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 is so good at magic RAW novel - Chapter 197
197화 잊지 못하는 자 (2)
-내가 말이 많아서 싫어하는 건 아니지? 아니면, 아스텔처럼 나긋하면서도 우아한 사람을 좋아하는 걸까?
-똑같은 말이 아닙니까?
-나를 싫어하는 것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건 명백히 달라.
미소 띤 얼굴과 함께 그녀가 물었다.
다름 아닌 그 미소가 소년을 홀려, 그를 이 자리에 있게 만들었다.
-대답을 들려줄래?
* * *
빛의 기둥이 땅에서 솟구쳐 올랐다.
하늘을 꿰뚫을 기세로 맹렬히 솟구치는 빛의 기둥은 그 자리에 있는 모두의 이목을 끌었다.
심지어는 담벼락 위의 고양이마저 몸을 잔뜩 낮추어 경계심을 드러내며 기둥을 노려보았다.
“이건 또 무슨….”
한참이나 하늘로 뻗어나가던 빛의 기둥은 하늘 한가운데에서 멈추었다.
카를은 고개를 꺾어 기둥의 끝을 바라보았다.
분수에서 뿜어진 물처럼 공중에 뻗어나간 빛줄기가 사방으로 흩어져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눈에 익은 모습이었다. 권능이 섞인, 마법의 빛.
카를은 걸음을 멈추고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빛줄기를 눈으로 좇았다.
빛줄기들이 제도 곳곳으로 떨어졌다. 가장 처음 뻗어 나온 굵은 빛을 중심으로 빛줄기들이 서로 이어졌다.
“부, 부탑주님!”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카를은 고개를 돌렸다. 중앙 마탑의 마법사.
헐레벌떡 달려온 그를 향해 카를이 물었다.
“왜 그러지?”
“저, 저기!”
마법사가 하늘로 솟구치는 빗줄기를 가리키며 외쳤다.
“저긴 저희 탑이 있는 곳입니다”
“……마탑이.”
“예!”
그의 말에 카를은 고개를 들어 주위를 빠르게 살폈다.
신비함의 상징인 탑. 그 신비에 가장 근접한 마법사들이 세운 탑은 황궁보다도 높게 솟아 있었다.
날씨가 좋다면 제도의 어디서든 마탑을 볼 수 있다.
그 탑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설마 무,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겠지요…?”
우려스러운 목소리로 묻는 마법사에게 카를은 뭐라 대답하지 못했다.
빛줄기에는 권능의 빛이 섞여 있다.
자발적으로 했든 협박을 당했든, 중앙 마탑의 마법사들은 사도와 함께 있다.
“확인해보고 오지.”
“예…?”
“폐하께…그리고 상단주한테는 말을 부탁하지.”
바로 직전에 나눈 약속이 걸렸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상황을 무시할 순 없었다.
빛줄기가 우산살처럼 퍼져나가 제도 전체를 뒤덮기 시작했다. 머뭇거리다간, 다시 되돌려야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되돌리는 게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죽음을 극복한 힘. 회귀.
이미 흘러간 시간을 거슬러 올라 세계를 덮어씌우는, 상식 밖의 힘.
두 번의 회귀는 완벽히 시간을 거슬렀다. 이미 겪어보아서 아는 미래가 되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내가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도….’
갑자기 이런 돌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눈을 뜨고 몇 분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회귀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극명한 변화가 발생했다.
카를은 머릿속으로 두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갑자기 심경 변화가 생겼거나….’
스스로 떠올리고도 카를은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자기 동생마저도 파리 목숨 취급하는 놈이다.
갑작스러운 심경 변화로 일을 저지르는 놈이 아니었다.
‘회귀를 알고 있거나.’
차라리, 이쪽의 가능성이 더 높다.
아니 회귀를 알고 있다. 카를은 확신했다.
‘절망의 신….’
아스텔은 말했다. 제국이 세워지기 전 그들은 죽음을 극복한 힘을 가지고 싸웠노라고.
크라누스와 같은 신은 한 번 죽었다가 되살아났다. 부활하기 전을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절망의 신은 그렇지 않다. 전쟁의 신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존재. 놈은 죽지 않았고, 알고 있을 것이다.
