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Family Is Not My Problem RAW novel - Chapter (26)
그 황제의 최측근 부하, 더군다나 기사라면 얼마나 치가 떨리는 인물일까.
“쓰레기 같은 놈들…….”
“쉿!”
어른들이 그렇게 두런거리며 입단속을 했다.
하지만 아이들에겐 그런 걸 따질 지식도, 여유도 없었다.
분홍 머리 자그마한 소녀는 소녀라기보단 유아에 가까운 나이였지만, 아이들 중 가장 재빠르고 날렵한 아이였다.
그래서 그 아이는 마을 외곽에 있는 작은 헛간에서 먹을 것을 훔쳐 오기로 했다.
당시를 회상하던 옐베리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애들이니까 몰랐지. 황제 직속 칠검이 온다는 소식에 영주가 보여 주기 식으로 경비를 강화했을 줄은.”
아이는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쉽게 잡혔다.
아무리 재빠르고 잘 뛰는 아이라도, 칼을 든 경비를 보고 바짝 굳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경비는 무급 야간 근무의 화남을 아이에게 풀기로 했는지, 거침없이 애를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악!”
“이런 쥐새끼가……!”
무자비한 발길질이 어린애에게 쏟아졌다.
그리고 그때.
아이의 뺨을 내리치려던 병사가 화들짝 놀라며 자신의 손을 감쌌다.
“으어억! 뭐, 뭐야!”
“……?”
병사는 자신의 손과 애를 번갈아 바라보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왜 내 손톱이…….”
분홍 머리 아이도 그제야 이상함 눈치챘다.
자신을 때리던 그 두껍고 억센 손. 그러나 손톱이 있어야 할 자리엔 막 불긋하게 부어오르는 살점만이 있을 뿐.
병사가 악을 지르며 외쳤다.
“무슨 짓을 한 거야!”
그리고 대답은 뒤에서 들려왔다.
“앞으로 손을 곱게 사용하라고, 내가 선심 썼어.”
황제 직속 칠검 중 하나.
앨리스 경이 쌓아 놓은 곡식 자루에 앉아 있었다.
얼핏 편하게 걸터앉아 옆에 검을 아무렇게나 놓은 것같이 보이는 그녀의 손엔, 열 개의 손톱이 들려 있었다.
***
“앨리스 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어. ‘앞으로 손을 곱게 사용하라고, 내가 선심 썼어.’라고. 그리고 그분의 손엔! 손톱이! 열 개가!”
“……손, 손톱이?”
“맞아! 아. 이건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사실인데, 손톱 뽑기는 앨리스 님이 고안하신 기술이야.”
나는 충격에 빠진 채 어머니의 과거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전해진 이야기에 따르면, 분명 호쾌한 분이시긴 했지만…….
옐베리는 자기가 시범을 보여 주겠다면서 기술 ‘손톱 뽑기’를 사용할 때 손목 각도를 보여 주며 난리를 쳤다.
나는 옐베리를 진정시키고 그다음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
모두가 냉혈한일 거라 생각했던 황제의 검.
그러나 앨리스는 분홍 머리 아이를 옆구리에 끼고 순식간에 영지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한 마디 했다.
“개판이구나.”
아이가 그 짧은 순간에 영지를 한 바퀴 돌았다는 것도 모른 채, 멀미에 웩웩거리고 있던 그때.
말을 타고 온갖 중무장을 갖춘 기사가 나타났다.
시민들에겐 그저 쓰레기 악당인 영주였지만, 동시에 그는 영토를 하사받을 정도의 뛰어난 기사이다.
정복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것이다.
“앨리스 경! 법도를 지키시오! 이 영토와 여기 사는 우민들 모두가 나의 재산이자, 황제 폐하께서 내게 하사하신 권한이오!”
“?”
“그것부터 당장 내려놓으시오!”
맞는 말이었다.
원래 살던 시민들 구 할이 굶어 죽을 때까지 영지를 방치하고, 일부러 교역을 차단하더라도.
배고픈 어린애가 곡식을 가져간다고 성인이 주먹질로 애를 미친 듯이 때려도.
어쨌거나 이곳은 그 기사의 영지였다.
앨리스는 순순히 분홍 머리 꼬마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영주가 아이의 옷 뒷덜미를 잡아채 들어 올린 그때.
옷에 목이 죄여 콜록콜록 기침을 토하는 분홍 머리 아이의 눈에, 믿을 수 없는 상황이 펼쳐졌다.
“컥, 콜록……! 콜록!”
“그 꼬마를 두고 나와 결투해라.”
