“덕분에 냉철하게 그룹을 살펴볼 수 있었다. 시장 상황도.”
그래서 이환건 회장은 삼두 그룹을 재편성한 것이었다.
“그리고 쌍웅 자동차도 싸게 샀지. 하하.”
기하 자동차를 무리하게 인수했다면 삼두 그룹도 조금은 휘청했을 것이다.
“대현 그룹 정 회장 그 양반은 어떻게 하고 있으려나?”
이민욱 부회장은 웃으며 말했다.
“있는 대로 화를 내며 길길이 날뛰고 있을 겁니다.”
“하기는 그 양반 성격이 어디 가나.”
이환건 회장은 이민욱 부회장을 쳐다봤다.
“민욱아.”
“네. 회장님.”
“그룹 다시 단속하고 자금을 모아라. 위기는 곧 기회가 된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이환건 회장은 이번 기회에 대현 자동차를 넘어볼 생각이었다.
자동차 사업으로.
* * *
1997년 11월 15일.
종합주가지수 583.8
원달러 환율 825원.
외환 보유고 158억 달러.
“한 부총리… 장담하지 않았나.”
“미안하네.”
이삼영 대통령과 한우리 부총리는 둘이서만 대화하고 있었다.
“중국은 자기네들 상황도 안 좋다고 하고… 일본은 말을 번복했네.”
사실 일본은 IMF와 비슷한 단체를 만들려 하고 있었다.
동아시아 나라들만으로 이루어진 단체.
외환위기 같은 것이 올 때 가입한 나라들이 외화를 빌려줘서 돕는 것이다.
그전 단계로 한국과 일본의 통화 스와프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 말을 번복했다.
“미국인가?”
“아무래도 그렇겠지. IMF의 이사진은 모두 미국이 쥐고 있으니까. 일본이 추진하던 사업도 안 될 것 같아.”
이삼영 대통령은 주먹을 쥐었다.
“미국이 그럴 수가 있나. 동맹 아닌가.”
“이 사람아. 자네도 알지 않나. 모든 것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는 것을… 우리 한국을 길들이려 하는 목적도 있겠지만, 미국을 움직이는 거대 자본들이 한국을 눈독 들이는 것 같아.”
사실 미국뿐만이 아니었다.
유럽의 자본도 움직이고 있었다.
미국과 유럽의 자본은 이미 태국과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의 위기를 기회로 많은 것을 가져가고 있었다.
“한 총리… 이대로 당하고 있어야 하는 건가?”
너무 아쉬웠다.
임기 말에 이런 일이 터졌다.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더라면 어떻게 해서든 이 상황을 타개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방법이 없는 건가?”
이삼영 대통령의 말에 한우리 총리는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내가 싱가포르에서 이상한 말을 들었네.”
“싱가포르?”
“혹시나 해서 싱가포르에서도 돈을 빌릴 수 있을까 싶어 연락했는데…….”
말끝을 흐리자 이삼영 대통령은 초조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냥 말하게.”
“정부 관계자가 이상한 말을 하더라고.”
“무슨 말을?”
“한국이 왜 외환보유고 때문에 걱정하는지 모르겠다고.”
이삼영 대통령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달러가 부족하니까 그런 것 아닌가.”
“나도 그렇게 말했네. 그랬더니 말을 돌리더라고……. 그래서 더 물었지. 마침내 그 정부 관료가 하는 말이 싱가포르 정부가 드림 컴퍼니란 곳의 도움을 받았다는 거야.”
“드림 컴퍼니? 혹시…….”
이삼영 대통령은 드림이란 이름에서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이선수였다.
“맞네. 싱가포르에 있는 이선수 회장의 회사네. 그 회사가 싱가포르 고척 총리와 계약을 맺었네. 200억 달러를 싱가포르에 그대로 놔둔다고.”
이삼영 대통령의 눈이 커졌다.
“200억 달러?”
“그래. 그 돈이면 일단 위험한 위기는 넘길 수 있지.”
2주 후 외국에 갚아야 할 돈이 100억 달러가 넘었다.
“위기만 넘기면 한국 경제에 대한 인식이 바뀔 거야. 만기를 연장해 주는 곳이 늘어나거나… 국채를 발행해도 받아주겠지.”
지금 한국의 국가 신용도가 하락하면서 국채를 발행해도 사 줄 곳은 없었다.
누가 망할지도 모르는 나라의 국채를 사려고 할까.
“그럼 무조건 그 200억 달러를 가져와야겠군.”
“그래야지. 하지만 이선수 회장이 그것을 허락할까?”
“허락? 허락이 뭐가 필요해. 무조건 하게 해야지. 그것이 나라를 위한 일인데…….”
한우리 총리는 왜인지 모르게 이선수가 200억 달러를 주지 않을 것 같았다.
“이선수 회장이 그동한 한 일을 생각해 보게 항공순양함 2대에 인공위성 기술까지 한국에 제공했어. 애국심이 뛰어나다는 증거네.”
한우리 총리는 ‘한본 제철과 자네 아들 이종도는?’ 이 말을 하지 못했다.
이삼영 대통령이 자신의 치부처럼 생각해서였다.
굳이 이 상황에 이삼영 대통령의 치부를 건드릴 필요는 없었다.
“한 총리… 자네가 직접 나서서 이선수 회장을 설득해 주게나.”
이삼영 대통령도 사실 한본 제철과 아들 이종도를 생각했다.
그래서 직접 이선수를 만날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하겠네.”
“꼭 성사시켜야 하네.”
“그래야지.”
한우리 총리는 자신이 없었다.
* * *
[미안합니다. 이선수 회장.]“총리님… 그것을 한국 정부에 말해 주면…….”
지금 싱가포르 고척 총리의 전화를 받고 있었다.
먼저 이정석 선배의 전화를 받고 통화하는 중이다.
[한국 정부에 우리 계약 관계를 알린 관료는 즉시 해임했어요. 정말 미안합니다.]“지금 미안하다고 해서 끝날 일이 아닙니다. 한국 정부에서 그냥 있을 것 같습니까?”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
정말 화가 나서였다.
“온갖 방법으로 사업을 방해할 겁니다.”
IMF로 가는 것보다 싸게 먹힐 테니까.
“싱가포르 사업도 영향을 받겠죠.”
[정말 미안합니다. 그래서 내가 한 가지 제안할 것이 있어요. 한국 정부가 압력을 가해도 빠져나갈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