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 is so good at magic RAW novel - Chapter 214
214화 회귀의 끝 (6)
회복 마법. 어지간한 마법사는 시도조차 할 수 없는 고난도의 마법.
하지만 탑주가 될 정도로 높은 경지에 이른 마법사에게는 난이도를 논하는 의미가 없다.
다만, 그런 탑주들도 회복 마법의 부작용을 극복하는 것은 실패했다.
“……!”
“입, 다물어 줄래? 고블린이 꽥꽥거리는 소리는 듣기 싫거든.”
결계가 깨진 충격으로 부서진 화분. 거기서 쏟아진 흙을 고블린의 입안에 쑤셔 넣어 입을 다물게 한 직후.
시아나의 치유 마법이 그 효과를 발하기 시작했다. 한 번 잘려 나갔던 팔의 접합부에서 살이 차오른다.
자잘한 생채기는 이제 찾아볼 수도 없다. 그리고 아주 잠깐 동안은, 아무 일도 없었다.
“……!”
하지만 사납게 일그러지고 흙 사이로 흐르는 괴성이 아무 일도 없는 것이 아니라 알렸다.
직후, 꾸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고블린의 어깨에서 팔 하나가 자라났다.
순식간에 다완족이 된 고블린의 모습에 카리아는 기겁하며 발을 뒤로 물렸다.
그러는 사이에 온갖 부위가 더 자라났다.
양어깨에서는 각각 셋이 넘는 팔이 자라났다. 팔마다 손이 두 개씩 달려 있어서 기괴함을 증폭시켰다.
다리도 비슷했다. 무릎 아래에서 정강이가 하나 더 뻗어져 나왔다. 머리가 두 개가 되었을 시점에, 카리아는 역함을 참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끄륵.”
시간이 얼마나 더 흐른 걸까.
숨 넘어가는 소리가 들리자 카리아는 슬며시 눈을 떴다.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기괴한 모습이 된 고블린은 바닥에 널부러져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고블린의 몸 끝부분들이 썩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으.”
합치면 스무 개가 넘는 손발의 끝부터 검게 썩어 들어간다. 정말 순식간에 부패는 팔과 다리를 거쳐 몸에도 영향을 끼친다.
온몸이 부패하는 데 걸린 시간은 1분 남짓. 카리아를 몇십 번이나 죽인 고블린은 썩어 들어가는 뼈만 남기며 절명했다.
“…쯧.”
딱. 시아나가 손가락을 튕기자 부패한 뼛가루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직후 그녀는 본관 밖으로 걸어 나갔다. 추락의 여파로 목숨을 잃은 마족, 목숨은 부지했더라도 부상이 심해 움직일 수 없게 된 마족이 즐비한 그곳을 바라본 시아나가 두 마디로 이루어진 시어 마법을 발동했다.
거대한 공간의 틈으로 시체와 꿈틀거리는 마족들을 집어넣은 그녀는 마지막 한마디로 마법을 마무리하고 뒤로 돌아섰다.
“아….”
저게, 대마법사. 탑주.
카리아는 감탄으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시아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런 카리아를 향해 시아나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카리아 프라헨 학생? 그리고 플레어 학생?”
“네. 총장님.”
“네…? 아, 네!”
“잘했어!”
네? 그런 대답이 튀어나오려 했지만,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카리아의 입안에서만 맴돌았다.
시아나가 카리아와 플레어를 품에 껴안은 까닭에 입 밖으로 말이 나오지 못한 것이었다.
“미안해! 그리고 너무 고마워, 카리아 학생. 다 내 잘못이야… 카리아 학생이 아니었으면, 정말 끔찍한 일이 벌어질 뻔했어.”
“…으읍.”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결계를 조정하는 중에는 집중을 해야 하거든. 내가 만든 결계가 아니라서… 그래도 결계가 깨지자마자 달려왔어야 했는데, 너무 늦었어. 미안해.”
“으으읍.”
카리아는 버둥거리며 시아나의 몸을 탁탁 쳤다. 그제야 너무 격하게 껴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시아나가 카리아를 풀어 주었다.
“아… 미안해. 카리아 학생, 답답했지…?”
“아, 아뇨….”
답답하기보다는 포근한 쪽에 가까웠다. 숨이 조금 막히는 건 사실이었지만.
“그, 그런데 탑주님… 아니, 총장님. 총장님이 만든 결계가 아니라고요…?”
“응. 카를, 아니지 이사장이 만든 결계야. 나도 발동은 할 수 있지만 정신 집중이 필요해서….”
“어,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아 혹시 스톡을 해 둔 건가요…?”
“응?”
열성적인 목소리와 호기심으로 반짝이는 눈빛. 비정상적인 호기심이었지만, 동시에 마법사다운 호기심이었다.
부드럽게 미소 지은 시아나가 입을 열었다.
“스톡…은 아니야. 완성된 마법을 미리 저장해 둔 건 아니고… 미리 완성해서 발동되어 있는 마법을 조정한 거지.”
