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Family Is Not My Problem RAW novel - Chapter (129)
순식간에 모든 것이 서러워졌다.
아니, 애초에!
이 사람들, 내가 아기인 모습을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닌가?
결국 나는 어른인데!
그렇게 속으로 씩씩거리는 도중이었다.
페녹스는 아이스크림과 나를 번갈아 보다가, 내 손에 아이스크림을 다시 쥐여 줬다.
그리고 눈높이를 맞춰 주더니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장난스럽게.
“오빠한테 아이스크림 안 뺏기려면 얼른 어른으로 돌아와야겠다. 그치?”
“…….”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야 화도 덜 나지, 우리 공녀님.”
그리고 내 머리를 마음대로 넘기고 쓰다듬고 꽉 껴안더니,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형님과 아버지가 네 어린 모습을 너무 좋아할 것 같아서 앞에선 말 못 했지만…… 난 네가 잘 자란 모습이 제일 좋단다. 페리야.”
설득력 없단다, 바보야!
그러나 그 순간이었다. 내 마음이 조금 풀림과 동시에, 내 눈높이가 높아졌다.
“어? 페리야. 커졌다.”
“그렇…… 네요?”
***
두 번째는 레리온이었다.
레리온은 조금 커진 나를 보고도 별말 하지 않았다.
대신 거부하면 죽겠다는 듯한 얼굴로, 마지막으로 무릎에 앉혀 보면 안 되겠냐고 물었다.
“뭐. 한 번만 그래 드리죠.”
레리온의 얼굴에 ‘거부당하면 죽어 버려야지…….’라고 쓰여 있는 듯해서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 내 정신이 완전히 돌아온 것이 아니라, 무릎 앉기에 거부감이 없기도 했고.
그렇게 그의 무릎에 앉아 있기를 한참.
레리온은 별말 하지 않았다. 페녹스처럼 계속 시끄럽게 쫑알쫑알거리지도 않았고.
대신 그는 내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마치 온기를 손으로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그러다 레리온이 갑자기 말했다.
“따뜻하구나.”
웃음기 서린 목소리였다.
내가 뒤를 돌아보니, 레리온이 자상하게 미소 지으며 말을 걸어왔다.
“이제 만족했단다.”
“네?”
“다시 커져서, 오빠 앞에선 매몰차게 구는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야지.”
그리고 난 그 순간 또 쑥, 십 센티는 컸다!
***
마지막으로 레서 선공작과 나 둘이서만 함께하는 시간이 되었다.
이제 곧 멜로네가 도착할 거다.
레서도 그걸 의식하는지, 무언가 초조한 표정이었다.
“…….”
레서 선공작은 크라켄 인형을 한 아름 들고 있었다.
고급 마법 원단으로 만든 인형들이었다.
그리고 이 정교한 모양은…….
나는 레서 선공작을 쳐다보았다.
그가 만든 것이 분명했다.
아버지가 내게 크라켄 인형을 안겨 주며, 쑥스럽다는 듯 말했다.
“……네가 커지면…… 이런 인형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겠지만.”
“…….”
“지금 이 순간만이라도 행복하게 가지고 놀라고 가져왔단다. ……다 아빠가 만들었어.”
“언제 만드셨는데요?”
“네가 어릴 때.”
나는 개중 가장 허름한 편인 크라켄 인형을 받아 들었다. 얘가 가장 작다.
레서가 멋쩍게 웃는 앞에서, 난 인형을 만지작거렸다.
아까 정신까지 유아화 되었을 때, 그때의 나는 이걸 아는 눈치였는데…….
난 레서가 날 어떤 표정으로 바라보는지 빤히 알고 있지만 무시했다.
침묵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결국 난 한 마디 했다.
비꼬거나 화를 내는 것은 아니고, 그냥 편히 나온 질문이었다.
“제가 안 자라는 걸 바라시죠?”
왜냐면 내가 어린 시절로 있으면, 그들의 로망이 충족될 테니까.
근데 내가 생각을 끝맺기도 전에 단호한 대답이 들려왔다.
“아니.”
“왜요?”
내가 어리면 실컷 예뻐할 수 있지 않은가. 능력을 제어 못 하니 위험한 곳에 가지도 못하고, 레서 공작가의 도움을 계속 빌려야 할 거다. 그들과 나의 접점은 지금보다 더 많아지겠지.
그리고 뭣보다, 레서 선공작이 가장 그리워하는 건 내 어린 시절 일 테니까.
“딸의 순간을 어떻게 가리겠니.”
“…….”
“아빠는 네가 살아서…… 다 큰 모습이 정말 좋단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레서가 멋쩍게 웃는 앞에서, 내 몸이 점점 자라기 시작했다.
다섯 살, 일곱 살, 열 살…….
아마 레서가 그동안 그렇게 보고 싶어 했을 내 성장 과정들을 그대로 거치며.
이윽고 다 크고 나자, 아빠는 나를 안아 주었다.
***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창밖을 보며 생각에 빠졌다.
‘왜 어머니의 장난이 멈춘 거지?’
‘의도를 모르겠군.’
아직도 감 못 잡는 그 셋에겐 비밀로 하기로 했다.
앨리스 님. 나의 어머니는 단지 내가 아기인 모습을 보시려고 어려지게 한 것이 아니었다.
셋에게 내가 아이였던 모습을 감상할 시간을 준 것도 아니었다.
판데르니안이 본인이 낄 일이 아니라 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나를 내쳤던 것은 자신이 아니니까.
어머니는 한 가지 사실을 확인하고자 하셨던 것이다.
그들이 내 아기 모습을 마주하고도, 내가 본래 모습으로 돌아오길 원할지를 말이다.
그리고 그들의 진심을 확인했으니…….
‘이제 어머니가 그 셋 앞에서 얼굴을 비추는 날도 얼마 안 남았네.’
따뜻한 미풍이 얼굴 옆에서 불어왔다. 어머니의 사랑이 담긴 바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