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Family Is Not My Problem RAW novel - Chapter (124)
엄마 보고 싶어! 그래서 난 유리스 무릎 위에 앉은 것이다.
“꺅!”
“……쉿!”
그리고 꾸벅꾸벅, 앉아서 조는데 셋이 회의를 하기 시작했다.
무슨 대단한 회의를 하나 했더니, 이런 내용이었다.
“우리 작전은 엑저 네 명과 혼테인에게 페리를 들키지 않는 것이다!”
“예!”
“예…… 근데 그럴 필요가 있습니까, 폐하?”
씩씩하게 대답한 옐베리와는 달리, 유리스가 되묻는다.
멜로는 안색을 굳히고 대답했다.
“이건 페리를 위한 작전이 아니야. 그들의 심신 건강을 위하여 애를 숨겨야 하는 것이다.”
“이해했습니다.”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참견했다.
“나도 이해했써!”
그로부터 한 시간 뒤.
단정하게 생긴 키 큰 미남이 와이번을 타고 지정된 착륙 장소에 내려앉았다.
가장 먼저 성국 본성에 도착한 페녹스였다.
페녹스는 흥을 숨기지 못하고 흥얼거렸다.
“……으흐흠~”
여동생을 볼 생각에 벌써 신이 났기 때문이다.
페리가 성국에서 자랐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그들은 정기적으로 날짜를 정해 성국에 방문하고 있었다.
손님 대접만 받고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멜로와 전략적인 제휴를 맺어 가며 쌍방의 이득을 위한 교류를 하고 있었다.
‘형님과 아버지는 좀 늦게 도착할 것이고…….’
페녹스가 곰곰이 계산을 시작했다. 얼만큼이나 페리를 독점할 수 있는지.
잠깐 멈춰 서서 진중히 생각하던 그가 갑자기 뛰기 시작했다.
분명 인간의 두 다리로 질주하면서, 와이번의 비행 속도보다 빠른 속도였다.
그리고 세계 최강의 기사가 갑자기 난데없이 뛰기 시작한 이유? 그건 별거 아니었다.
단순히 빨리 보고 싶다는 이유뿐이었다.
***
한편, 페리는 점점 더 어려지고 있었다.
정신 연령뿐만 아니다. 아까는 세 살 정도로 보였던 것이, 지금은 조금 더 아기로 진화해 있다.
더 문제는,
“페리 쀼 해 봐!”
“쀼!”
“또!”
“쀼!”
이젠 진짜로 정신까지 아기화 되었다는 점이었다.
지금은 쀼 소리를 내는 것을 조금도 수치스러워하지 않고 재밌어하고 있을 정도였다.
“전략적인 관점에선 좋지 않은 일이야…….”
멜로가 중얼거렸다. 호위해야 할 보호 대상이 갈수록 어려지는 것은 신경 써야 할 부분도 그만큼 많아진다는 소리.
그러나 멜로의 한탄 뒤, 두 여자는 좋아서 난리를 피우고 있었다.
아기 페리는 누가 봐도 이성을 잃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외관을 가지고 있었다.
온몸이 둥글둥글 뽀얗고, 살결은 마치 밀가루 반죽처럼 곱고 부드럽다.
안아 들면 착- 하고 달라붙어 오는 것이 또 어찌나 귀여운지.
호기심 넘치는 맑고 깨끗한 연보라 눈동자로 세상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한 팔로는 안아 주는 사람의 목을 감아 온다.
몸의 통통 실루엣을 그대로 보여 주는 내복 차림새는 모든 세상 이치의 정점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귀여운 것이, 자기가 귀여운 줄 모르고 두리번거리는 것이 제일 귀여웠다.
이 상황에서 혼자 이성적인 척하는 멜로도, 결국 속내는 성국 외부 사람들에게까지 보여 주면 애가 닳기라도 할까 봐 그러는 것이었다.
“페리, 까까 먹을까?”
“녜.”
“애 이 썩어…… 아이스크림 먹을래?”
“녜.”
멜로가 자기 등 뒤에서 벌어지는 황당한 광경을 지켜보며 침음을 흘렸다.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간식 산이 애 키보다 높게 쌓여 있는 것이 아닌가.
