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 is so good at magic RAW novel - Chapter 32
32화 사도 (1)
“이건 또 뭐야…?”
사라는 카를이 새로 가져다준 사체를 보고 의문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얼음 꼬챙이가 되어 온 마수는 생전 처음 보는 것이었다.
웬 도마뱀 같은 가죽에 입이랑 꼬리가 길쭉한 흉악하게 생긴 마수.
주둥이 근처에 묻은 허연 얼룩 같은 토사물 자국이, 이 마수 또한 병에 감염되어 있었음을 알려 주었다.
“어라? 이게 왜 여기 있지?”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
시선을 돌리자 마수의 사체를 만지작거리면서 신기해하는 칼리의 모습이 보였다.
아무리 사체라지만 겁도 없나…?
내심 그렇게 생각하던 사라가 물었다.
“이게 뭔지 알아요?”
“네. 아마… 도미네이터 같은데….”
“도미…? 도미노?”
“아뇨, 도미노가 아니라 도미네이터라고 마족들은…… 읍.”
사라가 손을 뻗어서 그녀의 입을 막았다.
미어캣처럼 허리를 쭉 펴고 주위를 둘러본 그녀는 들은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말했다.
“누가 들으면 큰일 나요…!”
“으읍.”
사라의 말을 들은 칼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천천히 손을 떼었다.
“어쨌든 도미네이터라고 했죠? 그게 뭐예요?”
“마수의 일종인데… 강이나 늪에 살아요. 근데 성질이 포악해서 사역… 아니, 길들이는 게 불가능한데….”
칼리가 마수의 아가리를 살짝 벌렸다.
누리끼리한 이빨은 사라의 손가락보다 훨씬 길고 두꺼웠다.
저 이빨에 물리기라도 한다면 다치는 것으로 끝나진 않을 것이다.
“…근데 이걸 어떻게 잡아 왔지?”
“사역하는 게 불가능하다고요?”
“네. 딱 한 번밖에 못 봤는데 그건 마왕….”
흡. 이번에는 칼리가 스스로 제 입을 막았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사라는 칼리의 손을 잡아끌고 사람이 없는 구석진 곳으로 향했다.
“사역하는 게 불가능하고, 강이나 늪에 사는 마수라고 했죠?”
“네.”
“……강이라면 어떤 강이에요? 작은 하천? 아니면 넓은 강?”
“거의 바다로 통하는 강… 정도는 되야.”
“그만한 강은 이 근처에 없을 텐데…?”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또 하나의 의문점이 떠오른다.
이 마수는 언제, 어디서 병에 걸렸는가.
환자들을 관찰해서 얻은 결과, 온천병의 전염 매개는 액체다. 같은 물컵을 쓰거나 침 같은 체액으로 전염되는 병이다.
그런 방식으로 이만한 마수가 병에 걸릴 수 있는 건가?
“뭔가 이상한데….”
한참을 고민하던 그녀가 툭 내뱉듯 중얼거렸다.
이 마수를 사냥하겠다며 카를이 떠난 것은 어제 새벽이었다. 그리고 오늘 돌아왔으니, 하루 넘게 걸렸다.
비행 마법을 써서 갔을 테니 걸어서 하루 따위의 거리보다는 훨씬 먼 곳이다.
그런 곳에서, 인간은커녕 마족도 사역할 수 없는 마수가 병에 걸려 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되었다.
“설마 진짜로…?”
저번에 카를이 말했던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만든 질병이라면’이라는 가정.
만약 마수를 사역할 수 있는 존재가 마수에게 병을 일으킨 뒤, 마수를 사람들이 사는 지역에 푸는 것이라면 앞뒤가 맞는다.
그렇다면 카를 선배가 노리고 있는 건, 저번에 말했던 것처럼 자신에게 접근하는 그 누군가의 존재다.
……선배에게도 병을 옮기려고 하는 것이 그 누군가의 목적이라면.
한시라도 빨리 치료제를 만들어야 했다.
“이, 일단 저 마수도 혈마법으로 분석해 주세요. 피 뽑아서 가져다드릴게요.”
“네.”
혈마법을 사용한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들켜선 안 됐기에, 칼리의 작업실은 창고 안에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사라는 마력을 끌어 올려 마수의 몸을 뒤집은 뒤, 상대적으로 가죽이 덜 질긴 쪽을 찾아 나이프를 꽂아 넣었다.
마수 특유의 검은 피가 흘러나왔고, 그것을 그릇에 담았다.
“…제대로 연구해 볼 걸 그랬나. 혈마법.”