‘칼리테가 절망의 신의 사도가 된 거라면.’
알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명확한 증거는 없지만 어느 정도는 들어맞는 것이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를은 걸음을 옮겼다. 비행 마법으로 몸을 띄워 날아올랐다.
‘어떻게 알았지?’
이 의문만은 아무리 생각해도 풀리지 않았다.
회귀의 사실을 알고 있어도 회귀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인지하고 일을 벌였단 말인가.
그토록 강하고 오만한 신이, 칼리테에게 일일이 회귀가 발생했음을 알려주었겠는가?
‘절대 아니야.’
절망의 신에게 사도는 도구에 불과하다. 사도들이 제 목숨까지 태워가며 적을 죽이려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회귀가 발생했다는 걸 알아도, 알려주지 않았을 것이다.
“칼리테가 독자적으로 알아낸 방법이 있다….”
대체 어떤 방법일까, 상상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놈을 만나면 그 방법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최소한, 힌트는 얻을 수 있으리라.
이전에 놈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던 칼리아 학원을 숨기는 결계 바로 앞에 도달한 카를은 바닥으로 내려갔다.
“……!”
눈속임용 결계를 걷어내려던 카를은 문득 짙은 살기를 느끼고 온몸의 마력을 끌어올렸다.
마력이 몸에 돌면서 감각이 극대화되었다. 두 번째로 그 살기를 감지한 것은 청각이었다.
날카로운 파공음. 무언가 자신을 향해 날아들고 있다. 피하기엔 늦었다, 그렇다면.
“큭…!”
두꺼운 얼음이 카를의 팔을 뒤덮은 직후, 강렬한 충격이 그 얼음을 강타했다.
팔이 떨릴 정도의 위력. 카를은 자신을 노리고 날아든 것이 무엇인지 확인했다.
강철로 된 창…이지만 진짜 창은 아니다. 창에는 필요 없는 장식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담벼락의 일부였다.
“…….”
힘으로 뜯어낸 흔적이 역력하다. 카를은 창이 날아든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우락부락한 근육을 가진 남자. 그가 카를이 있는 쪽을 노려보며, 바로 옆에 있는 울타리를 뜯어내기 시작했다.
쇠가 아니라 종이처럼 뜯어지는 울타리. 결코, 인간이라 부를 수 없는 존재였다.
“후….”
카를은 한숨을 내쉬면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마법이 뼈대가 되고 권능이 살점이 된 결계. 몸에서 떨어진, 원거리에서 마력을 움직이는 것 자체를 제한하는 강력한 결계.
원거리 마법을 쓰지 못하는 마법사에게 근접전을 강요하는 것이다.
“크아아아아아!”
뜯어낸 울타리를 양손에 각각 하나 씩 든 놈이 곧장 카를을 향해 달려들었다.
짐승의 것에 가까운 외침. 정면에서 힘 싸움을 하는 건 미련한 짓이다.
그리 판단한 카를은 놈이 먼저 내던진 창을 얼음을 소환해 막아내고, 놈이 더 가까이 달려들기를 기다렸다.
“대지가 솟구친다.”
거의 눈앞까지 다가왔을 때.
카를은 밟고 있는 땅을 높이 일으켰다.
공중으로 치솟는 몸. 시선을 내리자 카를이 일으킨 땅에 그대로 머리를 처박는 놈이 보였다.
‘굳이 싸워줄 필요는 없겠지.’
카를은 비행 마법을 사용해 높이 날아올랐다.
그 순간 땅에 처박은 머리를 빼내고 고개를 드는 놈이 보였다.
손에 들고 있는 창을 버린 놈이 그대로 주변에 있는 건물의 벽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커헝!”
다시금 포효를 터뜨린 놈은 지붕 위에서 카를을 노리고 도약했다.
하지만 공중에서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는 그를 붙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카를에게 손끝도 스치지 못하고 허공에서 허우적대던 놈은 곧, 다른 건물의 옥상 위로 떨어졌다.
그러고도 다시 도약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림자가 아니군.’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확신한다.
그림자들은, 저렇게 무식하게 싸우지 않는다.
