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 is so good at magic RAW novel - Chapter 210
210화 회귀의 끝 (2)
포식자의 이빨은 사납고 날카로워서 카를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방패를 형성, 아니 판단을 고친다. 이미 늦었다. 카를은 검을 들어 이빨을 막았다.
“왜!”
아스텔에게서 들었다. 율법의 성녀, 그다음 상대는 코스모스일 것이라고.
코스모스. 이름은 들어 보았어도 한 번도 만난 적 없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이 괴물이 코스모스가 아니라는 것은 알 것 같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억울해하는 목소리. ‘유물’의 플레이버 텍스트를 생각하면 낙천자는 이런 성격과는 거리가 멀다.
“나만!”
괴물이 휘두르는 팔에 골목의 담벼락이 맥없이 허물어졌다.
부서진 벽돌에서 나온 흙먼지가 카를을 뒤덮었다. 콜록. 기침과 함께 먼지를 털어 낸 카를은 문득 이상한 감각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뭐지?’
소름이 양팔을 타고 올라왔다. 몸이 저도 모르게 부르르 떨렸다.
짙은 기시감. 이토록 짙은 기시감을, 느껴 본 적이 있었던가?
기이했다. 이미 이 일을 겪어 본 듯한 느낌이….
‘설마.’
회귀가 발생한 건가.
지금 할 수 있는 추측은 그뿐이었다. 아마 타당한 추측이리라.
그런데 왜, 자신은 함께 회귀하지 않았지?
‘…아스텔.’
마음이 바뀌어서 힘을 다시 앗아 간 걸까. 아니, 그건 아니다. 불과 몇 분 전에 만난 아스텔은 여전히 자신에게 호의적이었다.
그렇다면 떠오르는 가능성은 한 가지뿐이다.
자신과 같은 시간에 서 있는 카리아 프라헨. 그녀는 카를과 달리 넘기 어려운 벽에 도달했다.
의지가 꺾이지 않는다면, 수없이 반복될 회귀.
그 회귀가 카를의 발목을 잡는다고 판단한 것이리라.
‘다르게 생각하면….’
당장 카를 자신이 마주하고 있는 사도는 회귀 없이도 충분히 쓰러트릴 수 있다는 뜻이리라.
카를은 확신을 가지고 입을 열었다.
낙천자 코스모스의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있는 사도를 무너뜨릴 방법. 그 초석이었다.
“…낙천자가 아니군.”
놈은 사도였다.
외형은 사도가 아니다. 아마 본연의 육신 또한 아닐 것이다.
교회에서 칼리테의 손에 죽음을 맞이한 사도. 놈은 짐승 같았지만 일단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놈은 인간의 형태를 아득히 벗어났다.
‘원래 인간의 형태라곤 했지만….’
이게 놈의 본체일까, 아니면 코스모스의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있는 걸까.
…확인해 보면 될 일이다.
카를은 그렇게 결론 내리고서 팔에서 마력을 모아 구축했다.
섬뜩할 정도로 뾰족한 얼음 창이 만들어지고, 카를은 그곳에 ‘색깔’을 담고 창을 내질렀다.
―카앙!
철판을 두드리는 소리.
손에 저릿한 충격이 전해져 왔다. 카를은 그 길로 창을 놓고, 창을 내찌른 곳을 확인했다.
소리는 착각이 아니다. 창을 찌른 곳. 괴물의 팔이 광택을 번들거리는 금속으로 변해 있었다.
‘몸이 금속으로 이루어진 사도….’
궁정 마법사의 말이 떠올랐다. 온몸이 쇳덩이라 방전 마법을 부탁했던 사도. 이놈이 그 사도다.
타앗. 카를은 땅을 강하게 박차고서 거리를 벌린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나만 묻지. 그 모습, 그게 원래 너인가?”
“……마음에 안 들어.”
“원래 네 모습이 아니군.”
긍정으로도 부정으로도 여겨지지 않는 대답이었지만 카를은 그 뜻을 알 수 있었다.
행동. 놈의 모습이 마치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불편해 몸서리치는 것처럼 느껴졌기에.
“나는, 용이 싫어.”
괴물이 중얼거렸다.
모르는 누군가가 보면 코웃음을 칠 말이었다.
누군가에게 저 괴물의 모습에 대해 묻는다면, 단연 용이라 답할 테니.
용의 모습을 하고서 용이 싫다. 모순적이기 짝이 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카를이 이용할 여지는 충분하다.
“용들의 깃발이 흔들리는 날에 다시 만나자고 했는데….”
“크…?!”
“낙천자 본인이 아니라, 껍데기일 뿐이라니.”
카를은 분노를 연기했다. 표정과 목소리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으나 사도는 카를에게서 막대한 분노가 폭발하려는 것을 느끼고 입을 다물었다.
어설픈 연기는 필요 없다. 온몸의 마력을 한계까지 끌어올리고 ‘색깔’을 쥐어 짜냈다. 당장에라도 막대한 힘을 휘두를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 상태면 내가 불리해.’
