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11)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11화(11/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11)
네, 관심 없습니다 (1)
세베루스가 검을 떨구자 주변의 웅성거림이 더욱 커졌다. 세베루스의 손에는 번뜩이는 예기를 발하는 진검이 들려 있었고, 베니오가 들고 있는 것은 목검이라 그런지 더욱 그 모습이 대비되는 것 같았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
그 모습을 본 나머지 삼총사 중 한 명인 아케르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베니오가 고개를 돌려 그런 아케르를 쳐다봤다.
“뭐가 말이 안 된다는 거지?”
“어떻게 네놈 따위가 세베루스를 이길 수 있는 거지? 비겁한 술수를 쓴 게 아니라면 말이다!”
비겁한 술수.
베니오는 그런 아케르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
“그럼 지금 너는 처트니 경의 공증을 무시하는 셈이군. 처트니 경의 명예를 짓밟은 것이고.”
“뭐?”
“그렇지 않습니까, 경?”
아케르의 눈썹이 꿈틀거렸고 베니오는 처트니 경에게 공을 넘겼다. 그러자 처트니 경이 무거운 표정으로 앞으로 한 발자국 나왔다.
“아케르 포다인.”
아케르는 세베루스처럼 포다인 남작가의 장남으로 마이어 후작가의 가신 가문 소속이었다. 어려서부터 세베루스와 호노르와 형제처럼 자랐고 성격이 급했다.
“신성한 결투 행위에 제삼자가 끼어드는 행위는 용납하지 않겠다.”
“하지만 교수님!”
“아케르 포다인!”
쩌렁쩌렁―!
아케르가 귀를 부여잡고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베니오의 두 눈에 이채가 흘렀다. 처트니 경이 내지른 소리에 오러가 실려 있었기 때문이다.
‘사자후? 창룡후?’
소리에 오러를 실어 아케르의 심상을 제압한 처트니 경의 한 수는 과연 그가 교수의 자격이 있음을 증명해 주는 것이었다.
처트니 경은 아케르를 무거운 눈으로 쳐다본 뒤 말했다.
“신성한 결투의 공증인인 나, 처트니의 이름으로 공표하건대, 세베루스 바넨카와 베니오 케플러 사이에는 그 어떠한 사술도 끼어들지 않은 공정한 결투임을 공증한다.”
그 말에 주변의 웅성거림이 잦아들었다. 세베루스를 꺾은 베니오가 사술을 썼다고 해도 그 자리에서는 의심을 드러낼 수 없게 됐다. 이 자리에서 의심한다는 건 곧 처트니의 명예를 무시하는 행위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케르 포다인!”
처트니 경은 딱딱한 어조로 아직 고통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케르에게 말했다.
“베니오 케플러의 명예를 더럽힌 바, 아케르 생도는 이 자리에서 베니오 생도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하라!”
아케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믿을 수 없었다. 최악의 둔재, 비겁자 베니오가 자신의 친구인 세베루스에게서 이기다니.
아케르가 고개를 들어 베니오와 눈을 마주했다. 아케르의 두 눈은 이글거리며 불타오르고 있었지만 베니오의 두 눈은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언제나 열등감과 질투가 번들거렸던 베니오의 눈이 달라졌지만 그걸 인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베니오 케플러는 천년 아카데미 역사상 최악의 둔재이자 비겁자였으니까.
그런 베니오가 바뀌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었다.
“아케르 포다인!”
아케르가 말을 듣지 않자 처트니 경의 목소리가 한 톤 더 올라갔다. 그때 베니오가 손을 들어 올렸다.
“처트니 교수님.”
베니오가 입을 열자 검술장 주변이 더욱 조용해졌다. 베니오는 검을 떨군 세베루스를 슥 쳐다본 뒤 고개를 돌려 아케르를 쳐다봤다.
“제가 정정당당한 승부에서 이겼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자가 있다고 하니 슬플 따름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다.”
처트니 경은 찜찜한 표정으로 베니오를 쳐다봤다. 그가 베니오의 편을 들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해서 베니오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둔재니, 비겁자 소리를 들었던 놈이 세베루스를 결투에서 제압한 것은 사실이다. 있는 사실을 부정할 정도로 처트니 경이 베니오의 노력을 폄하하지는 않았다.
노력하지 않던 둔재가 노력하기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가르치는 입장인 처트니 경으로선 칭찬해 줄 만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허면, 실추된 제 명예는 제가 챙기도록 하겠습니다.”
“어떻게 말이냐?”
