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 is so good at magic RAW novel - Chapter 110
110화 여제 (3)
“…선배님.”
갑작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온 시아나의 모습에 카를은 짐짓 당황했다.
기이한 위화감이 느껴지는 표정이었다.
“어라?”
언제나 밝게 웃던 그녀의 얼굴이 아니었다. 꼭, 길을 잃은 사람처럼 의문스러워하는 얼굴이었다.
카를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향해 다가가 물었다.
“선배님, 괜찮으십니까?”
“아…?”
“선배님?”
시아나가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깜빡.
감았다 뜬 눈 사이로 방울진 눈물이 흘러내렸다.
카를로스의 기억은 물론이고 시나리오 내내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
당황한 정현은 급하게 손수건을 꺼내어 그녀에게 내밀었다.
“손으로 닦으시면 흔적이 남습니다. 손수건으로 닦으시는 게….”
“……?”
눈물을 흘리면서 카를의 손수건을 본 그녀는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의문의 표시.
물건을 처음 본 아이가,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막막해하는 표정이었다.
“…선배님.”
상태가 아무래도 이상했다.
그리 판단한 카를은 일단 손수건으로 시아나의 뺨을 닦아 주었다.
그때.
“…카를 손에서, 이상한 냄새 나.”
카를의 손을 붙잡은 시아나가 말했다.
당황한 그는 조심스럽게 손을 뺐다. 어느새 시아나의 눈물은 그친 채였다.
“선배님.”
“응?”
“괜찮아, 지셨습니까?”
시아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러면, 무슨 일이 있었냐고… 여쭤도 될까요?”
카를은 최대한 부드러운 어조로 물었다.
그가 아는 시아나는 다른 사람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법이 없는 사람이었다.
오히려 부정적인 감정은 속에 꾹꾹 눌러 담아 두는 성격이다.
정사에서는 그렇게 눌러 담은 감정이, 제자들을 잃으면서 폭발해 복수귀가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다른 누구도 아닌 시아나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감정이 북받친 걸까.
카를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탑주 심사에서 문제가 발생하신 건가요?”
“아냐. 아무 일도 없었어.”
“…그러면 심사에서 탈락하신 건가요?”
속으로 설마, 하는 말을 삼키면서 카를이 물었다.
시아나는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통과했어. 심사. 전부 다. 응. 나, 잘했지?”
“…아.”
카를이 탄성을 흘렸다.
“축하드립니다. 선배님. 정말로, 정식 탑주가 되셨네요.”
“응! 맞아! 나 잘했지, 카를? 잘했지?”
“……예.”
연신 “잘했지?”라고 물으며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아나의 시선을 느낀 카를은 헛숨을 삼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경외심을 품을 정도로 어른스러웠던 사람이, 받아쓰기 100점을 맞아 온 꼬마처럼 칭찬을 바라고 있었다.
지독한 위화감이 들었다.
“잘, 하셨습니다.”
간신히 목소리를 쥐어 짜내어 꺼낸 대답.
그 말을 들은 시아나는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카를.”
“…예. 선배님.”
“나, 잘했으니까. 고생했으니까, 한 번만 안아 줄래?”
“…….”
혼란스러웠다.
이게 원래 시아나가 바라던 것일까, 아니면 이런 행동까지도 조종당하고 있는 걸까.
구분하기 어려웠다.
“알, 겠… 습니다.”
그의 대답을 들은 시아나가 카를을 향해 다가왔다. 팔을 벌린 그녀가 카를을 바라보았다.
카를은 움직이지 않는 팔을 억지로 벌렸다.
살포시.
그녀의 체온을 품은 머리가 가슴에 닿았다.
“이렇게 기대고 있으니까, 안심이 되는 기분이야. 카를.”
“…….”
“다른 사람의 심장 소리는 이렇게 들리는구나. 처음 알았어.”
꾸욱, 시아나는 카를의 몸을 조금 더 세게 껴안았다.
그 바람에 몸이 조금 더 가까워졌고.
심장 소리도 조금 더 커졌다.
그녀는 한참을 안고 있었다.
한 번만. 스스로 했던 그 말을 지키기 위해서, 최대한 오랫동안.
“……어.”
소리 없이.
평소에도 노크 따위는 잊고 다니는 사라에 의해 문이 열렸다.
카를과 마찬가지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은 그녀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는 조용히 검지를 들어 올려 자신의 입가에 올렸다. 얼굴에 물음표를 띄우면서도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
“…….”
