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Family Is Not My Problem RAW novel - Chapter (105)
그런 식으로 관련 없어 보이는 산업들까지 덤으로 번성 중이라는 사실에 난 내 양심을 조금 내려놓기로 했다.
하여튼 참.
나라가 쪼끄맣고 작으면 왕국 후계자가 머천다이즈 상품에나 신경을 쏟는 별 해괴한 일이 생기는구나.
그보다 그런 것과는 다른, 조금 더 진지한 문제도 있었다.
때마침 멜로가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서 심각한 얼굴로 외쳤다.
“큰일 났다! 공녀 사랑 협회가 세 개의 파벌로 나뉘어 서로 견제를 시작했어!”
“아, 시끄러!”
……진짜 문제는…….
엑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실이었다.
난 계약서 항목 중 하나를 떠올렸다.
대충, 레리온과 레서는 내 허락 없이 다가오지 못한다는 내용의…….
이제 그 둘의 마음이 변하든 말든 상관없지만, 내가 그 둘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
‘페녹스는 그냥 찰싹 때리면 다 되는 것 같은데…….’
멜로의 성녀 작전은 엑저 쪽에게도 대충 먹혔다.
그들은 성국이 왜 날 보호하고 나와 인연이 어떻게 시작된 것인지 각자 알아서 납득하고 추측한 듯했다.
그리고 계약서에 있는 조항대로, 내 비밀을 캐내려고 귀찮게 굴지도 않았다.
그러니까. 걔네는 정말 내가 원하는 대로 조용히 처박혀서 쭈굴거리고 있기만 하는 것이다!
심지어 내가 그동안 신경 못 썼던 부분까지 해결하는 섬세함까지 보여 주면서.
‘탑 철거업 팀 일행들 생계까지 하나하나 챙겨 주면서 정신적 피해보상으로 목돈도 쥐여 줬다지…….’
그 녀석들한테도 언젠가 사과의 뜻으로 보상하려고 하긴 했었는데.
어쨌든, 그런 모습을 보면 나도 어쩐지 난처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난 답답한 마음에 창문을 다시 열었다.
그때였다.
-쾅!
“왁!”
뭔가가 창틀 앞에 바로 꿍 내려앉았다. 난 놀라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바로 앞에 놈을 찰싹찰싹 때렸다.
왠지 몰라도 안색이 하얗게 질린 페녹스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난 찰싹찰싹 때리면서 외쳤다.
“가!”
“……사랑하는 내 동생, 이럴 때가…… 아니……!”
“가!”
그리고 그의 입에서 나온 다음 말은 나를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네가 작아졌어!”
뭔 소리야.
난 내 몸 이곳저곳을 쳐다봤다. 내가 작아져 보이는 거면 그냥 네가 키 큰 거 아니냐.
그 나이 먹어도 키 커서 좋겠다. 난 대놓고 이죽거리는 얼굴로 헛소리를 무시했다.
그런데 페녹스가 두 손을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 페리 말고…… 그…….”
“…….”
“우리가 보관하고 있던 네 육신 두 개 말이야.”
뭐?
“거기서 좀 더 큰 쪽이 어려지고 있단다. 이걸…… 이걸 어떻게…….”
그런데 문득 깨달았다. 페녹스의 숨이 약간 거칠다는 사실을.
뛰어왔나? 그런데 얘는 찔찔이지만 세계에서 제일 센 놈이다.
얘가 아무리 당황했다 쳐도 숨이 거칠어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마차로 오가는 데에 삼십 분이 넘는 거리를 뛰어왔다 쳐도, 그 정도로는…….
정말 진지한 상황인가?
일단 가 보자.
난 아직껏 정신을 못 차리고 왠지 헤롱거리고 있는 페녹스의 등짝을 챱챱 소리가 나게 쳤다.
그리고 고민하다 창틀을 기어 나와 그놈 등짝에 업혔다.
이동 수단 정도론 삼아 주지.
마차를 타면 최소 삼십 분은 걸릴 거리이니 어쩔 수 없었다.
……물론, 내가 업히자마자 감탄사가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내 숙소 앞에 몰려들었던 공녀 사랑 협회 사람들이다.
“이야!”
“휘익!”
페녹스는 내가 업히자마자 허억 하며 좋아하더니 바로 출발했다.
***
“영안실이 여기야?”
“영안실이라니?”
페녹스가 진지하게 헛소리를 지껄였다.
