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 is so good at magic RAW novel - Chapter 105
105화 불길함 (2)
공간 계열 마법은 전투에 적절하지 않다.
마법사들 사이에서는 이미 반쯤 공공연했던 말.
그걸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시아나 본인이었다.
공간 계열 마법은 말 그대로 공간 자체를 다루는 마법이었다.
그렇기에 시작은 언제나 마력이 공간을 ‘장악’하는 것에 있다.
얼마나 공간을 잘 장악하느냐가 공간 계열 마법의 숙련도를 가른다.
하지만.
장악해야 하는 대상이 허공이 아닌 생물이라면, 그것도 그 생물이 마력을 가지고 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자신과 전혀 다른 성질의 마력을 완전히 억눌러 장악한다면 굳이 전투를 펼칠 필요도 없다.
마력의 순환을 막아 어떤 마법도 쓰지 못하게 막을 수 있으니까.
―크어헝!
황금빛 호랑이 마수가 포효를 터뜨렸다.
시아나는 일단 천천히 뒤로 물러나면서 자신의 마력을 조금 흘려 내어 호랑이를 건드렸다.
―크르륵.
그 접촉을 본능적으로 감지한 호랑이가 목을 울리면서 시아나를 노려보았다.
무시무시한 살기를 내뿜던 호랑이는 잠시 자세를 낮추고, 이내 시아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쉽게 제압하진 못하겠네.”
자신의 몸을 마수의 뒤편으로 이동시킨 시아나가 중얼거렸다.
마수의 원판이 되는 동물은 호랑이. 그 고강함을 체현이라도 시킨 듯 마수의 마력은 빈틈없이 단단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아나가 마력으로 마수의 육체를 장악하는 건 불가능했다.
“…….”
키시온은 어느새 공중에서 정좌 자세로 앉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시아나 자신이 주력으로 다루는 마법이 무엇인지 알고 있기에 이 마수를 소환한 것이다.
공간 계열 마법으로는 처치하기 어렵도록.
“으음….”
다만, 어디까지나 어려운 건 공간 마법에 한정되어 있었다.
품고 있는 마력이 고강하여도 그것이 육체마저 고강하게 만들어 주는 건 아니었으니까.
공간 계열이 아닌 다른 계열의 마법들을 쏟아부으면 쉽게 처치할 수 있을 것이다.
“…아냐.”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건 탑주 심사가 아니던가.
시아나 자신의 능력을 확인하고 검증하는 시험.
쉬운 길로 가서 시험 자체를 통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굳이 어려운 길로 가서 자신의 능력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위상 전이.”
호랑이가 덮쳐드는 순간 그녀는 또 한 번 자신의 몸을 이동시켰다.
마수가 어리둥절하여 대가리를 돌리는 순간, 시아나는 마수의 머리 위에 균열을 열었다.
그 균열을 통해 거대한 바위가 떨어졌다.
쿵!
육중한 충격음과 함께 바위가 호랑이의 몸을 강타했다.
평범한 바위였지만 성인 남성만 한 크기였던 까닭에 그 질량 자체가 어마어마했다.
―커헝!
바위에 깔린 호랑이는 고통에 찬 포효를 터뜨리는 것과 동시에 몸을 비틀어 바위 아래에서 빠져나왔다.
그 직후, 놈은 다시 시아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
발톱이 닿기 직전 시아나는 마수가 달려드는 것을 피해 냈다.
여유롭게 피해 내는 것도 가능했지만, 마수가 조급함을 느끼게 만들고 싶었다.
그런 일방적인 피해를 두세 번 더 입자, 마수의 입에서 분노로 가득 찬 포효가 터져 나왔다.
“아공이 비틀린다.”
영창과 동시에 마수가 달려들어 착지하는 부분의 공간이 뒤틀렸다.
본능적으로 눈치챈 마수가 몸을 꼬았으나 높이 뛰어오른 탓에 육체는 공중에 떠 있었고, 피하는 건 불가능했다.
―크륵.
공간의 뒤틀림 때문에 허공에서 거꾸러진 마수는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험악한 목울림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킨 마수가 시아나를 노려보았다.
그녀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어깨를 좁힌 놈은 몸뚱이를 내미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마력을 분출했다.
―크르아!
포효가 터져 나오고 뿜어져 나온 마력이 날카로운 바늘의 형태를 갖추었다.