눈물로 가물가물해진 시야에, 자신을 구한 기사가 영주를 향해 검을 뻗고 제안하고 있었다.
그러나 영주는 코웃음 쳤다.
“내가 왜?”
혼인한 뒤 아이를 둘이나 낳고, 이미 퇴물이 되었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의 이성은 ‘퇴물’이라는 그녀를 무시하고 있었지만, 본능만큼은 감히 상대할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여자 기사들은 애를 낳으면 다 당신처럼 변하나 보오! 상관도 없는 어린애 앞에서 엄마 놀이에 심취한 꼴이라니. 쌓아 올린 명성을 아주 비참하게 만드는구먼!”
“콜록, 콜록…….”
어쨌거나, 결투를 받아들이지만 않으면 된다.
그렇게 생각한 영주가 입에서 모욕적인 말들을 내뱉었다.
그러자.
영주와 분홍 머리 아이의 귀에, 순간 환청인가 헷갈릴 정도로 저속한 욕설이 들려왔다.
“……밥 새끼로군.”
“뭐, 뭐?!”
‘무슨’ 밥이었는지 확실히 들은 영주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
페리안이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라는 표정으로 딴죽을 걸었다.
“잘못 들은 거 아니야?”
내 어머니가?
페리안에게 앨리스는, 그야말로 성역 그 자체였다.
물론 기록된 사건들을 보면 굉장히 호쾌하고 비범한 사람이란 것은 확실했지만…….
페리안은 어머니의 날것 그 자체인 활약에 얼굴이 당황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옐베리는 페리안이 지금 왜 까무룩 놀랐는지도 모른 채, 열심히 설명을 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어. 직속 칠검은 절대 상스러운 짓을 해서는 안 돼. 칠검이란 건 황제의 검 그 자체니까!”
그렇다. 고리타분한 동제국 황실 규범에 의하면, 그들은 간식을 손에 들고 다니는 모습도 외부에 보여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었다.
먹을 걸 들고 집 돌아갈 때도 남들 눈에 보이지 않게 검은색 가방에 담아 돌아가야 한다던가.
그걸 생각해 낸 페리안이 아직 황당함을 감추지 못한 채 물었다.
“……그럼 더더욱 욕하면 안 되는 거 아니야?”
“그렇지! 하지만 당시엔 이상한 규정이 있었어.”
옐베리가 에헴, 웃으며 당당하게 입을 열었다.
“벌레에게는 욕을 하는 것을 허용한다, 라는 조항이야.”
***
평소라면 결투를 피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의 능력 있는 기사라면 들을 일조차 없는 상스러운 욕.
그리고 영주는 알고 있었다. 그 이상한 조항은 기사들 사이에서 유명한 농담이었다.
벌레에게는 욕을 허용한다는 조항.
정복 전쟁에서 공을 세운 뒤, 자만감이 하늘을 찌르던 영주에게 그건 사리판별을 잊게 만들 정도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기사는 속으로 저열한 계산을 이었다.
저 여자가 칠검에 든 것도, 엑저 공작인 남편의 후광 덕분이 아니겠냐는 이야기가 있지 않던가.
둘째를 낳은 뒤로는 실전에 참가하지도 않는다 하였다.
내가 애를 둘이나 낳은 퇴물 여자 하나 상대를 못하랴?
순간 저 여자를 이기면, 본인이 칠검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계산까지 마친 영주는 으하하하 웃으며 외쳤다.
“해볼까!”
그리고 그것은 그가 그달에 마지막으로 말한 대사가 되었다.
-스윽
***
“그 녀석은 결투를 받아들였어. 그리고 다음 순간, 나는 그분께 들려 있었어. 앨리스 님께!”
옐베리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
“쓰러진 그놈한텐 구멍이 다섯 개 뚫려 있었어. 그건 앨리스 님의 주특기였던 검법인데…….”
또 지금 시범을 보여 주겠다며 벌떡 일어서서 자세를 취하는 옐베리를 페리안이 열심히 말려서 다시 앉혔다.
“그래서 다음은 어떻게 됐어? 결투는 널 건 거지, 영지를 건 게 아니잖아.”
“그렇지. 근데 그 기사가 못 일어나는 일주일 만에 모든 게 마무리됐어. 나는 당시에 너무 어렸으니까 그땐 무슨 변화가 생기는지도 몰랐지만…….”
앨리스는 그 길로 수도로 돌아가 황제에게 대면을 요구하고, 그 땅을 하사해 달라고 했다. 다른 영지와 똑같은 권리를 가질 제국령으로 인정해 달라며.