“오빠의 보물창고라고 불러 줘.”
무슨 그게 미친 소리야, 얘는.
나는 페녹스의 안내를 받아 내 몸을 보관하고 있다는 방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사실, 내가 지금껏 엑저 놈들이 보관하고 있는 내 몸에 대해 신경 쓰지 않고 있던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중요한 사안이 아니었으니까.
‘한두 번 죽는 것도 아니고.’
공작질을 하다 보면 몸 한두 개 정도 버리는 일은 빈번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두 몸은 이미 사용하기엔 글렀다 보니, 내심 그 두 개를 죽은 시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숨 쉬고 있단 얘기는 페녹스에게 듣긴 했지만…….’
그런데 몸이 어려지다니. 말이 되는 소리야?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페녹스를 따라 내 몸들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보이는 것은…….
투명한 크리스탈 관 안에 하나씩 안치되어 있는, 시신인지 육신인지 모를 아기 둘.
“……응?”
뭐야. 난 두 눈을 비비고 다시 봤다.
아기 둘이라니?
하나는 성인의 몸이어야 하고, 또 다른 하나는 아기여야 정상 아닌가.
난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으로 페녹스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헉!”
이 새끼도 같이 놀라고 있는 게 아닌가. 그리고 창백한 낯으로 내게 입을 연다.
“나오기 전보다 더 어려졌어.”
덤으로, 난 아까 페녹스의 숨이 왜 벅차 있었는지 지금에서야 알아차렸다.
이 새낀 어려지는 내 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 좋아서 신나서 헥헥거리고 있던 것이 틀림없다!
“세상에나. 너무 좋군.”
그리고 이젠 숫제 좋아서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이제 완전히 애기가 되어, 세 살 정도인 내가 제 눈앞에 두 명이나 있었으니까.
그래서인지 페녹스는 행복해 죽으려고 하는 중이었다.
“페리안. 부탁이건대, 너와 아가 둘을 동시에 한 번만 껴안아 보면 안 될까?”
……얘한테 쓸모 있는 답을 얻어 낼 순 없을 것 같다.
난 그냥 페녹스의 정강이를 까 줬다. 페녹스는 ‘이것도 나쁘지 않다’며 중얼거렸다.
난 샅샅이 주변부터 탐색하기 시작했다.
***
숨은 쉬고 있다지만 입김도 없고.
‘내가 보기엔 숨 쉬는 시체 정도에 불과한데.’
그건 그렇다 치고.
관 안의 빈자리엔 웬 몬스터 인형들이 가득했다.
……이 인형들은 뭐지?
‘이것들 생긴 게 마음에 들기는 하는데…….’
내 인생 평생 인형 따윈 가지고 논 적이 없건만, 이상하게 이 인형들은 생긴 게 제법 맘에 들긴 했다.
문득 ‘하나 가져가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쨌든 난 인형들을 우르르 치워 버리고 내 몸들을 확인했다.
일단 몸들은 이렇다.
키 구십 센티도 안 될 법한 짜리몽땅한 어린아이 몸 두 개.
누가 봐도 동일 인물이다.
두 몸 다 볼이 유난히 토실토실한데, 지금 엄중한 분위기라는 것도 잊고 손을 가져다 댈 정도로 예쁘게 뽈록 나와 있다.
그러나 두 명의 머리카락엔 차이가 있었다.
아기들답게 포슬포슬한 얇은 머리카락이지만, 하나는 엷은 갈색이고 또 다른 하나는 레서를 닮은 검은색 머리카락이었다는 점이다.
검은색 머리카락을 가진 쪽이 ‘어려진’ 몸이라는 것은 확실했다. 관의 크기나 인형의 배치도 그렇고.
난 응당 해야 할 질문을 먼저 했다.
“근데 이거 누가 입힌 거야? 너냐?”
“내가 널 어떻게 갈아입히겠니, 페리야. 원래 입고 있던 거야.”
역시 이상하다.
난 아저씨의 몸을 빚어서 그 몸으로 움직였다.
근데 그 안에, 내가 만든 적도 없는 본체가 숨어 있던 것이다.
마치 달걀 안에 장난감이 있는 불량식품처럼!
그럼 안의 몸은 최소한 옷을 벗고 있었어야 정상 아닌가? 내가 옷감을 짜낸 적이 없는데.
그보다, 아저씨 육신의 내장은 대체 어디에 욱여넣어져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