직후, 수백 개의 바늘들이 시아나를 향해 쇄도했다.
여유로운 미소를 지은 시아나는, 다만 짧은 한 단어의 영창을 자아냈다.
“왜곡.”
그러는 와중에도 마수가 쏘아 낸 바늘들은 맹렬한 기세로 날아갔다.
그 날카로운 바늘의 끝이 향하는 곳이, 공간의 왜곡으로 바뀌었을 뿐.
소용돌이에 휘말린 것처럼 공중에서 방향을 잃고 방황하던 바늘들은 곧, 일제히 마수를 향해 날아들었다.
―커허엉!
수백 개의 바늘들이 마수의 가죽을 꿰뚫었다.
마수가 달아나려는 순간, 발아래에서 일그러짐이 발생해 다시 한번 허공에서 거꾸러졌다.
균형을 잃고 넘어진 까닭에 마수는 있는 그대로 자신이 쏘아 낸 공격에 노출되었다.
“…키시온 탑주님.”
절명한 마수의 사체는 호랑이가 아니라 고슴도치라고 해야 될 정도였다.
시아나가 공중에서 눈을 감고 있었던 키시온을 부르자 그는 곧 바닥으로 내려왔다.
“수고했습니다. 시아나 탑주.”
“…그러면.”
“예.”
키시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통과입니다.”
* * *
“오!”
카를과 함께 아카데미로 온 아담은 자신이 일일 강사를 맡을 ‘검사 학부’를 찾았다.
강의실보다 연무장에 있는 시간이 더 길다는 말을 주워들은 그는 연무장으로 향했고, 그 결과 검사 학부의 학생들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름대로 반가운 얼굴도.
“저희 구면 아닙니까?”
“…….”
“이야, 반갑습니다! 죄송합니다만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네요. 그래도 얼굴은 기억합니다!”
검사 학부에서 학생들에게 검의 파지법을 가르치던 교수의 얼굴을 본 아담이 반갑게 인사했다.
그와 반대로 인사를 받은 교수의 표정은 썩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당신이 왜 여기 있습니까?”
탄신일 축제 때 아담이 상대했던 검사 중 한 명이었다.
도합 세 번의 합을 나누고 검이 아담에게 박살 난 검사였다.
“마법사님이 일일 강사를 해 보는 건 어떻겠냐고 해서 왔습지요.”
“…마법사?”
“아아, 그냥 마법사님이라고 하면 오해하실 수 있겠군요. 제 실수입니다! 이사장님이 일일 강사를 해 보는 건 어떻겠느냐고 해서, 예! 받아들였지요.”
“…….”
교수는 말문을 잃고 아담을 보았다.
며칠 전부터 오늘, 일일 강사가 올 예정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리 특별한 일도 아니었다.
실제로 ‘검사 학부’는 일일 강사가 거의 일주일에 한 번꼴로 찾아왔으니까.
검사들의 싸움법은 제각기 다르며, 한 곳에 얽매이지 않고 방랑하는 검사들이 꽤 많았고, 그들을 초청해 노하우를 알려 주는 방식으로 수업이 꾸준히 이루어졌다.
“…후.”
세 번.
딱 세 번, 그것도 진검도 아닌 목검을 휘둘러 자신을 박살 낸 아담을 본 교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굴욕적인 기억이긴 했으나….
이만한 일일 강사가 또 어디 있겠는가.
그리 생각을 고쳐먹은 교수가 물었다.
“어떤, 수업입니까?”
“글쎄요. 검술에는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도 오러에는 자신이 있으니, 그걸로 할까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오러라.”
교수는 고개를 주억이며 말을 이었다.
“확실히 제국에서 당신보다 오러를 잘 다루는 사람은 없겠군요. 잠시 가다려 주십시오. 오늘 예정된 일일 강사 수업은 이다음 교시입니다.”
“아! 제가 한창 수업을 하는 중간에 끼어든 모양이군요? 죄송합니다! 계속 수업하시죠.”
그렇게 말한 아담은 자신 또한 학생들의 틈바구니에 섞여 앉아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순간 모두의 이목이 아담에게 끌렸으나, 그는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정면을 보았다.
학생들의 이목이 교수에게 되돌아가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어서 설명을 하자면….”
검에 오러를 담아 쥘 때 필요한 파지법.
칼끝이 향하는 방향과 날이 향하는 방향.