체급이라는 것이 있다. 애초에 튼튼한 괴물의 육체, 거기에 덧대어 사도의 능력처럼 보이는 몸을 금속으로 바꾸는 것까지.
결계에 마법이 제한되는 상황. 체급 차이 탓에 이쪽의 공격은 제대로 통하지 않으나 저쪽은 자유롭다.
오늘만 이미 두 번이나 그런 싸움을 해왔지만, 카를이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
딱 하나 유리한 점은, 놈의 정신이 불안정한 상태라는 것.
“나는 낙천자를 찾아 이곳까지 왔다.”
“…….”
“네가 낙천자가 아니라면….”
카를은 검에 ‘색깔’을 담아 냈다. 붉은색. 아스텔의 머리카락 색깔을 닮은 붉은색이 검에 실렸다.
“…내가 해야 할 일은 하나뿐이지.”
거짓말과 블러핑.
놈이 조금이라도 제정신이라면, 자신과 똑같은 사도들을 죽인 게 나라는 것을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신을 섬기는 사도끼리는 공유하는 것이 많으니까.
“으으….”
하지만 놈에겐 그것을 인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신머리도 없었다.
그리고 인지할 시간도 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땅을 박차고 달려 나가 ‘색깔’이 담긴 검을 휘두른다. 검의 궤도에 놓인 놈의 육체가 금속으로 변하는 것이 보이지만, 상관없다.
“홍화(紅花)여 피어나라!”
색깔을 다루는 것은 마법을 사용하는 데 어떠한 제한도 없다.
카를 자신의 한계. 세 개의 마법. 그것들을 얼마든지 구사할 수 있었다.
붉음이 실린 검에 불꽃이 일었다.
불꽃은 화려하지도, 폭발을 대동하지도 않았다. 다만 뜨거웠다.
금속으로 변한 육체를 녹일 수 있을 정도로.
“……!”
끔찍한 비명 소리와 함께 붉음을 담은 검이 괴물의 팔과 날갯죽지를 베었다.
피는 흐르지 않았다. 절단면은 녹아서 쇳물을 떨어뜨릴 뿐이었다.
“이대로 더, 낙천자를 모욕할 생각인가.”
툭. 카를은 손에서 검을 떨어뜨렸다.
검 역시 금속에 불과했다.
녹는점은 사도가 능력으로 만들어 낸 금속보다는 높은 듯 시뻘겋게 달아오르기만 하고 원래 형체는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 상태로 더 휘두를 수 없다는 건 자명했다.
“아니면 너의 원래 모습으로 싸워 보겠는가.”
“…….”
“네놈도, 낙천자의 모습을 하고 싶진 않은 모양인데.”
카를에게 위협적인 것은 저 괴물의 모습이었다. 마침 놈도 저 모습을 하고 싶지 않아 하는 듯하니, 스스로 형체를 해체하게끔 유도하는 것이었다.
그 노림수는 제대로 걸려들어 몸집이 점점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그래, 맞아.”
더 이상 흔들리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기사의 말에 따르면, 원래도 팔다리 따위는 용의 것에 가까웠고 머리에는 뿔도 달려 있었다고 하지만 눈앞의 사도에겐 그런 것이 없었다.
검은 정장을 입은 장신의 사내. 거리 어디에나 있을 법한 흔하고 평범한 모습이었다.
“나는 용들이 싫어.”
“…그랬군.”
“이놈은 용이 아니라고 들었지만… 그래도 매한가지지. 나는 이놈의 모습도 싫었어.”
서서히 이성적으로 변하는 말투.
사도는 카를을 노려보며 말했다.
“너, 내게 거짓말을 했군.”
“…….”
“낙천자. 이놈은 몇백 년 전에 죽었어. 그런데 다시 만나기로 했다고?”
하! 사도가 비웃음을 흘렸다.
“거짓말쟁이 같으니라고. 아, 그게 마법사라는 족속이었나?”
“방금까지는 진짜로 믿는 눈치였다는 걸 모를 줄 아나.”
“내가 속아 준 거지. 그래야, 우리 주인님께 뭐라고 변명이라도 할 수 있거든.”
코스모스의 모습에서 벗어나게 해 체급을 줄인 건 좋았다.
하지만 다른 것, 특히 말투. 놈은 상당히 짜증 나는 말투를 사용했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카를의 화를 돋운다는 것은 확실했다.
“그리고 너, 방금 웬만큼 힘을 쓴 것 같은데 그렇게 여유 떨 상황이 아니지 않아?”
“부정할 수 없군.”
“하?”
자신을 도발할 작정임은 잘 안다. 카를은 분노로 대응하기보다는 순순히 인정했다.
거짓말도 아니었다. 아스텔에게서 받은 ‘색깔’은 끝까지 쥐어짠 물감처럼 거의 남지 않았고 금속을 녹인 고열은 상당한 마력을 소모하게끔 만들었다.
“그래도, 너 따위에겐 안 진다.”
“…그것도 거짓말 같은데. 안 그래?”
말투는 여유를 띠고 있지만, 얼굴은 와락 일그러져 있다.