명예란 것이 없어 보이던 베니오가 명예를 입에 담기 시작했다. 처트니 경의 눈가에 미약한 호기심이 실렸다. 베니오는 아케르를 쳐다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간단하지요. 제가, 제 실력을 의심하고 명예를 실추하려 드는 자들의 결투를 모두 받아들이겠습니다. 교수님께서 공증인이 되어 주십시오.”
번뜩!
아케르의 두 눈에 기광이 스쳐 지나갔다. 결투란 것은 반드시 공증인이 있어야 하는데 그 공증인은 반드시 이름난 사람이어야만 했다.
만약 처트니 경이 그러겠다고 하면 당장 결투를 신청할 요량으로 움찔거리는 아케르를 보며 처트니 경이 가만히 베니오를 응시했다.
“훌륭한 검술과 풋워크였다.”
풋워크.
말 그대로 검을 휘두를 때 상대의 공격을 피하고 내 공격을 닿게 하기 위해 움직이는 발기술을 의미한다.
‘중원에서는 그걸 보법이라고 하고.’
하나 확실한 점은 중원의 보법이 이곳의 풋워크라 불리는 것보다 월등히 다양하게, 많이 발달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다음번에는 요행을 바랄 수 없다.”
“요행이라 생각하십니까?”
요행이란 운이 좋았다는 뜻이다. 처트니 경을 바라보는 베니오의 눈에 실망감이 서렸다. 그 정도 되는 교수조차 베니오가 세베루스를 제압한 것이 요행이라고 생각하면 실망이었기 때문이다.
“난 내가 본 것으로 판단한다. 베니오 케플러, 네 수업 태도는 최악이었고 모든 과목의 점수가 간신히 과락을 면한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렇습니까?”
“그러니까 더 이상 묻지 않겠다.”
사실 처트니 경은 베니오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실전이 익숙해 보였다. 종이 한 장 차이로 세베루스의 공격을 피해 내는 것부터 시작해 현란한 풋워크와 마지막에 절제된 마무리까지.’
처트니 경은 돌연변이를 보는 듯한 눈으로 베니오를 쳐다봤다. 다른 사람 같았다. 지금도 베니오는 화를 내기보다는 문제를 자신이 해결하겠다며 나섰다.
‘한 번 지켜볼까.’
처트니는 자그맣게 생긴 이 호기심을 유지하기로 했다.
“허락한다.”
“감사합니다.”
베니오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러고는 어디론가 걸어가기 시작했다. 생도들이 베니오의 무표정한 얼굴에 옆으로 물러나자 그 끝에 아케르가 있었다.
“아케르 포다인.”
베니오는 무표정하게 장갑을 벗었다. 그러고는 그걸 아케르의 얼굴에 집어 던졌다.
“결투를 신청한다. 내일, 같은 시각에, 이 자리에서.”
아케르의 가슴에 맞은 장갑이 주륵하고 떨어져 내렸다. 흘러내리는 장갑을 쥔 아케르가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베니오를 노려봤다.
“내가 세베루스를 비겁한 수로 이겼는지, 정정당당하게 이긴 것인지.”
베니오는 아케르의 분노를 덤덤하게 마주했다.
“네 몸으로 한 번 겪어 보아라.”
* * *
점심시간.
베니오는 오늘 검술 학부의 화제의 중심에 섰다. 비겁자 베니오가 삼총사 세베루스를 쓰러뜨렸다는 소문이 불과 두 시간도 되지 않아 학부 전체에 퍼졌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어딜 가든 베니오에게로 쏟아지는 시선이 평소에 비해 다섯 배가 넘게 늘어났다.
하지만 그 눈빛 속에 담긴 사람들의 감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적개심, 혐오, 증오, 한심함, 미움, 의심 등등.
세베루스를 이긴 것도 분명히 베니오가 속임수를 썼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생도들이 많았다. 그리고 내일 다른 삼총사인 아케르와 결투를 하기로 했다는 소문까지 퍼졌다.
드르륵.
주변에서 수군거리는 소리에도 베니오는 아랑곳하지 않고 제 몫의 식사를 싹싹 비웠다. 원래 베니오는 생도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만금가라 불리는 케플러 가문 출신답게 일류 요리사의 음식만 먹고 자랐기에 대량으로 조리되는 식당 식사가 입맛에 맞지 않아 따로 식사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부터는 아니었다.
우적우적.
“도, 도련니임….”
검술 학부의 식당은 검술을 수련하기에 많은 열량을 필요로 하는 생도들을 위해 꽤 고열량의 식사가 제공됐다.
그런데 그걸 베니오는 세 번째 배식을 받아서 쓸어 넣고 있었기에 토니마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베니오를 말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말린다고 해서 들어 먹을 베니오가 아니다.