멜로가 이마를 짚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레서에게 들은 적이 있는 것도 같다.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간식을 받아 오는 재주가 있었다오.’
농담 같았던 그 말이 진실이었던 것 같다.
그때, 옐베리가 한결 진지해진 눈빛으로 저 바깥 어딘가를 응시했다.
“페녹스 경이 뛰어오고 있어요.”
“…….”
“절대 빼앗길 수 없어!”
멜로는 숫제 페녹스한테 검을 겨눌 기세인 옐베리를 막아서고 말했다.
“애는 유리스한테 맡겨 놓고, 일단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굴다가 내쫓자고.”
옐베리와 멜로가 페녹스를 상대한다는 계획이다.
분홍 머리 쪽이 울상을 지음과 동시에 유리스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한동안 자신이 이 페리를 독점할 수 있다!
-말랑
옐베리가 아쉬워서 말랑거리는 두 볼을 만지작거리다 자리에서 일어섰다.
***
삼십 분 뒤, 성국의 응접실.
페녹스가 페리가 언제 나오는지 기대하는 눈빛으로 얌전히 앉아 있었다.
그러나…….
-벌컥
그런 그의 앞에 나타난 것은 옐베리와 멜로였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아…… 예. 성하. 그리고 옐베리 경. 두 분 다 무척이나 반갑습니다.”
페녹스는 ‘그런데 페리는 어딨습니까?’라고 말하려다 참은 자신을 속으로 칭찬했다.
잘 보여야 하는 둘인데, 그들 앞에서 주책맞게 페리만 찾는 모습을 보이면 신용도가 떨어질 테니까.
그리고 미사여구가 곁들여진 환대 인사가 몇 번 더 오가고.
“그런데 페…….”
“그나저나 말입니다.”
이상했다. 오늘따라 뭔가 말이 빙빙 돌았다.
페리는 언제 오냐는 질문에 옐베리는 한숨까지 내쉬고, 뭔가 미심쩍은 부분이 많았다.
삼십여 분간의 대화 끝에, 페녹스의 눈초리가 가늘어지는 순간이었다.
페리에 대한 관심을 어떻게 돌린담?
두 사람의 머릿속에 공통된 생각이 맴돌았다.
그때 옐베리가 번득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고 행동에 옮겼다. 페녹스에게 제일 민감한 소재를 꺼낸 것이다.
“페녹스 경. 앨리스 님은 뵙고 계신가요?”
“…….”
그 말에 페녹스의 얼굴이 한순간에 어둑해졌다. 페리와 놀 생각에 행복해 죽으려던 낯이 진지하게 굳었다.
멜로가 옐베리에게 무언의 눈치를 줬다. ‘하필 그걸 꺼내냐.’ 같은 의미가 내포되었으나, 옐베리는 무시했다.
그러나 페녹스는 말려들었다.
페녹스가 크게 한숨을 내쉬고 신세 한탄을 시작했다.
“어머니는 정말로 공명정대한 분임에 틀림없습니다.”
“…….”
멜로가 옐베리에게 또 눈치를 줬다. ‘자네 때문에 또 시작이잖나.’라고.
페녹스는 그 둘이 눈짓을 주고받거나 말거나 상관없이 초라하게 중얼거렸다.
“내놓기 부끄럽고 행실 나쁜 아들들 앞에는 아직도 나타나질 않으시니. 그렇지요. 도리를 아는 분이라 아직껏 저희를 용서치 못하는 것일 테지요.”
“그…….”
멜로가 망설이다 말을 이었다.
“잘 될 겁니다. 곧 나타나시겠지요.”
위로에도, 페녹스는 삐진 기색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부러워하고 있는 것이다.
“성하께서는 모르십니다. 성하께선 언제고 앨리스 님을 보실 수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 앨리스는 아직도 엑저 셋의 앞에선 절대 현신하지 않고 있었다.
딸의 오빠라지만, 친아들도 아닌 멜로 앞에서는 심심할 때마다 나타나시면서!
멜로는 그 셋이 불쌍하기는 했다.
그들이 페리를 사랑하는 마음만큼, 앨리스 님을 사랑하는 마음도 진심이었다.
