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85)
꿈꾸는 재벌 85화(85/249)
85. IMF가 오는 길 (2)
싱가포르 고척 총리의 제안이 무엇일까?
[이선수 회장?]“말하세요.”
[이선수 회장이 싱가포르 국적자가 되는 겁니다.]망할.
예상했던 제안이네.
[한국 국적을 포기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이번 상황을 넘길 때만 사용하면 됩니다.]갑자기 의심이 들었다.
고척 총리가 일부러 한국 정부에 200억 달러 계약을 흘린 것이 아닐까?
그것이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전화할 이유가 없었다.
쉽게 말해 나를 싱가포르로 끌어들이려는 것이지.
“싱가포르 국적을 얻은 다음에는요?”
[얻은 다음이라니요?]“싱가포르로 오라는 것 아닌가요?”
[그건 이선수 회장 선택입니다. 선택을 강요할 수는 없죠.]“강요하지 않아도 그런 상황을 만들어 놓은 것 자체가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점점 더 머리가 차가워진다.
냉철하게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냥 싱가포르 정부 관료의 실수였다면 화를 좀 내고 어떻게 해서든 돌파하면 된다.
하지만 고척 총리가 일부러 만든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무슨 소리입니까?]“한국 정부가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달러입니다. 그런데 내가 200억 달러를 가지고 있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어떻게 나올까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죠. 그렇게 되면 싱가포르 시민권을 가진 내가 할 선택은 무엇일까요? 싱가포르로 가는 것을 선택하겠죠.”
[그것도 한 가지 방법 아니겠소.]아예 부정하지 않네.
“난 이번 일로 싱가포르… 아니, 고척 총리님과 안 좋은 관계가 되기 싫습니다. 어려울 때 도움을 준 상대에게 이런 식으로 하면 신뢰가 깨지죠. 장기적으로 내가 어떤 판단을 할 것 같습니까!”
솔직하게 털어 놔라.
[고의로 그런 것은 아니오. 진짜 관료가 한국 정부에 정보를 흘렸소.]그것을 믿으라고?
[이 상황에 이선수 회장을 싱가포르로 끌어오려는 생각을 한 것도 사실이오. 하지만, 누가 했든 실수는 실수… 그것을 해결하려 한 것뿐이오.]반만 믿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국적으로만 해결할 수 없습니다.”
[국적으로만 해결할 수 없다니?]“싱가포르 정부의 실수로 입을 손해까지 해결해 줘야 하지 않을까요?”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손해 보는 것을 어느 정도는 만회해야 한다.
[그 말은 싱가포르로 오겠다는 것이오?]“거기까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싱가포르 국적은 받을 생각입니다.”
한국 정부의 요구를 피할 방법 중 최고란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어떤 결정을 하든 고척 총리님께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저와 고척 총리님과의 관계는 더 좋아지느냐가 결정되겠죠.”
나빠질 수도 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부정적인 단어를 내뱉는 것만으로 고척 총리에게 그런 인식을 심어 줄 수 있다.
[손해를 어떻게 해결해 주면 되겠소?]“말로만 끝난 사업 빨리 진행해 주시고 드림 컴퍼니 이정석 대표에게도 시민권을 주세요.”
고척 총리가 각종 공사를 주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계약이 되지는 않았다.
[10억 달러짜리 빌딩 공사와 15억 달러짜리 도로 공사를 내년 초에 계약하게 하겠소.]준비했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빨리 대답이 나올 수 없었다.
[이선수 회장과 이정석 대표의 시민권도 오늘 즉시 발급해 주겠소.]한국 정부에서 빨리 접촉할 것을 아는 것이다.
그리고 고척 총리니까 가능한 일이다.
싱가포르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집안이니까.
[앞으로도 계속 좋은 관계로 지냈으면 합니다. 이선수 회장.]“저 역시 계속 좋은 관계로 지냈으면 합니다.”
[내가 도와줄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도 됩니다.]사람 어렵게 만들어 놓고 도움 준다고 한다.
솔직히 고맙지는 않았다.
“이정석 대표가 연락할 겁니다. 그대로 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선수 회장이 직접 하지 않고?]“아무래도 전 한국 정부를 상대해야 할 것 같네요.”