그리고 베기나 찌르기 등의 동작을 행할 때마다 취해야 할 것들을 하나하나 보여 주었다.
“이다음은….”
강의를 이어 나가려던 그는 불현듯 외투 안주머니에서 회중시계를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아카데미의 교수직을 얻음과 동시에 받은 시계. 떠돌이 검사로 살았던 그는 강의 시간을 철저하게 지키기 위해 시계를 보는 습관을 들였다.
“이번 교시는 여기까지군요. 나머지는 다음 제 수업에서 하겠습니다.”
“오!”
학생들 틈바구니에 섞여 강의를 듣던 아담이 손뼉을 치며 말했다.
“이야, 오러를 담을 땐 검을 쥐는 방법도 달라져야 하는군요! 처음 알았습니다!”
“……?”
“아무튼, 많이 배웠습니다! 역시, 검술의 세계는 무궁무진합니다!”
오러를 담은 검을 휘두를 때, 파지법이 필요한 건 상식 아니었던가.
그러면 아무렇게나 잡은 목검으로 오러를 때려 박아 자신의 검을 박살 냈다는 건가.
할 말을 잃고 멍하게 서 있는 그를 향해 아담이 물었다.
“그런데, 제가 수업을 맡을 다음 교시는 언젭니까? 지금부터 하면 됩니까?”
“…수업 사이사이에는 쉬는 시간이 있습니다.”
“아! 쉬는 시간! 알겠습니다! 기다리지요!”
“예. 그럼, 수업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학생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을 마시러 가거나 화장실에 가거나, 아니면 삼삼오오 모여 떠드는 모습을 아담은 흥미로운 눈으로 살폈다.
“아카데미….”
이런 경험이 전무했던 아담으로서는 꽤 신기한 광경이었다.
그렇게 학생들을 구경하던 그는 문득 자리에서 일어나,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연무장 너머의 낮은 산.
물끄러미 그곳을 바라보던 아담이 교수에게 다가가 말했다.
“음, 제가 뭐라고 부르면 되겠습니까? 검사님이라 부를까요, 교수님이라 부를까요?”
“…편하신 대로 부르셔도 됩니다.”
“아! 그럼 교수님이라 부르겠습니다. 교수님, 혹시 산에 마수라도 풀어서 키웁니까?”
“……예?”
그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마수라니요? 양도 아니고 마수는….”
“그렇습니까? 마수가 아니라면… 음. 감이 안잡히네요. 교수님. 저기에서 뭔가 이상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허리춤에 찬 검.
아담은 용에게서 받은 그 칼자루를 매만졌다.
칼자루가 떨리고 있었다.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상한 기운이라니 어떤 걸 말씀하시는 겁니까?”
“뭔가 이상야릇한… 꺼림칙한? 그런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저는 가슴이 말랑말랑해지려고 하고 있습니다!”
“예?”
아담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교수는 의문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저벅. 그때, 누군가 연무장에 들어와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아담.”
“오! 마법사님이시군요!”
“…이사장님.”
교수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카를은 그에게 짧게 목례한 뒤, 아담의 시선이 향한 산등성이를 바라보았다.
“마법사님도 혹시 이 이상한 기운을 느끼시고 온 겁니까?”
“아마도.”
기록 보관소 안에서 느낀 이질적인 진동.
그 진동을 따라 걸음을 옮기다 보니,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연무장에 닿았다.
“저는 처음에 무슨 마수라도 산에 풀어서 키우나 생각했는데, 마수는 안 키운다더군요? 그러면 마수보다 더한 괴물이라는 건데….”
그리 말한 아담은 검을 잡았다.
“마법사님, 혹시 그런 괴물 키우십니까?”
“안 키운다.”
“그럼 여기 있으면 안 되는 놈이라는 뜻이군요.”
카를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쿵쿵, 땅을 울리는 미약한 진동을 좇아 카를은 연무장 뒤편의 산등성이를 보았다.
그는 고개를 돌려 교수를 향해 말했다.
“학생들을 데리고 연무장에서 벗어나도록.”
“예? 예, 이사장님.”
그는 고개를 들어 산등성이에 올라온 이형의 형체를 보며 말했다.
“하늘꿈이 말한 ‘이변’에 가장 가까운 놈이다.”
“아. 이해했습니다. 저게, 예의 그 사도군요.”
검귀가 검을 뽑아 들며 말했다.
“저희는 저걸 죽여야 하는 거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