하지만 앨리스 님은 딸에게 가해졌던 처우에 실망한 나머지 아직도 그들의 앞에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신관들 앞에서도 수시로 나타나면서, 생전에 가장 가까웠던 가족들 앞에서는 옷자락 한 점 내비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앨리스 님이 정말로 엑저 셋을 싫어하는가?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그러나 이 이상 참견하는 건 주제넘는 거라 생각했다. 멜로는 구태여 위로의 말을 건네지 않았다.
대신 멜로는 그 앞에서 추임새를 넣으며 교활하게 기부를 요구했다.
“더 좀 잘 해 보시지요. 성국에 기부액도 늘리시고.”
“예…… 드리겠습니다.”
“기사들도 파견 보내시고.”
“예…… 보내겠습니다.”
그렇게 세계 최강의 호구가 간도 쓸개도 성국에 내주는 도중.
옐베리는 눈치 보다 침묵을 택했다.
어제, 머리를 자르러 가는 길에 앨리스 님이 나타나서 머리 모양에 훈수를 두고 간식까지 섭취하다 가셨다는 걸 말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시각. 성국의 다른 한쪽.
유리스는 당연하지만 새삼스러운 어떤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그건 바로, 아기를 안으면 통통한 배가 몸에 닿는다는 사실!
아기 페리를 안고 둥가둥가해 주며 배의 감촉을 느끼고 히죽거리는 도중이었다.
“어?”
“앙?”
유리스의 어? 소리를 따라 하는 아기의 오로라빛 고운 단발이 갑자기 갈색으로 물들고 있는 게 아닌가.
유리스는 등골이 섬찟해지는 걸 느꼈다.
갈색머리 성녀가 가졌던 힘은 두 가지.
첫째는 신을 선택하는 것이고, 둘째는 세상의 근본인 대지를 관장하는 것이었다.
전자는 저번에 다 소진했으니 그렇다 쳐도, 아기에게 후자가 주어져 봤자 좋은 것이 하나 없다.
사고를 칠 테니까!
아니나 다를까.
아기가 꽤앵 하는 소리를 지르며 만세를 했다. 갑자기 힘이 솟자 신난 모양이었다.
-슈우욱
그와 동시에 주변의 화분에서 흙들이 날아올랐다.
“페리안!”
“애앵!”
“그만!”
하지만 아기가 말을 들을 리 없었다.
유리스의 품 안으로 화분에서 나온 흙들이 쇄도하며 달려들었다. 순식간이었다.
그리고, 자욱하던 흙먼지가 가라앉은 뒤.
유리스의 품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순식간에 아기를 놓친 유리스가 허망하게 중얼거렸다.
“망했다…….”
***
“해서.”
“네?”
“두 분 다 왜 자꾸 말을 돌리는 겁니까?”
호구가 눈치챘다!
멜로와 옐베리가 깜짝 놀랐다.
페리 앞에선 항상 삐걱대는 소년처럼 굴어서 잊고 있었다. 상대는 보통 사람이 아니지 않던가.
페리에게 소중한 사람이라는 이유로 멜로와 옐베리에게도 어리숙하게 구는 페녹스였지만, 페리를 계속해서 숨기는 것을 눈치 못 챌 리가 없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하지만 페리가 아기로 변했다는 것을 들키면, 페녹스가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본인이 데려가 키운다고 우길 것은 확실했다.
그리고 쀼쀼거리는 것은 아무것도 모르고 좋다고 쫓아갈 것이고!
멜로의 머릿속에서 이혼 시 양육권 분쟁 법률까지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문이 벌컥 열리며 유리스가 뛰어 들어왔다. 먼지투성이가 된 로브를 뒤집어쓰고.
그리고 우렁차게 외쳤다.
“페리가 사라졌습니다!”
“뭐?!”
멜로가 경악했다.
“안 돼!”
옐베리는 머리를 쥐어뜯고 숫제 절망까지 했다.
“뭐죠?”
상황을 모르는 페녹스만 태연했다. 페리는 원래 잘 사라지지 않던가.
그리고 삼십 분 후.
“어떻게…… 어떻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