누구 덕분에.
[알겠소. 다음에 또 통화합시다.]전화를 끊었다.
“골치아프게 됐네.”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그건 그거고.
나는 이정석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혹시 모를 상황이 일어난다면 빠져나갈 구멍이라도 있어야 하니까.
* * *
이정석 선배와 통화를 끝낸 후 조금 있자 김성웅 사장이 왔다.
아직 그에게는 싱가포르 고척 총리와 통화한 것을 말하지 않았다.
“회장님, 한우리 총리께서 만나고 싶다는 연락을 해 왔습니다.”
벌써?
“며칠 뒤에 보자고 해 주세요.”
“그것이… 오늘 중으로 만나자는 요청이…….”
급하기는 급한가 보네.
그리고 김성웅 사장에게 상황 설명을 해 줘야 할 것 같았다.
“김 사장님.”
“네. 대표님.”
“조금 전 싱가포르 고척 총리와 통화했습니다. 내용은…….”
모든 것을 말해 줬다.
김성웅 사장은 드림 컴퍼니가 20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그리고.
“고척 총리가 일부러 알린 것이 분명합니다. 회장님.”
김성웅 사장도 나와 비슷한 결론을 냈다.
“그럴 겁니다. 그래서 시간이 필요해요. 오늘 당장 만날 수는 없어요.”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한우리 총리께는 일정 때문에 이번 주는 시간이 안 된다고 전하겠습니다.”
“그렇게 해 주세요.”
그런데 김성웅 사장이 나가지 않았다.
나를 빤히 쳐다보는 것이 할 말이 있어 보였다.
나는 그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았다.
“김 사장님, 저번에 했던 이야기 또 하게 하지 마세요. 전 한국 정부에 돈을 빌려줄 생각이 없습니다.”
김성웅 사장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몸을 돌려 나가려는 김성웅 사장에게 말했다.
“내 방식대로 할 겁니다.”
“네. 회장님.”
김성웅 사장이 나갔다.
한국 정부의 요구를 떨쳐 내기 위해서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 시간을 한국 정부는 기다릴 수 없는 것 같았다.
* * *
“회장님…….”
“하아.”
김성웅 사장이 또 와서 한우리 총리가 찾아왔다고 말했다.
한숨이 나올 수밖에.
“지금 문앞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것도 내 사무실 앞에서.
내가 만나 주겠다고 할 때까지 기다리겠단다.
“안 만나 주겠다고 하면요?”
“그래도 기다리시겠다고 합니다. 퇴근할 때 잠깐 만날 수 있지 않느냐고 하시면서…….”
“외근 있다고 해요.”
“따라갈 것 같습니다. 아니면 이동 중에 대화할지도…….”
“고집이 센 분이죠?”
“한 고집 하시죠. 한번 정하면 어지간해서는 바꾸지 않습니다. 회장님 일에서 한번 정한 것을 바꾸기는 하셨지만요.”
기억난다.
항공순양함 진수식 때 한우리 총리를 잠깐 만났었다.
“1시간 후에 만나겠다고 말해 주세요.”
“정말이십니까?”
김성웅 사장은 이선수가 한우리 총리를 피할 줄 알았다.
“네. 한 시간 정도 생각 정리 좀 하고요.”
“알겠습니다.”
김성웅 사장은 밝은 표정으로 밖으로 나갔다.
그가 나가면서 문틈으로 슬쩍 한우리 총리가 보였다.
그렇게 좋은 표정은 아니었다.
또 한숨이 나온다.
“하아.”
한국 정부는 어떻게 해서든 200억 달러를 확보하려 할 것이다.
나는 전화를 들어 이정석 선배에게 전화했다.
“선배. 일단 계약이라도 빨리 해야 할 것 같아요.”
빠져나갈 방법 중 하나다.
“네. 전화 줘요. 2시간 정도밖에 없어요. 네. 고생 좀 해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싱가포르 고척 총리에게 전화했다.
* * *
1시간은 정말 짧았다.
생각도 정리했고.
할 수 있는 것도 다 했다.
