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92)
꿈꾸는 재벌 92화(92/249)
92. 가치 있는 이들
1억 달러의 가치.
그것이 무엇일까?
난 차용석 부회장이란 사람에게 그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엘아이 그룹이 주진인 경제수석의 비리를 제보했다는 말을 듣고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
그래서 김성웅 사장이 조사했다.
그 조사 중에는 차용석 부회장에 관한 내용도 있었다.
엘아이 생활건강을 매각한 후 은퇴하겠다는.
“차용석 부회장님께서 최소 10년 동안 엘아이 생활건강을 맡아 주는 조건입니다.”
“…….”
이런 조건인 줄은 몰랐겠지.
엘아이 생활건강이 그대로 엘아이 그룹에 있었다면 차용석 부회장의 지휘 아래 엄청난 성장을 이루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차용석 부회장이 없는 엘아이 생활건강은 어떻게 될까?
물론, 내가 개입한다면 어느 정도는 비슷하게 성장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계속 개입할 수 없다.
“이선수 회장님! 지금 뭐하는 겁니까!”
고진웅 사장이 화를 내며 끼어들었다.
“차용석 부회장님은 엘아이 그룹 사람입니다. 그런 조건은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고진웅 사장님… 이 조건을 받아들이겠다고 한 사람은 차용석 부회장님입니다.”
“아니죠. 이건 엘아이 그룹과 하는 협상입니다. 5억 달러로 협상을 끝냈으면 합니다.”
“잠깐만…….”
차용석 부회장이 고진웅 사장을 막았다.
“이선수 회장님… 왜 1억 달러나 더 주면서 나를 데려가려고 하는 겁니까?”
“이유는 간단합니다. 차용석 부회장님보다 엘아이 생명과학을 더 잘 이끌 사람이 없다고 판단했으니까요.”
드림 그룹의 가장 큰 문제점.
회사를 인수해 믿고 맡길 인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쩔 수 없다.
다른 그룹처럼 수십 년 기업을 경영하며 인재를 키우지 않아서다.
드림 건설이야 내가 근무했던 곳이니 누가 인재인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엘아이 생활건강은 아니다.
“전문 경영인을 고용해도 되지 않습니까. 1억 달러보다는 싸게 먹힐 것 같은데요.”
“물론, 그럴 수 있겠죠. 하지만 전 그 어떤 전문 경영인보다 차용석 부회장님이 엘아이 생활건강을 제대로 경영할 것을 믿습니다. 그리고 10년 동안 1억 달러 정도도 이익을 내지 못하실 겁니까?”
1억 달러가 뭐야.
IMF를 극복하면서 매년 1조 원 넘게 이익을 내면서 성장한다.
지금 1억 달러 투자해서 5년 넘게 1조 원 이상 이익을 낸다면 남는 장사다.
그때는 환율이 아무리 높아 봐야 1,300원을 넘지 않으니까.
“설마 엘아이 생활건강을 가지고 1억 달러 이익을 내실 자신이 없으신 겁니까? 그것도 10년 동안인데?”
일부러 자극하는 것이다.
그런데 차용석 부회장은 내 도발에 넘어오지 않았다.
“5년 안에 1억 달러 이익을 내 주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이선수 회장님.”
역도발이네.
“자신 있으신가 보네요.”
“솔직하게 IMF 때문에 그룹 사정이 나빠지지만 않았다면 그렇게 할 자신이 있습니다.”
그냥 나빠진 것이 아니라 부채 비율을 줄여야 했다.
이익이 조금 나거나 나지 않는 계열사는 당연히 정리해야 했다.
이익이 나더라도 부채를 줄여야 하니 매각할 수도 있었다.
또한, 부채 비율을 줄이느라 과감한 투자도 할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엘아이 생활건강도 부채 비율이 450%인 것은 아십니까?”
“알고 있습니다.”
이건 재무제표만 봐도 아는 것이니까.
“100% 미만으로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투자도 가능합니까?”
이건 차용석 부회장이 조건을 말하는 것이다.
“당연히 가능합니다.”
차용석 부회장은 고진웅 사장에게 고개를 돌렸다.
“고 사장… 내가 엘아이 그룹에서 할 일은 다 끝난 것 같네.”
“부회장님!”
“아는지 모르겠지만, 회장님에게는 미리 말씀드렸네. 엘아이 생활건강을 매각하면 은퇴하겠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엘아이 생활건강을 떠나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몰랐어. 그래서 은퇴하겠다고 한 거야.”
힘들게 키운 엘아이 생활건강에 애착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엘아이 생활건강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허무했다.
그런데 엘아이 생활건강을 떠나지 않을 수 있다.
“이선수 회장님께서 감사하게도 나를 1억 달러의 사나이로 만들어 줬어.”
차용석 부회장이 씨익 웃었다.
“한국 역사상 1억 달러나 주고 데려오는 전문 경영인은 없었지 않나 싶어. 그리고 엘아이 그룹에게 마지막으로 도움이 된 것 같아 좋네.”
6억 달러면 엘아이 그룹의 부채 비율을 쉽게 낮출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엘아이 그룹 사람이네.”
