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87)
꿈꾸는 재벌 87화(87/249)
87. 몰락하는 것들
IMF의 지원금을 받았다고 한국 경제가 다시 좋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예상과는 다른 상황이 벌어졌다.
한국의 달러 부족으로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한 해외 투자자에게 대출금을 회수할 기회가 됐다.
한국을 믿지 못하는 해외 투자자들은 만기를 연장해 이자를 받기보다는 투자금을 돌려받으려 했다.
IMF는 한꺼번에 580억 달러를 지원하지 않는다.
외환 보유액이 더 급하게 줄어들었다.
급기야 35억 달러까지 줄어들었지만, IMF의 35억 달러 지원으로 70억 달러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너무 모자랐다.
그래서인지 원달러 환율은 폭등했다.
하루 제한폭인 10%가 계속됐다.
12월 11일 원달러 환율은 1,719원까지 오르며 몇 분 만에 거래가 중단됐다.
결국, 16일 달러 환율의 일일 변동폭 제한을 폐지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었다.
* * *
삼두 그룹.
이환건 회장은 이민욱 부회장과 대화 중이었다.
“한신 은행으로 얼마나 옮겼느냐.”
“절반 이상 옮겼습니다.”
종금사의 폐쇄로 인해 은행들은 종금사에게 빌려준 대출금을 회수할 수 없었다.
그런 은행 중에서도 우주 은행이 가장 많이 회수하지 못했다.
한국 최대 규모의 은행이라는 우주 은행이어서였다.
당연히 종금사와의 거래도 최대 규모일 수밖에 없었다.
“오 은행장은 잘 다독였고?”
“어차피 책임지고 물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제시한 조건을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은행이 망한다.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상황이었다.
그리고 곧 부실 은행은 정부에 의해 정리될 것이다.
우주 은행이 첫 번째였다.
그것을 먼저 알게 된 삼두 그룹은 자금을 미리 다른 은행으로 옮기는 중이었다.
“오 은행장 감옥에 가더라도 약속은 지켜 줘라.”
일정 수준의 돈과 삼두 그룹 임원 자리를 약속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삼두 그룹의 자금이 빠져나가면 우주 은행은 예금자에게 돈을 지급할 여력이 더 없어진다.
그것을 알면서도 돈을 빼준다는 것이 알려지면 문제가 된다.
사람들이 너도 나도 달려들어 예금을 찾아가려 할 테니까.
그렇게 되면 삼두 그룹은 자금을 빼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오환진 은행장과 거래를 했다.
“이번에도 이선수 회장에게 고마워해야 하나?”
이환건 회장은 씨익 웃었다.
“그동안 우리 삼두 그룹에 입힌 피해를 생각하면 그렇게 고마워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회장님.”
이환건 회장이 고마워해야 하느냐고 묻는 이유는 한신 은행 때문이었다.
한신 은행은 드림 그룹과 거래하면서 덩치가 커졌다.
그리고 현금 거래만 하는 드림 그룹 때문에 현금을 항상 많이 보유할 수밖에 없었다.
드림 그룹과 거래가 끝났다고 해서 보유한 현금을 한꺼번에 풀 수는 없었다.
어느 정도 풀었을 때쯤 IMF의 지원을 받게 된 것이었다.
당연히 돈을 풀기는커녕 대출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조만간 정부가 은행 구조조정을 발표할 테니 빨리 옮기거라.”
“그전에 끝내겠습니다. 회장님.”
일단 자금을 한신 은행으로 다 옮긴 다음 이환건 회장은 삼두 그룹을 더 확장할 생각이었다.
* * *
오래간만에 꾸는 꿈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냥 영화를 보는 듯했다.
그리고 눈에 익은 한 사람.
민국 은행 이정훈 은행장?
그리고 그의 뒤에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금융감독원 원장 취임식]IMF 이후 생긴 금융감독원.
금융권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은행은 물론, 돈과 관련된 곳의 목줄을 잡은 곳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이게 끝인가?
* * *
모호한 꿈을 꾼 며칠 뒤.
나는 뉴스를 보면서 씁쓸한 감정이 들었다.
IMF 구제금융을 신청한 것이 내 탓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는 안타까웠다.
하지만 난 머리를 흔들어 이런 생각을 떨쳐 냈다.
“내 방식대로 하면 되니까.”
똑똑.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문이 열리고 김성웅 사장과 민국 은행 이정훈 행장이 들어왔다.
“이 행장님 오래간만입니다.”
“네. 회장님.”
“앉으세요.”
민국 은행 이정훈은 기하 자동차를 인수할 때만 해도 부행장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행장이 됐다.
“나를 만나자고 한 이유가 뭔가요?”
이정훈 행장이 먼저 만나자고 했다.
꿈 때문에 궁금해서 시간을 냈다.
“회장님 덕분에 은행장이 될 수 있었습니다. 먼저 감사인사 드립니다.”
기하 자동차를 인수할 때 당시 이정훈 부행장은 자신의 자리를 걸고 도박한 것이다.
