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96)
꿈꾸는 재벌 96화(96/249)
96. 잠깐의 휴식
[국민의 생명을 허투루 생각하지 않는 이선수 회장께 고마울 수밖에요.]바로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혹시 드림 건설 때문에…….”
[맞아요. 이 늙은이가 노파심에 이선수 회장을 완전히 못 믿고 나름대로 조사 좀 했어요.]서늘하네.
항상 내 편 돼 줄 것처럼 말하더니.
믿지 못하고 뒤로 조사까지 하네.
[진짜로 양주 임대아파트 현장을 허물었더군요.]당연히 철거를 시작했다.
하루라도 빨리해야 다시 공사를 시작하니까.
[손해를 보더라도 안전에는 양보가 없다. 정말 감동했어요.]“감동까지…….”
나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감동할 일이지요. 약속을 생각한 것 이상으로 지켜 주시니까요. 이런 사람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요.]“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내 대답이야 항상 똑같다.
정도.
올바른 길.
그런 길을 가도록 노력하는 것뿐이다.
아! 물론, 상대방이 정도를 걷지 않고 공격하는데 혼자서 정도를 고집할 생각은 없었다.
[덕분에 내게 힘이 더 실리게 됐어요. 하하.]“힘이 실리다니요?”
[사실 나 혼자 이선수 회장을 지지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내 뜻을 밝히고 나와 함께 이선수 회장을 지지할 사람을 모으고 있어요.]이건 또 무슨 말인가 싶었다.
[이선수 회장의 그간의 행보를 보고 들은 이들 중에는 내 제안을 바로 수락한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눈치를 보며 중립을 지켰어요.]한우리 고문이 아무리 정치권에서 영향력이 있다 해도 한계가 있었다.
한두 번은 통할지 몰라도 계속 통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한우리 고문은 자신과 뜻을 같이할 이들을 모았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신의 권력과 이익을 가장 우선하는 정치인들을 끌어들이는 것.
[그런데 이선수 회장께서 제대로 명분을 줬습니다. 하하.]정치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무엇일까?
경찰? 검찰?
아니다. 여론일 것이다.
그들 대부분이 국민의 투표로 인해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에 앉게 된다.
그런데 드림 건설이 엄청난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국민의 안전을 위하는 기업으로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와 함께 뜻을 같이하기로 한 이들이 더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됐어요. 아! 물론, 그나마 깨끗한 이들로 선별했어요.]이런 것을 왜 내게 전화해서 말하나 싶었다.
그냥 약속한 것을 지키는 것뿐인데.
“혹시 정치자금이 필요한 것이라면… 미안하지만, 드림 그룹은 정치자금을 줄 생각이 없습니다.”
[아! 이거 이선수 회장께서 오해할 만한 말을 한 것 같네요. 정치자금은 절대로 요구하지 않을 겁니다. 혹시라도 그런 사람이 찾아오면 내게 말해 줘요. 내가 따끔하게 혼내 줄 테니.]“그렇다면야…….”
[더 통화하면 이선수 회장께서 더 오해하실 것 같아 그만해야겠군요. 정말로 고마워요. 이선수 회장.]“고마워 안 하셔도 됩니다. 그럼 끊습니다.”
전화를 끊었다.
너무 단호했나 싶었다.
하지만 별것도 아닌 것으로 전화까지 하는 것은 좀 그랬다.
“머리가 아프네.”
요즘 스트레스를 좀 받아서 그런 것 같았다.
똑똑.
비서가 인터폰으로 누가 왔다고 알리지 않고 들어올 사람은 두 명뿐이다.
김성웅 사장과 임강민 대표.
김성웅 사장이 들어왔다.
“회장님 기하 자동차 관련 자료…….”
왜 말하다 말지?
“회장님!”
김성웅 사장 말이 메아리처럼 들렸다.
그리고 앞이 어두워진다.
* * *
삐. 삐…….
이 소리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익숙하게 들은 것이다.
환자가 누워 있고…….
환자?
이건 꿈인가?
아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나는 꿈을 꿨다.
아쉬운 것은 진짜 일반적인 꿈이었다.
