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91)
꿈꾸는 재벌 91화(91/249)
91. 잘 가라
나는 핸드폰을 꺼냈다.
치사하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가장 확실하게 경고하는 방법.
“지금까지 대화는 모두 녹음됐습니다. 주진인 경제수석님.”
표정이 볼만하네.
“녹… 녹음이라니?”
“핸드폰에 녹음 기능을 넣은 최신형입니다.”
나는 드림 전자의 시제품인 스페셜 원을 조작해 조금 전 녹음한 것을 틀었다.
그것을 들은 주진인 경제수석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아주 정확하게 김중대 대통령님 지시로 이런 협박을 한다고 자백하신 목소리가 녹음됐네요.”
“당… 당신…….”
당신 뭐?
당황해서 말도 안 나오나 보네.
“후환이 두렵지 않아?”
대사도 식상했다.
“그럼 주진인 경제수석님 역시 후환이 두렵지 않으신가요?”
주진인 경제수석은 더 황당했다.
“내가?”
“경제수석 자리에 천년만년 앉아 계실 것 같으신가 보죠? 그 자리에서 내려오면 어떻게 될까요?”
“어떻게 되다니?”
“드림 그룹이 망하지 않는 한 한국 땅 그 어디에서도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할 겁니다.”
“그게 가능할 것 같아?”
주진인 경제수석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가능할 것 같은데요? 어느 대학이든 교수 자리는 꿈도 못 꿀 겁니다. 그 대학 사 버리거나 엄청난 기부금을 주면 알아서 할 겁니다.”
“교수 같은 자리는 갈 생각이 없어.”
사실 퇴임하면 교수 자리는 쉽게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뭐, 사업을 하셔도 쉽지 않을 겁니다. 어떤 종류든지 같은 것을 드림 그룹에서 할 거니까요.”
“…….”
점점 더 이선수의 말이 진심이라고 느껴졌다.
“집에 재산이 많으셔서 그냥 놀고먹을 수 있다면 그건 어쩔 수 없죠. 하지만 어떤 것도 할 생각은 말아야 할 겁니다.”
이런 인간은 절대 집 안에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다.
나서기를 좋아하고 자신의 뜻대로 해야 직성이 풀린다.
“그렇게까지 해야겠소?”
주진인 경제수석의 말에 웃음이 나왔다.
“그러는 주진인 경제수석께서는 드림 그룹에 그렇게까지 해야겠습니까?”
“그건… 나라를 위해서…….”
나라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나라를 위해서가 아닌 국민을 위해서 드림 그룹이 알아서 할 겁니다. 그것을 정부가 이래라저래라하지 마시죠.”
조금 더 화나게 하면 때리겠네.
주먹까지 쥐고 부들부들 떠네.
“참고로 난 빈말은 안 합니다. 기대하세요. 경제수석 자리에서 내려오는 즉시 말한 대로 합니다. 한 1천억 정도 쓰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주진인 경제수석은 입이 벌어졌다.
조금 전까지 화났던 것도 잊어 먹을 정도로 놀랐다.
“나를 망하게 하려고 1천억이나 쓴다고… 요?”
“네. 저 돈 많습니다. 1천억 원을 써서 드림 그룹에 같잖은 협박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면 그게 더 남는 장사거든요.”
주진인 경제수석은 왜 이런 상황이 됐는지 몰라 미칠 것 같았다.
분명히 자신이 갑인 줄 알았는데.
“이선수 회장님…….”
태도를 바꾸네.
“너무 급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네. 이해합니다.”
주진인 경제수석은 ‘그러면 그렇지.’란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 이선수가 과장해서 말한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경제수석인 자신을 그렇게 할 리가 없지.
“그렇다고 정부 상대로 소송을 안 하지는 않습니다. 주진인 경제수석께 하겠다고 한 일도 안 하지 않을 것이고요.”
“…….”
“이해하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죠.”