“발동이 되어 있었으면… 어, 음? 어떻게요?”
“어떻게 시전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조정을 할 수 있냐고 물어보는 거지?”
“아, 네네! 그거에요!”
“합동 연계 마법인데, 수업에서 들어 봤니?”
“네!”
열성적인 끄덕임. 그 반응이 마음에 들어 시아나는 뒷수습도 잊고 즉석에서 가르치기 시작했다.
아카데미 마법부 학생들의 최종적인 목표는 합동 연계 마법을 다룰 수 있게 되는 것.
당연하게도 가르치는 쪽이 먼저 숙달되어야 했고, 시아나와 카를은 아카데미를 보호하는 결계를 두 사람이 함께 구성했다.
이론과 실전. 거기에서 얻은 노하우를 알려 주자 카리아는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플레어는 중간부터 이해를 포기하고 두 사람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원(原)시전자가 없으니까 조정을 할 때는 아무래도 정신 집중이 필요하더라고? 아직 완벽히 개선이 된 게 아니고 마법의 구조상….”
“탑주님?”
“…어쩔 수 없이 발동과 구축은 각각 맡아서 했거든. 문제는 시전자가 내가 아니니까 발동 부분을 조정하려면 정신 집중이 필요했어. 아. 누가 나 불렀니?”
“네. 탑주님. 저예요. 사라.”
시아나를 부른 사람은 카리아가 아니었다. 그녀의 뒤편, 마수의 검은색 피를 흠뻑 뒤집어 쓴 사라가 입을 열었다.
“그게 탑주님… 일단 마수들은 다 정리했는데 시체가 너무 많아서 저희끼리 처리하기는 힘들어요.”
“마, 마, 마수가 있었어요…?!”
“넌… 아, 그래. 응. 마족들이 자기들은 이쪽으로 오고 마수는 다른 데로 보냈더라. 뭐, 마수는 결계도 못 깼지만.”
“마수도 있었구나….”
만약 그 마수까지 한꺼번에 본관으로 몰려왔으면 어떻게 됐을까.
상상만 한 것인데도 카리아는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탑주님, 그 미친년… 아니, 거미 교수 좀 말려 줘요. 거미 교수가 불러낸 악마들 때문에 난리가 났어요.”
“또?”
“네. 탑주님 아니면 못 말려요. 선배는 대체 어디서 그런 인간을 데리고 온 거야…?”
“알았어. 내가 가 볼게.”
시아나는 몸을 반 바퀴 돌렸다. 그 방향은 부서진 문 쪽이 아니라 카리아를 향해서였다.
“그리고 카리아 학생?”
“네…?”
“오늘은 정말 잘해 줬어. 아까도 말했지만 카리아 학생이 아니었으면 큰일 났을 거야. 나중에 꼭 보답할게. 일단은… 쉬고 있어.”
“에헤헤….”
시아나가 머리를 쓰다듬자 카리아는 밝게 웃으면서 뒤통수를 긁적였다.
손을 뗀 시아나는 천천히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런 와중에 사라는 한쪽에 모여 있는 방패 조각들을 유심히 보았다.
그 시선을 눈치챈 카리아가 물었다.
“왜… 그러세요?”
“아니야. 아무것도. 잘했어. 카리아 학생.”
사라는 그렇게만 말하고서 돌아서서 밖으로 나갔다. 방패를 보던 시선이 퍽 곱지는 않아서 플레어는 조금 의아했지만….
“봐, 봤어, 플레어? 나 잘했대! 내 덕분이래!”
…카리아에겐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순수하게 좋아하는 얼굴. 본인이 신경 쓰지 않는다면 아무 상관 없지 않을까.
“응. 잘했어. 카리아.”
그리고.
드디어 ‘반복’에서 벗어났다. 말할 순 없지만, 그 기쁨에 콩콩 뛰어 대는 카리아였다.
* * *
사라락….
종이가 스치는 소리에 카를은 눈을 떴다.
온몸이 무겁고 뻐근하지만 움직일 순 있었다.
그렇게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누군가 카를을 향해 다가왔다.
“일어났어요?”
흘러내린 머리카락이 얼굴을 간질였다. 새하얀 머리카락과 자주색 눈. 동화의 한 장면 같았으나 엄연한 현실이었다.
목이 먼지로 가득 찬 듯 답답해 말로 대답하는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몸은… 좀 어때요? 마법사들 말로는 무리를 해서 안 좋을 거라던데.”
아나스타시아의 물음에 카를은 제 몸을 점검했다. 체력 고갈, 마력 소모로 인한 탈진 그리고 마력 회로 과부화까지. 상태가 좋지는 않다.
하지만 몇 시간 푹 쉬면 문제는 없을 것이다.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이자 휴, 한숨이 흘러나왔다.
“다행이에요. 기절했다길래 문제가 큰 줄 알았는데….”
“그, 정도는 아니야.”