그리고 그 도박은 성공했다.
드림 그룹이 주거래 은행을 민국 은행으로 해 봤자 자금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은행 내부에서도 말이 많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 외였다.
특히나 드림 텔레콤과 만든 자동이체 할인 프로그램은 대박이었다.
신규 가입이나 재가입하는 고객에게 민국 은행 통장에서 자동이체를 할 경우 1%의 요금 할인을 해 주는 것이다.
얼마 안 되지만,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내 덕분은 아니죠. 이 은행장님이 선택을 잘해서 그런 것 아닌가요?”
“그 선택을 할 수 있게 해 주신 분이 회장님이십니다.”
너무 띄우는데?
내가 생각하기에 이정훈 행장은 그냥 감사 인사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한다니 고맙네요. 그런데 인사만 하러 온 건가요?”
이정훈 행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입술에 침까지 바르는 것을 보니 말하기 힘든 것인가 싶었다.
“혹시 우주 은행 이야기 들으셨습니까?”
“우주 은행이요?”
“모르시나 보군요.”
모른다.
하지만 어떤 상황인지는 알 것 같았다.
“삼두 그룹이 우주 은행에 예치한 예금을 다 빼고 있습니다.”
“그래요? 그런데 그걸 왜 나한테 말하나요?”
우주 은행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다.
“우리 민국 은행도 우주 은행 꼴 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이제 이해가 된다.
“드림 그룹이 예금을 뺄까 봐 걱정이 되는 건가요?”
“솔직하게 말해서 그렇습니다.”
“그럴 일은 없으니까 걱정 안 해도 됩니다.”
아무래도 이상했다.
드림 그룹이 돈을 뺄 만한 행동을 한 적이 없다.
기억나는 것이 하나 있다.
꿈에서 민국 은행이 우주 은행을 흡수했다.
규모가 더 작은 은행이 덩치 큰 은행을 흡수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혹시… 우주 은행을 합병할 계획입니까?”
이정훈 행장의 눈이 커졌다.
맞네.
“어떻게 아셨습니까?”
“이 행장님이 여기까지 와서 내게 예금을 빼지 말아 달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요.”
“그것만 듣고 알 수 있다는 것은…….”
믿을 수 없겠지.
“이 행장님께서는 먼저 우주 은행을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예금을 빼지 않았으면 말했고요.”
이정훈 행장은 이선수가 말한 것이 어떻게 우주 은행 흡수 합병으로 결론이 나는지 더 궁금해졌다.
“드림 그룹에서 예금을 빼면 민국 은행의 BIS 비율이 위험해지는 것 같군요.”
정확했다.
지금 은행은 자기 자본 비율 (BIS)을 10% 이상 유지해야 했다.
자기자본비율이 왜 예금과 관계가 있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예금은 은행의 자기자본이 아니니까.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은행은 자기자본으로 돈을 빌려주기도 하지만, 예금으로 돈을 빌려주기도 한다.
만약, 예금이 대량으로 빠져나가면 자기자본으로 돈을 빌려주게 되는 것이다.
자기자본이 외부로 더 나가게 되는 것이다.
“그건 아닙니다만…….”
민국 은행이라고 해서 종금사 폐쇄에 따른 피해를 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드림 그룹 예금 덕분에 피해를 봤어도 자기자본 비율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아직 여유가 있었다.
“지금은 여유가 있어도 우주 은행을 흡수 합병하게 되면 BIS 비율이 위험해지는 것 아닌가요? 드림 그룹 예금이 없으면요.”
정확한 분석이었다.
이정훈 행장은 이선수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맞습니다. 그래서 이선수 회장님을 뵙고 예금을 빼지 않으시겠다는 말을 들어야 했습니다.”
저기요.
이정훈 은행장님.
지금 당신 실수했어.
가만히 있었으면 ‘우주 은행을 흡수 합병하는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끝났을 것이다.
그리고 꿈을 왜 꿨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럼 드림 그룹이 우주 은행 흡수 합병에 큰 도움을 주는 것이군요.”
“하하. 그렇지요.”
“민국 은행은 도움을 주는 우리 드림 그룹에 어떤 도움을 주실 수 있나요?”
“도움이라니요?”
“드림 그룹 예금 덕분에 우주 은행 흡수 합병이 쉬워진 것 아닌가요?”
“그렇긴 합니다만…….”
이정훈 행장은 난감했다.
드림 그룹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기하 자동차에 대출해 준 1조 5천억 원도 고정 금리로 계약한 것이라 금리를 더 낮춰 줄 수도 없었다.
변동 금리였다면 현재 20% 대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낮춰 줄 수도 있었다.
“지금 당장 도움을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당장이 아니면…….”
이정훈 행장이 이렇게 찾아온 덕분에 나중에 외국환 은행에 손을 댈 수 있을 것 같았다.
금산분리라는 한국법 때문에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은 은행을 자회사로 둘 수 없었다.
“제가 요청하면 한 번만 편을 들어주면 됩니다.”
“편을요?”