드림 그룹 회장이 아닌 일개 직원으로 드림 텔레콤에서 일했다.
혹시…….
드림 그룹 회장이 된 꿈을 꾼 것인가?
삼두 건설에서 죄를 뒤집어쓰고.
러시아로 가서 푸틴을 만나.
삼두 건설을 시작으로 드림 그룹을 만든 것.
이 모든 것이 꿈이었나?
허탈했다.
“김 박사님… 어떻습니까?”
김성웅 사장 목소리네.
이 목소리는 잊을 수 없지.
혹시 김성웅 사장도 다른 사람인가?
드림 그룹 사장이 아닌…….
“크게 걱정하실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단순, 과로입니다. 최근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셨나요?”
“겉으로는 그렇게 안 보이셨지만…….”
“영양 잡힌 식단으로 관리하시면서 운동도 좀 하시면 좋아지십니다. 운동은 하시나요?”
“최근에는 운동도 못 할 정도로 바쁘셨습니다.”
“건강이 최고입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드림 그룹을 이끄는 아주 중요하신 분이신데.”
“김 박사님 말이 맞습니다. 제가 그동안 이런 쪽에는 신경을 못 쓴 것 같습니다.”
드림 그룹?
꿈이 아니었구나.
그동안 꿈이 아닌 현실에서 드림 그룹을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자 긴장이 풀렸다.
그룹 회장과 아무것도 없는 일반인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난다.
그리고 그렇게 고생하고 노력한 것이 꿈이었다면 정말 실망했을 것이다.
그런데 왜 눈이 안 떠지지?
“그런데 회장님께서는 왜 안 일어나시는 것인지…….”
“좀 더 주무시라고 안정제를 놔 드려서 그렇습니다.”
“알겠습니다.”
“곧 일어나실 겁니다.”
김 박사인지가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김성웅 사장의 목소리도.
“죄송합니다. 회장님… 제가 제대로 신경 쓰지 못했습니다.”
김성웅 사장님이 죄송할 일은 아니죠.
“일단 집부터 옮기겠습니다.”
아직 예전 드림 건설 건물 맨 꼭대기층에 살고 있었다.
잠만 자는 곳이다.
“멀리 안 나가셔도 되도록 집 안에 운동 시설을 갖추겠습니다.”
그건 좋네.
“자연과 가까이 있는 것처럼 잔디를 깐 마당에 과실수를 심고 꽃도 잘 심어 놓겠습니다.”
이것도 괜찮은 것 같았다.
“아! 연못도 하나 만들면 좋겠군요.”
관상용 잉어라도 넣어 놓을 생각인가?
“멀리 못 가시니 가끔 낚시도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건 아닌 것 같았다.
낚시에 취미가 있다면 몰라도 난 낚시를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다.
“균형 잡힌 영양식을 드실 수 있도록 전문 영양사를 고용하겠습니다. 물론, 요리사와 집안일을 해 줄 고용인들도 있어야겠지요.”
저기요.
그런 것 다 하려면 집이 얼마나 넓어야 하는지 아세요?
“대지 1,000평에 집은 300평 정도로 할까 생각합니다.”
혹시 나도 모르게 말한 건가?
저렇게 넓은 집이라면 서울이 아닌 양주나 남양주, 양평쯤 되지 않을까 싶었다.
“성북동이나 홍제동…….”
홍제동은 몰라도 성북동은 안다.
정말 부자들만 사는 동네라고.
“아니면 양재동이나 한남동도 좋습니다.”
다 근처에 산이 있는 동네다.
도대체 얼마짜리 집을 만들려고 하는 것인지.
“예산은 500억 정도 잡으면 될 것 같습니다.”
미쳤어요?
이런 말보다 ‘생각보다 적게 드네.’란 말이 먼저 떠올랐다.
1천억 원은 가볍게 넘기지 않을까 싶었는데.
요즘 수천억 원은 가볍게 결제해서 이런 생각이 드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생각해 보니 1998년에는 김성웅 사장이 말한 곳의 땅값이 평당 4천만 원이 안 되는 것 같았다.
성북동 기준인가 싶기도 했다.
성북동에서 100평이면 40억 원이다.
