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Family Is Not My Problem RAW novel - Chapter (122)
하여튼 지금은 이상한 신목과 성수의 성장기에 집중할 때가 아니다.
멜로가 성국으로 이민 신청한 귀족들의 서류를 뭉텅이로 폐기하며, 이놈의 괘씸한 성녀 녀석이 어딨는지 고민하던 찰나였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만 걱정하는데…….
‘……응?’
멜로가 잠깐 생각을 점검했다.
원래 지금쯤이면 골골거리며 죽어 가야 할 페리의 친구들 둘.
유리스와 옐베리가, 최근에 불평불만이 없다……?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아예 없다기보단 적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원래라면, ‘왜 아직도 페리를 못 찾는 거예요! 신 둘이랑 대화도 가능하다면서요!’라며 멱살을 잡고 짤짤 흔들 둘이, 간간이 ‘페리 찾아 줘요’ 정도로만 끝내고 있었으니까.
페리는 제 친구들이랑 같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멜로가 확신했다.
그리고 그건 정답이었다.
***
신대륙 어딘가의 작은 마을.
알코올 냄새를 풍기는 한 사내가 아무 이유 없이 화풀이로 자신의 아이에게 손을 치켜드는 순간이었다.
몸집이 작은 아이가 눈물을 흘리며 눈을 꾸욱 감았다.
“으앙!”
그때, 아이의 몸에서 은은한 빛이 나더니 전신이 동그란 구체에 감싸인다.
그리고…….
-통!
자기 아이를 때리려던 인면수심의 아비는 그대로 동그란 구체를 내리치고 말았다.
-퍽!
그리고 두 배로 반사되어 돌아온 충격에 오히려 제가 나동그라졌다.
얼굴이 시뻘게진 사내가 눈을 부릅뜨고 자기 아이에게 버럭 소리 질렀다.
“너, 아비한테 뭐 하는 거야, 지금!”
그러나 상황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이도 마찬가지였다.
술을 먹고 난폭해진 아버지의 모습은 익숙했지만, 자신을 지켜 준 보호막 같은 이것은 처음 보는 것이었으니까.
취한 남자가 동그란 보호막을 찢기 위해 술병을 드는 순간이었다.
쯧쯧거리는 소리와 함께 한 마법사 여자가 나타났다.
술병을 움켜쥔 손에 벼락이 내리꽂히듯 전기가 통했다. 남자가 으악 비명을 지르며 술병을 놓쳤다.
유리스가 중얼거렸다.
“아직도 자기 자식을 때리는 부모가 있다니.”
그리고, 열린 창문으로 누군가가 튀어나오며 분홍 머리카락의 귀여운 여자가 등장했다. 이번엔 옐베리였다.
그리고 옐베리가 쨘- 하고 멋진 포즈를 취하더니 말한다.
“방금 이 지역에도 두 분의 신전이 완공되었으니, 더 이상 애들은 때릴 수 없어!”
이게 무슨 소리냐 하면.
두 신이 생긴 후, 세상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물론 세상은 안정되었고, 마물은 사라졌으며, 세상엔 성수와 신목이 가득하고, 두 대륙의 본격적인 교류가 시작되고…….
무엇보다 성국 땅값이 말도 안 되게 비싸지는 변화 등등이 있었지만.
어쨌든 겉보기에 무언가 획기적인 변화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세상엔 하나의 법칙이 생겼다.
아이들을 괴롭히면 안 된다는 것.
규칙은 간단하다.
신전이 세워진 지역에서는 아이들을 때릴 수 없다.
방금 같은 기적이 자동으로 아이들을 보호하니까.
그때 제 아이를 때리려던 남자가 외쳤다.
“네놈들은 누구냐!”
그리고,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옐베리가 신나서 기세등등하게 외쳤다.
“내 이름은 베리!”
유리스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신대륙에서 신전 세우기 모험을 다니며 이 상황극이 몇 번째인지!