“아마 남편인 레서 선공작님의 권위를 조금 빌려 오지 않았을까? 어쨌거나 정말 말도 안 되게, 이미 누군가에게 하사했던 영지의 주인이 한순간에 바뀌었어. 그리고 앨리스 님은 영지가 정상화될 때까지 사비로 생필품과 식량을 보내시고…….”
어느새 옐베리의 눈동자엔 그렁그렁 눈물이 차 있었다.
***
분홍 머리 아이나, 그 작은 영지의 사람들에겐 잊히지 못할 영웅담이었다.
그러나 그 영웅담의 주인인 앨리스 경은 매우 바쁜 사람이며, 그녀에겐 이번 일도 굳이 특별하게 의미 부여할 만큼의 사건도 아니었다.
명목상 영주가 된 앨리스 경이 그 영지에 다시 들른 것은 무려 삼 년 뒤였다.
분홍 머리 꼬마는 결심했다.
비록 부모 없이 배운 것도 없는 미천한 것이지만, 갚은 은혜에 보은하지 않는 짐승은 되지 않겠다고.
꼬마는 자신이 준비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을 준비했다.
그건 본인 딴엔 제일 맛있는 음식이었다.
영지 들판에서 자라는 옐로우베리.
가장 예쁘고, 알이 크고, 싱싱한 것으로.
하루 종일 온몸에 흙을 묻혀 가며 베리를 고른 아이는 그날 밤 영주성에 침입했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아니, 이런 어린애가…….”
바로 들켰다.
앨리스를 만나기는커녕, 일반 기사에게 바로 붙잡힌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꼬마를 붙잡은 아이는 본인의 상사인 앨리스 경이 이 영지를 소유하게 된 과정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기사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한 채 꼬마를 들고 앨리스에게 데려갔다.
“앨리스 님. 굉장히 어리고 무능력한 침입자가 들어왔습니다. 성을 기어올라 넘고 있던데…… 혹시나 해서 확인차 왔습니다만.”
“……음.”
“……두고 나가겠습니다.”
창피함에 얼굴이 붉어진 분홍 아이는 얼굴을 푹 숙였다.
다정한 어른들처럼 어설픈 위로를 해 주시면 내가 너무 한심하고, 그렇다고 매몰차게 야단치시면 울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둘 다 아니었다.
앨리스는 냉정하게 평가했다.
“그 헛간은 그렇다 쳐도 성벽을 넘어오긴 힘들었을 텐데. 너 몸놀림만 재빠른 게 아니라 몸이 좋구나.”
분홍 머리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빳빳이 들고 끄덕거렸다.
앨리스는 퉁명하게 말을 이었다.
“나중에 기사를 해도 좋겠네. 근데 그건 뭐냐.”
“드셔 보시라고…… 감사 인사로…….”
분홍 아이가 수줍게 봉투를 내밀었다.
그런데 그때, 앨리스 경의 뒤에 서 있던 부관이 자연스럽게 봉투를 가져갔다.
그리고 안의 내용물을 열어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
“옐로우베리가 뭔지 알아? 가축한테 먹이는 쓴 열매야. 근데 그 시절의 내가 알고 있는 가장 맛있는 음식이 그거였거든.”
***
“꼬마야. 마음은 전해졌으니 이만 가거라.”
“왜? 뭔데 그래?”
“옐로우베리라는 건데…….”
부관이 분홍 꼬마의 안색을 슬쩍 보고 뒷말을 삼켰다.
그래도 가축 사료를 상관한테 먹일 수는 없는 법.
그는 앨리스에게 열매의 정체를 설명했다.
“자네는 그 나이 먹고 편식하나?”
“그런 게 아니라…….”
앨리스는 분홍 머리 아이가 가져온 옐로우베리를 한 움큼 삼켰다.
솔직히 말하자면 정말 떫었다. 사람이 먹는 베리는 아닌 게 분명했다.
하지만 지금 감동받은 표정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아이에게 그걸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녀는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맛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분홍 머리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했다.
“열매가 귀엽게 생겼구나. 딱 너처럼.”
최대한 돌려 돌려 칭찬한 것이었다. 맛이 없어서.
***
옐베리의 눈에서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그리고 내가 가져간 열매를 다 드셨지.”
그 이후, 분홍 머리 아이는 자기 이름을 옐로우베리라고 정했다.
그 이름은 주변 사람들에 의해 적당히 옐로베리라 불리다가, 또 적당히 옐베리라고 줄여졌다.
***
“그게 내가 공녀님을 멋대로 좋아하는 이유야.”
옐베리의 분홍 눈동자가 주륵주륵 눈물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