“너도 먹어 둬.”
“예? 예에….”
토니는 주변에서 쏟아지는 시선들이 부담스러운 것인지 음식이 영 먹히지 않는 눈치였다. 아니, 어쩌면 베니오와 마주 보고 밥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다른 하인들이 제 주인들이 식사하는 데 뒤에 서 있는 반면 토니는 베니오와 마주 본 채로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 역시 주변에서 수군거림을 자아냈다.
원래 베니오는 상하의식이 매우 뚜렷한 사람인지라 하인을 자신과 같은 사람으로 취급도 하지 않기에 다른 귀족가 생도들보다 심했으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베니오가 토니와 함께 식사를 한다?
토니가 그냥 하인이 아니라 몰락 귀족가 출신이 아니냐는 소리가 하인들의 입에서 나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다 먹었으면 가자.”
“어, 어디로 가십니까?”
원래 쟈비에가 베니오를 수행해야 했지만 베니오는 쟈비에를 돌려보냈다. 대신 토니에게 자신을 대신 수행하게 했다. 토니가 엉거주춤 일어나자 베니오는 배를 쓰다듬었다.
“배부르게 먹었으면 자야지.”
“자, 잔다구요?”
“그래, 기숙사로 돌아가자.”
베니오는 쏟아지는 시선을 당당하게 받아 내면서 기숙사로 향했다. 그러고는 자신을 맞이하는 쟈비에를 슥 지나친 뒤 문을 걸어 잠그며 쟈비에에게 말했다.
“점심시간 끝날 때까지 방해하지 말도록.”
“예, 도련님.”
집사인 자신을 배제하고 하인 따위를 중용하는 베니오였지만 쟈비에는 화를 참는 시늉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충실한 집사인 것처럼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여전히 충성스럽게 베니오의 말에 대답하기만 했다.
그러나 문을 닫은 베니오는 피식 웃었다.
“화났구만.”
쟈비에의 눈빛이 바뀌었다. 베니오는 그것이 화임을 눈치챘다. 쟈비에는 모를 테지만 베니오는 그런 쟈비에의 심리를 꿰뚫어 보았다.
갑자기 바뀐 베니오를 옆에서 감시하고 관찰해야 하는데 베니오가 자꾸만 밀어내니 쟈비에도 답답해진 모양이었다.
“답답해지고 초조해지면 사람은 틈을 드러내게 되어 있지.”
그렇게 중얼거린 베니오는 침상 위에 올라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러고는 두 눈을 감고 은공에 빠지며 아침에 있었던 결투를 복기하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결투가 아니라 결투 간에 베니오가 몸으로 직접 펼쳐 본 무공에서 깨달은 점을 모아서 정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침저녁으로는 철신공과 독황신공을 익히고.’
라드릿슈와 루멘이라는 쓸 만한 수련 도구를 얻었다. 그 둘로 베니오는 자신이 세워 둔 계획의 기초를 다질 생각이었다.
원래 베니오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서는 탄탄한 기초가 필수였다. 남보다 늦게 시작한 만큼 더 피나는 노력으로 기반을 단단히 다져야만 한다.
그런 점에서 베니오는 아주 흡족했다.
“보법과 체술의 기초는 덤비는 놈들을 상대로 정리하고.”
철신공으로 근골을 바꾸고 독황신공으로 내공의 기초를 다진다면 보법과 체술로는 무공의 기초를 다질 생각이었다.
결국 모든 병장기는 신체의 연장일 뿐이니, 몸을 움직이는 법인 체술의 기초를 다지면 자연스레 병장기를 쥐었을 때도 위화감이 없을 것이다.
보법이야 무공의 기본인 거리의 기초를 다질 수 있는 좋은 수련 방법이었고.
검술 학부에서 그런 기초를 다진 뒤 베니오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것이다. 베니오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으로 원래 베니오의 소원을 들어줄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존경.]만금가인 케플러 가문에서 베니오를 상인 교육이나 행정 학부로 보내지 않고 검술 학부에 보낸 이유는 베니오가 무능하기 때문이다.
머리가 멍청하니 몸으로라도 쓸만한 것을 익혀 밥값을 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러니 일단 자신이 쓸만하다는 것을 검술 학부를 통해 증명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가문으로 돌아갔을 때 그것이 비빌 언덕이 될 것이다.
“그리고.”
필요한 기초를 다질 준비는 됐다. 기초가 다져지면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그다음 단계에서 성장을 가속시킬 수 있는 건 한 가지뿐이다.
“실전.”
베니오의 입가에 가느다란 미소가 맺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