“이왕이면 양재나 한남이요.”
“회장님?”
“고속도로 타기도 좋고 그룹 본사와도 가깝잖아요.”
“괜찮으십니까?”
“괜찮은 것 같아요.”
“정말 다행입니다.”
김성웅 사장이 핸드폰을 꺼냈다.
“왜 말하다 말고 핸드폰을…….”
김성웅 사장은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회장님 깨어나셨습니다.”
“누구에게 전화한 거예요?”
혹시 어머니?
등짝 맞을지도 모른다.
드르륵.
병실 문이 열리고 고정민 사장부터 페트로프 대표, 임강민 대표, 이성준 사장 등 계열사 사장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괜찮으십니까!”
“회장님 얼굴색이…….”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드림 건설이 다시는 이런 문제를…….”
갑자기 다시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 * *
병문안 온 계열사 사장들에게 ‘왜 일 안 하고 여기 있느냐!’고 혼내면서 쫓아냈다.
하지만 고마운 것은 사실이었다.
나를 이렇게까지 걱정해 주는 사람이 이렇게까지 많았다니.
감동은 감동이고…….
하루 정도 병원에서 영양제 주사를 맞으면서 푹 쉬었다.
그리고 출근하려 했지만, 출근 못 했다.
안 한 것이 아니라 못 했다.
내가 하루 더 병원에 누워 있을 때 긴급 사장단 회의를 열어 한 가지 안건을 통과시켜서였다.
“그룹 회장 휴가 보내기가 긴급 안건이라니.”
만장일치였다.
뭐, 사실 나도 조금은 쉬고 싶었나 보다.
내가 그 안건을 묵살하고 출근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난 결과를 받아들였다.
그래서 받은 휴가는 무려 30일.
하지만 조건이 있었다.
“보고서는 김성웅 사장 감시하에 하루 2시간을 넘지 않기로 하긴 했는데…….”
그룹 일을 아예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보고서 정도는 검토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좋긴 하네.”
지금 나는 청바지에 면티 그리고 운동화를 신고 공원을 걷고 있었다.
매일 정장에 머리카락까지 깔끔하게 정돈하고 다녔다.
너무 정해진 선이 있는 생활을 했다고나 할까?
“그러고 보니 그날 이후로 제대로 휴가 한번 간 적이 없네.”
삼두 건설을 퇴사하고 러시아로 간 날부터.
어머니가 있는 시골에는 쉬러 간 것이 아니었다.
공원 의자에 앉았다.
내 얼굴을 따뜻하게 해 주는 햇빛이 눈을 저절로 감게 해 줬다.
그냥 미소가 지어진다.
지나간 일들이 생각나서였다.
“풋.”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지금 생각해 보면 미친 짓을 많이 한 것 같았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을까?
눈을 떴다.
꽤 오래 앉아 있었던 것 같았다.
해가 벌써 넘어가고 있었다.
“배도 슬슬 고프고…….”
내가 앉은 반대편 20m쯤 떨어진 곳에 임강민 대표가 운동복 차림으로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그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공원을 벌써 몇 바퀴째 달리는지 모르는 남녀 커플.
자전거를 세워 놓고 쉬는 것처럼 있는 동호회 4명.
저 멀리 도로에 차를 세워 놓고 망원경으로 지켜보는 이들까지.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나에게 달려올 수 있도록 준비가 되어 있었다.
“경호가 필요 없다고 해도…….”
말을 안 듣는다.
그래서 타협한 것이 근접 경호는 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데 인원수 제한을 두지 않은 것이 실수였다.
더군다나 위장까지 하다니.
일부러 유심히 보지 않는 한 알아볼 수 없을 것 같기는 했다.
나야 내 곁을 떠나지 않는 데다가 매일 비슷한 사람이니 알 수밖에 없었다.
임강민 대표 앞에 모였다가 흩어지는 것도 봤고.
임강민 대표 꼬셔서 밥이나 먹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읏챠!”
“아앗!”
이런 누가 오는지도 모르고 일어나면서 앞으로 뛰었다.
그런데 나와 부딪치지 않으려고 자전거를 탄 사람이 피하면서 넘어졌다.