“네.”
이정훈 행장은 모른다.
그가 금융감독원장이 된다는 것을.
아마 민국 은행이 우주 은행을 성공적으로 인수 합병해서 국내 최대 은행으로 자리 잡은 것 덕분일 것 같았다.
“그거야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만…….”
드림 그룹 덕분에 우주 은행 흡수 합병이 쉬워진다.
편들어 주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었다.
그것이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일 줄은 몰랐지만.
“그때가 언제든 편들어 주시는 겁니다.”
이정훈 행장은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이선수가 이렇게까지 말하니 솔직히 겁이 좀 났다.
“어떤 것인지 말씀해 주시면 안 될까요?”
“언제가 될지 몰라서 그렇습니다. 대신 선물을 하나 드리죠.”
이정훈 행장이 어디로 도망 못 가게 잡아 놔야 할 것 같았다.
“선물이요?”
“담보로 잡힌 10억 달러를 한화로 바꿔서 예금하고 담보로 제공하겠습니다.”
“정말이십니까?”
이정훈 행장이 좋아할 수밖에 없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2천 원이다.
10억 달러면 2조 원인 것이다.
1조 5천억 원에 대한 담보가 2조 원으로 바뀌는 것이다.
또한, 원달러 환율은 더 오를 분위기다.
온전히 민국 은행 것이 된 10억 달러는 더 가치가 높아진다.
하지만 그것보다.
“BIS 비율은 아예 걱정 안 해도 될 겁니다. 우주 은행 흡수 합병이 더 쉬워지겠죠.”
“맞습니다. 정말 고마운 선물입니다. 회장님.”
“그럼 10년 뒤라고 해도 제 부탁을 들어주는 겁니다.”
“당연합니다.”
이정훈 행장은 너무 기뻤다.
우주 은행 흡수 합병 성공의 명성을 얻게 된다.
그리고 드림 그룹의 자금 덕분에 민국 은행은 더 성장할 것이다.
이것 역시 자신의 명성이 된다.
마치 이선수가 자신을 키워 주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오늘 만나서 즐거웠습니다. 이 행장님.”
“제가 더 즐겁고 감사한 만남이었습니다. 회장님.”
이정훈 행장이 내게 인사하고 사무실을 떠났다.
나는 김성웅 사장에게 말했다.
“들으셨죠?”
“네. 10억 달러 원화로 환전하겠습니다. 그리고 비비 인더스트리 문제로 보고 드릴 것이 있습니다.”
정권이 바뀌면서 국방부 예산도 줄어들었다.
“그건 조금 두고 보죠.”
“알겠습니다.”
주문한 물품을 납품했는데도 돈이 안 들어왔을 것이다.
나중에 법정 이자까지 계산해서 받을 생각이긴 했다.
손해배상 소송까지 가는 것은 좀 그런가 싶긴 하지만.
지금 급한 것은 따로 있었다.
드림 텔레콤 일이었다.
한우리 전 총리와 한 약속을 지킬 생각이었다.
* * *
엘아이 그룹.
고한평 회장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현재 엘아이 그룹의 자금 사정이 안 좋았다.
IMF만 아니었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다.
“정부가 부채 비율을 200% 이상 넘기면 안 되게 할 예정이다.”
고한평 회장의 말에 고진웅 엘아이 전자 사장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엘아이 그룹 자금 사정이 안 좋게 된 원인을 그가 제공해서였다.
“정부는 이것을 핑계로 기업을 마음대로 주무를 생각인 것 같다.”
고한평 회장의 예상은 정확했다.
부채 비율 조정을 핑계로 재벌 그룹에 손을 댄다.
몇몇 기업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계열사를 교환하거나 매각해야 했다.
“한본 제철은 포기한다.”
한본 제철을 인수하기 위해 들어간 돈 1조 5천억 원 대부분이 대출이었다.
고정금리도 아니었다.
현재 20%의 이자를 지급해야 했다.
1년에 3천억 원이다.
그것뿐만 아니다.
한본 제철을 정상화하기 위해 3천억 원이 들어갔다.
하지만 3천억 원으로는 정상화가 불가능했다.
처음부터 정상화하려면 2조 원 정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었다.
“부도를 내시겠다는…….”
“그럴 수밖에 없다. 그룹에서 돈을 더 투입할 수 없지 않느냐.”
“알겠습니다.”
“그리고 삼선 이동통신도 정리해라.”
삼선 이동통신과 엘진 이동통신 두 회사를 합쳐도 가입자는 40% 정도뿐이었다.
드림 텔레콤이 60%나 가지고 있었다.
“그건…….”
고진웅 사장은 삼선 이동통신을 정리하기 싫었다.
삼두 그룹 이민욱 부회장에게 시원하게 한 방 먹이고 가져온 것이어서였다.
“완전한 내 것이 아니라면 포기해야지. 드림 그룹이 49%나 지분을 가지고 있는데.”
고진웅 사장은 고한평 회장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았다.
삼선 이동통신을 드림 그룹에 넘기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