“이것 보세요. 정말 이렇게 나올 겁니까?”
어쭈.
다시 강하게 나오겠다는 건가?
“그렇게 나갈 겁니다. 더 할 말 없으시면 인제 그만 가 주시죠.”
“이선수 회장! 당신 후회할 거야!”
“진짜 대사가 식상하다니까.”
“뭐?”
“식상한 대사로 답해 주죠. 후회 안 합니다. 가세요! 임 대표님!”
문이 벌컥 열렸다.
“손님 가셔야 할 것 같은데 안 가시려고 하네요.”
임강민 대표가 성큼 걸어왔다.
그러자 주진인 경제수석이 움찔했다.
“간다. 가!”
임강민 대표에게 끌려 나가기 싫다는 듯 그는 일어나서 나갔다.
“아! 깜빡 잊은 것이 있네요. 주진인 경제수석님.”
그가 뒤돌아봤다.
“청와대 경호원이 맞아서 기절한 것은 그쪽 실수입니다. 이런 것까지 소송으로 가지 맙시다. 나를 더 독한 놈 만들지 마세요.”
주진인 경제수석은 그런 방법도 있구나 싶었다.
이선수가 자신의 사람을 아끼는 것 같았다.
잘만 하면 협상 카드로 사용할 수 있을 수도.
그런 생각을 할 때 김성웅 사장이 다가와 주진인 경제수석의 어깨에 팔을 올렸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이봐. 주진인이. 너 내가 누군지 잊었나 봐. 너 하나쯤은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할 힘이 아직도 내게 있어.”
흠칫.
주진인 경제수석은 전 안기부장 김성웅이 떠올랐다.
공포의 대상이었던 사람.
“우리나라에서 교통사고가 얼마나 많이 일어나는지 알고 있나?”
사고로 조작할 수 있다는 것처럼 들렸다.
“방화 사건도 많지. 하지만 범인을 잡지 못한 사건이 더 많아.”
1998년은 아직 CCTV나 과학적인 수사가 자리 잡지 않았다.
사건의 단서를 찾아 범인을 찾기까지 꽤 오래 걸렸다.
더군다나 전문가가 흔적을 지웠다면…….
“알아들었어?”
주진인 경제수석은 김성웅 사장의 눈이 마치 뱀의 것처럼 느껴졌다.
자신이 잡아먹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겼다.
“알아들었냐고.”
“네.”
“그럼 가 봐.”
김성웅 사장은 주진인 경제수석의 어깨에서 손을 내렸다.
그리고 등을 툭 밀었다.
주진인 경제수석은 힘이 빠진 모습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사무실 문이 닫혔다.
“김 사장님.”
“네. 회장님.”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온화한 눈으로 돌아온 김성웅 사장.
“진짜로 그렇게 할 수 있어요?”
“뭐를 말이십니까?”
“내가 귀가 좀 밝아서요.”
“아! 들으셨습니까?”
“네.”
“하하. 그렇게 할 수 있을 리가요.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요.”
이선수에게 아니라고 말은 했어도… 사실 가능했다.
슈퍼 가든 직원 중에는 안기부 요원도 꽤 많았다. 그중 공작 및 암살을 전문으로 했던 이도 있었다.
사실 그들은 은퇴라는 것이 없는 이들이었다.
은퇴는 곧 죽음 아니면 버림받는 것뿐이었다.
그런 이들에게 새로운 삶을 준 것이다.
드림 그룹을 어렵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면 기꺼이 나설 것이다.
그리고 이선수는 곧 드림 그룹이다.
“그렇죠?”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왜 나는 진짜로 가능할 것 같은 생각이 들죠?”
“하하. 오해십니다.”
김성웅 사장은 오해를 진짜로 하는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했다.
“그리고 주진인 같은 놈들은 그런 일 안 해도 경제수석 자리에서 내려오게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요?”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 없다고 했습니다. 주진웅이 저놈 생각보다 뒤가 구릴 겁니다.”
