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101)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101화(101/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101)
네 능력을 증명하라 (1)
“푸우우!”
검술을 배워 놓은 게 이런 데 좋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물론 손에 들린 검은 적이 아니라 정원을 뒤덮은 넝쿨을 베어 내는 데 쓰고 있을지라도 체력 하나만은 끝내주게 좋아 베니오는 지치지 않았다.
단지 거슬리는 것은 가끔 피어오르는 흙먼지뿐인데, 그것도 손부채질 몇 번을 해 주면 깔끔하게 사라지니 아쉬울 것이 없었다.
“다 됐다!”
베니오는 양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방금 정원에 마지막으로 쌓인 넝쿨을 둘둘 말아 사람 몸통만 해진 것을 들고 밖에 버렸다.
그러자 여전히 곰팡이가 슬어 있기는 해도 넝쿨이 사방을 점령한 폐허 같은 외관에서는 그래도 그나마 조금 나아졌다.
‘그래 봤자 도긴개긴이지만.’
시커멓게 몇 달에 걸쳐 스멀거리며 벽면을 차지했을 곰팡이를 보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곰팡이가 열기에 약하다는 것이 대단히 큰 위안이 됐다.
화르륵!
손에 들린 화령은 넝쿨을 베는 낫이 된 것에 이어 화염을 일으켜 곰팡이가 점령한 저택 내부를 바싹 말리는 역할과 등불 역할까지 동시에 하게 되었다.
웅웅웅!
자아가 깃든 화령이라지만 지금껏 화령은 단 한 번도 베니오에게 무언가 말을 건다든가 한 적이 없었다.
드워프 대장장이인 앤빌의 말로는 화령의 에고가 본격적으로 깨어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베니오의 오러로 자극을 해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니까 아직은 일종의 알 상태인 것이다.
“알겠어. 미안해.”
그럼에도 화령은 지금처럼 이렇게 불만을 토해 낼 때가 있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지금 베니오에게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다.
화르륵!
화령으로 베니오는 내부를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뒤에서 토니가 무섭다는 듯 어깨를 잔뜩 웅크린 채 말했다.
“도, 도련니이임. 같이 가요.”
“토니 형제, 이 아르마다가 곁에 있는데 대체 무엇이 무섭다는 겐가?”
하루 종일 넝쿨을 치우느라 흙먼지를 함께 뒤집어쓴 아르마다가 자신을 믿으라는 듯 가슴을 팡하고 쳤다.
“아, 그렇죠. 심문관님이시지.”
그러자 토니가 금세 진정됐다. 베니오가 순간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토니를 쳐다봤다.
“왜요, 도련님?”
“됐고, 여기에 대해서 뭐 아는 건 없어?”
“예? 그건 도련님이….”
“그냥 말해 봐.”
아카데미에 입학한 뒤 5년 동안 베니오가 카사케플러에 돌아온 것은 고작해야 한두 번이 고작이다.
돌아가 봤자 자신을 반겨 주는 이 하나 없으니, 베니오는 카사케플러에 돌아가는 대신 바깥을 그렇게 쏘다니면서 자신의 돈을 보고 몰려드는 이들과 형, 동생 하면서 사고를 치고 다녔다.
‘베니오의 기억 속에서 딱히 뭔가 건질 만한 게 없고.’
아마 원래의 베니오에게 이곳에서의 기억은 그저 잊고 싶었던 기억밖에 없는 모양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방치되듯 이 저택이 이렇게 남아 있을 리가 없었다.
“저도 아는 건 별로 없어요. 제가 들어올 때부터 이쪽으로는 한 번도 온 적이 없어서요.”
“한 번도?”
“예.”
토니는 베니오가 아카데미에 입학한 이후 케플러 공작가의 하인이 되었다. 그리고 본래 하인의 본분이라면 저택 전체를 유지 및 보수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베니오라고 하지만 직계가 사는 저택을 한 번도 온 적이 없다?
“어지간히도 미움을 받은 모양이네.”
베니오는 그렇게 작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뒤에서 성호를 읊는 아르마다의 목소리가 들렸다. 베니오의 중얼거림에 그에게는 들렸을 것이다.
그러니 베니오가 어떻게 자라 왔는지 짐작했을 것이고, 성호를 읊었겠지.
그는 가장 낮은 곳에서 신의 가르침을 퍼뜨리는 태양심문관이었으니 말이다.
“잠깐만, 그런데 저택 관리는 임플로 총관이 하시지 않나?”
베니오가 토니에게 물었다. 그러자 토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임플로는 말 그대로 총관이다. 케플러 공작만 아니라 저택 전체의 살림을 책임지는 살림꾼인 것이다.
