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Family Is Not My Problem RAW novel - Chapter (106)
혼란스러웠던 당시엔 생각하지 못했던 상식적인 질문이 머릿속에서 튀어나왔다.
물론 내가 벗고 있었다면 저 엑저 놈들 눈알을 한 번씩 때려 줬어야 성이 찼겠지만…….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자길 쳐다보는지 아는 듯, 페녹스가 머쓱해했다.
난 페녹스를 무시하고 어려졌다는 몸을 구석구석 검사했다. 상의도 한 번 까서 배도 보고.
그러는데 페녹스가 쭈뼛거리며 다가왔다.
“페리야, 너무 만지다가 닳으면…… 그 아기도 내 페리안인데…….”
난 또다시 그놈을 팡팡 때려서 내보냈다.
***
결과는 놀라웠다.
정말 평범한 몸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만든 적도, 입은 적도 없는 옷을 입고 있었단 사실만 제외한다면.
난 다시 페녹스를 불러왔다. 다시 불러온 그는 아까보다는 좀 더 진지해져 있는 상태였다.
“……난, 혹시 네가 일부러 수를 쓴 것이 아닌가 생각했단다.”
“내가 왜요?”
“우리는 그동안 네가 크는 모습을 못 봤으니까. 그걸 보여 주려고 그러는 줄 알고 그냥 좋았는데.”
무시하자.
페녹스는 이게 내가 의도한 상황이 아니란 걸 깨닫자, 한층 더 진지해진 모습으로 돌아오긴 했다.
나는 그런 놈을 무시하고 검은 머리카락의 내가 입고 있는 옷을 만지작거렸다.
왠지 어디선가 익숙한 것 같기도 한 옷이다.
그도 그럴 만한 게, 옷은 길거리 어디에서든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차림이었다.
그러다 생각이 다른 쪽으로 튀었다.
‘유행은…….’
옷이란 것의 유행은 원래 이십 년 간격을 두고 재유행하지 않던가.
십 년 전의 옷은 촌스럽고 웃겨 보이지만, 이십 년 전의 옷은 오히려 멋있어 보이는 경우가 있다.
난 다시 옷의 상표나 택을 뒤져 봤다. 예상대로였지만 하나도 없었다.
어쩐지 무슨 상황인지 알 것 같았다.
난 갈색 머리 쪽의, 이십 년 묵은 시체였던 내 몸을 바라봤다.
그중에서도 발그레한 두 뺨을.
“…….”
난 말없이 페녹스의 상체를 퍽퍽 때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세게 때려도 하나도 안 아플 테니 괜찮을 거다.
놈은 ‘알겠어. 또 나가 있을게…….’라며 방 밖으로 나섰다.
***
나는 인정해야 했다.
조금의 오산이 있었다는 사실을.
‘힘을 되찾으려면, 용족을 찾아가야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러나…….
난 갈색 머리 아기의 뺨에서 느껴지는 기운에 주목했다.
‘볼주머니 같아…….’
그냥 생긴 것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뺨에 서려 있는 어설픈 기운.
그래. 그건 확실히 나의 능력이었다.
같이 떨어질 때 사라졌던 내 힘. 그 일부가 죽은 본체에게 이동해, 저 볼에 저장되어 있던 것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이루어진 시스템인지 나도 이해할 수 없긴 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아기 몸인 나의 뺨에 내 기운이 일부 들어가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꿈뻑
본체가 잠깐 잠에서 깨서 눈을 깜빡거리다 다시 비몽사몽으로 잠들었다.
그래. 얘는 반쯤 살아 있고, 또 반은 죽어 있는 그런 애매모호한 상태였다!
내 능력이 옛 본체에 스며들면서, 나의 생명력 같은 것도 같이 휘말려 들어간 듯했다.
덕분에 죽어 있던 본체가 일시적으로 깨어난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계기가 부족한 것 같은데…….’
-쭈물럭
나는 아기 본체의 양 뺨을 두 손으로 짜부도 시켜보고, 손가락으로 눌러 보기도 하면서 내 기운을 다시 뽑아냈다.
-스르륵
‘휴.’
이제 본체는 금세 다시 영면에 들 것이다. 아무 근거도 없지만 그럴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
그러고 보니, 이렇게 단둘이만 있는 것은 처음인가.
난 아기인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아주 천천히.
