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95)
꿈꾸는 재벌 95화(95/249)
95. 전화위복
헛소리를 들었나?
아니면 귀가 이상한 것인가?
고정민 사장이 느낀 것이었다.
양주 임대 아파트를 다 부수고 다시 지으라니.
하지만 이선수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회장님 아시지 않습니까. 이 정도는 하자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보강 공사만 하면 됩니다.”
고정민 사장의 말대로였다.
기둥은 하중을 견디는 오차 범위 안에 있다.
그래도 불안하다면 기둥을 조금 더 두껍게 하면 된다.
층간 소음은 바닥에 완충제를 넣어 두껍게 만들면 된다.
“그래도 되겠죠. 하지만 이건 본보기입니다.”
“본보기요?”
“네. 설계한 약속대로 짓지 않으면 처음부터 다시 짓겠다는 본보기요.”
“회장님… 그 본보기 때문에 최소 수백억 원… 아니, 1천억 원 이상 손실을 볼 수 있습니다.”
예전부터 했던 생각이 있었다.
아니, 미래에 한 생각인가?
꿈에서 했었으니까.
아파트 층간소음 때문에 싸운다. 법정까지 간다.
심지어 살인까지 일어난다.
뭐 층간소음 가지고 그러냐고 말한다면…….
층간소음 당사자가 되어 보면 알 것이다.
“돈으로 보면 손실이겠죠. 하지만 난 손실이라고 생각 안 합니다. 드림 건설에 입주하는 입주민마다 행복을 느끼게 해 주고 싶습니다.”
물론, 다른 이유로 행복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아파트 문제 때문에 고통받지 않았으면 했다.
“드림 건설에서 지은 아파트는 곧 좋은 아파트라는 인식이 생기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드림 건설의 아파트를 선택할 겁니다.”
“맞는 말씀입니다만…….”
아무래도 고정민 사장은 손실이 아까운 것 같았다.
“고정민 사장님.”
나는 표정을 굳혔다.
고정민 사장도 표정이 굳어졌다.
“오차 범위 안에 있다 해도 하자는 하자입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조금씩 더 큰 하자를 만들어 냅니다. 삼두 건설일 때 고정민 사장님이 직접 보시지 않았던가요?”
고정민 사장은 충격을 받았다.
잊고 있었다.
드림 건설이 더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런 생각으로 일했다.
그것이 이선수가 자신에게 준 믿음에 보답하는 것이니까.
“한 번 봐 주고… 그것이 빌미가 되어 두 번 봐 주고… 그러다가 결국, 사고가 납니다. 아파트가 무너지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합니까.”
설마요.
그렇게 대답하려던 고정민 사장은 입을 다물었다.
그런 일이 안 일어나면 좋겠지만, 세상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지금까지 지은 임대 아파트 전수 조사 들어가세요.”
고정민 사장은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전수 조사라면…….”
“만약, 하자가 있다면 재시공할 겁니다.”
“회장님 그건 안 됩니다. 수많은 문제가 발생할 겁니다.”
“그 문제를 만든 것은 드림 건설입니다. 처음부터 제대로 시공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문제입니다.”
“이미 입주한 주민들은 어떻게 하시려고요.”
“다른 곳에 머물 공간을 마련해 주면 됩니다. 물론, 모든 비용은 드림 건설에서 부담하고요.”
이건 회사 망하라고 하는 일이나 다름없었다.
“회장님, 이곳 양주 현장은 철거후 재시공에 들어가겠습니다. 하지만 이미 완공되어 입주한 임대 아파트는 철저하게 검사 후 보수 공사로 마무리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아니요. 이건 타협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회장님… 그렇게 하면 드림 건설은 적자로 돌아설 겁니다.”
“잘못했다면 어쩔 수 없죠. 그렇다고 해서 구조조정 같은 것은 없습니다. 이건 그룹 회장인 내가 제대로 하지 못해 일어난 일이니까요.”
잘못한 몇몇 이들 때문에 모든 직원을 똑같은 놈 취급할 생각은 없었다.
분명 열심히 일한 직원이 더 많을 테니까.
“얼마를 손해 보든 책임은 드림 그룹이 집니다.”
계열사가 잘못했으면 그룹 본사도 그 책임을 져야지.
“제대로 조사해서 보고하세요.”
나는 몸을 돌렸다.
“임 대표님 그룹 본사로 가요.”
고정민 사장과 감리팀 등은 나를 향해 고개만 숙일 뿐 따라오지 않았다.
고정민 사장이 허탈한 표정으로 그냥 있어서였다.
* * *
고정민 사장은 드림 건설의 모든 공사를 중단했다.
그리고 설계대로 시공했는지 전수 조사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한 것은 임대 아파트였다.
용산에 임대 아파트가 가장 먼저 지어졌다.
