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 is so good at magic RAW novel - Chapter 100
100화 시험 (2)
“오랜만입니다! 마법사님! 탄신일 축제 때 뵙고 처음 뵙는 것이지요? 이야,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나갈 줄이야. 놀라울 따름입니다!”
가진 오러만큼이나 말도 많은 검사가 떠들기 시작했다.
그 입을 다물게 하기 위해 그의 이명을 불렀다.
“검귀.”
“…오! 기억해 주시는군요!”
“어떻게 잊겠나.”
나름 검을 나눈 사이인데.
그렇게 말하자 아담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예! 그랬지요. 그게 검사의 우정이라는 거 아니겠습니까! 역시, 마법사님은 낭만을 아시는군요?”
“각하, 이분은… 아시는 분입니까?”
카를의 옆에 서 있던 테나가 표정에 물음표를 띄우며 물었다.
“검귀, 라고 불리는 아담이라는 자다. 일전의 결투에서 나를 상대하던 자다.”
“아…!”
결투 이야기는 어느새 널리 퍼져, 제국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테나 또한 결투에 대해서는 이미 들어 알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각하를 보좌하는, 차석 집행관 테나입니다.”
“오호! 한눈에 봐도 어마어마한 실력자라는 느낌이 팍! 오는데요? 반갑습니다. 들으셨듯이, 아담입니다. 그리고 감히 자칭하기를, 검귀입니다.”
특유의 문장으로 스스로를 소개한 아담을 향해 카를이 물었다.
“그런데, 그대가 왜 내 저택에 있는 것이지? 서쪽으로 간다고 하지 않았던가?”
“아, 그랬지요. 갔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날씨가 변덕스럽게 바뀌는 게, 꽤 재미있었습니다!”
“지금 여기에 있다는 건, 최소한 한 달 전에는 출발했다는 뜻 아닌가.”
그럼 실질적으로 서쪽을 여행한 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는 뜻이다.
아담의 느긋한 성격을 고려하면 중간에 경로를 바꾸어 북쪽으로 왔다는 뜻이 된다.
그것을 유추해 낸 카를이 묻자, 아담은 활짝 웃으면서 대답했다.
“커다란 괴물이 나타날 거라고 해서 북방으로 왔습니다! 드디어 제 적수에 맞는 마수가 나타났나 싶어서 왔지요!”
“…….”
“…….”
카를과 테나는 입을 다물었다.
무표정하게 놀란 두 사람을 본 아담이 고개를 갸웃 기울이며 물었다.
“어라, 왜 그러십니까?”
“누구에게서 그 말을 들었나.”
“음, 하늘꿈에게서 들었습니다. 갑자기 나타나서 웬 거대한 괴물이 나타날 것 같은데 북쪽으로 가지 않겠냐더군요. 그래서 왔지요! 괴물, 혹시 나타났습니까?”
‘백색용이….’
승천자들이 사도의 강림을 감지하는 수단.
이시엘이 말한 ‘가장 깊은 꿈’이 전부인 줄 알았으나, 다른 방법도 있는 모양이었다.
“……거대한 괴물이라면.”
“예, 테나 차석 집행관님!”
“저희가 이미 토벌했습니다.”
아담이 입을 떡 벌리더니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이미 토벌을 했다고요? 호, 혹시 주검이라도 남아 있습니까? 얼마나 큰 녀석인지 보고 싶습니다!”
“남아 있긴 합니다만….”
테나가 고개를 돌려 카를에게 허락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보여 드리겠습니다. 따라오십시오.”
“오! 주검을 따로 보관하고 있는 모양이군요? 그럼 마법사님,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재빠르게 말을 남긴 아담이 테나와 함께 저택의 대문을 나섰다.
잠깐이었으나, 무슨 폭풍이 휘몰아치고 간 느낌이었다.
“허.”
놀라운 일이었다.
서쪽에서 이곳, 북부까지 오는데 소요됐을 시간을 생각하면….
강림을 예측할 수 있는 500시간 이전부터 알아냈다는 것이 아닌가.
“…크랙.”
시나리오의 구심점이 카리아라면 아담은 크랙이었다.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캐릭터.
카를은 이미 멀어진 그의 뒷모습을 좇으면서 생각했다.
그는 무언가를 알고, 이곳으로 왔다.
* * *
어느새 땅거미가 내려앉은 남부 마탑.
이번에는 다섯 명의 마법사가, 마탑 최상층 키시온의 방에 모였다.
키시온은 무표정하게 앉아 있었고, 일라이트 또한 그 의중을 알 수 없는 얼굴로 조용히 앉아 있었다.
베샤네가 의구심 섞인 시선으로 일라이트를 바라보는 사이, 셰르핀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일단, 탑주 심사를 시작하세. 이견이 있는 자는 미리 말하게나.”
그리 말한 셰르핀은 일라이트를 보았다.