“아!”
토니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베니오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임플로 총관은 내게 별 억하심정이 없는 것 같던데. 그런데 저택을 이 지경이 되도록 내버려 두었다고? 뭔가 이상한데.”
베니오는 턱을 쓰다듬었다. 임플로 총관은 애초에 후계 구도에 따른 파벌에 휩쓸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케플러 공작이 가장 신뢰하는 심복이자, 숨겨 둔 칼인 임플로 총관에게는 부인들의 말도 안 통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공작가를 관리하는데 저택이 이 모양이다?
“일단 조금 더 둘러보지 뭐.”
베니오는 횃불 대신 손에 든 화령을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작은 복도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자 로비가 나왔다. 그리고 그 로비의 양옆으로 응접실과 다이닝 룸이 나왔다. 그리고 그 사이로 2층과 이어지는 계단이 있었다.
저벅, 저벅.
베니오는 먼지가 수북하게 쌓인 액자 앞에 섰다. 화령을 가져다 대자 흐릿한 그림이 그 너머에 보였고, 베니오는 손을 들어 액자 위의 먼지를 쓸어내렸다.
후욱!
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잠시 인상을 쓴 채 손을 내저은 베니오의 눈에 그림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건 베니오와 똑같은 녹안을 한 여인이 품 안에 작은 아이를 안고, 젊은 시절의 케플러 공작과 단란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초상화였다.
‘내 어머니.’
베니오는 한눈에 녹안의 여인이 누군지를 알아보았다. 베니오의 어머니이자 케플러 공작의 두 번째 부인이었던 클로에 유페르였다.
케플러 공작에게서는 금발을, 어머니에게서는 녹안을 물려받은 것이 지금의 베니오다.
‘케플러 공작이 저렇게도 웃을 줄 아는 남자였던가?’
베니오는 그림 속의 케플러 공작을 보면서 놀랄 수밖에 없었다. 냉혈한, 혹은 무정하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케플러 공작의 미소라니.
베니오는 손을 뻗어 액자의 끝을 매만졌다.
‘나도 뵙고 싶네. 부모님.’
저 단란한 가족 초상화를 보니 문득 부모님이 그리워졌기 때문이다. 무신으로부터 하늘이 내린 천고의 무재라는 말을 들었음에도 한량처럼 살아가던 육항을 끝까지 사랑해 주신 두 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베니오는, 아니 육항은 두 분의 목을 잘라 자신의 발치에 내던진, 천마대제를 그렇게도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이기도 했다.
질끈.
베니오는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자 눈을 감았다. 그런데 그 안 좋은 기억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에 힘이 들어간 모양이다.
빠각!
오래된 액자의 끝이 부서졌다. 한쪽이 무너지자 연쇄적으로 액자가 부서지면서 그 안에 있던 그림이 툭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이런….”
베니오는 황급히 몸을 숙여 그림을 주워 들었다. 그런데 그때 액자 뒤쪽에 있었던 무언가가 베니오의 눈에 들어왔다.
반짝.
반짝하는 무언가는 바로 열쇠였다. 베니오는 황금과 그 끝에 사파이어, 루비, 에메랄드로 장식이 된 고풍스러운 열쇠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이건.”
액자 뒤에 있었다는 것은 의도적으로 그 뒤에 숨겨 놨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 열쇠가 맞는 곳은 이 저택 안에 있었을 것이다.
무려 15년 동안이나 그림이 품어 온 비밀이다.
화륵!
베니오는 횃불을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러자 베니오의 어머니가 썼던 침실과 어린 베니오가 썼던 침실이 차례대로 나왔다.
“전부 다 그대로 있군.”
그곳에는 클로에 부인이 쓰던 모든 집기와 가구들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공식적으로 유페르 가문은 역모로 인해 멸문을 당했는데, 그로 인해 처형당한 가문의 여식이 쓰던 가구가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은 특이했다.
“케플러 공작인가.”
아마 케플러 공작이 손길을 뻗쳤을 수도 있다. 초상화에서처럼 그런 미소를 지을 수 있게끔 만들어 준 여인이 자신의 어머니라면.
“로맨스 소설이네.”
피식 웃은 베니오는 2층을 구석구석 살폈다. 하지만 별다른 것은 나오지 않았다. 베니오는 주머니 속의 열쇠를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갸웃했다.
“여기 있는 게 아닌가?”
어쩌면 저택이 이 정도로 방치가 되었으니 안에 있던 것을 하인이나 다른 이가 집어갈 수도 있는 노릇이다.