“괜찮으세요!”
나는 급하게 달려갔다.
하지만 나보다 먼저 달려간 사람들이 있었다.
자전거 동호회로 가장한 경호원들이었다.
내가 접근조차 못하게 둘러쌌다.
“아가씨 괜찮아요?”
“병원 갈까요?”
“괜찮아요. 아!”
여자였다.
그리고 일어나려다가 다리를 다쳤는지 주저앉는다.
여자 경호원이 그녀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 부축해서 내가 앉았던 의자에 앉혔다.
“으음. 다리를 삔 것 같네요.”
경호원이라 그런지 그녀의 발을 만져 보기만 해도 아는 것 같았다.
“일단 스프레이 파스 좀 뿌릴게요.”
여자 경호원이 허리춤에 찬 가방에서 스프레이 파스를 꺼내 그녀의 다리에 뿌렸다.
“좀 어때요?”
“괜찮은 것 같기는 해요.”
“못 걷겠다 싶으면 병원에 데려다줄게요.”
“아니에요. 너무 감사해요.”
경호원에게 인사한 그녀는 나를 쳐다봤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거기 당신.”
나?
분명 그녀의 손은 나를 가리키고 있었다.
자전거 동호회로 가장한 경호원들이 당황하는 것이 보였다.
“갑자기 튀어나와서 넘어졌잖아요. 왜 당신은 가만히 있는 거죠?”
“죄송합니다. 끼어들 타이밍이…….”
당연히 사과해야지.
여자 경호원이 끼어들었다.
“크게 안 다쳤으면 된 거죠. 아파요? 저랑 병원 가요.”
“언니. 언니가 도와주신 것은 정말 감사해요. 하지만 원인 제공을 한 사람은 저기 있는 저 사람이잖아요. 왜 언니가 저하고 병원을 가요. 저 사람이 같이 가야죠.”
경호원들이 더 당황하는 것이 보였다.
“불편하잖아요.”
“왜 불편해요? 제가 여자라서요?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할 말 다 하고…….
매력 있네.
그런데 분명 어디서 봤는데.
“제가 진짜 화나는 거는요. 오래간만에 일찍 퇴근했길래… 집에서 맛있는 것 좀 해 먹으려고 준비한 재료가…….”
그녀의 눈이 넘어진 자전거로 향했다.
내 눈도 당연히 자전거로 향했다.
10개짜리 계란 포장이 보였다. 당연히 계란이 깨졌다.
그리고 사과와 토마토도 널브러져 있었다.
나는 바지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김성웅 사장이 지갑 정도는 들고 다니라고 했길래 다행이지.
“여기 얼마 안 되지만…….”
그녀가 나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하! 이 아저씨 정말 안 되겠네.”
아저씨란 말에 당황스러웠다.
“백만 원짜리 수표를 내밀면 내가 좋아할 줄 알았어요?”
수표 안 좋아하나?
아니면 수표가 적어서 그런가?
“3만 원 없어요?”
“네?”
“없으면 됐어요.”
의자에서 조심스럽게 일어난 그녀는 들으라는 듯 말했다.
“97만 원을 내가 어떻게 거슬러 줘.”
아하.
이제 이해했다.
재료값만 받고 싶다는 것이었네.
“그냥 받아도 됩니다. 위자료 같은 의미입니다.”
그녀는 나를 째려보더니 널브러진 재료를 봉투에 다시 담기 시작했다.
내가 도우려 했지만, 경호원이 먼저 가서 도왔다.
그리고 자전거를 일으켜 세웠다.
“됐네요. 아저씨 운 좋은 줄 알아요. 이분들께서 도와주지 않았다면 정말 가만히 있지 않았을 거예요.”
진짜 그랬을 것 같았다.
그래도 미안하니.
“혹시 모르니 이 돈 받고 병원이라도 가 보세요.”
“됐습니다.”
조금 절뚝거리면서 자전거를 끌고 간다.
“이정은 씨! 돈 받아요.”
멈칫.
어라.
나 어떻게 이 여자 이름을 아는 거지?
“아저씨… 나 알아요?”
모르는데…….
아는 것 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