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Family Is Not My Problem RAW novel - Chapter (24)
진짜 혼란스러운 상황이지만.
‘정말 묻고 싶은 건 따로 있으니까…….’
페리안의 정체를 어떻게 알았느냐는 거냐.
혼테인과는 무슨 거래를 했지? 왜 가짜 공녀를 내버려 뒀지?
하지만 그건 내가 물을 수 없는 것이다.
확 납치해서 모든 걸 불라고 고문할 수도 없고.
답답함이 치솟았다.
그때, 창밖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대규모의 인파들이 도착하고, 그 손님들을 환영하는.
내 시선이 소음의 방향으로 향하자 판데르니안이 말했다.
“혼테인 쪽이 도착한 것 같군요.”
“아…… 그렇군요.”
잠깐 정문 쪽에 설치해 둔 흙사람의 시야로 확인해 보니 정말 어마어마한 규모의 대행렬이 늘어져 있다.
우와, 대체 저걸 어떻게 끌고 온 거냐.
부하에게 전달받은 정보가 담겨 있는 서류에서는 그랬었다.
영수병대와 귀족들인 사절단 일행과 서제국에서도 고급품목을 다루는 걸로 유명한 상단까지. 정말 그대로 가서 어디 작게 나라를 설립해도 될 만한 규모의 인파들이라고.
‘잠깐, 그렇다면…….’
내가 고개를 돌려 판데르니안에게 물었다.
“공작님도 얼른 내려가 보셔야 하지 않을까요?”
서제국에서 그런 대단한 사람들이 우르르 왔다. 단교 상태였던 나라에 도착한 교류의 시작 신호.
당연히 그 자리에 동제국 엑저 공작이 나가야 양쪽 체면이 서지 않겠는가.
그런데 그는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갈 필요 없습니다.”
“……예?”
“별로 중요한 자리도 아니라서.”
뭔 소리야. 적어도 나랑 있는 것보단 중요한 자리잖아.
근데 그는 정말 감흥 없는 얼굴로 내 옆자리에 앉는 것이 아닌가.
끼이익-
내게 배정된 방은 침대 품질도 하찮기 짝이 없어서, 체격 좋은 그가 내 옆에 앉자마자 침대 매트리스가 그가 앉은 방향대로 눌렸다.
‘응?’
자연스럽게 앉아 있던 내 몸도 그쪽을 향해 기울어졌다. 앉아 있는 매트가 기울었으니까.
내 머리통이 그의 어깨에 부딪치기 직전.
그가 날렵한 손놀림으로 손을 들어 자신의 어깨를 방어했다.
손바닥으로 내 뺨을 받아 낸 것이다.
-챱
“…….”
“…….”
황당하기보단 그냥 어이없이 웃긴 상황이었다. 하녀 숙소의 침대 질을 과신한 귀한 몸의 실수.
시녀가 자기 어깨에 기대는 게 싫은 거냐.
나는 어이없어 실실 웃으면서 그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런데…….
‘으으응……?’
저 반응은 뭐냐.
재수 없게, 잘난 척하면서, 오만하기 그지없는 그가.
지금 두 제국의 파란만장한 시대가 열리는 이때 마중도 안 나가는 오만한 그 잘난 얼굴에.
당황한 기색을 띠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 사라졌다.’
홍조는 금방 사라졌다. 사실 방금의 그건 나 정도가 아니면 눈치도 못 챘을 만한 아주 미세한 안색 변화였다.
그리고 그는 굉장히 태연하고, 아까보다도 더 시건방진 말투로 짜증 난다는 듯 말했다. 얼굴까지 찌푸리며.
“……질이 저급한 매트리스군요.”
그렇게 말해도 아까 봤거든……?
난 당황스러우면서도 분위기를 눈치 못 챈 척하기 위해 헛소리를 중얼거렸다.
“공작님께서 하녀 숙소 시설 증진에 관심을 가져 주신다면 모두 감사해할 거예요…….”
“……뭐, 중요한 일도 없으니 그래 보죠.”
‘혼테인 마중 나가는 건 중요한 일이 아니고?’
아니. 이 분위기 진짜 뭔데?
분명 판데르니안은 괴물 같은 인간이었다.
