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 is so good at magic RAW novel - Chapter 207
207화 두 사람의 시간전선 (5)
뿔이 돋아난 인간을 용아귀 기사단의 기사단장 가렌델은 생에서 두 번째로 보았다.
첫 번째는 용인(龍人)으로 용의 피를 타고난 인간이었다.
당연하게도 용들과 같이 머리에는 뿔이, 피부 대신 비늘이 박혀 있었다.
얼굴도 인간의 것이라기보다는 용의 것에 가까웠으나, 눈앞의 인간은 달랐다.
“……하아.”
머리에 돋아난 구불구불한 뿔.
등 뒤에 솟아난 가시.
모양은 인간이지만 비늘과 껍질에 뒤덮인 양팔까지, 그 모든 것은 용인의 특징이었으나 얼굴은 사람의 것이었다.
“…….”
사람의 것이었다.
괴물 같은 움직임과 괴물 같은 소리를 내는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전원, 정신 똑바로 차려라….”
제도의 상업지구.
주기적으로 장이 열리는 널찍한 도로의 한복판에 선 홀로 서 있는 인간을 본 가렌델이 침음성을 흘리며 말했다.
생긴 건 인간이지만 직감은 놈이 괴물이라 말한다.
어쩌면 자신들을 향한 맹렬한 증오의 눈빛 탓일지도 모른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간에….”
가렌델과 그 휘하의 용아귀 기사단원들을 노려보던 그의 입에서 목소리가 흘렀다.
가래가 낀 것처럼 탁한 목소리. 어깨를 들썩일 정도로 숨을 크게 몰아쉬던 그가 말했다.
“마음에 안 들어. 정말이지, 마음에 안 들어.”
사도가 아닌 건가?
가렌델의 머릿속에서 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림자의 몸을 차지한 사도들. 그들은 제 신을 향한 경배의 언어를 외울 때를 제외하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 중얼거림이 경배의 언어로 느껴지진 않는다. 그렇다면 저놈은 무슨….
-콰앙!
거기까지 생각한 찰나 그 괴물의 발밑에서 굉음이 터졌다.
돌이 깔린 도로. 놈이 밟고 서 있던 자리가 박살 날 정도로 어마어마한 추진력이었다.
위험하다. 그리 판단내린 가렌델은 방패를 앞으로 세웠다.
단원들도 똑같은 판단을 내려 일제히 방패를 앞으로 내밀었다. 잠깐이지만 방패의 진이 세워지고, 기사들은 서로 한몸인 것처럼 진을 굳혔다.
“정말이지, 마음에 안 든다니까.”
이윽고 거센 충격이 방패에 작렬했다.
대형 도끼나 망치를 내려찍었을 때 나는 소리가 아닐까 착각하게 만든 막강한 위력.
그 힘의 출처는 다름 아닌 단순한 주먹이었다.
가렌델의 눈이 경악으로 휘둥그레지고, 두 번째 주먹이 작렬했다.
“끄억!”
흉악한 힘에 가렌델의 주위에 있었던 단원들이 나가떨어졌다.
가렌델은 간신히 버티긴 했으나 방패가 주먹 모양으로 우그러들었다.
어안이 벙벙해지는 막강한 힘. 놈은 그 힘을 담은 손을 가렌델의 머리를 향해 뻗었다.
“큭?!”
본능적으로 머리를 틀어 피하지만 반대쪽 팔 역시 가렌델의 머리를 쫓았다.
몸을 빼지도 못한 채 가렌델의 투구가 놈의 손에 붙잡혔다.
콰득!
강철이 우그러지는 소리와 함께 뿔을 흉내낸 투구의 장식이 꺾여 떨어졌다.
“이래야지.”
“……?”
“하나만 묻지, 너.”
투구에서 뿔을 꺾어낸 괴물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가렌델을 향해 물었다.
“비늘을 숭배하나?”
“…그게, 무슨.”
“그것들의 뿔…그것들의 눈, 그것들의 비늘. 네놈의 머리와 방패 그리고 그 갑옷에 새겨진 것들.”
놈이 가렌델을 노려보며 말했다.
“정말이지, 마음에 안 들거든.”
“…그렇다고 대답하면, 어찌 할 생각이지?”
“부숴야지. 뿔은 부러뜨리고 눈은 으깨고 비늘은 갈아버려야지.”
“하.”
지금 위협을 하는 건가.
당치도 않다. 제도에 머무를 실력이 있음에도 용을 숭앙하여 용아귀 기사단에 들어간 것이 가렌델이다.
