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 is so good at magic RAW novel - Chapter 37
37화 해결 (1)
리안에 위치해 있는 의원 중 한 곳인 ‘롬멜’.
병상은 고작 세 개 뿐인 허름한 장소였지만, 카를은 그곳을 제 발로 찾아갔다.
온천병의 최초 발견자인 집행관 카스가 입원해 있는 장소였다.
“오….”
카를이 도착했을 때, 그는 이미 병상에서 몸을 일으킨 상태였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제 손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는 모습으로 보아 이미 몸을 회복한 듯했다.
“마법사님, 이게 뭡니까? 몸이 완전 싹 나았습니다.”
“오… 단시간에 효과가 바로 나오는구나…. 그럼 농도만 높이면….”
“에, 예? 마법사님, 혹시 저 가지고 실험하신 겁니까? 아, 아니지요?”
“맞는데.”
“예?”
“당신이 동의했잖아. 처음으로 만든 치료젠데 위험을 감수하고 먹어 보겠냐고 했을 때 먹어 본다고 했잖아.”
“그, 그건 그렇긴 한데….”
“흥.”
사라는 당황스러워하는 카스의 말을 완전히 무시하며 손에 든 종이에 필기를 이어 나갔다.
“카스, 몸은 좀 괜찮나?”
“아! 차석 집행관님 오셨… 헉, 안녕하십니까! 각하!”
“그래. 몸은 좀 어떤가.”
“아, 그게 마법사님이 주신 약을 먹으니까… 음, 괜찮아졌습니다! 이제 멀쩡합니다!”
“원래부터 증상이 막 심하진 않았어. 젊어서 그런가, 오러 사용자라서 그런가.”
종이를 들여다본 사라가 첨언했다.
그러자 카스는 손바닥으로 자기 가슴을 치면서 말했다.
“제가 건강해서 그렇지요! 매일 업무 끝나면 꾸준히 운동하고, 술도 안 하고 시가도 안 피우고! 예!”
“…카스, 각하 앞에서는 조금 자중하지.”
“아! 알겠습니다! 어쨌든, 예 그렇습니다.”
“내 생각에는 오러 사용자라서 그래. 마력을 오염시키는 병이라 오러에는 영향이 없더라.”
“그래?”
“응, 어쨌든 테스트는 성공이야. 선배가 설계한 거에서 조금만 바꾸면 될 것 같아.”
카를은 조금 전에 그녀가 중얼거렸던 말을 떠올렸다.
“농도를 높인다는 거?”
“응? 아니, 농도를 높이는 건 단순히 희석시킬 용도로 그런 거고… 사소하게 여길 수 있지만 아주 중대한 문제가 있어.”
그녀의 대답을 들은 카를은 치료제의 설계를 떠올렸다.
자신이 공부하고 터득한 지식은 아니지만 카를로스의 기억 속에 있었던 것을 완벽히 ‘이해’한 뒤에 만든 설계다.
문제 될 것은 전혀 없었는데… 대체 어떤?
“무슨 문제가 있었는데?”
“맛.”
“맛?”
카를의 되물음에 사라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곧, 카스의 침상 옆에 놓여 있는 유리병을 향해 손을 가져갔다.
“이게 선배 설계대로 만든 건데, 이건 너무 맛이 없어.”
“…….”
“가, 각하. 저는 맛있게 먹었습니다! 억…!”
테나가 팔꿈치로 카스의 옆구리를 쳐서 입을 다물게 했다.
“맛은 중대한 문제야 선배! 그냥 무색무취하거나 쓰기만 하면 누가 먹겠냐고. 약이라도 맛있게 만들어야지.”
“……희석시킬 생각이라면 맛이 어떻든 문제는 없을 텐데.”
“아.”
치료제는 마력석과 부가적인 재료들로 만들어졌다.
몸의 마력 순환을 일시적으로 멈추는 것이 주 목적이기에 소량만 섭취해도 되고, 애초에 우물 같은 곳에 풀어서 많은 사람이 먹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그렇기에 맛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정곡을 찔린 사라는 잠시 넋을 놓고 있다가 더듬거리며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그, 그렇긴 한데! 그게, 내가 알아보니까 최초로 발견된 마을도 그렇고 오지에 있는 마을은 우물이 없는 경우도 있대! 강이나 시냇물에 약을 풀 수는 없으니까 그 사람들은 직접 마셔야 하고… 맛을 바꿀 필요가 있는 거지.”
“…그건, 그럴 수도 있나. 그러면 무슨 맛으로 바꾸려고?”
“딸기 맛으로.”
