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Family Is Not My Problem RAW novel - Chapter (92)
엑저에서 그렇게 탑을 뒤졌지만 내가 안 나왔으니, 나는 정상적인 형태로 탑에 있는 것이 아니란 소리가 된다.
그러니 당연히 추측 가는 것이 있었다.
내 몸들은 돌보지 않고 동기화 한 번 없이 오래 방치하면 알아서 부스러져 땅으로 돌아가곤 했다.
주변이 돌이면 그 돌에 감쪽같이 융화되어 재질도 완벽히 바뀌기도 했고.
그리고 탑은 마법적 처리가 되어 있어도 어쨌든 석재로 만들어진 것.
나는 탑의 폐자재 석재를 처리하면서 혹시 산산조각 흙 알갱이 상태로 퍼져 있는 본체가 있는지 확인하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페녹스가 그걸 말하는 것일 리는 없고.
의아해하는 와중, 페녹스가 손을 내밀었다. 악수였다.
나도 얼떨결에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꾸우우우우욱 조여졌다.
“어어어?”
-꾸우우욱
아저씨 모드인 나의 풍채도 좋은 편이라, 우리 둘의 손 크기 차이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패배였다.
마운팅이었다. 자기가 나보다 훨씬 위라는 것을 계급뿐만 아니라 육체적 우월함으로 과시한 것이다.
‘짐승이냐?’
그러면서도, 평범한 아저씨에게 어느 정도로 압박감을 줘야 꼼짝 못 하고 짓눌리는지 철저하게 계산된 악력.
‘찔찔이 주제에!’
내가 그렇게 속으로 씩씩대거나 말거나, 찔찔이가 입을 열었다.
“폐기 철거를 많이 해 보셨다던데.”
“예. 예. 해 먹고 사는 게 그거다 보니…….”
사실 이 신분은 건물 철거 폐자재뿐만 아니라 온갖 산업 쓰레기와 쓰레기집 청소까지 만능이다.
그걸 자랑하려고 하는데 페녹스가 화제를 뜬금없이 돌렸다.
“벽을 철거할 때 사람이 나온 적 있으십니까?”
“……?”
‘앗, 손 놨다.’
난 잽싸게 손을 빼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허탈하게 웃으면서.
“아. 그런 괴담이 있긴 하죠.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그거 믿고 따라 한 범죄자들이 가끔 뉴스에 나오긴 했는데…… 하하하.”
범죄 조직에서 시체를 은멸할 때 콘크리트에 굳혀서 바다에 던진다는 것과 똑같은 맥락의 괴담이다.
“실제로는 그렇게 은폐할 수도 없지요.”
“왜죠?”
“그거야…….”
뭔 질문이 이래. 찔찔이 자식.
바보냐?
“사람 몸에서 부패하면서 가스가 터져 나오거든요. 벽도 그 압력에 바로 팡 터져 버립니다.”
“그 가스를 완전히 없앴다면?”
‘이 새끼, 말이 짧아지네…….’
그래도 겉으론 허허허 웃었다.
“가스 없는 시체…… 미라인가요? 하지만 벽이란 건 사실 생각보다 그리 두껍지 않아요. 내벽은 말할 것도 없고, 외벽도 막상 갈라 보면 두께가 얼마 안 합니다.”
나는 손짓을 해 가며 설명했다.
보통 벽엔 아예 사람이 들어갈 곳이 없다고.
나도 어렸을 때는 어디 벽에 시신이 들어가 있다는 괴담을 믿었었지.
“게다가 구시대 이후의 건축물에선 더더욱 불가능합니다.”
“…….”
“……예를 들면, 저처럼 뚱뚱한 미라도 숨길 만한 뚱뚱한 벽이 있다 쳐 봅시다.”
나는 팔을 벌리고 말을 이었다.
“그런 곳엔 배관이라든가, 지지대로 쓰는 철근이라든가. 그런 게 빼곡히 차 있거든요. 아니면 마력 전선 같은 것들이 아주 그냥 엉망으로…….”