아무리 위협하더라도 그의 의지가 꺾일 일은 없다.
“한 번 해보도록.”
“아, 하.”
흉포하게 입가를 일그러뜨린 놈의 눈에서 푸른 인광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별빛 같다. 문득 그런 생각을 한 가렌델은 정신을 차리고서 제 뒤에 쓰러진 기사들을 향해 말했다.
“내가 발을 묶겠다! 가서 수호자님을 찾아라! 그리고, 경들이 본 것을 반드시 전달해라!”
“마음에 안 들어.”
푸른 별빛이 그의 몸을 감쌌다.
“이러면 내가 악당처럼 보이잖아.”
직후,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던 그것이 진정한 괴물의 모습을 드러냈다.
* * *
“…아으?”
작은 국자를 들고 분수에서 초콜릿을 뜨려던 플레어는 순간 고막을 울리는 날카로운 종소리에 놀란 나머지 국자를 놓쳐버렸다.
그녀만 들은 종소리가 아니었다.
학기말 파티를 즐기던 학생들 전부와 교사 몇 명이 그 소리를 듣고 소리의 출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방금 종소리가 울렸을 거야.
강당 한구석에 설치되어 있는 아티팩트.
그곳에서 마탑주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실수로 울린 게 아니야. 뭔가 고장 난 것도 아니야. 비상 경보는 진짜로 울렸어. 북부 마탑, 클레멘트 아카데미 지부는 이 시간 부로 경계 태세를 갖출 것임을 탑주이자 총장의 이름으로 명령할게.
경계 태세.
학생들은 이미 그것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가끔 그에 대한 훈련을 하기도 하거니와, 이미 실제로 한 번 겪어보았던 것이다.
-등급은 1급.
다만.
1등급은 아니었다.
훈련 때 배우기로서는 1등급 비상 경보는 학원만 위험한 수준이 아니다.
북부 전체를 위협할 만한 수준의 경보. 어지간해서는 발령하지 않는 정보.
-현재 학원 근처에 다수의 균열이 발생했어.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소수의 마족들과 다수의 마물이 균열에서 쏟아져 나올 거야.
“어.”
어디선가 들어본 이야기에 플레어는 경악했다. 그녀는 손에 들고 있었던 접시를 내려 놓은 채로 카리아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카리아 저거 네가 이야기한….”
“…….”
“카리아?”
이미 이 사태를 예측한 당사자는 너무 놀란 나머지 입을 벌린 채로 굳어 있었다.
-강당에 있는 학생들은 학원 본관으로 돌아와. 실험동, 운동장 등등 외부에 있는 학생들도 마찬가지로 본관으로 돌아와.
-본관과 별관 그리고 기숙사에만 방호 결계가 적용될 거야. 적이 많아서 수비 범위를 좁혀야 해.
“들었지 얘들아?”
스스로를 거미라고 부르게 한 마법사가 손뼉을 두 번 쳐서 학생들의 이목을 끈 뒤 말했다.
“얼른 돌아가. 죽기 싫으면.”
“아…네!”
“허겁지겁 빠져나가지 말고 질서를 지키렴? 그게 더 빠르니까.”
강당 입구에 우르르 몰린 학생들이 거미의 말에 주춤거리며 침착하게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던 거미는 시선을 내리깔고서 말했다.
“애들 챙기는 것도 참…어렵네.”
쯧.
자신의 복부를 내려다보던 은빛 거미가 혀를 찼다.
* * *
허억, 허어억.
무슨 일인가.
진정하고 천천히 말해보게.
예, 수, 수 수호자님.
동쪽 상업지구에 괴물이 나타났습니다.
괴물?
외, 외견은 사람이었지만 마지막엔 괴물로 변했습니다.
사람일 때도 맨손으로 방패를 찌그러뜨리는 어마어마한 괴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괴물이 된 지금은 더 강해졌을 게 분명합니다.
단장님이 발을 묶고 계시긴 하지만 얼마나 버티실 수 있을지….
단장님께서 수호자님을 찾으라고 하셨습니다. 꼭 말을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알겠다.
동쪽 상업지구에 나타난 괴물.
그 외에 다른 점은?
…용을 증오합니다.
용을?
예. 용은 전부 다 죽여야 한다고…그런 말을 했습니다.
알겠다.
내가 직접 가보지.
* * *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본관을 감싼 주황색 결계.
그 너머에서 몰려오는, 족히 일천에 달하는 적 무리.