“결격 사유를 세상에 알리겠다는 거네요.”
“네. 그러면 내려와야죠. 그리고…….”
“그리고요?”
“생각해 보니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이 딱 한 명 있었습니다.”
“그래요? 누군데요?”
김성웅 사장이 나를 빤히 쳐다봤다.
* * *
주진인 경제수석이 청와대로 돌아가서 어떤 일을 당하든지 관심은 없었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엘아이 생활건강의 인수였다.
엘아이 그룹에 다시 협상을 시작하자고 연락했다.
하지만 엘아이 그룹은 협상을 바로 시작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정부의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
며칠이 지났을 때 뉴스에 주진인 경제수석의 소식이 들렸다.
[청와대 경제수석 사표 수리.]얼마 되지도 않은 새 정부의 경제수석이 사표를 낸 것이다.
김성웅 사장에게 혹시 손을 쓴 것 아니냐고 물어봤다.
김성웅 사장은 아무 짓도 안 했다고 했다.
그렇지만 주진인 경제수석이 왜 사표를 냈는지는 알고 있었다.
* * *
“한우리 전 총리께서 대통령을 만났다고요?”
“네. 회장님. 여당 내에서도 영향력이 강한 한우리 총리께서 강력하게 주진인 경제수석의 경질을 주장하셨다고 합니다.”
한우리 총리가 이렇게 할 줄 몰랐다.
“그렇다고 대통령께서 한우리 총리의 말만 듣고 결정하신 것은 아닙니다.”
“또 뭐가 있나요?”
“국방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항의했습니다.”
“아직 소송 진행 안 했잖아요.”
“내용 증명은 보냈습니다.”
“그래도 소송은 진행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엘아이 그룹에서 주진인 경제수석의 뇌물 수수 증거를 제보한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이건 또 놀라웠다.
“엘아이 그룹이 왜?”
* * *
고한평 회장은 주진인 경제수석의 경질 기사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차용석 부회장과 고진웅 사장이 앉아 있었다.
신문을 내려놓은 고한평 회장은 혀를 찼다.
“쯧. 욕심만 가득한 놈이 어울리지 않은 자리에 앉았으니.”
그것을 본 고진웅 사장이 말했다.
“이제 엘아이 생활건강 매각을 방해하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우연인지 몰라도 한우리 전총리님과 국방부에서 같이 움직여서 다행입니다.”
“다행이지.”
엘아이 그룹이 주진인 경제수석을 제거한 것이다.
이유는 부채 비율 때문이었다.
정부가 재벌 개혁을 이유로 부채 비율을 200% 이상 되지 않게 정했다.
이것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엘아이 그룹이 부채 비율을 줄일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엘아이 생활건강을 매각해 5억 달러를 받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만 이유가 아니었다.
“감히 전자를 손대려 하다니…….”
주진인 경제수석은 엘아이 그룹의 전자를 본보기로 손보려 했다.
그 정보를 알게 된 것이었다.
“차 부회장…….”
고한평 회장의 목소리는 낮았다.
차용석 부회장에게 미안해서였다.
그리고 차용석 부회장은 왜 그렇게 부르는지 알고 있었다.
“회장님, 엘아이 생활건강… 5억 달러에 매각하는 것에 찬성하겠습니다.”
“고맙네.”
차용석 부회장은 엘아이 생활건강을 6억 달러에 매각하려고 했다.
그렇게 되면 또 협상은 평행선을 그리며 길어질 것이 분명했다.
“안타깝지만… 정부 정책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 이해해 주게나.”
“이해합니다. 제가 걱정인 것은 이선수 회장이 이것을 약점으로 삼아 더 낮은 가격을 부를 것 같아서입니다.”
“으음.”
고한평 회장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아마… 이선수 회장은 그러지 않을 거야.”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지금까지 이선수 회장이 한 것들을 보면 그럴 가능성이 크지. 선견 그룹과 거래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어.”