자기에게 불리하게 짜인 모든 판세를 뒤집고, 기어코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서 공작위에 오르고 말았지.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직접 공작이 됨으로써, 자신을 부정했던 세상 전부를 발밑에 두고 만 것이다.
가문 내부에서도 반대 여론이 심각했을 텐데 그것까지 모두 제 손아귀에 집어넣고.
혼테인보다도 더 빨리 공작이 되었을 정도니, 그 능력은 정말 무서울 만큼 대단하리라.
‘그러니까, 여자 처음 만나 본 어린 남자애 같을 리가…….’
없는 법이다.
‘뭐, 나한테 반했을 리도 없고. 내 얼굴을 싫어하니까.’
그렇담 저 태도는 나에게 일부러 연기하는 거라는 것이 된다. 바깥에서는 철혈 공작, 그리고 사적인 관계에서는 한 여자에게 약해지는 허당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교활한 인간이군. 그렇게 생각하자 차라리 마음이 편해졌다.
내가 그렇게 추측하는 사이 그는 앞쪽 테이블에 걸어가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내게 할 말 해 보라는 듯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당연히 이 상황에서 공작에게 주절주절 입을 열 인간은 없는 법이다.
신분제 사회에서 어떤 바보가 그럴 수 있을까. 나는 조용히 있었다.
결국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내게 하고 싶은 말 없습니까?”
“……아. 공작님의 치세는 너무 훌륭하고 존귀하시며 저를 구해 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그런 거 말고.”
그가 또 혀를 찼다.
“페리안 공녀의 패악질이 심하다, 도와달라. 그런 거 말입니다.”
“…….”
나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대충 겁에 질린 척하자.
“공작님께서 어떻게…… 아니, 아닙니다. 제가 공녀님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하여…… 그저 송구할 뿐입니다.”
“그런 미친 여자를 제대로 보필하는 법이 있기나 할까요.”
“……예? 아, 아닙니다. 이 일에 책임지고 제가 떠나겠습니다. 공작님께서 자비를 베풀어 주셔서…….”
그때 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떠나?”
단순 낮아졌다의 수준이 아니라 얼마나 흉흉한지.
깜짝 놀라 순간 고개를 들 뻔했다.
‘왜 화를 내고 그러냐.’
난 움츠러든 척 조용히 대꾸하지 않고 아래만 바라봤다.
근데 그때, 그가 의외의 말을 꺼냈다.
자기가 방금 화냈단 사실을 의식하듯 갑자기 한결 자상해진 어투였다.
“곧 페리안 공녀가 사라집니다.”
“……?”
“지금은 자세한 건 말할 수 없지만. 그러니 공녀로 너무 스트레스받을 필요 없어요.”
‘곧 사라진다고?’
단서다. 이제 치우겠다는 거다.
그러나 난 상황을 다시 정리해 보기로 했다.
페리안 공녀를 이용할 만큼 써먹었으니 치운다 치자.
그걸 왜 내게 흘리는데?
‘…….’
이윽고 좋지 않은 결론이 하나 나왔다.
난 내가 주변에 비치해 놓은 흙사람들 대부분의 연결을 끊어 내며 힘을 모았다.
그사이 그는 이야기의 방향을 돌렸다.
“오늘 정찬회엔 참석할 예정이겠죠.”
“네.”
판데르니안이 말하는 정찬회란, 서제국 귀빈들을 환영하기 위한 식사 겸 파티를 말하는 것이었다.
공적인 자리이긴 하지만 대접하는 의미가 더 강하다 보니 자유로운 분위기로 즐기는 약식 연회다.
옷차림도 꽤 자유롭고, 일반적인 연회에서 지켜야 할 규정도 없는 가벼운 연회지만…….
명목상 시녀인 나도 당연히 참석해야 하는 자리였다.
그리고 흙사람들과의 연결을 해제하는 이유는 하나.
힘을 조금이라도 늘려야 하니까.
‘여차하면 여기서 이 남자를 죽여야 할지도.’
그러나 내가 죽일 수 있을까? 지금은 함정도, 준비해 놓은 화력병기도 없다.
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공작님. 정말 황송하지만, 한가지 여쭤봐도 될까요?”
“그래요.”