“……딸기.”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 딸기였으니, 취향이 반영된 것이었다.
자신의 설계에 이상이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어쨌든, 손을 조금만 더 보고 농도만 높여서 우물 같은 곳에 풀면 돼. 그럼 거기서 물만 마셔도 병은 자연스럽게 나아. 뭐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는데….”
“부작용이라면, 어떤?”
“일단 오염된 마력을 뱉어 내야 하는 거니까 한 번 게워 내고도 속이 계속 안 좋을 수는 있겠지? 근데 그 부작용도 체내 마력량이 높은 사람한테만 해당되지 평범한 사람은 없을 거야. 어떻게 이런 걸 만들었대.”
사라는 다시 한번 치료제의 설계도를 들여다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리안으로 오기 전, 다른 이도 아니라 탑주님보다 잘 다룰 자신이 있다고 했던 것은 허풍이 아니라 실력이 밑받침되어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사소한 수정은 한 시간 내로 끝날 거야. 부작용은 당연히 없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딱 3일만 지켜보자.”
“어… 혹시 저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당신이 죽거나, 죽을 만큼 아프면 약에 문제가 있다는 거니까.”
“어, 가, 각하! 저 괜찮은 거지요? 막, 마법사님 말씀처럼 약에 문제가 있어서 죽거나 하진 않는 거지요?”
“괜찮다. 안심하도록.”
“휴… 알겠습니다.”
카스가 한숨을 내쉬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런 카스를 보고 사라가 킥, 웃음을 터뜨리면서 말했다.
“근데 이거 선배가 레시피 쓰고 나는 그거 만들기만 한 건데.”
“……어.”
“그러게 호들갑 그만 떨고 좀 자중하라고 하지 않았나.”
순식간에 그의 얼굴은 조금 전의 발언을 후회하는 듯한 표정이 되었다.
카스는 오해라면서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카를은 그런 그를 보고 고개를 끄덕인 뒤, 등을 돌려서 방에서 나왔다.
“너무 풀어지는 것도 안 되겠지만….”
사도가 제압당한 뒤, 집행관들에게 바짝 들어 있었던 군기는 살짝 풀어져 현재와 같은 상태가 되었다.
사건의 직접적인 원흉이 죽었고 치료제가 만들어졌으니 어떻게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어련히 알아서 잘할 테니, 괜찮겠지.”
허나 저들은 집행관이다.
굳이 카를 자신이 뭐라고 하지 않아도 스스로를 엄격하게 통제할 줄 아는 이들이니, 굳이 뭐라고 하지 않아도 될 터.
또한 아주 긴장의 끈을 놓은 것도 아니니 그럴 필요가 없기도 했다.
“……흠.”
카를은 의원에서 나와 거리를 걸었다.
사도는 제압되었지만 아직 전염병의 위험은 사라진 게 아니다.
하늘에 결계가 쳐지고 봉쇄령이 떨어지자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이동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그 탓에 거리는 아직도 고요했다.
“오셨습니까. 각하.”
청사가 위치한 중앙의 광장으로 들어서자 한 집행관이 그에게 경례했다.
거리가 고요한 것과 상반되게, 시장 청사는 하루 종일 분주했다.
도시의 기능은 계속 유지되어야 했고, 병의 대처를 위해 집행관들이 밤낮없이 뛰어 다니고 있어서였다.
허나, 이제 그것도 거의 끝이 보였다.
‘일단 치료제를 만들어서 뿌리기만 하면 된다.’
당장 시나리오에서 일어나는 ‘이벤트’도 그랬다.
더군다나 지금은 병을 퍼뜨린 역병신의 사도까지 확실하게 처치했으니 뜬금없는 곳에서 병이 유행할 염려도 없었다.
‘이제 내가 할 일도 딱히 없을 것 같으니….’
카를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청사 안에서 캐모마일 자작을 찾았다.
반쯤 낙하산으로 시장의 자리에 앉았고, 능력이 뛰어나다 할 수는 없었지만 열심히 노력했다.
그런 사람은 싫어하려고 해도 싫어할 수가 없었다.
“자작.”
미간을 잔뜩 일그러뜨린 채 부하가 올린 보고서를 읽던 자작이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카를을 보자마자 기겁하는 얼굴이 되어선 보고서를 떨어뜨릴 뻔했다.
카를은 염동 마법을 발동해 보고서가 떨어지기 전에 잡아 그에게 건네면서 물었다.
“왜 그렇게 놀라는 건가.”
“아, 아닙니다. 그냥 요즘 잠을 조금 못 자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저, 저는 괜찮습니다.”
