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 is so good at magic RAW novel - Chapter 61
61화 광풍 (4)
말을 마친 카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철창 안으로 들어올 때 거의 발작을 일으켰던 것과 달리 마족은 말도, 격렬한 행동도 없었다.
“내일이면 너희 사절단이 떠날 예정이다. 잘 생각하도록.”
그리 말하고서 철창 밖으로 나왔다.
단순한 의미였다. 내일이 되기 전에 생각을 정리하라는 것.
감옥에서 걸어 나오는 카를을 향해 칼리테가 물었다.
“완전히 속아 넘어간 것 같긴 한데, 저건 어떻게 써먹으려고?”
“…살아서 돌아가면 저놈의 존재 자체가 파란을 일으키게 될 거다.”
“알아서 내분을 일으켜 주면 좋겠지만 꼭 그렇게 되리란 보장이 없다는 게 문제지. 좀 삿되게 말해서 카를로스 네 말이 개소리라고 여길 수도 있지 않겠어?”
“그럴 놈이면 이런 멍청한 짓을 벌이지도 않았을 거다.”
죽음을 상정하고 암살을 계획했을 테지만 그 암살이 수포로 돌아간 이상, 다시 죽음이 두려워졌을 것이다.
당연히 살기를 원할 테고, 그러면 돌아가는 내내 의심암귀와 싸워야 한다.
순간의 감정에도 크게 휘말리는 놈은 그 의심을 이겨 내지 못하리라.
“그리고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마왕은 저놈과 사절단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을 거다. 내분은 반드시 일어나.”
“흐음, 썩 나쁘지 않은 그림이군. 신생 마족 연합이 반란을 일으키는 걸로 시작될 내분이 마왕 측에서 시작된다… 라.”
칼리테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대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너한테 의견을 묻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
“음? 뭔데, 말해 봐.”
“레지엘이나 클레라리온이 마족과 관련된 사안에 일절 개입하지 못하게 하는 것.”
안 그래도 그들은 이번 암살 건을 왜 자기들한테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느냐고 생난리를 쳤다.
칼리테 한 명도 머리가 아플 지경인데 다른 공작들마저 끼어들면 상황이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어떤가.”
“나쁘지 않지. 그 늙은이들이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 나도 싫거든. 하카인 쪽으로 신경을 돌리게 만들어야겠군… 근데 카를로스.”
“왜 그러지?”
“반인반마 하나를 데리고 있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
“그건, 네가 어떻게 알지?”
“리안에서 있었던 역병 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알게 됐어.”
칼리테는 빙그레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반은 엘프고 반은 마족… 아니지, 200년 전에 엘프도 평범한 인간으로 취급받을 수 있게끔 되었으니 반인반마인가? 어쨌든, 절반뿐이라고 해도 마족은 허용되는 범위가 아닌데.”
“하고 싶은 말이 뭐냐.”
“아니, 그냥… 왜 너는 선대의 크로우 공작들과는 다르게, 마족들에게 유연하게 대처하려는지 궁금해져서 말이야.”
크로우 가문은 지난 몇백 년간 마족으로부터 제국을 지켜 왔다.
제국을 침범하는 자들에겐 자비가 주어지지 않는다. 그것이 그들의 기조였다.
“그 마족과 모종의 깊은 관계가 있다… 라고 추측해도 되나?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그래서 관대해진 것이고?”
“헛짚었다.”
“아, 그런가?”
담담한 대답을 들은 칼리테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선대 공작이었다면 저런 놈은 즉결 처형을 지시했을 텐데, 너는 살려서 돌려보내 주려는 게 궁금해져서 말이야. 혹시 이유를 들을 수 있을까?”
“적이 바뀌었거든. 예전에는 마왕이 적이었지만… 지금의 적은 연합이지.”
“마왕은 평화를 바라고, 그와 달리 연합의 세력이 날로 강대해지고 있긴 하지… 그래서였군.”
칼리테는 카를의 어깨를 두드렸다.
멀리서 보면 정말 허물없는 친구 사이 같은 모습이었다.
“나는 또, 내 벗이 혹시나 반역자가 아닌가 진지하게 걱정했지 뭐야. 역시나 아니었군.”
“…….”
“근데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야? 정말로?”
“…….”
“음, 그 표정을 보니 정말 아닌 것 같군.”
칼리테는 어딘가를 향해 손짓을 보냈다. 그의 수하 한 명이 황궁 안으로 급히 달려 들어갔다.