연구를 해도 어차피 못 쓰는 마법이라는 생각에 빠르게 포기했는데, 이렇게 필요한 날이 올 줄이야.
근데 이거 그냥 핏덩어린데 어떻게 분석을 하는 거지?
딱히 마도구 같은 장비를 쓰는 것도 아닌데.
“여기 두고 갈게요.”
“아, 네. 감사해요.”
순간 의문이 떠올랐지만 사라는 마수의 피가 담긴 그릇을 놓아두고 방에서 나왔다.
시간은 촉박한데, 해야 할 일이 산더미였다.
새로 발생한 환자들도 봐야 하고, 저 마수도 해부하면서 분석해 봐야 할 거고….
“아.”
그러고 보니, 저건 앞의 두 마수와 종류와 형태가 다른 개체다.
결과에 오차가 생길 수 있으니 그걸 알려 줘야 했다.
“……!”
다시 문을 열고 들어간 사라의 눈이 크게 뜨였다.
너무 놀란 나머지 말이 잘 안 나왔다.
그러는 사이, 칼리는 아무렇지 않게 그릇의 내용물을 삼켰다.
“그, 그걸 왜 마시고 있…?”
“아.”
“빠, 빠, 빨리 뱉어요! 마수의 피는….”
마수의 피를 마시면 마기(魔氣)에 중독되어, 주화입마라 불리는 상태가 된다.
피가 주는 마력을 보고 그 피를 마셨던 과거의 수많은 흑마법사가 광증에 걸려 미쳐서 죽었다.
마족이라고 예외는 없다.
하물며 마족보다 마기에 대한 내성이 낮은 칼리와 같은 반마는 더더욱.
“괜찮아요.”
“……네?”
칼리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제 입술에 묻은 검은 핏방울을 혀로 핥아 낸 그녀가 말했다.
아까 보았던 마수의 이빨이 떠오르는, 날카로운 송곳니가 입술 사이로 존재를 드러냈다.
“저는 마셔도 괜찮아요.”
“괜찮을 수가 없어요! 다른 것도 아니고 마수의 핀데…! 설마, 이전에 마수들 피도….”
“네.”
“……?”
오늘, 왜 이렇게 의문스러운 일이 많을까.
마수의 피를 마시면 빠르면 그 즉시, 늦어도 3일 정도면 광증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칼리는 멀쩡하다.
최소한 일주일 전과 차이가 없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저도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괜찮았고,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니, 어떻게….”
그녀는 얼떨떨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칼리를 향해 다가갔다.
조심스럽게, 손을 뻗는다.
매개 마법을 연구하면서 자연스레 발달한 감각이 칼리의 체내에 있는 마력의 흐름을 감지한다.
“……!”
핏줄을 타고 흐르는 마력. 비록 흐름의 세기는 약하지만, 더없이 매끄러웠다.
마력의 운용에 한정하면 천부적인 재능이었다.
자신의 피로 마법을 쓰는 혈마법사.
고유 능력에 가까운 혈마법이라고 생각했으나, 마수의 피를 마시고도 마력의 흐름이 이렇게 안정적이라면….
“대박.”
“네?”
“아뇨. 아니에요. 칼리 피는 더 이상 분석 안 해도 돼요. 저 선배랑 급하게 얘기할 게 있어서 그런데,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아… 네.”
빠르게 말을 늘어놓는 사라를 멍하니 바라보던 칼리가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 * *
지옥에서 굴러 나온 악마.
카를은 노신부의 말을 되새겼다.
평소였다면 그냥 짚고 넘어갔을 말이다.
하지만 숲속에서 마주한 마수에게, 정확히는 그 몸뚱이에 빙의한 사도에게 자신이 한 말이 떠올라서 넘어갈 수가 없었다.
사락, 하는 소리와 함께 카를의 손가락에 의해 성서의 페이지가 넘어갔다.
성서를 가지고 다닐 정도로 신앙이 깊은 한 집행관에게서 빌려 온 물건이었다.
“지옥… 악마….”
성서의 내용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분석 특성이 작용하며, 한 페이지를 통째로 읽어 내고 키워드를 찾아낸다.
지옥과 악마.
“…지옥이라는 단어는 없다.”
악마에 대한 언급은 존재한다. 가톨릭을 베이스로 만들어진 종교이니 이 성서 또한 성경을 본떠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성경과 성서의 차이는, 지옥에 대한 언급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실과 달리 이 세계에는 악마가 실존한다.
그러나 성경이나 신곡, 파우스트 같은 곳에서 나오는 유황불이 타오르는 지옥은 없다.