“카를 당신이 대규모 마법 쓴 거 본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에요. 진짜 문제, 없는 거 맞아요?”
“문제없어. 괜찮아. 걱정해 줘서 고마워.”
침을 몇 번 삼키자 목도 상태가 나아졌다. 어쩐지 뺨을 조금 붉히는 그녀를 향해 카를이 물었다.
“내가, 얼마나 잤어?”
“네 시간 정도? 얼마 안 됐어요.”
“네 시간….”
그 이후로 네 시간이라.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카리아 프라헨. 그쪽은 어떻게 되었을까.
시간은 공평하다. 이쪽에서 네 시간이 흘렀다면 그곳도 네 시간이 지났으리라. 상황은 이미 끝나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잘 해결됐겠지. 지금은 그렇게 지레짐작하는 것이 한계였다.
“안나. 피난 상황 같은 걸… 들을 수 있을까.”
“일단 제도 북쪽 지구에 사는 주민 일부를 남쪽으로 대피시켰어요. 그런데….”
그림자들의 육신을 빌린 사도들의 목적은 무차별적인 살육이 아니다. 잘 숨어만 있는다면 목숨은 부지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온 그런데, 라는 말. 아나스타시아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대피하는 도중에 북쪽 광장에 있는 마법사 하나가 접근을 막기 시작했어요. 결계 같은 게 있는 건 아닌데, 접근하면 죽일 기세로 마법을 날려 대요.”
“마법사가….”
“네. 아마 배신했다는 마탑의 마법사 중 한 명 같아요. 그 마법사 때문에 저희 쪽 인원이랑 기사들은 일단은 물러났어요. 뚫고 들어갈 수 있을 정도는 아니라서….”
마탑의 마법사는 아니다. 에르딘 칼렉. 그를 재현한 사도. 기사단원들이 접근을 꺼리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사실상, 주민 대부분이 대피도 못 하고 집 안에 갇혀 있는 상황이에요.”
“…괜찮아.”
“네?”
“그 마법사, 주민들을 건드리진 않을 거야.”
근거는 직감뿐이었다. 하지만 카를은 알 수 있었다.
사도는 다른 누구도 아닌 카를 자신을 노리고 있다. 철권을 가진 사도를 쓰러트릴 때, 분명 자신을 공격할 수 있었으나 하지 않았다.
온전한 상태로 겨뤄 보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듯 했다.
“당장 대피를 시킬 건 없어. 내가, 회복하는 대로 그 마법사를 정리할 테니까.”
“괜찮…아요? 무리하는 거 아니죠?”
“괜찮아. 그리고 무리하는 것도 마냥 나쁜 건 아니라서.”
절대적인 마력의 양을 늘리고, 그 질을 개선하기 위해선 적당한 무리가 필요했다.
손쓸 수 없는 손상이 아니라면 체내 마력 회로의 부하는 회복하는 과정에서 회로를 더 튼튼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물론 이런 성장 방식은 고작 5년, 10년으로 되는 게 아니다. 몇십 년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방식을 써야 한다. 그만큼 성장이 절실하다.
‘만약 아스텔이 준 힘이 아니었으면….’
사도들을 쓰러트리는 건 불가능했으리라.
물론 절망의 신이 지금 강림한 것도, 아스텔이 모습을 드러낸 것도 이른 시기에 신살(神殺)을 한 까닭이긴 하나….
더더욱 성장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포인트를 투자하자. 카를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뒤, 입을 열었다.
“안나. 내가 부탁한 건… 어떻게 됐어?”
“진짜 역사서 말이죠?”
탁. 아나스타시아가 책을 덮었다.
그리고선 그 책을 들어 카를을 향해 표지를 보여 주었다.
검은 가죽 표지. 제목은커녕 아무런 글자도 적혀 있지 않은 두꺼운 책이었다.
“이거예요.”
“읽어 봤어?”
“네. 제국 공용어가 완성되기 전에 쓰인 책이라 조금 어렵긴 했지만….”
아나스타시아가 싱긋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저는 교양 과목으로 고어(古語) 수업을 들었답니다? 이 정도는 쉬워요. 그런데 카를….”
웃음기를 머금었던 목소리가 한순간에 차분해졌다. 책을 책상 위에 올려 둔 그녀가 말했다.
“이 책, 찾아 준 사람이 저희 오라버니예요.”
“…칼리테가?”
“네. 황궁 기록보관소에서, 오라버니를 마주쳤어요. 저를 뒤따라서 누가 들어오길래, 그림자인 줄 알았는데 저희 오라버니였어요.”
“애초에 기다리고 있었구나.”
“네. 그런 것 같아요. 어쨌든 카를….”
입술을 달싹이던 아나스타시아가 말했다.
“저희 오라버니라서 제가 이런 말을 하는 건 아니에요. 책을 찾아 줘서는 더더욱 아니고요. 정말, 제 객관적인 생각인데요….”
“말해 줘. 듣고 싶어.”
“그게… 저희는 오라버니를 막으면 안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