“혹시 내가 말하지 않을까 이건 걱정할 필요 없어. 어차피 내가 이걸 황제 폐하께 말씀드린다고 해도 너한테 반역죄가 적용될 일은 없어. 오히려 내가 이간질한다고 목이 달아날 판이니까.”
그만큼 지금, 황제가 카를에게 보내는 신임은 두텁다.
암살을 계획한 마족을 살려서 보낼 수 있는 것도 그 덕분이었다.
칼리테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아까 움직였던 그의 수하가 다가왔다.
그는 웬 나무 상자 하나를 내민 뒤 목례와 함께 뒤로 물러났다.
“자. 이건, 카를로스 네가 부탁한 거.”
“…고맙다.”
카를은 상자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거미가 보여 주었던 회색빛의 액체와 기이한 형태의 마도구들이 분해되어 있었다.
“그러면 용건은 끝났으니, 나는 이만 가 보지. 네가 부탁한 건을 처리하려면 발품을 좀 팔아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알겠다.”
“아, 그리고 말인데 카를로스.”
돌아가려던 칼리테는 카를을 등진 채로 무언가를 떠올렸다는 듯 말했다.
“내 귀에 제도 외곽에서 폭탄이 터졌다는 소리가 안 들리기를 당부하지.”
카를이 그걸 가지고 실험을 할 것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그는 그렇게 당부한 것이다.
* * *
카를은 황제에게 보고를 올린 뒤 별장으로 돌아갔다.
아담은 이미 떠난 상태였다.
“나름 활약도 한 것 같고, 황제 폐하께 인사도 올렸으니 이만 가 보겠습니다. 며칠 동안 신세 졌습니다.”
라는 말을 시종에게 부탁해 전달했다.
목적지는 서쪽이었다. 아마 그곳에서 더더욱 강해져서, 전쟁이 발발할 때쯤에는 다시 마주칠 것이다.
그렇기에 카를은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고 자신의 실험을 시작했다.
‘마력 공명은 마법 현상 중 하나.’
실험의 요지는 마력 공명 현상에 대한 의문, 학문에 대한 탐구 따위가 아니었다.
제 스스로의 육신, 이 몸뚱이가 가진 재능에 대한 의문이다.
‘왜 이놈이 마력 치환에 집중했을까.’
육체가 가지는 절대적인 마력량을 늘리는 시도는 수도 없이 많았다.
일단 수많은 기록에서 말하기로는, 평범한 방법으론 불가능하다.
타고난 재능의 한계까지는 개척할 수 있어도, 그 한계를 뛰어넘을 수는 없다.
‘이놈은 아직 한계에 도달하지 않았어.’
그건 카를로스의 몸에 들어온 정현 본인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단련을 하면 할수록 마력량이 늘어나는 게 느껴진다. 한계에 봉착하지 않았다는 명백한 증거였다.
‘처음부터 이상하긴 했군.’
마수의 신체를 이식한다는 극단적인 방법을 떠올렸을까.
기억의 회랑 내부를 뒤졌음에도 계기가 될 만한 사건 따위는 없었다.
다만 자신의 재능을 통감하고, 그걸로 결계 마법 고유의 한계를 극복하진 못할 거라는 생각으로 정신적인 압박을 느껴서다.
‘그런데 그게 왜 하필 마력 치환이었을까….’
그 의문은 미처 가지지 못했다.
단순히 마력량을 늘릴 것이라면 마수의 신체를 이식할 게 아니라 마도구를 사용하면 된다. 그것 말고도 방법은 많다.
돈과 신분이 있으니 그 방법들을 사용할 수도 있었을 터인데.
‘또 하나의 재능.’
마음만 먹으면 외부의 마력을 자유자재로 자신의 마력으로 바꾸는 것도.
그리고 자신의 마력을 생명력으로 바꾸는 것도 극히 드문 재능이다.
마법사라면 자신의 재능을 모를 수 없다. 카를로스는 이미 옛적에 그걸 직감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마력 공명이 일으키는 폭발까지 흡수하는 건… 말이 안 되는 수준이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공략이 불가능해서, 게임 내에서는 물량을 갈아 넣어서 처치했던 후반부의 사도들.
그것들을 공략할 방법이 생긴다.
“일단.”
카를은 자신의 별장에서 걸어 나왔다. 별장을 둘러싼 숲을 지나 탁 트인 평야로 나온 카를은 그곳에 자리를 잡았다.