그곳이 시작이었다.
그리고 강도우 소장이 현장소장으로 있었던 공사 현장은 더욱더 철저하게 조사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강도우 소장이 임대 아파트 현장소장으로 일한 것은 양주가 처음이라는 것이었다.
삼두 건설 시절 수주받았던 2건의 공사에 강도우가 현장소장으로 있었다.
산업단지 안의 공장 건설이었다.
드림 건설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전수조사를 해서인지 생각보다 빠르게 전수조사가 끝났다.
* * *
“이 새끼는 업무상 배임과 횡령으로 고소하고… 양주 현장 손해배상 청구까지 해.”
강도우 소장의 비리 보고서를 본 고정민 사장은 욕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개 버릇 남 못 준다고.
그가 관리했던 모든 현장에서 비리가 있었다.
철근 바꿔치기와 설계대로 철근 넣지 않는 것은 기본이었다.
시멘트도 물을 타서 공사했다.
“돈 준 업체들도 같이 고소하고.”
철근을 몰래 가져가고 강도우 소장에게 돈을 준 업체부터.
물을 탄 만큼 남은 시멘트를 다른 곳에 팔아서 돈을 준 업자까지.
거기에 작은 하도급 공사를 임의로 특정 회사에게 몰아 줘서 받은 리베이트도 있었다.
“얼마나 해쳐 먹었길래…….”
강도우 소장의 재산이 어마어마했다.
자신과 부인 그리고 자녀 명의로 된 것만 20억 원이 넘었다.
다른 곳으로 흘러 들어간 돈도 있었다.
사촌 동생 명의로 돌려놓으면 못 찾을 줄 알았나?
양주 현장 손해배상액만 최소 5백억 원이다.
강도우 소장을 철저하게 알거지로 만들 생각이었다.
그렇게 해야 본보기를 제대로 보여 준다.
“삼두 건설 시절 비슷한 일을 하다가 경고 먹은 소장들도 다시 조사해.”
삼두 건설에서 그대로 넘어온 현장소장이 강도우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대충 지시를 다 내린 고정민 사장은 임대아파트 전수조사한 보고서를 다시 꼼꼼하게 살폈다.
놓친 것이 없는지 다 살핀 고정민 사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다행이네.”
가장 많은 돈이 들어간 용산 임대아파트는 설계대로 완벽하게 시공됐다.
아무래도 이선수가 직접 신경 쓴 곳이니 공사도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막 완공됐거나, 완공 직전인 임대 아파트 대부분이 설계대로였다.
하지만 최근 6개월 이내 시작한 임대 아파트 한 곳이 설계와 다르게 시공됐다.
어떻게 보면 오차범위 안에 있다 말할 수 있었다.
“그래도 회장님 기준에는 하자이니…….”
이선수를 속일 생각은 없었다.
있는 그대로 보고할 생각이었다.
양주 현장과 남양주 현장 두 곳을 다시 시작해야 했다.
추정되는 손실 비용만 1천억 원을 가뿐하게 넘겼다.
그것뿐인가.
전수조사 때문에 중단된 공사 현장 비용도 무시 못했다.
“이 손실을 이대로 둘 수는 없지.”
고정민 사장은 책상 위의 인터폰을 눌렀다.
[네. 사장님.]“홍보 이사… 아니, 홍보팀 전원 회의실로 모이라고 해 줘요.”
[언제까지 모이라고 할까요?]비서의 말에 고정민 사장은 바로 말했다.
“지금 당장.”
* * *
[IMF 시대에 미친 짓인가?] [돈 지랄인가? 안전 지랄인가?] [드림 건설 2천억 원대 손실 확정.]아주 자극적인 기사 제목이다.
부정적인 내용일 것만 같은 기사였다.
하지만 내용은 달랐다.
[드림 건설은 현장에서 자재를 빼돌린 강 모 소장의 비리를 포착하고…….]강도우 소장의 비리로 시작한 기사는.
[전수조사를 통해 조금이라도 설계대로 시공되지 않은 아파트는 과감하게 허물고 다시 공사하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은…….]“여기서 왜 제 이야기가 나오는거죠?”
나는 김성웅 사장에게 물었다.
“회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다면서요. 조그마한 하자도 하자다. 드림 건설은 하자와 타협하지 않는다.”
“비슷한 말을 하기는 했어도… 이런 말을 기사에 넣을 정도면 나에게 허락은 몰라도… 말은 했어야 하지 않나요?”
“아! 죄송합니다. 고정민 사장이 급하게 진행하느라 저에게 말하기는 했습니다. 제가 깜빡하고 회장님에게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깜빡이 아닌 것 같은데.
일부러 말하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내 이야기는 절대 넣지 말라고 할 줄 알고 그런 거죠?”
