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 is so good at magic RAW novel - Chapter 106
106화 불길함 (3)
하드라이누스와는 전혀 다른 생김새였으나, 뿜어내는 분위기 자체는 다를 게 없었다.
외계인이 지구에 뚝 떨어진 것처럼, 이질적이기 짝이 없는 모습.
사도를 바라보던 카를은 문득 자신이 주먹을 꾹 쥐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대는 아무도 안 죽인다고 들었는데.”
제 스스로의 긴장을 풀기 위해 던진 농담. 굳은 얼굴로 칼자루를 매만지던 아담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예! 저는 남을 죽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건….”
아담은 검을 들어 올려 산 위의 사도를 겨누면서 말했다.
“죽여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와 같은 생각이군.”
“그건 좋네요. 마법사님과 함께 싸워 보고 싶었거든요. 생각이 같으면 합도 잘 맞지 않겠습니까.”
카를은 아담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빙그레 웃은 그는 칼날을 거두며 말했다.
“저게 여기에 있다는 건 정말 마법사님을 쫓아왔다는 뜻이겠지요. 예상하고 있으셨습니까?”
“어느 정도는.”
산등성이에서 거의 7~8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고 있는 괴물, 이변이 발생하여 강림한 사도.
카를의 행동 중 무언가가 이변을 일으켜 강림한 사도였으니, 자신을 노리고 쫓아올 것이었다.
그래서, 다른 장소가 아닌 아카데미로 왔다.
“…터져라.”
카를은 자신의 마력에 색을 입혀 하늘 높이 쏘아 올려 터뜨렸다.
붉은색 폭발.
비상시 대처 매뉴얼에 존재하는 ‘일급 비상사태’를 알리는 신호였다.
“오?”
띵띵띵―!
붉은색 폭발이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날카로운 종소리가 고막을 때렸다.
그 직후 주황빛을 띠는 방어막이 아카데미를 둘렀다.
마법사들이 발현한 다중 연계 마법이었다.
“왜 다른 곳이 아니라 이곳 아카데미로 끌어들이셨나 했는데… 다 준비가 되어 있었군요?”
“이곳은 아카데미이기 이전에 마탑이다. 언제 공격받아도 이상하지 않은 곳.”
사도가 자신을 쫓을 것임을 알면서도 아카데미로 온 이유였다.
높은 성벽의, 잘 훈련된 병사보다도 견고한 수비를 자랑하는 곳이 마탑이었으니까.
“저런 괴물의 침입에도 대비가 되어 있다.”
“음. 그렇군요! 그건 좋습니다! 그래서.”
방어막 너머의 사도를 물끄러미 바라본 아담이 물었다.
“저건 대체 무슨 사돕니까?”
“…….”
“그 녀석이 그러더군요. 사도는 제각기 섬기는 신이 있다고. 신의 뜻을 전달하기에, 사도. 그럼 저놈도 섬기는 신이 있다는 뜻 아닙니까?”
“확신하기가 어렵다.”
산등성이 위에 우뚝 서서 아카데미를 내려다보고 있는 사도의 형체는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카를이 아는 범주 안에서 그나마 비슷한 생물체는 불가사리였다.
8미터짜리 불가사리가 거대한 촉수로 땅을 짚고 서 있는 모습.
‘…저런 사도는 없었는데.’
최소한 시나리오의 5년 차에 돌입하는 순간까지 불가사리의 모습을 한 사도는 없었다.
‘그 이후의 사도가 강림했다…?’
머릿속에 떠오른 가능성.
하지만 카를은 그 가능성을 스스로 부정했다.
‘5년 차에 강림하는 사도는 이미 정해져 있다.’
각각 절망의 신과 전쟁의 신을 섬기는 사도들.
이미 시나리오 내내 수많은 떡밥을 남긴 탓에 직접 보지도 못한 카를도 알고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저 산등성이 위의 사도는 그들을 섬기는 사도가 아니었다.
―그루칵!
쩌렁쩌렁하게 울릴 정도로 커다란 괴성을 내뱉은 사도가 산을 타고 내려오기 시작했다.
걷는 모습조차 부자연스러웠다.
다리를 움직여서 몸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 아닌, 몸을 앞으로 내밀어 팔다리를 억지로 끌고 가는 형국.
불쾌함이 느껴질 정도로 기이한 움직임이었다.
“어떻게 할까요. 마법사님.”
아담은 팔을 뻗어 방어막 위에 손을 대었다.
살짝 힘을 주어 내밀자 쑤욱, 하고 손이 빠져나갔다.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오는 것은 막지만, 내부에서 외부로 나가는 것은 막아 주지 못하는 방어막이었다.
“이대로 기다릴까요?”
“잠시만 기다리지.”
아무리 아담이 승천자라 하더라도 사도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지금처럼 어떤 사도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와중에 먼저 덤벼드는 것은 위험했다.
“…허.”
쿵!
산을 내려온 사도가 방어막 바로 앞에 멈춰 섰다.