그래도 친구들이 좋아하니까 놀아는 준다.
유리스도 자신에게 지정된 포즈를 취하며 말했다.
“그리고 내 이름은 유리.”
그리고 마지막.
지면에서 갑자기 흙이 튀어나와 사람으로 변하더니, 페리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셋 중 가장 멋진 동작을 취하며 외친다.
“마지막으로, 나는 페리!”
어린이 연극, ‘어린이를 지키는 히어로! 레드와 블루’의 오마주였다.
그리고 셋이 합창하듯 외쳤다.
“우리는 어린이들을 구하러 왔다!”
“뭔 미친 소리야!”
그러나 남자는 말을 꺼내자마자 페리의 발차기에 맞아 쓰러졌다.
***
아이를 신전으로 데려다준 후.
유리스가 오징어를 질겅질겅 씹으며 말했다.
해양 마물이 사라졌으니, 이젠 바다도 공포의 대상이 아니며 해산물도 마음껏 먹는 시대가 온 것이다.
대륙과 신대륙이 마음껏 교류하며 열린 신세계.
그것이 페리가 두 어머니와 만든 결과였다.
그때 유리스가 질겁을 하며 입을 열었다.
“아, 마도구 봐봐. 폐하한테 메시지 왔어.”
이제 모망이 신이 되었으니, 이들이 말하는 폐하는 멜로를 뜻한다.
옐베리도 자신의 마도구를 주섬주섬 확인했다.
-페리 숨기고 있지?
“들켰네?”
일부러 시간 간격을 두고 장기 휴가를 내고, 페리를 찾아 달라는 둥의 거짓 닦달까지 했었는데.
그러나 셋은 씨익 웃었다.
셋은 신대륙 여기저기에 초소형 신전을 세우고 다니는 여행을 하고 있었다.
모망과 앨리스의 신전이 세워지면, 그 근방에선 아이들이 굶주리거나 폭력에 시달리는 일이 없게 된다.
두 신이 그들 딸의 어린 시절을 위로함과 동시에, 세상의 모든 페리들을 위해 세운 규칙이었다.
페리와 마찬가지로 불행했던 어린 시절을 보낸 옐베리와 유리스는 당연하다는 듯 페리의 신전 세우기 모험에 동참했다.
멜로에게까지 비밀로 한 이유는 당연했다.
원래 남매 사이란 그런 법이니까.
***
멜로가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다가, 허공에서 내려오는 꽃잎 비에 멈췄다.
“이러지들 좀 마세요!”
페리의 두 어머니들마저 멜로를 놀리고 있었다.
***
그리고 그 시각.
혼테인의 침소.
작위 승계를 무사히 완료한 혼테인은 이제 웬덤 공작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작위의 변경이 아니다.
혼테인이 제 옆을 보며 미소 지었다.
신혼 침대 위에 페리가 인형처럼 누워 있었다.
판데르니안과 혼테인에게 공평하게 하나씩 나눠 준 몸이다.
‘혼자 두는 시간이 미안하니까 두고 가는 거예요.’
혼테인은 페리의 몸 옆에 가만히 누워 그녀의 얼굴을 감상하는 중이었다.
일단은 떨어져 있는 상태지만……
갑자기 그녀가 참을 수 없이 보고 싶어진 그가 말랑말랑한 뺨을 주욱 잡아당겼다.
이윽고, 눈 감고 있던 페리가 기지개를 켜며 눈을 떴다.
끄응. 귀엽게 팔을 쭉 뻗은 페리가 마치 졸린 것처럼 경황없이 물었다.
“……왜 불러요?”
“보고 싶어서.”
“아니. 그렇다고 남의 볼을 왜……”
“귀여워서.”
신앙이 모일수록 페리는 더 강해졌다.
그래서 이제 대륙 단위로 멀리 떨어져 있는 가체에도 순식간에 정신을 옮겨 갈 수 있게 되었다.