“왜…… 저에게 이렇게 잘해 주시나요?”
이 질문의 대답에 따라, 난 지금 당장 내 눈앞의 사내의 목숨을 전력을 다해 공격해야 한다.
‘네가 진짜 페리안이니까.’ 혹은 ‘네가 성국에서 온 간첩이란 걸 알고 있으니까.’ 같은 대답이 나오면 바로 즉시.
나는 그에게 들키지 않도록 은밀하게 몸의 균형을 앞으로 기울였다.
언제든 튀어 나가 그를 공격할 수 있도록.
그러나 그는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흘리며 느긋한 자세를 취했다.
“그런 게 궁금합니까?”
“네.”
제일 중요한 거거든.
“사내가 여자한테 오지랖 부리며 호의를 베푸는데, 이유가 달리 있겠습니까.”
“……?”
상상도 못 한 답변이 되돌아왔다.
“……실례지만, 공작님.”
“?”
“제 얼굴 싫어하지 않으세요? 그러니까 그.”
그는 잠깐 그 보석안으로 내 얼굴을 스윽 훑었다.
그리고 딱한 걸 보듯 말했다.
“자존감이 낮은 편입니까?”
“아뇨 아뇨! 그런 게 아니고. 제가 듣기로는 공작님이 공녀님의 얼굴을…… 예.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요.”
완전 파다하게 난 소문이지. 공녀 얼굴을 끔찍이도 혐오한다고.
“그게 무슨 상관인데요.”
“저랑 공녀님은 닮았잖아요.”
아오, 답답해.
신분제 사회만 아니었어도 ‘개수작 부리지 마라.’ 라고 일단 패 놓은 다음에 심문에 들어갔을 거다.
그런데 그는 내 대답을 듣고 잠깐 조용히 침묵했다.
“…….”
그리고 정말, 딱하고 애처로운 걸 보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자존감이 많이 낮군요.”
‘뭔 소리야!’
“정찬회 준비나 하러 가세요. 얻어맞은 그 차림으로 나갈 겁니까?”
그러나 그는 그렇게 면박을 주더니 그대로 나가 버렸다.
“……?”
나는 황망하게 그가 나간 자리를 쳐다봤다.
엉망이 된 방 안.
페리안 공녀는 눈물을 흘리며 기력 없이 침대에 쓰러지듯 누워 있었다.
그녀의 얼굴 밑이 물기로 젖어 들었다.
그때 누군가가 들어왔다.
“공녀님.”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얼굴을 든 페리안은, 눈물을 줄줄 흘렸다.
방에 들어온 것은 그녀의 시녀 중 하나였다.
사실은 시녀조차도 아니고, 그 시녀를 죽이고 얼굴을 흉내 낸 가짜였지만.
그러나 지금 그녀에게 가장 가까이 있는 최측근이다.
페리안 공녀는 하염없이 눈물 흘리며 서러움을 토해 냈다.
“나 어떡하지……? 약은 이 꼴이고, 흑, 오빠한테 미움받고…… 그, 그…… 그 브라운 때문에…… 흐으윽…….”
거의 오열하는 페리안을 다독이며 시녀는 다정한 목소리로 위로했다.
“걱정 마셔요. 그 여자는 죽이면 돼요.”
“죽여도 돼……?”
“그럼요. 숨을 끊는 건 공녀님이 직접 하게 해 드릴게요. 그때까지 조금만 참아요, 네?”
시녀는 속으로 답답함을 참았다.
그녀의 눈에 성이 깃발을 올리고 봉화를 올리는 것이 보였다.
혼테인이 성 안에 들어왔다는 신호다.
“조금만 더 잘 해내시면, 록사르 님께도 공녀님의 업적이 보고될 거니까요.”
페리안 공녀는 당장 일어나서 혼테인을 맞이하러 가야 했다.
눈물범벅인 얼굴을 씻기고, 새 드레스를 입고, 가장 앞에 서서 예쁜 모습을 보여야만 했다.
그런데 이렇게 우물쭈물하고 있으니 그저 답답할 뿐.
“내가 죽여도……”
그 와중, 페리안은 그 말을 계속 중얼거렸다.
내가 죽여도 된다.
내가 죽여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