사라는 조용히, 조금의 소리도 내지 않고 문을 다시 닫았다.
고요가 이어지는 동안, 카를은 대략적인 상황 파악을 끝마쳤다.
“…선배님.”
카를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아직까지도 그의 몸에 기대어 있었던 시아나가 살며시 눈을 떴다.
동그랗고 검은 눈동자.
카를을 빤히 바라보는 그 맑은 눈 너머에, 누군가가 있다.
‘탐욕의 신….’
놈이 자신의 사도를 길러 내는 방법이었다.
사념체 사도를 심어 몸의 주인과 동화시켜, 자신의 욕망에 솔직해지게 만드는 것.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것도 그 영향이었다.
사념체는 인간으로 치면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어린아이에 불과한 존재였으니.
시아나의 육체와 기억 그리고 욕망을 자신의 것이라 착각하는 사도.
놈에게 몸을 빼앗긴 시아나는, 저 육신의 깊은 곳에 잠들어 있을 것이다.
지독한 위화감의 정체를 파악한 카를은 시아나를 향해 맹세했다.
비록, 그녀가 듣지 못한다고 해도.
“꼭, 구해 드리겠습니다.”
그의 말을 들은 시아나가 고개를 갸웃 기울이며 되물었다.
“구한다니? 무슨 소리야, 카를? 나 여기 있어.”
자칫하면 당장에라도 착각할 것 같은 말.
하지만 카를은 알고 있었다. 그렇게 말하는 것이, 시아나가 아니라는 사실을.
카를은 침을 삼키고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선배님.”
“응? 왜?”
“방금, 이 방의 문이 잠깐 열렸었지요.”
“응.”
문은 거의 소리 없이 열렸다. 등지고 있었던 시아나라면 몰라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공간 계열 마법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마법사였다. 자신이 속한 공간의 변화를 쉽게 눈치챌 수 있다.
“그 문을 연 사람이 누구인지, 아시지요?”
모를 리가 없다.
그녀가 임시 탑주를 맡고 처음으로 탑에 들어온 제자가 사라였으니까.
그러나 시아나는 고개를 갸웃 기울이고, 되레 카를을 향해 물었다.
“누구였어?”
심장이 멎는 기분이었다.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었으나,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서.
혹시나 해서 물은 것이었는데.
“사라였습니다.”
“응? 아아, 사라가 들어온 거였구나. 헷갈렸네.”
“착각하신 건가요?”
“그랬던 것 같아.”
“누구랑, 착각하신 건가요? 사라를.”
시아나가 눈을 깜빡이며 되물었다.
“왜 그렇게 꼬치꼬치 캐묻는 거야?”
“아니요, 그냥. 궁금해서요.”
“그럼 궁금해하지 마. 됐지?”
“그럼… 선배님.”
“그만.”
시아나가 그의 말을 잘랐다.
“그만해, 카를. 이제 지겨워. 그러니까 그만해.”
“시아나 선배님은, 저한테만은 언제나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지요. 싫증 내는 법 없이.”
“……?”
“이미 했던 질문을 다시 해도, 선배님은 웃으면서 다시 해 주셨습니다.”
어리둥절하게 고개를 갸웃 기울인 그녀를 향해, 카를이 말을 이었다.
“저는 단 한 번도, 선배님한테 그만하라는 말을 들어 본 적 없습니다.”
“그게, 왜? 어쨌다는 거니?”
“당신은 시아나 선배가 아니야.”
시아나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녀가 지은 표정이 아니었다.
“무슨 소리니 카를. 내가 시아나가 아니면….”
“나는.”
카를은 그 두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았다.
“나는 네가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시아나 선배를 봐 왔고.”
그녀의 미래까지 알고 있다.
“너보다는 내가, 더 잘 알고 있다.”
“카….”
“선배님의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지 마라.”
혼란스러워하는 표정.
그 얼굴을 본 카를은 공략의 기억에 따라 원래의 카를로스도, 지금의 정현도 절대로 하지 않을 욕설을 뱉어 냈다.
“이 빌어먹을 기생충아.”
그것이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시아나의 얼굴로 표정을 일그러뜨린 놈은, 두 팔로 카를의 어깨를 밀쳤다.
“컥…?”
마력이 실린 손짓.
너무나도 순식간에 벌어진 까닭에 미처 반응하지 못한 카를의 몸이 붕 떠서 날아갔다.