자신을 포함한 세 명은, 이미 일라이트가 오기 전에 의견을 정해 놓았으니 남은 건 그뿐이었다.
일라이트는 끼고 있었던 팔짱을 풀며 말했다.
“내가 없는 사이에 다들 미리 이야기를 했나 보군. 나도 이견은 없네.”
“음.”
셰르핀이 수염을 쓰다듬었다.
“남부 마탑에서 치르는 심사는 오랜만이군… 내가 스승님을 따라왔을 때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은데, 자네들에겐 이번이 처음이겠군? 그래서 순서는 어떻게 하겠나?”
“정석대로 하지.”
베샤네가 말하는 ‘정석’이란 곧 나이순이었다.
더 정확히는 탑주의 자리에 앉아 있었던 기간이 오래되고, 심사를 맡은 경험이 많은 순서였다.
그렇게 하면 당연하게도 첫 차례는 셰르핀, 이후는 베샤네와 키시온 그리고 마지막이 일라이트가 된다.
“…음, 정석대로 할 것이면 고민하지 말고 진작에 시작할 걸 그랬나.”
“그것도 방법이었겠군.”
일단 셰르핀, 베샤네 그리고 키시온 순으로 심사를 치른 후에 일라이트가 돌아오는 대로 심사를 치르는 것도 가능은 했을 것이다.
만약 이대로 며칠만 더 일라이트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허나 일라이트가 돌아왔으니 이제 와서는 의미 없는 이야기지. 그래서 영감, 시험은 준비되었나?”
“나는 언제나 준비되어 있다네.”
그리 말한 셰르핀은 손가락을 튕겨 작은 아공간을 열었다.
평범한 마법사들이었다면 영창도, 술식도 생략한 그 모습에 놀랐을 테지만 자리에 있는 마법사들은 평범함과는 궤가 멀었다.
“……내 시험은 이것일세.”
셰르핀은 웬 책 한 권을 꺼내 놓았다.
가죽으로 고급스럽게 장정된 책. 표지와 제목이 없는 책이었다.
“또 이거로군.”
“우리 스승님의 마지막 가르침이었네. 이만한 것도 없지.”
그들의 대화를 듣던 시아나가 조심스럽게 끼어들어 물었다.
“…혹시, 셰르핀 탑주님은 예전부터 이걸로 심사를 하셨나요?”
“그렇네. 나도 이걸로 받았지. 그리고 우리 스승님에게서 이 책을 물려받았고, 자네 전 탑주를 포함해서 여기 있는 탑주들은 전부 이 책으로 심사를 보았네.”
꿀꺽. 마른침을 삼킨 시아나가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책을 보았다.
겉보기에는 아무것도 없는, 그냥 평범한 책.
그러나 셰르핀의 말에 따르면 이 책은 전설적인 대마법사 에르딘 칼렉의 마지막 가르침이다.
또, 이곳에 있는 다른 탑주들이 통과한 시험이다.
최소한의 기준.
이들과 같은 선상에 서기 위해서는… 이 시험을 통과할 필요가 있다.
그런 확신을 내린 시아나는 고개를 들고 셰르핀을 향해 물었다.
“어떻게, 하면 되는 건가요?”
“어려울 것 없네. 그냥 마음에 드는 아무 페이지를 펼치게나.”
“그게 끝인가요?”
“그게 시작일세.”
셰르핀이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시아나는 잠시 책을 노려보며 어떤 페이지를 펼칠지 고민했다.
손을 뻗어 손가락으로 양피지를 만지던 그녀는 어떤 페이지만 감촉이 다른 걸 느끼고 눈을 크게 떴다.
이거다.
그런 확신이 들었다.
“…이걸로 할게요.”
“잘 선택했네.”
시아나는 페이지를 확 펼쳤다.
파아아앗!
책에서 터져 나온 새하얀 빛이 그녀를 집어삼켰다.
* * *
“정말 대박이었습니다!”
거수의 사체를 보고 온 아담이 탄성을 터뜨렸다.
“그만한 괴물을 어떻게 쓰러뜨렸는지 궁금합니다! 두개골이 꿰뚫렸던데, 혹시 마법사님께서 하신 일이신지요?!”
“…다른 이가 했다.”
“오호라! 저런 괴물의 머리통을 뚫어 버릴 수 있는 강자가 있다니, 그건 또 그것대로 놀랍군요!”
아담이 흥분해서 말을 늘어놓았다.
우물 안의 개구리. 자신이 모르는 것을 발견하면, 그것을 학습하고 자신의 강함으로 삼는 스킬.
아마 그 스킬 때문에 자연스럽게 성격이 저렇게 되었으리라.
“궁금하면 누가 했는지 알려 줄 수 있다만.”
“음… 아뇨!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런 강자라면 제가 직접 찾아야 의미가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들리는 풍문을 모으고 행적을 뒤쫓는 것도 일종의 묘미라 할 수 있으니까요.”