“크흠. 아닙니다.”
맞네.
“그래서 반응은 어떤 것 같아요?”
신문과 뉴스로만 봤다.
인터넷이 더 발달한 시대였다면 반응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을 텐데.
“꽤 긍정적인 것 같습니다.”
“확실해요?”
“확실합니다. 가장 긍정적인 곳은 드림 건설 직원들입니다.”
“…….”
내가 왜 그러냐는 듯한 표정을 짓자 김성웅 사장이 말했다.
“구조조정은 없다. 책임은 내가 진다. 캬아. 멋지십니다.”
“하아. 그것까지 고정민 사장이 말했어요?”
“아닙니다. 같이 있었던 직원들이 말을 옮긴 것 같습니다.”
“당연한 말을 했을 뿐입니다.”
“그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생각하는 회사가 더 많습니다. 회장님.”
“그 회사들은 모르겠고… 드림 그룹은 아닙니다.”
“그래서 그룹 내의 직원들 사기가 하늘을 찌릅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룹 회장이 직원을 책임지겠다고 했다.
더군다나 엄청난 손실이 난 상황이었다.
사실 IMF가 일어나고 드림 그룹 직원이라고 해서 불안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한국 경제 전체가 불안한 상황이다.
드림 그룹도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일반 직원이 이선수가 2백억 달러 이상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리가 없으니까.
“직원들의 좋은 분위기가 회사를 넘어 밖에까지 퍼져 긍정적인 반응입니다.”
드림 그룹 계열사 직원만 1만 명 정도다.
자회사와 거래처까지 하면 수만 명이 관여되어 있다.
그들에게 드림 그룹은 믿을 만한 회사였다.
그리고 드림 건설에서 짓는 아파트는 가족이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처럼 인식되기 시작했다.
“어쨌든 앞으로 제 이야기는 허락 받고 기사 내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고정민 사장 의도대로 됐으면 좋겠네요.”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고정민 사장이 왜 기사를 냈는지 알 것 같았다.
조금이라도 손실을 만회하려고 한 것이겠지.
좋은 일이다.
어차피 일어날 수밖에 없는 손실을 이용해 기업 이미지를 홍보한다.
수백억 원짜리 광고보다 낫다.
* * *
“고정민 사장님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내 말에 고정민 사장은 활짝 웃었다.
“다 회장님 덕분입니다.”
드림 건설에서 올라온 보고서를 본 나는 고정민 사장을 호출했다.
“3천 세대 짓는데 문의가 10만 건이 넘는다니…….”
임대 아파트는 양주와 남양주를 합쳐 1,432세대였다.
나머지는 일반 아파트였다.
그것도 드림 건설에서 자체로 짓는 아파트.
“왜 선분양 안 하느냐고 난리입니다.”
드림 건설의 아파트는 후분양이다.
아파트를 다 짓고 난 후 분양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금이 항상 많이 들어간다.
덕분에 동시에 많은 아파트를 짓지 않아서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외국 지사에 놔둔 달러로 감당이 가능했다.
“이번 기회에 일부라도 선분양으로 전환하는 것은 어떠신지.”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드림 건설은 후분양으로 갑니다. 품질로 승부 볼 겁니다.”
고정민 사장은 씨익 웃었다.
이선수가 어떤 답을 낼지 알면서도 물은 것이었다.
“분양 문의를 받는 전문팀을 만들어야 할 것 같은데… 고 사장님 의견은 어떠세요?”
10만 건이 넘는 문의는 다 드림 건설 본사로 온 것이었다.
사실 10만 건이 넘는다.
친절하게 응대하라는 지시가 내려오면서부터 누구에게 언제 문의 전화가 왔는지 기록하기 시작했다.
미래의 고객님이시니까.
덕분에 온종일 다른 일은 못 하고 전화만 받아야 하는 직원도 생겼다.
“그렇지 않아도 회장님 말씀처럼 전문팀을 만들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본사 직원 100명 가까이가 전화만 받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고정민 사장님.”
“별말씀을요. 제 생각을 깨우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뭐를 깨우쳐 줘요?”
고정민 사장에게 더 자세하게 물으려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핸드폰이 진동해서였다.
내 직통 핸드폰 번호를 아는 사람은 몇 명 없다.
한우리 전 총리였다.
“고 사장님, 중요한 전화라서…….”
“네. 그럼.”
고정민 사장이 나갔다.
나는 전화를 받았다.
“한우리 고문님 어쩐 일로 전화를…….”
전 총리라고 계속 부르기 모호했다. 그래서 어떻게 불렀으면 좋겠느냐고 물었더니 고문으로 부르라고 했었다.
[고마워서 전화했어요.]“고맙다니요?”
내가 한우리 총리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을 무언가를 했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