차용석 부회장이 나를 쳐다봤다.
“그 조건 약속대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이선수 회장님.”
“감사합니다. 차용석 부회장님.”
“그리고 한 가지 더 약속하겠습니다.”
“어떤 약속을?”
“드림 그룹 사람이 되는 순간 최선을 다해 일하겠습니다.”
엘아이 그룹과 선을 긋는 거네.
내가 사람을 잘 본 것 같았다.
뭐, 엘아이 그룹과 선을 안 그어도 상관없었다.
엘아이 생활건강의 경영을 맡기는 것뿐이다. 그룹 감사팀이나 재무팀에서 항상 지켜볼 것이니까.
“알겠습니다. 이제 협상 마무리하시죠.”
“그러시죠.”
고진웅 사장은 할 말이 많아 보였다.
하지만 차용석 부회장이 그렇게 하겠다는데 막을 수는 없는 것 같았다.
이제 엘아이 생활건강이 내 손에 들어오게 됐다.
IMF가 시작되고 첫 번째로 인수하게 된 기업이다.
* * *
고한평 회장은 아쉬운 표정으로 차용석 부회장을 바라봤다.
“그렇게 보셔도 결정한 일을 되물리지 않을 겁니다. 회장님.”
“알고 있네. 한번 정한 일은 잘못된 일이 아닌 이상 취소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서 은퇴하기로 한 것을 번복한 것은…….”
고한평 회장이 아쉬워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엘아이 생활건강에서 물러나는 것 때문에 은퇴하려고 한 것입니다. 엘아이 생활건강에서 일할 수 있으니 은퇴할 이유도 사라진 것입니다.”
고한평 회장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냥 엘아이 생활건강을 매각하지 말까?”
“무슨 소리이십니까?”
“5년 안에 5억 달러를 벌 수 있다고 했다면서.”
“회장님… 이건 미련입니다. 지금 당장 엘아이 그룹을 생각하십시오.”
“알고 있네. 하지만 그만큼 자네가 아쉬워서 그러네.”
차용석 부회장은 미소 지었다.
“만날 때와 헤어질 때가 있다는 것을 아시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해서 아예 인연을 끊고 살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당연한 것 아닌가? 우리가 함께한 세월이 얼마인데…….”
“하지만 일 관계는 철저하게 할 겁니다.”
고한평 회장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 모습이 차용석이지.”
그리고 차용석 부회장을 부드러운 눈빛으로 봤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뭐가 고맙다고 그러십니까.”
“그 오랜 시간 동안 엘아이 그룹에 있으면서 일해 줘서 고맙고…….”
“그리고요?”
“가장 어려운 순간에 조금이라도 엘아이 그룹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 이런 결정을 해 준 것도 고맙네. 1억 달러의 사나이.”
최용석 부회장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1억 달러의 사나이란 말은 안 하셨으면 합니다. 소름 돋습니다.”
“하하. 부끄러워하기는…….”
곧 웃음을 멈춘 고한평 회장은 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네가 힘써 준 것을 잊지 않겠네. 그리고 이선수 회장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해 줬으면 해.”
“그래야죠. 1억 달러란 돈은 절대 작은 돈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언제든 엘아이 그룹과 함께할 일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진행하게. 반갑게 검토할 테니까.”
“무조건 해 준다는 말은 안 하시네요.”
“자네나 이선수 회장이 말도 안 되는 일을 진행하지는 않을 것은 알지만, 그래도 이익은 나야 하지 않겠어?”
“서로 도움이 되는 일이어야 한다는 말이군요.”
“어느 정도는 이익이 적어도 감안할 생각이기는 하지.”
“감사합니다.”
“이거 벌써 섭섭한데? 이제 드림 그룹 사람이라는 건가? 감사하다는 말이 쉽게 나오네.”
“하하. 네. 이제 드림 그룹 사람입니다.”
고한평 회장과 차용석 부회장은 같이했던 그동안을 좋은 추억으로 남길 수 있었던 것 같았다.
* * *
엘아이 생활건강의 인수는 순조로웠다.
차용석 부회장… 아니, 이제는 대표지.
차용석 대표가 그대로 엘아이 생활건강을 경영해서였다.
실사도 거의 할 필요가 없었다.
재무팀과 인사팀에 김성웅 사장이 선별한 직원이 파견됐다.
차용석 대표도 그 정도는 이해했다.
삼선 이동통신도 퓨쳐 컴퍼니가 5천만 달러를 주고 인수하는 계약을 끝냈다.
이제 조용히 또 다른 회사가 매물로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IMF가 터졌다고 해서 갑자기 부도나는 회사가 많이 나오지 않는다.
실질적인 부도는 1998년 올해 안에 많이 난다.
재벌 개선을 목표로 잡은 것 때문이었다.
그 많은 부채를 단기간에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건 기다리면서 상황을 보면 되는 것이고.
한우리 총리가 나를 만나고 싶다는 연락을 해 왔다.
* * *
“오래간만입니다. 총리님.”
한우리 총리는 손을 내저었다.
“총리라니요. 이제 뒷방 늙은이입니다. 이선수 회장님.”