“혹시 모르니….”
자신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뻗어져 나가는 거대한 결계를 쳤다.
혹시라도 일이 틀어지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위력의 폭탄이 아니었으니까.
‘기회는 많아.’
공명을 일으키는 마도구의 분석은 이미 끝냈다. 그리 복잡하지 않은 구조고, 희귀한 재료가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설령 이번 기회를 망치더라도 다시 하면 된다.
가볍게 마음을 먹은 카를은 회색 약물이 든 병과 마도구를 조립했다.
“허.”
마력을 가볍게 흘려 넣은 것만으로 공명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악기 소리가 앰프를 받아 커지는 것처럼 마력의 울림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카를은 그 폭탄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후우.
카를은 숨을 천천히 내쉬었다. 그리고 천천히 바람의 마법을 영창했다.
거대한 결계 내부로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피부와 뺨을 스치고 지나가던 바람은 마법이 덧대어질수록 강하게 불었다.
‘조금 더 정확하게.’
폭탄을 터뜨려 없애기 위해 사용했던 것과 달리 세밀한 조정을 거친다.
오차를 없애는 수준이 아니라 소수점까지 맞추어서.
단순히 폭탄을 터뜨리는 선에서 끝내는 게 아니라 가능한 최대의 위력으로 조정했다.
“여기에 한 번만 더….”
휘몰아치는 돌풍에 바람의 마법을 덧댄다. 그것으로 공명하는 마력을 최대한으로 키워 냈다.
이 이상은, 자칫 실수할지도 모른다.
그런 확신이 든 카를은 거기에서 조정을 멈추었다. 그리고 폭탄을 주위로 차폐의 결계를 펼쳤다.
“…….”
결계를 펼치는 것과 동시에 눈앞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세밀한 조정을 거친 까닭에 위력은 여관 안에서 일어났던 것의 몇 배가 되었다.
시뻘건 불길이 망막을 뒤덮은 순간 카를은 눈을 감고 마력에 감각을 집중했다.
차폐의 결계에 마력을 쏟아붓는다. 다른 오감(五感)을 차단하고 오직 마력의 지각에만 감각을 집중해, 폭발에 간섭한다.
“흡.”
카를은 저도 모르게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막대한 위력의 폭발이, 차폐의 결계에 닿음으로써 흡수된다.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마력이 자신의 몸으로 흡수되는 것이 느껴졌다.
‘아니, 무슨….’
폭발의 위력이 줄어든 것, 그리고 마력의 소모가 생각보다도 적었던 것.
단순히 공명하면서 폭발을 일으키는 마력에 간섭했을 뿐인데,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흡수한다.
물론 공명이라는 현상에 들어간 마력은 흡수하기 쉬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을 감안해도 비정상적이었다.
“윽….”
폭발이 그쳤다.
카를은 뱃속 깊숙한 곳을 찔리는 것 같은 통증에 이를 꽉 깨물었다.
일순간에 흡수한 마력이 너무 많은 까닭에, 금세 육체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지경까지 온 것이다.
그는 차폐의 결계를 해제했다.
“……!”
그리고 과다하게 흡수한 마력을 소모하기 위해 마법을 펼쳤다.
폭발이 발생한 까닭에 아직 열기가 남아 있는 곳으로 발을 내디뎌 반쯤 본능적으로 마법을 펼쳤다.
‘이제야 살겠네.’
물에 빠져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호흡을 가다듬은 그는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한겨울의 호수처럼 평야가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다.
“나쁘지 않다….”
결계 마법의 숙련도가 원래부터 높았던 탓일까.
나름 균형을 잡고 단련한 빙결 계열 마법도 어느새 규모에 치중한 마법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사소한 단점일 뿐이다.
마법의 규모는 곧 체급이 된다. 압도적인 규모의 마법을 펼치는 사도를 상대하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할 것이다.
‘사도.’
곧, 첫 번째 사도가 강림한다.
게임 내에서는 사도의 짓이라고 드러나지 않는 역병 이벤트를 제외하고, 직접 모습을 드러내는 사도.
그 사도를 적으로 돌리게 됐을 때의 상황을 대비해야 했다.
“……하.”
마침 그 생각을 한 까닭일까.
눈앞에서 푸른빛이 터져 나오면서 글자들이 만들어졌다.
[긴급 퀘스트가 발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