“푸우우! 도련님! 이제 내려가요!”
“베니오 군, 오랜만에 집에 돌아와서 감회에 젖은 건 알겠지만 이 안에서 지낼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크리스 가주께서 사람을 보내셨으니 이만 가세.”
토니와 아르마다가 먼지를 잔뜩 뒤집어쓰고는 베니오를 재촉했다.
“알겠습니다. 곧 내려….”
베니오가 자리에서 일어나 먼지가 묻은 엉덩이를 털다가 멈칫했다.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클로에 부인이 쓰던 침대 위의 벽면을 쳐다봤다.
“액자.”
그곳에도 액자가 달려 있었다. 그런데 액자 위로 뿌옇게 먼지가 쌓여 있어 무슨 그림인지 보이지 않았다.
베니오는 액자를 슥 손으로 쓸었다. 그러자 먼지가 밀려나면서 안에 있던 그림이 베니오의 눈에 들어왔다.
‘같은 그림이잖아.’
1층에서 봤던 그림과 같은 그림이 그곳에 걸려 있었다. 굳이 똑같은 그림을 1층과 2층에 둘 다 걸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건 일종의 약속된 사인이다.
달그락.
베니오는 액자를 떼어 냈다. 그러고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액자 뒤.
그곳에는 베니오가 가지고 있는 열쇠와 딱 맞아떨어지는 열쇠 구멍이 있었기 때문이다.
* * *
“뭐? 박살의 아르마다!”
갈턴 자작이 대경하며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그 모습은 얼마 전 짐자크 자작과 유펄 자작이 왔을 때와는 아예 딴판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를 손가락질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상대가 다른 이도 아니고 태양교의 10인의 성호 중 한 명인 박살의 아르마다였기 때문이다.
“어떻게! 대체 베니오 같은 저능아 따위가 아르마다와 함께 왔다는 것이냐?”
갈턴 자작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쳤지만 이미 그 사실은 공작가 내에 파다하게 퍼졌다. 기사 연병장에서 아르마다가 태양신의 이름을 걸고 대련의 공증인을 자처했기 때문이다.
그 빅뉴스는 4서클 마법사 클리앙이 베니오에게 패배하였다는 것 따위는 금세 묻어 버렸다. 갈턴 자작은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자신의 집무실을 서성였다.
“하필이면 이때! 아르마다라니. 마지아가 대공자에 오르기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났거늘!”
전혀 예상치 못한 걸림돌이 나타난 셈이다. 갈턴 자작은 베니오가 돌아오는 즉시 자신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마지아를 곧바로 대공자로 만들 생각이었다.
하지만 돌아온 베니오는 마법사 클리앙을 꺾더니 이제는 박살의 아르마다가 튀어나왔다.
거기에 베니오가 오러 익스퍼트가 되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었다. 그것도 기사 연병장에서 대련을 관람했던 기사들을 통해서 말이다.
“멍청한 기사 놈들! 뇌까지 근육으로 된 놈들임이 틀림없어! 오러라니! 그것도 베니오 따위가! 그게 말이 되는 소문인가!”
갈턴 자작은 버럭 성을 내며 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대공자 마지아.
삼남인 마지아를 대공자로 만들면 다음 대 케플러 공작가의 실권이 갈턴 가문으로 들어오는 것이나 마찬가지기에 세워 두었던 대계가 처음부터 암초를 만난 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갈턴 자작은 겨우 이 정도에 굴할 생각이 없었다.
“좋아. 어차피 조금 시간이 걸리고 돌아가는 것일 뿐. 베니오 따위는 절대로 대공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모든 이들이 보는 앞에서 증명하면 되는 일이다.”
태양교가 끼어든 이상 치졸한 수작이나 계략으로 베니오를 탈락시키는 방법은 모두 접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마지아가 대공자가 되지 못할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베니오에게는 떨거지나 다름없는 주니오르가 한 곳만이 있을 뿐이지만 마지아는 달랐기 때문이다.
갈턴, 짐자크, 유펄.
사실상 케플러 공작가를 떠받치는 기둥 중 세 개가 마지아의 편을 들어줄 터이니 말이다.
“그냥 얌전히 검이나 익혀 적당한 가문의 기사라도 했다면 평온하게라도 보낼 수 있었을 것을.”
대체 무엇을 위해 베니오가 가문으로 돌아온 것인지 갈턴은 짜증이 날 따름이었다. 괜히 일만 어렵게 만든 셈이니 말이다.
“네 어미와 그 가문의 뒤를 따르겠구나. 쯧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