노크 소리가 들리고 김성웅 사장이 먼저 들어왔다.
“회장님, 한우리 총리님 들어오시라고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김성웅 사장이 문을 활짝 열었다.
나는 일어나서 문으로 갔다.
한우리 총리가 들어왔다.
1시간 전 문틈으로 보였던 어두운 표정은 없었다.
활짝 웃고 있었다.
“이선수 회장님 이렇게 만나 줘서 고맙습니다.”
부담되게 완전 저자세로 나온다.
“바쁜 일정 때문에 기다리게 해서 미안합니다. 총리님.”
“바쁜 이선수 회장님에게 약속도 하지 않고 찾아온 내가 잘못이지요. 그래도 만나 주지 않았습니까.”
한우리 총리는 일부러 최대한 낮은 자세로 행동하고 있었다.
그가 파악한 이선수는 강하게 나가면 강하게 반발한다.
“총리님 앉으세요.”
“고마워요.”
옆집 할아버지처럼 행동하려는 건가?
그래도 안 됩니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이렇게 급하게 저를 찾아오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모른 척하고 말했다.
핵심을 피해서 질질 끌어 봤자 시간만 낭비하게 되니까.
“무슨 일이 있어서 찾아온 것이 맞아요. 그전에 이선수 회장께서는 현재 한국 경제 상황이 어떻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그런 것을 판단할 위치에 있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룹 회장께서 그런 위치가 아니라면 누가 그런 위치에 있을까요. 하하.”
“아주 작은 그룹이라서요. 삼두 그룹이나 대현 그룹 같은 곳에서 한국 경제를 판단하는 것이 맞겠죠. 드림 그룹은 아직 한국 경제를 움직일 힘이 없습니다.”
처음부터 차단했다.
“그런가요? 내가 듣기로는 아니던데요.”
차단해도 아무렇지 않게 넘어오네.
“어디서 무슨 이야기를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저나 드림 그룹은 힘이 없습니다.”
“이선수 회장님… 내가 왜 찾아왔는지 아는군요.”
눈치챘네.
그렇겠지. 먼저 아무런 힘이 없다고 말했는데 그것을 눈치 못 채면 안 되겠지.
한 나라의 총리씩이나 되는 양반이.
“드림 그룹은 몰라도… 이선수 회장님은 힘이 있다는 것을 압니다. 싱가포르에 드림 컴퍼니에서 꽤 많은 돈을… 아니, 달러를 예치해 두셨더군요.”
“제가 쉽게 움직일 수 있는 돈이 아닙니다. 회삿돈입니다. 개인 돈이 아닙니다.”
“하지만 결정은 이선수 회장님이 하시지 않습니까.”
“현재 대표는 제가 아니라 이정석 대표입니다.”
“최대 주주는 이선수 회장님이시고요.”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최대 주주이기는 하지만,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관여할 수 있지 않습니까.”
맞는 말인데.
“이선수 회장님… 살려 주십시오.”
나이 많은 양반이 고개를 숙이니 당황스러웠다.
“왜 이러세요.”
한우리 총리는 고개를 들지 않고 말했다.
“현재 한국은 이선수 회장님의 도움 없이는 살아날 수 없습니다.”
아니요.
있습니다.
어려움이 있을지는 몰라도 한국은 살아납니다.
“싱가포르에 예치한 200억 달러를 한국 정부에 빌려주십시오. 그 대가는 확실하게 드리겠습니다.”
대가라.
여기서 할 말이 많다.
“대가로 뭐를 주실 수 있는데요?”
한우리 총리가 고개를 들었다.
“이자로 10%를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각종 사업에 필요한 규제도 풀어주겠습니다.”
이자 10%.
규제 풀어주는 것.
어떻게 보면 매력적인 제안이다.
하지만.
“이자로 100% 이상 줄 수 없다면 제가 힘쓰기 힘이 듭니다.”
내 말에 한우리 총리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100%면 200억 달러를 더 달라는 것입니까?”
“네.”
“그런 말도 안 되는 조건을…….”
한우리 총리가 보기에 말도 안 되는 조건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100%도 적다.
왜냐.
일단 환율이 달라진다.
원·달러 환율이 2천 원대까지 오른다.