“몸을 너무 혹사하는 모양이군. 조금 쉬어 가면서 하는 게 어떻겠나.”
“아, 아닙니다. 그게, 공작님께서도 직접 치, 치료제를 만드셨는데 잠이 무슨 대숩니까. 저, 정말 괜찮습니다.”
아무래도 자신이 한 행동이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면 자작, 잠깐 괜찮나?”
“아, 예. 예. 괜찮습니다.”
“치료제는 이미 완성 직전에 있고, 사흘 정도면 주민들에게 나눠 줄 수 있을 것이다.”
“아… 알겠습니다!”
“그래서, 그 처리를 그대에게 맡기고 싶은데 괜찮겠나.”
“어…….”
이걸 언제 다 할 수 있을까.
순간 그런 생각이 든 자작은 막막함에 입을 다물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카를이 덧붙였다.
“일부 집행관들이 남아서 그대를 도와줄 것이다. 전부를 떠넘길 생각은 아니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떠, 떠넘기다니요. 다, 당치도 않습니다, 공작님. 원래부터 제가 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런가. 어쨌든, 이곳 리안과 환자가 나온 도시에 치료제를 보급하는 것은 집행관들이 할 것이다. 그대는 내 명령으로 인해 주민들이 입은 손해 규모를 정리해서 보고서를 올려 줬으면 좋겠군.”
자작은 확실히 하겠다는 듯 고개를 여러 번 끄덕였다.
“예. 저, 정확히 산정해서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부탁하지.”
카를은 그의 어깨를 털어 주었다. 캐모마일 자작은 그 행동에 감화된 것인지, 눈빛이 밝아졌다.
“그, 그러면 공작님… 언제쯤 돌아가실 예정이십니까?”
“사흘 후에, 치료제가 완전해지면 돌아갈까 싶군.”
“아, 알겠습니다. 그 동안은 편히 쉬시지요. 호, 혹시 괜찮으시면 식사라도 같이 한 끼 하시는 건 어떨지… 예. 하하.”
마침 점심때였다.
또, 캐모마일 자작과는 대화할 일이 많지 않았다. 카를은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
“그, 그럼 함께 가시지요. 저희 가문 요리사가 다른 건 몰라도, 그, 스테이크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합니다.”
“기대되는군.”
* * *
삼 일 뒤.
카를은 마차에 올라타자마자 눈앞에 떠오른 반투명한 글자를 볼 수 있었다.
[최우선 목표 달성!] [모든 추가 목표 달성!] [보상 : 특성 포인트 +65, 보조 특성 선택권.]지켜보자고 했었던 삼일 동안 카스에게서 별다른 이상 증세는 없었다.
따라서 치료제는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생산에 들어갔다.
단순히 레시피만 만든다고 퀘스트를 클리어 하는 판정이 아니었던 것이다.
혹시 앞으로 비슷한 퀘스트가 나온다면 지금처럼 완벽히 검증까지 끝내야 하는 걸까.
그렇다면 꽤 번거로운 일이 되리라.
“뭘 그렇게 멍하게 있어?”
사라였다. 그녀는 퀘스트 창을 바라보던 카를을 향해 물었다.
“아무것도.”
“그래? 하암….”
원래의 그녀라면 뭔가를 더 캐물어도 이상하지 않으나, 많이 피곤한 것인지 사라는 하품을 하며 앉았다.
그녀를 뒤따라 칼리 또한 마차에 탑승했다.
“아.”
카를과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얼굴을 살짝 붉게 물들이면서 고개를 돌렸다.
원래도 입장상 그리 친하진 않았으나 근래 들어 카를은 어째서인지 그녀가 자신을 피해 다니고 있다는 걸 느꼈다.
‘나한테서 마법을 배우고 싶다고 했었던 것 같은데.’
그걸 생각하면 이상한 일이었다.
사라가 바로 앞에 있어서인가?
뭐가 어찌 되었든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게 되어 있었다.
마법을 배우고 싶다면 그녀가 먼저 요청해 올 것이니, 카를은 그 이상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것 말고도 생각할 게 많았다.
“흐음….”
어느새 포인트가 꽤 많이 쌓였다.
총 144포인트. 두 개의 중급 특성을 얻을 수 있는 양이었다.
하지만 카를의 관심은 포인트보다는 다른 곳에 더 쏠려 있었다.
‘선택권이라.’
이번 퀘스트의 추가 목표를 달성하면서 얻게 된 보조 특성 선택권.
이미 목록을 확인한 중급 특성과 달리, 보조 특성은 어떤 게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잠시 고민하던 카를은 그 자리에서 선택권을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