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Family Is Not My Problem RAW novel - Chapter (33)
혼내고 나도 조금만 있으면 후다닥 달려와서 같이 놀자고 낑낑대며 조른다.
옆에 와서 품에 파고들고 자고,
혼자 놀다가 낮은 식탁 밑에 기어 들어가서 잔다.
먹으면서 졸기도 하고, 항의할 땐 윗입술이 삐쭉삐쭉 나와서 뭐라고 꽥꽥빽빽 항의한다.
남의 새끼인데도 이쁘긴 이뻤다.
남의 새끼인데도.
***
공작이 성을 냈다.
“이걸로 노는 거 아니야!”
“꺙!”
“이노옴!”
“끼야앙~”
통통한 손가락과 손바닥에 이유식이 잔뜩.
페리안 공녀의 턱받이, 내복, 바닥 너 나 할 것 없이 이유식이 잔뜩 뿌려져 있었다.
페리안은 아빠가 촉감 놀이 하는 줄 알고, 먹다 말고 꺄르륵 웃는다.
레서는 속이 터지는 중이었다. 그러다 그의 예민한 청력에 드르륵- 소리가 들렸다.
그는 누가 보면 전쟁터의 기사와도 같은 날렵한 속도로 떨어지는 이유식 그릇을 붙잡았다.
“이노옴!”
“꺙!”
뭐가 좋은지, 입을 가리고 꺄항꺙 웃어 대는 페리안.
이유식을 입에 넣어 주면 혀로 웨엥 밀어내 뱉고, 손 닿는 곳에 그릇을 올려두면 밀어서 떨어뜨리는 장난을 치고.
말이 안 통해서 더 환장이다.
‘진짜 미치겠군.’
이 짓을 하루에도 오십 번씩 반복하고 있다 보면 회의감이 든다.
밥 한 입을 먹이려면 온갖 짓을 하고 놀아 주고 한 입을 겨우 먹일 수 있었다.
그러면서 레서가 혼자 밥 먹는 꼴은 절대 가만 냅두질 않았다.
양말을 잡아당기고, 바지 밑단을 잡아당기고, 칭얼거리고 울먹이고.
레서가 맘 편히 밥을 먹으려면 간식을 쥐여 줘야만 했다.
그러나 그 간식도 순식간에 먹어 치운다.
“너, 더 먹으면 오늘 할당량 초과야.”
“뺑!”
“빼액거리지 마.”
“뿌앵!”
어쩔 수 없이 레서는 작은 쌀알 간식을 바닥에 뿌려 뒀다.
그럼 페리안은 엉금엉금 기어가서 하나씩 주워 먹었다.
소근육 발달이 덜 돼서 작은 간식을 줍기가 힘들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간식은 적게 먹일 수 있고.
“이런 방법을 생각하다니, 역시 이 몸은…….”
“?”
“먹기나 해라.”
***
페리가 제 오빠에게 뭐라고 보챘다.
“우아옹.”
“간식 먹고 싶어?”
“잉.”
“이리 와.”
대체 어떻게 해석하는지 모를 일이지만, 애들끼리는 대화가 통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걷기 시작하자 꼭 아비보다 몇 걸음 앞서 걸어가서 뒤돌아보면서 꺄르륵 웃는다.
머리로는 내 새끼가 아니란 걸 알면서도, 가슴은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묻는 것이다.
아내에게 느꼈던 배신감도 이제 가슴속 보이지 않는 곳으로 잦아들었다.
이젠 공작가의 그 누구도 아이의 머리색을 문제 삼지 않았다.
두 아들은 스스로 각자의 결론을 내린 듯싶었다.
***
내 딸도 아닌 것에 대해 아는 것이 점점 늘어 갔다.
얘는 신 걸 싫어한다. 고기류도 잘 안 먹는다. 이유식으로 많이 시도해도 계속 뱉어 내더라.
자랑하는 걸 좋아한다. 새로운 걸 사 주면 자꾸 남한테 자랑하러 들었다.
편한 옷을 좋아한다.
장난기가 많다. 날이 갈수록 장난기가 느는데, 자기 딴엔 음흉하고, 남이 보기엔 귀여워 죽겠는 표정을 하고 상대 반응을 기다리는 걸 좋아한다.
간식을 남기질 않는다.
누가 옆에서 제지해야 한다. 하지만 어디서든 애교 부리며 누구에게서든 쉽게 간식을 얻어 오는 재능이 있다.
어릴 때부터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자라서 그런지, 낯을 잘 안 가린다.
아무한테나 잘 안기고 잘 웃는다.
통통한 배와 알타리무 같은 다리.
몸에 달라붙는 내복을 입히면 포동포동한 것이 보드라운 옷감과 어우러지며 가히 기사단 한 개 정도는 전멸시킬 파괴력이 있었다.
괴물 놀이를 좋아한다. 방 안에서 우산 쓰는 것도 좋아한다.
애착 인형은 아빠가 만들어 준 얼기설기한 크라켄 인형.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양 뺨이 너무 뽈록해서 윗입술이 세모낳게 튀어나와 있다.
아빠가 서 있으면, 달려와서 다리 사이로 머리를 들이밀며 장난 친다.
새끼 펭귄처럼 파고드는 장난을 좋아했다.
그러다가도 재밌는 게 보이면 달려 나가기 때문에, 펭귄 자세로 다리 사이에 끼어 있을 때 다리 힘으로 붙잡아 놔야 했다.
잠버릇이 나쁘다. 방을 휘저으면서 잔다.
페리안이 캡이 달려 있는 모자를 썼다.
대륙 저 멀리 끄트머리 나라에서 젊은애들이나 쓰고 다니는 모자라는데, 작달막한 머리통에 씌워 놓고 보면 왜 유행인지 알 것 같았다.
캡모자를 쓰고 앞의 챙을 고사리 같은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에헴, 에헴, 헛기침을 내면서 기웃거린다.
부러 모르는 척, 고개를 돌리고 딴청을 피우면 점점 더 가까이 와서 얼쩡거렸다.
여기서 더 모르는 척할수록 앞의 모자챙이 점점 시무룩한 각도로 기울고, 빵이 발효되는 것처럼 뺨이 부풀었다.
사 준 장본인조차 자랑 대상에서 예외는 아니다.
레서는 자기가 사 준 모자를 두고 부럽다, 부럽다, 나도 쓰고 싶 다, 소리를 연발해야만 했다.
그러나 레서는 잊지 않았다.
이 애를 키우는 건,
아내가 반성하길 바랐기 때문이다.
오기였다.
봐라. 난 너한테 책임을 묻긴커녕, 네 치부를 감싸 주려 이렇게 노력하고 있다.
파탄 날 뻔했던 가족 관계가 내 노력으로 유지되는 것이다.
넌 나한테 미안해야만 한다.
레서는 계속 그걸 되뇌었다.
-2권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