-학생들한테도 무기를 줘.
-만에 하나의 사태에 대비해야 해.
탑주의 그런 명령 아래.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원래 자신들이 사용하던 무기를 손에 쥐게 되었다.
카리아와 플레어. 마법부의 두 사람에게는 무기가 없었지만, 카리아는 플레어가 어디선가 구해온 목검을 쥐고 있었다.
“…….”
덜덜덜덜덜.
재미 삼아 몇 번 휘둘러 본 것이 고작인 목검. 그 목검을 품에 끌어 안은 채 카리아는 미친 듯이 떨고 있었다.
옆에서 보는 플레어의 눈엔 지진이 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진정해 카리아.”
“으….”
“무서운 건 알겠지만…진정해.”
“나, 나, 완전 진정하고 있는데…?”
“완전 진정하고 있는 건 아는데 조금 더 진정해봐. 자, 숨 들이마시고.”
플레어의 인도에 따라 카리아는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다시 내쉬….”
푸우. 마셨던 숨을 다시 뱉는 순간.
쿠우우웅!
강렬한 진동이 복도는 물론이고 본관 전체를 뒤흔들었다.
“꺄악!”
그 여파로 학생들이 긴장한 채, 대기하고 있는 본관 복도의 창문이 깨져 파편들이 안으로 쏟아졌다.
파편에 긁힌 학생 몇 명이 피를 흘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마찬가지로 복도에서 대기하던 마법사들이 유리 조각들을 치우고 다친 학생들을 챙겼다.
“프, 플레어.”
먼저 정신을 차린 건 플레어가 아니라 카리아 쪽이었다. 그녀는 옆에서 잔뜩 웅크리고 있는 플레어에게 다가갔다.
“안, 다쳤어?”
“…아, 응.”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이…아?”
바깥의 상황을 알기 위해서 카리아는 고개를 들어 깨진 창문 바깥을 바라보았다.
주황색, 노을.
시선은 주황색으로 물들어 있다. 다만 그것이 결계 때문은 아니다. 노을이 지는 시간. 그 때문에 세상은 주황빛이었다.
“결계가 뚫렸어….”
일촉즉발의 상황.
그런 상황에 놓이자, 긴장은 사라지고 오히려 두뇌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언제, 였더라.
탑의 부탑주로서 가끔 수업을 했던 이사장은 농담 삼아 말한 적이 있었다.
자신은 어쩌면 마법을 잘못 골랐을지도 모른다.
결계 마법은 약점이 많다.
특히 마법을 잘 아는 마족들은 결계 마법을 파훼할 방법도 잘 알고 있다.
“파훼당했어….”
“카리아?!”
상황 파악을 끝낸 카리아는 목검을 꼬나쥐고 복도를 내달렸다.
당황한 플레어가 그녀를 뒤따라갔다. 수십 명의 학생들, 여러 마법사들 중에 오직 그 두 사람 뿐이었다.
“으…!”
카리아는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맞은 편에서 다가오는 마족.
회색 피부의 고블린.
“음?”
숨이 턱 막히는 공포에 카리아 프라헨은 목검을 세게 쥐었다.
고블린. 알고 있다. 흔하디 흔한 마족 중 하나. 아니, 마족이라기보다는 마물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나약한 마족.
외부 실습에서 그녀는 플레어와 힘을 합쳐 마물을 쓰러트려본 적도 있다.
고블린 따위야…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뭐냐.”
고블린의 입에서 흐른 어설픈 제국 공용어.
말을 거의 할 줄 모른다는 일반적인 고블린과는 상반된 그 특징.
빠르게 회전하던 카리아의 두뇌가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보통의 고블린처럼 초록색 피부가 아닌, 회색의 피부.
온몸을 감싸고 있는 두터운 갑옷까지.
주로 잡졸로 쓰인다는 일반적인 고블린과는, 달라도 한참 달랐다.
“이렇게 어린 계집이 나를 막겠다고….”
하!
기가 찬다는 얼굴로 콧방귀를 뀐 전 신생 마족 연합의 간부, 실라스가 카리아 프라헨을 향해 달려들었다.
* * *
“허억, 허어억.”
“…….”
“수, 수, 수호자님. 동쪽 상업지구에 괴물이 나타났습니다…!”
“외견은 사람이었지만 나중에 괴물로 변한?”
“어? 예?! 어떻게 아셨습니까?!”
경악한 용아귀 기사의 표정에 카를은 말없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회귀가 발생했다.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죽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