‘이제야, 왜 내가 만든 적도 없는 검정 머리 몸이 만들어져 있었는지 알겠네.’
쓰다듬은 손을 통해, 내 본체가 느꼈던 감정이 내게로 몰려들고 있었다.
아주 진득한 미련이었다.
헤어졌던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서 다시 관계 회복을 하고자 하는 그런 마음.
***
몸은 죽었지만, 탑의 기이한 마법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내가 마물 같은 것이라 일반적인 죽음의 개념이 통용되지 않는 것인지.
죽은 내 몸의 생명 반응은 멈춘 지 오래였지만, 나는 마치 영혼처럼 계속 그 자리에 머물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영혼이라기보단 미련의 감정이 고여 있던 것이다.
가족을 보고 싶다는 미련. 그게 이십 년 동안이나 썩은 웅덩이처럼 고여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후.
탑 안에 한 아저씨 무리가 우르르 들어온다. 바로 나와 철거팀 팀원들이었다.
그때 미련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자기 자신이 돌아왔으니까.
또 풍경이 아무렇게나 넘어간다. 시간이란 개념이 없는 시야 속, 가족들이 싸우는 것이 보였다.
‘나’는 서둘러 살아 있는 제 몸 안에 새 몸 하나를 빚어내기 시작했다.
항상 닮고 싶었던 아빠와 오빠의 머리카락을 가진 자신의 모습을.
그게 싸움을 말릴 방법이란 걸 본능적으로 알고서.
또다시 흐름이 뒤죽박죽이 되고, 아기는 제가 빚어낸 검은 머리카락의 몸과 관에 누워 있다.
그리고 문득.
아기가 결심한 것이다.
***
아기는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가족들이 보고 싶다고.
내 본체는 아직까지 가족들을 보고 싶어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를 불러오기 위해……. 볼주머니 속 힘을 이용해서, 자기가 빚은 몸을 어려지게 만든 것이었을까.’
‘나’는 바라고 있었다. 아빠랑 오빠랑 화해할 수 있기를.
현재의 성인인 내가 그들과 화해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었다. 그만큼의 상황 인지 능력도 없어 보였고.
화해하길 바라는 주체는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그래. 아기는 본인이 아빠나 오빠와 조금 싸웠다고 생각하고 있던 것이다.
그래서 멀리 보낸 것이라고.
‘불쌍한 어린 것.’
난 나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다.
이제 엑저와의 인연에 마침표가 다가오고 있었다.
“페녹스.”
“……응, 응?!”
“까만 아기는 탑 7층에 데려다 놔. 그리고 레리온을 거기에 불러. 그리고 갈색 아기는 15층에 데려다 놓고, 선공작한테 가 보라 그래.”
시간을 넘어서 부녀와 남매가 만날 시간이었다.
잠투정을 부리는 갈색 아기를 보고 페녹스가 거의 기절할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
한 시간 뒤, 탑 7층.
세 살 페리안이 신나서 꾸물꾸물 일어났다.
잠깐 잠들었다 일어나니 나쁜 아저씨들이 없고, 착한 사람이 탑을 청소하고 간 모양이었다!
그리고 잠들기 전에 자리 잡았었던 창가 앞에 앉았다.
이 앞에 앉으면 탑의 입구가 보인다.
그 말은, 누군가 페리안을 보러 온다면 이 창문에 앉아 있는 사람이 먼저 알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현재 시점에서 탑 바깥은 높은 가건물들과 많은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그러나 아기 시야에는 그런 것이 애초에 보이지 않았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이십 년 전의 황무지뿐.
아기는 황무지를 보며 생각했다.
누가 올까?
계속 기다릴 수 있었다.
레리온이 소식을 듣고 탑 7층에 도착했을 때, 아기는 혼자 물끄러미 창문 바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계속 이렇게 기다리고 있었겠구나.
아무것도 없는 창 앞에서, 계속.
아기를 꼭 껴안은 레리온은 바둥거리는 세 살 페리안을 품에 안고 놔주지 않았다. 늦게 와서 미안해.
혹시 붉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 무서워하기라도 할까 봐, 품 안 깊숙한 곳에 끌어안으며 조용히 오열했다.
페리안은 웬 낯선 사람이 장난치는 줄 알고 바둥거리면서 웃었다.
***
“근데 누구야? 누구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