나는 성인들은 물론이오, 빼빼 마른 여자애들도 들어갈 공간 자체가 없다는 말과 함께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말을 끝냈다.
그러나 페녹스는 정말 시건방져 보일 정도로 한 점의 표정 변화도 없이 무뚝뚝하게 물었다.
“그렇다면 베개만 한 건 넣을 수 있겠군요.”
“예?”
‘페리안이 앉아 있는 뒷모습은 작은 베개를 세워 둔 것 같았지. 너무 조그마하고…… 굉장히 위험한 뒤태였어. 공개되었다면 납치를 당했을지도 몰라.’
빨래 널던 나를 따라다니며, 풀밭에 누워서 아기 페리안 공녀에 대해 말하며 그리워하던 페녹스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나는 더 이상 웃을 수 없었다.
너 누굴 의심하는 거야?
무언가 어긋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도 아주 크게.
올곧은 방향으로만 갈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오로지 한길, 타협 없이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그러나 그들이라고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남들보다 인내심이 강한 것일 뿐, 결국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땐 꺾이고 만다.
휘는 법을 몰라 부러지는 것이다.
페녹스는 그렇게 크게 망가지고 있었다.
***
다음 날.
팀원 중 하나가 말했다.
“탑 외관이 낡긴 했어도 소문만큼 흉물스럽진 않은 것 같아.”
우리는 그 악명 높은 탑 앞에 서 있었다.
잠깐 견적 보겠다는 것도 거부하려고 들 만큼 엄중한 곳이었지만 나의 설득으로 며칠간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허락받은 상황이었다.
‘아이구우. 평범한 공장 하나 철거할 때도 그놈의 유해 물질 때문에 전문가들이 우르르 달려드는 법인데, 고대 마법이 잔뜩인 건축 자재들을 폐기하는…….’
……으로 시작하는, 한 시간이 넘는 길고 긴 설득으로 얻어 낸 성과였다.
마침 막내가 방금 말에 동의하며 입을 연다.
“시체들이 잔뜩 나오긴커녕, 그냥 평범한 첨탑 같은 모습이네.”
거기서 내가 끼어들었다.
“처음엔 탄환 제조 탑 역할도 같이 했겠지.”
“형님은 또 뭔 소리십니까?”
“너 임마. 넌 이 일 하는 애가 그걸 모르냐?”
탄환 제조 탑.
물론 지금의 금속 정형 기술로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허술해 보이기는 한다만…….
실제로 옛날엔 동그란 탄환을 제작하기 위해 높은 탑에서 쇳물을 떨어뜨리는 방식을 사용했다.
정밀한 구형 금속을 대량으로 만들 방법이 없으니,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액체가 둥그래지는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내가 의기양양하게 설명하자 막내가 투덜거렸다.
“에이, 조상님들도 궁상맞기는. 마물 연구 할 거면 제대로 번듯한 건물 지어서 할 것이지, 굳이 쓰던 탑을 재활용하기는…….”
‘……잉?’
난 탑 안으로 걸음을 옮기며 문득 깨달음을 얻었다.
그러고 보니까 그렇네?
‘어쩌면 옛날 연구가 탄환 제조 공정의 원리와 관련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어제보다는 덜 주눅 든 채 입장했다. 아주 조오금 덜.
***
겉으로 보면 낡은 첨탑처럼 보이는 이곳.
그러나 수많은 세월 동안 얼마나 복잡하고 각양각색의 마법 공사를 거친 건지, 바깥에서 본 것과 안은 매우 달랐다.
일단 입구에서의 모습은 이렇다.
나선형 계단이 탑의 벽에 붙어 하늘 높이 계속 줄줄 올라가고 있고, 중간중간 벽에 문이 붙어 있다.
그러나 그 문을 열면 당연히 보여야 할 바깥은 없고, 물리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공간이 나온다.
또, 탑의 일 층 가운데에 오면 방금 본 풍경은 온데간데없이, 꽤 번듯하고 화려한 고딕풍의 성 메인홀 같은 모습으로 바뀐다.