카를과 아담이 서 있는 연병장의 바로 앞.
물리적인 거리는 채 30m도 되지 않았다.
“…….”
그 순간, 사도가 눈을 부릅떴다.
무엇인 팔이고 무엇이 다리인지 구분할 수 없는 육체의 중심이 놈의 눈이었다.
이리저리 굴러가던 눈동자가 카를의 눈과 마주쳤다.
순간, 말로 형언할 수 없는 혐오감이 들었다.
“더, 기다립니까?”
“……조금만 더.”
“음.”
아담의 검에 오러가 실렸다.
난로가 바로 옆에 있는 것 같은 뜨거운 열기가 피부를 스쳤다.
“일단 마법사님의 판단을 믿겠습니다.”
언제라도 자리를 박차고 나가 놈을 벨 준비를 하는 듯했다.
카를은 자기도 모르게 충동을 일으키는 혐오감을 꾹 눌러 참으며 기다렸다.
다음 순간.
―키트라악!
눈깔 바로 아래의 입이 벌어지면서 괴성이 튀어나왔다.
그와 동시에 사도는 보호막을 향해 팔을 휘둘렀다.
콰앙!
기록 보관소에서 느낀 것과 똑같은 진동이 발생했다.
공명을 거친 소리의 음량이 커지듯, 진동은 보호막을 타고 나가면서 더더욱 심해졌다.
카를은 방어막에 손을 대어 자신의 마력을 불어 넣었다.
사도에 의해 발생한 진동이 멎고, 방어막은 한층 더 견고해졌다.
“버텼군.”
“……음.”
방어막이 사도의 공격을 버텨 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이 사도는, 그리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다.
“아담.”
“예. 마법사님.”
마탑의 존망을 걸고 싸움을 벌어야 할 정도로 강한 사도가 아니었다.
그저 덩치가 크고 기괴하게 생긴, 괴물에 불과했다.
“이제 베면 될 것 같군요.”
탓. 그리 말한 아담은 땅을 박차고 방어막을 벗어났다.
방어막 위에 팔을 올리고 있었던 불가사리가 느릿하게 몸뚱이를 돌렸다.
쿠우우우웅!
거대한 팔이 지상을 강타했다. 그것만으로도 땅이 요동쳤다.
방어막을 뚫지는 못했어도, 스치면 무사하지 못할 정도의 완력이었다.
“아핫!”
판이 깔리자마자 검귀의 목소리가 밝아졌다.
여유롭게 불가사리의 팔을 피해 낸 그는 또 한 번 자신을 향해 휘둘러지는 반대편 팔을 보았다.
이번에 그는 몸을 피하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키라이사아아!
오러가 섞인 칼날에 베인 불가사리의 팔이 싹둑 잘려 나갔다.
거무튀튀한 혈액이 터져 흘렀다. 아담은 몸을 비틀어 반대쪽 팔을 노렸다.
“…허?”
검은커녕 아담이 바닥을 박차기도 전, 또 하나의 팔이 휘둘러졌다.
예상을 한참 벗어난 그 공격에 아담은 일단 몸의 오러를 끌어 올려 방어를 준비했다.
콰앙! 거침없이 휘둘러진 사도의 팔은 갑작스레 나타난 빙벽에 가로막혔다.
“오오! 역시 마법사님이십니다!”
어느새 그를 뒤따라 방어막 밖으로 나온 카를의 마법이었다.
사도의 덩치와 맞먹을 정도로 거대한 빙벽. 단 한 번의 타격에 “쩌저적” 하는 소리와 함께 금이 가 금세 무너졌으나, 방패의 역할은 충분했다.
감탄을 터뜨린 아담은 몸을 뒤로 물렸다.
“방금 그건… 어떻게 된 겁니까? 마법사님은 보셨습니까?”
“팔을 재생하더군.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였다.”
아담에 의해 팔이 베여서 터져 흐른 피가 땅바닥을 적시기도 전에 사도의 팔은 원상태로 재생되었다.
마수 따위는 명함도 내밀지 못할 회복력이었다.
―데 시말라!
사도가 두 개의 팔을 휘둘러 카를과 아담을 동시에 노렸다.
카를은 마력을 아끼기 위해 피했고, 아담은 자신을 향해 덮쳐드는 팔을 그대로 베어 버렸다.
거대한 팔이 싹둑 잘려 날아가는 와중에 재생된 팔이 다시 한번 아담을 노렸다.
“오호라. 이건.”
두 번 더 팔을 베어 낸 아담은 답이 없다고 판단한 것인지 카를과 마찬가지로 사도에게서 거리를 벌렸다.
팔을 휘둘러 대던 사도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카를과 아담, 두 사람이 있는 곳을 노려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담은 입을 열었다.
“체질이나 마력, 오러 따위를 활용한 재생이 아닌 것 같습니다. 상처 입은 신체를 회복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그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일단 제 추측은 이렇습니다!”