아담은 고개를 주억이며 보검의 손잡이를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얼추 추측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 어마어마한 덩치의 괴물의 미간을 뚫으려면, 힘은 둘째 치고 공격을 할 수 있어야지요. 원거리에서 쏘아 낼 수 있는 마법이 첫 번째라고 여겨집니다만.”
그는 손가락 하나를 들어 올리면서 말을 이었다.
“마법사님이 하신 게 아니라고 했으니, 후보자는 줄어들지요. 마법사님보다 강한 마법사라고 해 봐야 대마법사들뿐인데, 테나 차석 집행관님께 대마법사가 토벌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러면 마법사가 한 일은 아니라는 뜻이지요. 그럼 두 번째 후보, 저처럼 오러를 다루는 자라고 사료됩니다. 그런데 저는 나름대로 제국 최강 바로 아래 아니겠습니까? 테나 집행관님께서도 한가락 하시는 것 같긴 하지만, 저만큼은 아닌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면… 제국의 인간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 되지요.”
카를은 말문이 막히는 것을 느꼈다.
물 흐르는 듯 자연스러운 추측. 그 결론이 거의 정답으로 귀결되어 가고 있었다.
“인간이 아니면 아인 혹은 마족이라 사료됩니다! 하지만 아무리 마족이라도 두개골에 구멍을 내려면 어지간한 실력자가 아니면 불가능하니….”
마왕.
그 단어가 금방이라도 아담의 입에서 튀어나올 것 같아 카를은 마음을 졸였다.
“…아인이로군요! 사실, 아까 마법사님이 오시기 전에 어떤 오우거분들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그 두 분이서 저런 괴물을 사냥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마법사님의 도움이 있었다면 가능하겠지요! 어떻습니까? 정답, 맞지요?”
“……답은 알아서 찾도록.”
“정답이군요!”
제 머리카락을 쓸어 올린 아담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카를과 눈을 맞춘 테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아담.”
“예! 마법사님!”
“하늘꿈… 그 백색용에게서 괴물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북방으로 왔다고 하였지.”
“그렇습니다.”
“그러면, 이제 돌아갈 텐가? 그대가 찾던 괴물은 죽었는데.”
“음? 아니요, 아직 끝이 아닙니다.”
천진난만하게 들리는 아담의 말에 카를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한 번으로 끝이 아니라는 말을 했습니다.”
“누가? 설마, 그 용이.”
“예.”
“흥미로운 말이군.”
아담의 폭탄 같은 말에 그의 등 뒤에 서 있던 테나의 얼굴이 동요로 물들었다.
한 번으로 끝이 아니라는 말 때문일 것이다.
“…자세히 설명해 주겠나.”
“그 녀석은 ‘이변’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변?”
“예. 원래 일어났어야 할 일은 수순대로 일어났으나, 어딘가에서 이변이 발생했다고.”
시나리오의 변화.
그건 순전히 카를로스의 몸에 빙의한 정현에 의해 발생한 일이다.
지금까지 그가 겪은, 시나리오에서 어긋나는 일은 모두 크든 작든 자신에 의해 발생한 인과 관계였다.
‘백색용들은 알고 있다.’
그들의 특징은 ‘의식 공유’였다.
카를의 결계에 갇힐 정도로 약한, 새끼용 하늘꿈이 혼자서 겁 없이 돌아다닐 수 있는 이유도 의식의 공유 덕분이다.
만약 정신 나간 용 사냥꾼 따위가 사냥하려 들면 하늘꿈과 의식을 공유하는 성체 백색용이 곧장 개입할 수 있으니.
‘내가 개입했다는 걸 알고 있어.’
허상 공간에서 마주친 성체 백색용.
그 눈을 통해 하늘꿈이 자신을 보았을 것이다.
“…원래 일어났어야 할 일은 수순대로 일어났다.”
카를은 문득 하드라이누스의 사체를 비치해 둔 숲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첫 사도의 강림. 그게 일어났어야 할 일이라면.
“어딘가에서 발생한 이변은… 대체 뭐지?”
“저도 그걸 모르겠습니다. 아마 저 괴물만 한 게 또 나타나니까 그런 말을 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만.”
“잠시만.”
어떤 생각이 카를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카를은 거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목표’라는 말을 중얼거렸다.
[최우선 목표 : 토벌] [당신의 앞을 가로막을 강대한 존재를 쓰러트리십시오.] [그들은 명명백백한 적일수도, 혹은 조금 미심쩍은 아군일 수도 있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들은 상식에서 아득히 벗어났고, 그만큼 위험한 존재라는 점입니다.] [조심하고 또 조심하십시오.] [보상 : 특성 포인트 +50]남아 있다.
분명, 하드라이누스가 죽은 순간 달성된 그 목표가 아직 남아 있었다.
카를은 허공에 떠오른 푸른 글자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흉흉한 푸른빛을 내며, 카를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알려 주고 있는 그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