‘마법으로 변형되기 전 원래 형태는 그 입구에서의 모습이었겠지.’
팀원들 모두 속으로는 신기해서 어쩔 줄 모르는 것이 뻔히 보였다.
그러나 우리는 참았다. 왜냐?
입구에서 헬릭 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안녕하십니까.”
엑저 성에서도 봤던 사파이어 기사단의 단장 아저씨.
난 개인적으로 이 사람이 껄끄럽다. 본인 말로는 아기 시절의 페리안 공녀를 봤다고 하니까.
우리는 주의사항을 한 백오십 개쯤 듣고 헬릭 경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지만 더는 참을 수 없다!
한참 전부터 우리는 치열한 전쟁을 벌였다. ‘너가 해!’, ‘이런 건 막내가 해야지!’라며. 결국 진 것은 막내였다. 그놈이 불쌍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기…… 단장님. 이렇게 일일이 탑 시설을 확인하는 것으론 끝이 없는데 말입니다. 간단한 도면이라든가, 건축 당시 설계도 같은 거나…… 뭐 기록은 없습니까? 사용한 자재 같은 거요.”
그러나 헬릭 경의 대답은 냉정했다.
“전혀 없습니다.”
“아니…… 어…….”
막내가 머리를 긁적였다.
“이렇게 하나하나 설명드려도 부족합니까?”
헬릭 경의 말엔 공격적인 의도가 담겨 있진 않았지만, 일반인인 막내를 움츠리게 하기엔 충분했다.
하는 수 없이 내가 입을 열었다.
우리 팀원들 걷다가 허벅지 파열되게 생겼다!
“단장님. 이런 식으로 보면 보는 이유가 없습니다. 조심해야 하는 곳이란 건 알지만, 이렇게 관광 다니듯 봐 봤자 견적이 안 잡혀요.”
“…….”
“뭐 무슨 건축재가 사용됐는지 측정하기 전에 일단 내부 구조부터 간단하게 싸악 훑어야 하고, 그…… 탑이 너무 크다 보니 한 사람당 몇 층씩 맡아서 평면도 그리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는데요.”
헬릭 경이 외부인들인 우리를 조금 미심쩍게 보는 것이 느껴졌지만, 실제로 지금 우리가 하는 주장은 마땅하다 못해 너무나도 기본적인 것이었다.
우리가 지금 탑 관광 왔냐고!
헬릭 경은 잠시 고민하며 통신 패널로 윗선에게 연락하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소리 없는 환호성을 지르는 그때.
헬릭 경이 아래를 가리키며 말을 시작했다.
“그럼 휴게 시설에서 조금 쉬었다가 출발하도록 하죠.”
“휴게 시설요?”
“예. 지하 십 층부터 지상 삼 층까지는 연구원들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거든요. 그래서 제일 안전하고, 공간의 변화도 없습니다. 그곳부터 먼저 가도록 합시다.”
팀원들은 얼굴을 굳혔다. ‘그럼 거기부터 가든가’라고 생각하는 것이 보였다.
그렇게 다들 힘없이 내려가는 도중.
“…….”
나는 계속해서 어제 페녹스의 모습을 떠올렸다.
페녹스는 전부터 자신의 형이 탑에 대한 비밀을 가지고 것을 알고 있었다.
내가 ‘너네 형 시체 성애자 아니냐’고 놀릴 때조차, ‘페리 양 너무해’하고 말던 놈이었어.
비밀이 있는데도 믿을 수 있던 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건 두 두 형제 사이가 좋을 뿐만 아니라, 인간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형님이 옳은 사람이며, 자기 이상으로 페리안 공녀를 아끼고 사랑한다고 믿었던 거다.
그러니까 페리안 공녀에게 해가 될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그런데 페녹스의 안에서, 그 기본 전제가 비틀렸다.
탑에서 비밀이 있단 것도 알았지만 믿고 있던 형을, 그것도 매우 적대적이고 불온한 방향으로…….