“…내 생각에도 회복은 아닌 것 같군. 재생하는 과정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한때, 카를로스가 마수의 회복 인자를 자신의 육체에 심는 계획을 세우고 구체적인 실험도 구상하고 있었던 까닭에 회복에 대한 지식은 빠삭했다.
뼈가 자라나고 근육이 회복되며 피가 채워지는 과정을 회복이라 부른다.
아무리 회복이 빨라도 그 일련의 과정은 거쳐야 한다. 그러나 저 사도에겐 그런 것이 없었다.
“…아.”
“뭔가 짚이는 게 있으십니까?”
카를은 고개를 끄덕였다.
상처를 회복하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입기 전으로 되돌아가는 특성을 가진 사도는 몇 안 된다.
그 사도들이 가진 특성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차이를 확인할 수만 있다면, 놈의 정체를 특정할 수 있다.
“아담. 확인을 부탁하지. 내가 저놈의 몸뚱이에 흉터를 만들겠다. 그곳을 베도록.”
“음! 알겠습니다! 그리하지요!”
그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은 자신들을 향해 쇄도하는 사도의 팔을 피해 흩어졌다.
카를은 빙벽을 만들어 내어 팔을 막는 것과 동시에 얼음 창들을 만들어 쏘아 냈다.
불가사리의 팔이 일시적으로 박제된 곤충처럼 얼음 창에 꽂혀 바닥에 고정되었다.
“홍염, 연옥.”
그 영창으로 발생한 불길이 사도의 피부를 지졌다.
고무를 태우는 냄새가 확 풍겼다. 찢어져라 비명을 지른 사도는 반대쪽 팔을 휘둘렀다.
팔의 껍질이 불타올랐으나 이전과 같은 회복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불길의 위력을 적절히 조절해 낮춘 덕분이었다.
“가장 뜨거운 불길이 나의 방패가 되리니!”
자신이 피워 낸 불꽃을 되살린 카를은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팔을 막아 냈다.
사도가 다시 팔을 휘두르기 직전 땅을 박찬 아담이 뛰어 올라 검게 탄 사도의 팔을 잘라 냈다.
―알 키리라!
괴성을 내지른 사도의 팔이 순식간에 복구되었다. 불에 탄 흔적이 사라지고 아예 새로운 팔이 돋아났다.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것이 아닌 정해진 모습으로 되돌리는 것.
카를은 놈의 정체를 확신할 수 있었다.
“…쌍둥이 사도.”
한쪽이 피해를 입더라도, 다른 한쪽이 똑같은 피해를 입는 게 아니라면 그대로 복구하는 것이 놈들의 특징이었다.
탐욕의 신을 섬기는 사도인 만큼 자신의 ‘탐욕’에 따라 모습을 바꿀 수 있는 권능이 있었다.
“쌍둥이라고 하셨습니까?”
자신을 노리고 날아오는 사도의 팔들을 베어 내고 카를의 옆으로 온 아담이 물었다.
“저놈 하나가 쌍둥이라는 건 아닌 것 같고… 어딘가에 저거랑 똑같이 생긴 못생긴 놈이 하나 더 있다는 뜻이군요?”
“그래.”
“어떻게 하면 찾을 수 있겠습니까?”
“저놈을 죽을 때까지 몰아붙이면 살아남기 위해 제 형제에게 돌아갈 거다.”
“간단명료하군요! 저걸 어떻게 몰아붙이느냐가 문제일 것 같습니다만….”
카를은 허리에 찬 단검에 손을 가져갔다. 별빛광채. 시나리오에서 수많은 사도들을 죽였던 물건.
쌍둥이 사도는 그 특성상 별빛광채로도 죽일 수 없었으나, 죽음의 위기를 느끼게 만드는 건 가능했다.
카를은 그 단검을 아담에게 건넸다.
“이걸로 저 눈을 찌르면 된다.”
“음. 알겠습니다!”
“엄호하지.”
아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직후, 검귀가 사도를 향해 달려들었다.
불가사리가 두꺼운 팔을 휘둘렀다. 카를은 얼음 창을 쏘아 내 그 팔을 짓이겨 꿰뚫었다.
반대쪽에서 날아드는 또 하나의 팔을 꿰뚫는 것과 동시에 방금 꿰뚫었던 팔이 다시 한번 검귀의 몸을 노리고 휘둘러졌다.
“꿰뚫어라!”
카를이 목소리를 높임과 동시에 수십 자루의 얼음 창을 형성해 냈다.
사도의 팔이 꿰뚫리고 재생되기를 반복했다. 그것은 권능이었으나, 여태껏 반복한 단련은 권능에 밀리지 않았다.
사도를 죽이기 위해 단련한 마법.
절대 지지 않는다.
“……아핫.”
나지막하게 터져 나온 웃음소리.
붉은 칼날이 거대한 동공을 꿰뚫은 채였다.
키에에에에엑!
기괴한 비명이 터져 나오고, 검은 피가 왈칵 터졌다.
사도의 껍질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