“뒷방 늙은이는 아니신 것 같은데요? 김중대 대통령님을 만나셔서 드림 그룹 편을 들어주셨다면서요.”
이것 때문에 한우리 총리가 만나자고 한 것을 거절하지 않았다.
내 편인데.
“약속을 지킨 것뿐입니다.”
지난번 한 약속을 제대로 지키네.
“그리고 이선수 회장님께 부탁이 있습니다.”
“부탁이요?”
“네.”
한우리 전 총리의 부탁이라.
조금 긴장된다.
이래서 인맥이 형성되면 서로 도와주는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무리한 것은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어떤 부탁이신지?”
“정부를 상대로 하는 1억 2천만 달러 소송을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비비 인더스트리와 국방부 소송이네.
“대금을 못 받았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선수 회장님께서 많은 것을 양보하셨다는 것도요.”
일부러 주문을 많이 하게 하고 대금을 늦게 받게 한 것을 알고 있었다.
한우리 전 총리는 이선수와 드림 그룹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항상 주시하고 있었다.
그래서 주진인 경제수석이 이선수를 만난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이제 막 시작한 정부가 대금 지급을 하지 못해 소송이 진행되면 신뢰가 떨어집니다.”
건드렸으면 그런 정도 피해는 감수해야 하지 않나?
“그냥 하시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무슨 말이신지?”
“현 정부가 드림 그룹에 범법적이 행위가 없다면 그 어떤 일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습니다.”
그러니까 정부가 억지로 압박하는 일이 없다는 거네.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었다.
“범법적인 행위라는 것은 해석하기 나름 아닌가요?”
“아닙니다. 명확하게 범법적인 행위라는 것이 밝혀지지 않는 한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한우리 전 총리께서 드림 그룹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주시겠다는 건가요?”
한우리 전 총리는 웃었다.
이선수의 말대로였다.
“이선수 회장께서 약속을 지키신다면 언제까지나 든든한 후원자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말해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처럼 들렸다.
“사실 이번에 나선 것도 드림 텔레콤의 통신요금 정책 때문입니다. 약속을 지키기 시작했다고 생각될 정도더군요.”
한우리 전 총리는 자신이 아는 사람들을 동원해 드림 텔레콤이 무제한 통화 요금제를 실행했을 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조사했다.
핸드폰은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대세처럼 굳어져 가고 있었다.
편리하니까.
그 편리함을 누리기 위해서는 대가가 필요했다.
요금이라는 대가.
그런데 드림 텔레콤은 통신시장 과점 기업으로 더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포기했다.
가뜩이나 IMF 때문에 힘든 사람들에게 통신비를 절약할 수 있게 해 준 것이다.
“또한, 퓨쳐 컴퍼니란 싱가포르 회사도 정부는 문제 삼지 않을 겁니다.”
나는 한우리 전 총리가 퓨쳐 컴퍼니가 어떤 회사인지 알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뭐, 문제 삼아도 결국에는 이선수 회장님께서 이기시겠지만… 불편하고 짜증 나는 시간이 생길 수 있겠지요.”
그의 말대로다.
정부가 걸고넘어지면 그것을 타개하느라 시간이 걸릴 것이다.
법정 싸움까지 가는 것은 물론, 싱가포르 고척 총리의 힘을 빌려야 할지도 모른다.
정부가 배 째라 식으로 나온다면 외교 문제로 만들어야 하니까.
“어떻게 소송은 안 하시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이렇게까지 해 준다는데 소송한다면 바보다.
1억 2천만 달러 소송보다 한우리 전 총리의 도움이 더 큰 이익이다.
“하지만 지연 이자는 받을 겁니다.”
“당연히 받으셔야지요. 법적으로도 줘야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오늘 바쁘신가요?”
“이선수 회장님 만날 생각에 다른 일정은 잡지 않았습니다.”
“그럼 식사 같이하시겠습니까?”
한우리 전 총리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정말이십니까?”
“네.”
“전 대통령은 물론, 현 대통령과도 식사 한번 안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 사람들은 제 편이 아니었으니까요.”
한우리 전 총리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저는 이선수 회장님 편이라는 것인가요?”
“이렇게 도움 주시는 분이 제 편이 아니면 누가 제 편일까요?”
“기분이 좋군요.”
“그럼 가시죠. 제가 잘 아는 백반집 있습니다.”
“백반이요?”
“혹시 비싼 한정식 기대하신 것은 아니시겠죠?”
한우리 전 총리는 또 웃었다.
“아닙니다. 이선수 회장님과 같이 식사하는 것만으로도 좋습니다.”
“생각보다 잘 나옵니다. 주인 아주머니가 전라도 분이시거든요.”
“좋지요. 백반이라… 집밥 느낌이 나겠군요.”
한우리 전 총리도 집밥 느낌 나는 백반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가격 보시면 깜짝 놀라실 겁니다.”
“얼마입니까?”
“가서 보시죠.”
나는 한우리 전 총리 그리고 김성웅 사장과 함께 식사를 하러 갔다.
내 편… 아니, 우리 편만 모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