현재 200억 달러는 16조 원 정도다.
하지만 환율이 2천 원만 돼도 40조 원이다.
“이선수 회장님, 이렇게 머리까지 숙이면서 부탁했음에도 무리한 조건을 말하는 것을 보니 한국을 도와줄 생각이 없는 것이군요.”
솔직하게 다 말하고 싶었다.
한국을 도와주면 한국이 변할까?
그리고 얻을 수 있는 이익을 한국 정부가 해 줄까?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른 것인데.
다른 방식으로 말할 수밖에.
“총리님… 지금 한국 경제가 왜 이렇게 됐다고 생각하십니까?”
“…….”
말하기 쉽지 않겠지.
“제가 억지로 200억 달러를 한국 정부에 빌려줬다고 하죠. 그러면 부실한 한국 기업을 정부가 나서서 정리할 겁니까? 한본 철강 같은 기업들이요.”
“…….”
“200억 달러를 빌려줘도 결국 시간만 더 끄는 겁니다. 한국 정부가 나서서 부실 기업 정리하고 금융제도 개편한다면 바뀔지 모른다는 희망이라도 가졌을 겁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믿어 주세요.”
또 한숨 나오게 하네.
“한우리 총리님 개인은 믿을 수 있을지 몰라도… 현재 한국 경제 상황과 정부는 못 믿습니다.”
한우리 총리는 이선수가 쉽게 200억 달러를 빌려주지 않을 것을 알았다.
이제 태도를 바꿔야 할 것 같았다.
“한국 경제에 문제가 생기면 드림 그룹도 무사하지 못할 겁니다. 이선수 회장.”
“이제는 채찍을 사용하시네요. 어떻게 무사하지 못할 것인지 들어나 보죠.”
당당한 이선수의 모습에 한우리 총리는 당황했다.
대부분 이렇게 나오지 않는다.
어떻게 해서든 협상하려 했다.
정부를 상대로 싸울 기업은 없으니까.
“드림 그룹에 각종 규제를 가할 겁니다. 드림 텔레콤의 경우는 독과점 금지를 들어 규제하겠죠.”
드림 텔레콤은 현재 가입자 52%를 보유하고 있었다.
“사업자를 쪼개서 매각하라고 할지도 모릅니다.”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세를 낮출 생각은 없었다.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드림 건설은 진행 중인 임대 아파트 사업이 중단될지도 몰라요.”
이건 할 말이 있다.
“중단하세요. 정부 지원 없이도 드림 건설 힘만으로 하겠습니다.”
“비비 인더스트리와의 계약도…….”
한우리 총리가 말을 다 하기도 전에 말했다.
“철수하겠습니다. 항공순양함 유지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한 가지 더 있지.
“인공위성 개발도 한국은 오래 걸리겠네요. 미사일 기술 접목도 해야 하는데.”
“…….”
이제 누가 갑인지 알겠나요?
“정부가 압박하면 결국 손해는 한국이 보는 겁니다.”
“이선수 회장… 그렇게 나오지 말고.……”
“임대 아파트 사업은 드림 건설에서 자체적으로 계속하겠습니다.”
추운 골방에서 죽어가던 것을 생각하면 이건 할 수밖에 없었다.
“비비 인더스트리는 일본이나 싱가포르로 옮기죠. 일본이 더 나으려나요?”
“이 회장!”
한우리 총리가 결국 소리쳤다.
“정부가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다는 것을 몰라서 하는 말이에요?”
“뭐 그렇게까지 하신다면… 비비 인더스트리는 폐업할 수밖에 없죠. 드림 건설이나 드림 텔레콤은 해외에 매각하고요.”
“그게 가능할 것 같아요? 현재 법으로 해외 매각은 불가능해요.”
“곧 될 것 같아서 하는 말입니다.”
IMF에서 달러를 지원받으면 바뀔 수밖에 없다.
IMF에서 요구하는 조건 중에 해외 투자자가 한국 기업을 인수할 수 있게 하라는 것이 있으니까.
“이선수 회장… 도대체 어떻게 하면 도와 줄 겁니까!”
한우리 총리는 결국 압박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해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