제도에서 마주친 다른 사도들과 다르게 감정 표현이 다채롭다. 절망의 신의 사도 중에서도 다소 ‘특별한’ 놈일 것이다.
오래된 기억을 떠올린다. 남의 것인지 자신의 것인지는 따질 필요도 없다. 필요한 순간에 도움이 되면 그뿐이다.
“강철의 사도.”
“…….”
“약점은, 물.”
무슨 소리를 하냐는 표정을 짓던 그것이 곧 손뼉을 치며 말했다.
“아, 그래. 물에 젖게 해서 감전시킬 생각인가? 그것도 나쁘지 않지.”
궁정 마법사가 놈에게 방전(妨電) 마법을 걸었음을 안다. 전격계 마법은 통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놈의 약점은 물이다.
그 점을 단단히 인지한 채, 돌격해 오는 놈의 공격에 대비한다.
“한번 해 봐.”
양팔, 양 주먹을 강철로 만든 사도가 달려들었다. 돌진의 속도도, 위력도 괴물의 모습을 했을 때보단 줄었지만 늘어난 것도 있었다.
자신감. 공격에서 조금의 망설임도 느껴지지 않았다.
무거운 쇳덩이가 카를이 세운 얼음 방패를 쉼 없이 두들겼다.
멍청하게 맞고만 있을 생각은 없다. 그리고 자신의 공략법에 대한 검증도 필요했다.
“……!”
얼음 방패를 이루는 마법에 마력을 덧대어 두께와 부피를 늘린다.
동시에 육체 쪽에 힘을 싣고, 앞으로 한 발. 그것으로 두 팔을 끊임없이 놀리는 사도에게서 빈틈을 만들어 내고, 얼음 창을 형성했다.
노리는 곳은 심장.
두 눈을 부릅뜬 사도가 카를을 노려보았다.
“크…!”
눈은 보았으나 양팔에는 여유가 없다. 창은 심장이 위치한 왼쪽 가슴을 찔렀다.
하지만 심장 자체를 꿰뚫지는 못했다.
카앙…….
금속과 얼음이 부딪치는 소리가 작게 메아리쳤다. 놈은 심장마저도 금속으로 만들 수 있었다.
“큭!”
콰앙! 양팔로 창을 내리쳐 깨부순다. 사도 특유의 이질적인 육체가 구멍 난 가슴의 상처를 순식간에 치유했다.
치유가 마무리되어 살점이 채워지기 직전, 카를은 금속으로 된 심장이 다시 붉은 심장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보았다.
‘역시 오래 유지하는 건 불가능하군.’
사도의 육체는 인형에 가깝다. 인간은 재생할 수 없는 부위도 쉽게 재생한다. 하지만 심장만은 그렇지 않다.
유일한 약점. 심장. 그걸 강철로 바꾸어 지킬 수 있다면 무적에 가깝지만….
당연하게도 강철로 변한 심장은 맥동하지 않는다. 외부의 힘으로부터는 무적에 가깝지만, 심장이 멈춰 있으니 스스로 죽는 꼴이다.
“하나. 이는 정의다.”
검증은 끝났다. 공략대로 이행하기만 하면 된다.
“만물에는 마력이 깃들어 있으니, 이는 고금을 통틀어 변하지 않는 진리다.”
“뭐라고 지껄이는 거냐…?”
“둘. 이는 정의다. 사방에 흩어진 마력을 의지라는 실로 이어 정렬하는 것을 우리는 마법이라 부른다.”
멈칫.
“셋. 이는 정의다. 이를 비틀고 방해하더라도 자신의 의지로 기어코 완성하는 자들을 우리는 마법사라 부른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사도가 땅을 박찼다.
“넷. 이는 의문이다. 이 순간, 이 장소에서는 몸에서 떨어진 실들을 가차 없이 끊어 버린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몸에서 떨어진 실들을 서로 이을 수 있는가?”
쾅! 카를이 가까스로 강철 주먹을 피해 냈다. 대신 맞은 벽이 박살 나며 가정집이 내부까지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뻥 뚫렸다.
“다섯. 이는 해답이다. 나는 답한다. 끊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실을 만들어라.”
“너 이 새끼, 지금 무슨!”
“여섯!”
당혹감에 물든 표정이 카를의 눈에 들어왔다.
“이는 증명이다. 나는 끊을 수 없을 정도로 두껍고 강한 실을 만들었으니, 나의 마법은 이 순간에도 온전하리라.”
결계는 몸에서 떨어진 마법의 발동을 모조리 방해한다. 그에, 카를은 약간의 편법을 사용했다.
자신이 발을 딯고 선 땅을 기점으로 마법을 발동한 것이다.
“일곱! 이는 실행이다. 나의 의지를 이곳에 투영하니, 이 세계를 나의 뜻대로 바꾸리라.”
마법을 방해하는 결계가 분명 제도의 하늘을 뒤덮고 있었으나.
이를 비웃듯 카를의 마법이 발현되었다.
카를과 강철의 사도. 두 사람의 주위로 거대한 얼음벽이 세워지고.
그 안에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