그 말은 판데르니안과 혼테인의 옆에 가체 하나씩을 두면서 언제든 둘 사이를 오갈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심지어 본체는 신대륙에서 모험을 떠나면서!
페리는 이것을 주고 둘에게 선언했다. 서로 알아가자고.
앞으로 어떻게 관계가 발전할지는 자신도 모르지만, 그게 무엇이든 진지하게 임하겠다고.
아직 사랑에 빠지는 것은 이르고, 뒤로 물러서기엔 너무 진전된 감정들이었으니까.
그리고 두 남자는 페리의 시간을 공평히 공유하는 것으로 타협을 봤다.
“애들이 놀리니까 빨리 돌아갈 거예요.”
그때였다. 판데르니안 옆에 둔 가체에서도 꾸욱 껴안기는 감촉이 느껴졌다.
‘애들도 아니고!’
진실을 보는 보석안으로 그녀를 지켜보다가, 지금 페리의 정신이 어디로 이동했는지 눈치채고 ‘공평하게 관심 쏟아 달라’고 항의하는 것이리라.
페리가 이번에는 동제국 쪽의 가체로 정신을 이동했다.
***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것은 사랑에 빠진 보석안.
판데르니안이 마치 항의하듯 페리의 몸을 꾹 껴안아 왔다. 어디도 못 보내 주겠다는 듯이.
하지만 페리는 안다.
이렇게 응석 부리지만, 결국 페리가 가는 길을 다정하게 지켜보고 기다려 줄 미래를.
그리고 그것은 그가 관대해서만은 아니었다.
페리가 지금껏 계속 보여 주며 믿음을 쌓아 왔기 때문이다.
어딜 가더라도, 어떻게 헤어져도, 다시 그의 곁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신뢰 관계를.
“이번에는 또 무엇을 하셨습니까.”
“신전을 또 세웠죠. 그리고 드디어 멜로한테 들켰어요.”
“그건…… 큰일인데요.”
말투는 얼마나 자상한지.
페리가 판데르니안을 토닥거려 줬다. 착하게 기다리는 남자에 대한 상이다.
그때 또다시, 본체에서 신호가 왔다.
“애들이 부르나 봐요.”
***
그리고 다시 신대륙에 있는 본체로 돌아오자…….
페리의 몸은 웬 빛나는 밤바다 한가운데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앨리스 님의 장난이었다.
따뜻한 미풍이 페리 옆을 감돈다.
페리는 기분 좋게 웃었다.
***
엄마도 참.
그때 마도구가 진동해서 확인하니, 옐베리의 메시지였다.
-치사한 폐하. 페녹스 경과 레리온 공께도 우리 위치가 새어 나갔나 봐!
-쫓아온대, 지금!
다들 진짜 나를 독점하지 못해서 안달이다.
심지어 두 엄마까지 말이야!
지금 앨리스 님과의 장난이 끝나면 모망 님이 또 나를 어디로 데려가리란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나는 나한테 물장구를 튀기는 엄마의 오로라를 보며 미소 지었다.
앨리스 님과 나는 요즘 서로를 알아가고 있다.
나는 열심히 엄마의 오로라에게 참방참방 물을 튀기며 숨 가쁠 정도로 웃었다.
버려진 애들은 가족들에게 인정받고 가치를 재증명해야만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살아 보니까 아니더라.
누군가에게 사랑받느냐로 나의 가치가 달라지진 않는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내가 무언가에게 가치를 두느냐였다.
무언가를 위해 살 것인지. 누군가를 위해 행동할 것인지.
그 결정들이 하나씩 쌓여 나의 행복을 정의하는 것이다.
나는 그들이 후회하고 날 사랑하길 기다리지 않고, 내가 먼저 세상을 사랑하는 길을 택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나를 존중하는 것.
그리고 결과는?
행복해졌지! 에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