난 어제 그놈의 말을 떠올렸다. 놈은 단지 어린아이 크기면 가능하냐는 지적에서 끝나지 않았다.
‘관점은 크기에 달려 있군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충격적일 정도로 기분 나쁜 생각이었다.
단지 은폐가 아니라, 형님이 일을 주도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술 먹고 망가졌을 때와도 비교할 수 없이 크게 미친 것 같은데.’
마침 또 카페 겸 술집에서 두부 찍듯 뼈를 가르던 페녹스의 무덤덤한 얼굴이 스쳐 지나가며, 나는 속으로 으아아악 비명을 질렀다.
왜 갑자기 돌아 버린 거야?
뭐 때문에 궁지에 몰린 건지.
탑 부수는 게 뭐라고…….
동생이 살았던 탑을 부수는 게 그렇게 사람이 바뀔 일은 아니잖아!
‘잠깐만.’
나는 그제야 그걸 떠올렸다.
탑의 철거를 반대한 건 친아들 둘.
그럼 설마, 자칫하단 시신이 훼손되기라도 할까 봐 그런 거였냐?
벽이나 바닥을 깨부수면, 그 안에 있는 육신도 망가질까 봐?
‘으아아악!’
근데 그럼 또 레리온은 뭘까.
왜 반대하냐.
“…….”
나는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 와중에 팀원들은 ‘에구. 형님이 걷는 거 힘든 티를 내네.’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지만…….
‘사실 예전에도 짐작했던 것이지만.’
레리온이 어긋나기 시작한 것은 정말 나를 봐서 그런 것이라고.
***
난 여러 몸을 빚었지만 나와 똑 닮은 것을 만들어 내는 경우는 드물었다.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아기 몸은 연약하기 때문에, 굳이 약한 걸로 갈아타 봤자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엔 어른의 몸으로 갈아탈 생각도 못 했지만…….
어쨌거나. 그때 그렇게 만들어 낸 가짜 시신들은 수없이 많고 다양한 생김새를 하고 있다.
하지만. 내 육체를 한 번도 안 만들었을 리가.
물론 수없이 빚었던 것 중에 몇 번이나 그런 경우가 있는지, 그게 온전히 남았는지는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탑 안에 가득했다던 시체를 닮은 인형들.
그리고 그 안에 ‘페리안 공녀’가 있었다면?
레리온은 나를 아끼긴 했을까? 하지만 아끼지 않았더라도 애가 죽은 걸 보면 충격받았을 것이다.
미워서 내쫓고 싶었어도,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을지 몰라도, 정말 어린애가 죽었다니. 아무리 그놈이라도 단 한 순간일지언정 죄책감은 느껴 봤겠지.
그렇게 미운 사람인데도 나 때문에 후회했으면 좋겠다고 내심 바라는 내 모습이 바보 같았다.
그나저나.
페녹스의 태도에선 꺼림칙한 것이 있었다. 무언가 앞뒤가 안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뭘까. 난 이야기의 흔적을 다시 되짚어 가며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앉아 있으면 그 뒷모습이 베개 크기만 했다던 페리안.
그리고 형이 동생을 숨겼다고 확신하는 페녹스.
또, 내 죽음을 보고 수습하기 위해 어딘가에 감춰 놓은 듯한 레리온.
“……?”
난 헬릭 경의 등 뒤를 졸졸 따라 걷던 발을 멈췄다. 주변 사람들이 왜 그러냐는 듯 날 쳐다보는 것이 느껴지고, 난 다시 황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아무 이상 없는 것처럼.
그리고 우리 업체의 막내에게 물었다.
“막내야. 너네 집 첫째가 몇 살이더라?”
“일곱 살입니다, 형님.”
“그맘때 애들은 키가 어느 정도만 하지?”
일박 이일도 자랑할 수 있는 자기 자신의 아이들 얘기에 신난 막내는 두 팔을 벌려 가며 자랑했다.
“아니, 첫째는! 이게 아내도 저도 닮지 않은 것 같은 게 벌써 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