이사장실에 설치된 커다란 창문을 뚫고 땅으로 추락하던 그는 재빨리 마력을 끌어 올려 몸을 띄웠다.
“왜….”
뚫린 창문 너머로, 시아나의 몸을 한 사도가 난폭한 목소리를 터뜨렸다.
“왜 그러는 거야! 왜!”
그 목소리를 들은 이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아카데미의 학생들과 탑의 마법사들.
“탑주님?”
“시, 시아나 탑주님 대체 무슨…?”
그들이 의아한 목소리를 내었다.
누가 뭐라 해도 명실상부 북부 마탑을 이끄는 탑주, 시아나가 어린아이처럼 떼를 쓰고 있었으니까.
곧 그들의 시선은 그런 시아나를 올려다보고 있는 카를을 향했다.
“왜 나를 미워해? 나는, 내가, 너희들의 탑주잖아! 스승이잖아! 그런데 왜 그러는 거야?”
“단순하다.”
어린아이처럼 떼를 쓰는 그 사도를 향해 카를은 무뚝뚝한 목소리로 답했다.
“너는 내 스승님의 몸을 삼킨 괴물에 불과하다.”
“이익!”
사도가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순간 카를은 머리 위로 드리운 그림자를 보고 고개를 위로 꺾었다.
투둑, 툭.
흙 부스러기가 떨어졌다.
땅을 뽑아내 만든 거대한 사각기둥. 어금니를 악문 사도가 시아나의 팔을 위에서 아래로 내렸다.
“발현, 보호.”
카를은 주위를 감싸는 반구형의 결계를 만들어 냈다.
쿠웅!
기둥이 결계에 부딪혀 허물어졌다. 결계 위로 흙과 바위가 흘러내리는 모습이 꼭, 작은 산사태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았다.
시아나가 다루는 공간 마법.
“이, 이사장님. 왜 총장님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렸다.
카리아 프라헨. 어깨를 잔뜩 움츠린 그녀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카를도 모르고 있었다. 그녀에게 답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카리아.”
“네, 넷?”
“지금부터 너를 대리인으로 삼으마. 자, 받아라.”
“어, 어라?”
카를은 정장의 가슴팍에 달린 까마귀 모양의 배지를 건네주었다.
그는 얼떨떨한 얼굴로 배지를 건네받은 카리아를 향해 말했다.
“딱 한 번만 설명하마.”
“아, 네!”
“지금부터 아카데미에 있는 학생들을 데리고 부지 밖으로 피해 있어라. 알아들었나?”
“네! 알아, 들었어요!”
“그럼 가도록.”
영웅의 운명을 타고난 캐릭터.
카를은 그녀를 믿었다.
배지를 손에 쥔 카리아는 주위의 학생들을 불러 모으기 시작했다. 카를은 더 보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선배님, 그러면 저희는 뭘….”
마탑 소속의 마법사 한 명이 물었다.
카를은 그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
“너희 목숨이나 잘 지켜라.”
“……네? 하, 하지만 탑주님이.”
“선배님의 마법을 감당할 수 있다면.”
콰앙!
끝이 날카롭게 깎인 거대한 바위가 카를의 결계를 내리쳤다.
“그러면 그때 나를 도와라.”
마법사들은 대답하기를 망설였다.
이들 모두가 시아나에게 가르침을 받은 마법사였고, 그렇기에 그녀가 얼마나 뛰어난 마법사인지도 알고 있었다.
시아나는 머릿수를 늘린다고 상대할 수 있는 마법사가 아니었다.
차라리, 카를 혼자 상대하는 편이 옳다.
“왜 너희들, 다 나를 무시해?! 왜 나를 미워하냐고! 대답해!”
앙칼진 비명과 함께 허공에서 마력으로 만들어진 검들이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단순히 물리적인 충격을 가할 뿐인 마법의 활용.
원래의 시아나보다 훨씬 못하지만, 그 압도적인 마법 능력으로 쏟아 내는 투사체들을 막아 내는 것도 벅찼다.
‘빨리 제압해야 한다.’
사도가 시아나의 몸에 더 익숙해져서, 원래의 그녀처럼 마법을 펼칠 수 있게 두어선 안 된다.
지금처럼 원거리에서 마법을 주고받으면 불가능했다.
어떻게든 가까이 다가가야 했다.
“…이미 대답은 충분히 했다.”
“그래?”
사도가 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러면 그냥 죽어 버려.”
저주 섞인 말을 뱉어 낸 사도가 자신의 손으로 시아나의 마법을 펼쳐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