지옥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한 것이고, 또 악마와 지옥은 연관되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 세계의 악마들은 뿔과 꼬리가 달린, 지옥에 사는 존재가 아니라 바위나 고목 따위의 무생물에 깃드는 악령이었으니까.
“…지옥에서 굴러 나온 악마.”
성서를 수백 번은 읽어보았을 신부가, 지옥과 악마를 함께 언급했다.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선배!”
벌컥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사라의 목소리가 고막을 뚫고 들어왔다.
카를은 성서를 덮고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후우, 하. 급하게 달려온 것인지 사라는 잠시 숨을 고르다가 말했다.
“선배 그 사람 있잖아! 칼리!”
“…진정하고 천천히 말해라.”
“아, 응. 휴. 진정했어. 칼리 그 사람이 쓰는 혈마법 말인데 고유 마법이 아니라 그냥 지극히 평범한 혈마법이야!”
“……지극히 평범하다?”
“근데 차이점이 있어. 피에서 마력을 얻어 내는 효율이 뛰어나. 아마 체질인 것 같은데, 어쨌든 비정상적으로 엄청난 효율이야.”
전혀 진정하지 못한 목소리로, 와다다― 빠르게 말을 쏟아 낸 그녀가 결론을 내놓았다.
“그러니까 역으로 접근해서, 아직 숨이 붙어 있는 마수의 피를 흡수하게 한 다음에 칼리의 마력 패턴을 분석하면….”
“병을 분석할 수 있다는 건가.”
“그거야! 게다가 칼리는 마수의 피를 마셔도 멀쩡해서 마기 침식에 대한 위험도 거의 없고, 병에 감염되지 않도록 흡수 과정에서 술식을 첨가해서 제어하면….”
안전하게 결과를 얻어 낼 수 있다.
그것이 결론이었다.
하지만 카를은 딱 하나가 마음에 걸렸다.
“마수의 피를 흡수하면 마력 패턴이 일그러질 텐데, 그러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그건… 그렇긴 한데. 그래도 결과는 확실하게 얻을 수 있으니까…. 보통 마력 패턴을 분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3일 정도인 걸 감안하면 아무리 늦어도 40일. 빠르면 30일 안에는….”
카를은 고개를 저었다.
벌써 8일이라는 시간이 소모되었다.
보조 목표에서 제시한 시간은 한 달. 벌써 8일이 소모되었으니 남은 시간은 겨우 22일이다.
빨리 끝나도 30일은 턱없이 모자라다.
‘두 번째 보조 목표였으니….’
두 번째 보조 목표의 실패는 세 번째 보조 목표의 실패를 전제로 한다.
세 번째 목표는 시간제한 따위가 아니다. 사람의 목숨이 걸린 문제였다.
“마력 패턴이 일그러지지 않으려면 최소한 종족은 같아야 하는데 칼리는 인간과 마족의 하프는 아니라서 사람의 피여도….”
말을 이어 나가던 사라의 시선이 순간 카를을 향했다. 그의 태생은 마탑 내에서 유명했다.
문득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린 그녀가 말했다.
“설마 반은 마족이고, 반은 엘프?”
“그래.”
“그리고 선배의 반의반은 엘프고.”
“그래.”
“하아….”
카를의 의중을 깨달은 그녀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예 종이 다른 마수나, 생판 연관이 없는 인간보다는 조금이라도 같은 종족의 피가 흐른다면 패턴의 일그러짐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돌아가면 탑주님한테 위험한 짓 했다고 이를 거야.”
“…마음대로 해라.”
노신부가 지은 맹금류의 것과 같은 날카로운 눈빛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멀리서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신성력과 인자한 분위기는 그가 일생을 살아오며 자연스럽게 쌓인 것이다.
그렇기에 카를도 처음엔 깨닫지 못했다.
감사를 전하는 노신부의 눈빛에는 자비로움이 가득했으니.
다른 무언가가 빙의한 것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그리도 순식간에 눈빛이 바뀔 수 있을까.
“그럼 말이라도 좀 해 봐. 그 선배를 노리고 있는 사람이 대체 누군지.”
“백십자교 성당의 신부.”
평생토록 신을 섬겨 온 사람에게, 그 신앙심이 다만 어딘가로 드러났을 때.
스스로를 신이라 자칭하는 이들은 제 수족을 내려보내어 그 몸과 마음을 차지하고.
그리하여 삶을 신앙과 자비 그리고 인내로서 살아온 이의 눈을 맹수의 것을 바꾸어 놓는 것들이.
“그 몸에 깃든 역병신의 사도.”
사도라는 족속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