시계탑 광장 위의 여인과 마찬가지로 그림자의 몸을 빌리지 않고 직접 강림한 사도.
광장에 있었던 사도는 대량 학살에, 이쪽은 근접전에 특화되어 있었다.
[긴급 퀘스트 발생.]아예 지붕을 넘어 쫓아오는 놈을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던 와중, 눈앞에서 푸른 빛의 글자들이 떠올랐다.
[하얀 십자가의 교회로 가서 놈을 따돌리십시오.] [보상 : 특성 포인트+5(이미 지급됨)]백십자교의 교회로 달아나라.
자신의 신의 조언을 따르기로 마음먹은 카를은 주변을 둘러보며 교회를 찾았다.
조금 떨어진 곳에 하얀 십자가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빛줄기를 반사하며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카를은 놈을 따돌릴 작정으로 속도를 높였다. 아무리 빠르게 달려도 하늘을 나는 이상 따라잡지 못할 것이다.
“후….”
쫓아오는 놈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거리를 벌린 카를은 교회 앞에서 지상으로 내려왔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꽤 많은 사람들이 교회 안에 있었다.
아침 예배 시간이었다.
“……?”
사제의 말에 따라 조용히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 개중에 몇몇 시선이 카를을 힐끔거렸지만 곧 그마저도 사라졌다.
왜 자신의 신이 이곳으로 가라고 했는지 의문을 느낀 찰나.
카를은 신자들이 앉는 자리의 맨 뒷좌석에서 익숙한 모습을 발견했다.
‘…왜 여기에?’
칼리테였다.
그림자의 몸을 빌리지 않은, 카를 그가 아는 칼리테 펠하임 본인이었다.
자신이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텐데도 불구하고 칼리테는 다른 신자들처럼 사제의 말에 따라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
설마 내가 잘못 본 건가?
그렇게 생각하며 카를은 그의 옆으로 다가가 앉았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니 더더욱 확실해졌다. 그는 칼리테였다.
“…어떻게 여길 알고 온 거지?”
“…….”
“이건, 너한테도 첫 번째일 텐데.”
그 말의 의미를 카를은 이해했다.
역시나 칼리테는 회귀를 알고 있다.
그리고 이 교회에 들어온 게 처음 있는 일이라는 것도.
“……기도가 끝날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줄 수 있겠나?”
조금 더 기다린다고 달라질 것도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카를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기도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마지막으로….”
사제가 성서의 마지막 구절을 읽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콰앙!!
거칠게 문이 열리는 것과 동시에 발생한 굉음. 이번에는 카를이 들어왔을 때와 달리 일동의 시선이 문쪽으로 쏠렸다.
갑작스레 난입한 자의 얼굴을 본 카를은 헛웃음을 흘렸다.
“피를….”
그를 쫓던 사도가 광기에 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카를을 발견한 놈이 눈을 희번덕거렸다. 놈이 곧장 달려들 작정으로 자세를 낮추었다.
이번에는 피할 수 없다. 그렇게 판단한 카를이 몸에 마력을 끌어올리자, 칼리테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피와 죽음을 나의 신께 바치리라!”
뚜벅.
외침과 함께 달려드는 사도를 향해 칼리테가 걸음을 내디뎠다.
그것과 함께 칼리테의 손이 하얀빛을 머금었다.
꽈악, 주먹을 쥔 그가 달려드는 사도를 향해 팔을 휘둘렀다.
“꺼, 억……?!”
무언가 깨지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사도의 머리카락이 붉게 물들었다.
지면에 정면으로 충돌해도 아무렇지 않았던 머리에서 피가 튀었다.
마지막 순간에 칼리테를 향한 사도의 눈에는 배신감이 역력했다.
하지만 그 눈은 곧 빛이 꺼졌다. 사도의 몸뚱이가 바닥에 힘없이 쓰러졌다.
“어찌 되었든 기도가 끝나긴 했군.”
손수건을 꺼내 손과 얼굴에 튄 피를 닦아낸 칼리테가 카를을 바라보았다.
회귀를 알고 있는 것이냐.
그리고 왜 같은 편일 터인 사도를 죽인 거냐.
그런 의문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러면… 이제부터 이야기를 해볼까? 카를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