차용석 부회장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속 깊은 곳에 고한평 회장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도 선견 그룹과의 거래를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지난 협상에서 만난 이선수를 보고 그렇게 생각한 것이었다.
이선수는 5억 달러 밑으로 절대 말하지 않았었다.
“문제는 삼선 이동통신입니다.”
고진웅 사장의 말에 고한평 회장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독점 문제는 주진인 경제수석이 경질됐다고 해서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긴 하지.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해 걸고넘어질지도…….”
새로운 정부의 첫 번째 경제수석이 몇 달 되지도 않아 그만뒀다.
그 원인 중 하나가 드림 그룹이다.
현 정부의 눈에는 안 좋게 볼 것이 분명했다.
눈을 부릅뜨고 ‘어디 한번 걸리기만 해 봐라.’이렇게 하겠지.
“방법이 없으니 삼선 이동통신은 포기하는 것으로 하자구나.”
고진웅 사장은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자! 최대한 빨리 드림 그룹과 협상 일정을 잡아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회장님.”
* * *
주진인 경제수석의 사표 수리 소식이 나오자마자 엘아이 그룹에서 협상하자는 연락을 받았다.
최대한 빨리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다시 지난번 호텔을 협상 장소로 정했다.
지난번과 같은 인원으로 회의 테이블을 두고 마주 앉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
누가 먼저 입을 열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래서 나는 그냥 기다렸다.
인내심 싸움인가?
그렇게 느낄 때쯤 차용석 부회장이 입을 열었다.
“이선수 회장님 제가 졌습니다. 엘아이 생활건강을 5억 달러에 매각하겠습니다.”
이렇게 쉽게?
대충 짐작이 가기는 하지만.
“그리고 삼선 이동통신은 정부 규제 때문에 인수가 힘드시겠죠?”
“엘아이 그룹은 삼선 이동통신도 팔아야 하지 않나요?”
“팔면 사시겠습니까?”
“사겠습니다.”
차용석 부회장은 놀랐다.
“정말로 사시겠다는…….”
“네. 그것이 약속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정부에서 걸고넘어질 겁니다.”
“그건 걱정 안 해도 됩니다. 드림 그룹에서 인수할 것이 아니니까요.”
“그럼… 인수할 다른 기업을 찾아 놓으셨다는…….”
감동?
이선수의 능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것에 대한 놀라움?
“해외 기업이 인수할 겁니다. 퓨쳐 컴퍼니라는 싱가포르 회사입니다.”
퓨쳐 컴퍼니.
싱가포르 국적의 제임스가 대표인 회사다.
당연히 제임스는 이정석 선배의 영어 이름이다.
그 누가 조회해도 싱가포르 국적의 사람이 대표인 것이다.
즉, 한국 정부에서 어떻게 할 수 없다.
“5천만 달러라고 말해 놨습니다.”
현재 환율로 1,100억 원 정도다.
“감사합니다. 그럼 협상은 끝난 것이군요. MOU 작성하고 실사를 진행하시죠.”
이게 정상이다.
기업 실사를 한 후 문제가 있다면 인수를 취소할 수 있다.
하지만 실사를 안 해도 된다면.
“엘아이 생활건강 인수에 한 가지 조건을 더 걸겠습니다.”
차용석 부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리한 조건만 아니라면 들어줄 수 있었다.
“그 조건을 들어준다면 인수 대금은 6억 달러로 하겠습니다.”
차용석 부회장은 또 놀랄 일이 있나 싶었다.
그런데 1억 달러나 더 올려 부르는 이선수 때문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선수 회장님… 어떤 조건이든 받아들이겠습니다.”
1억 달러가 엘아이 그룹에 더 들어오면 부채 비율이 더 낮아진다.
차용석 부회장은 어떻게 해서든 1억 달러를 더 받아낼 생각이었다.
“약속하신 겁니다.”
“네. 약속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