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114)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114화(114/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114)
실종된 아이들 (4)
베니오는 자신이 카사케플러에서 온 케플러 공작의 차남이란 것을 밝히고 들어갈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그건 바보 같은 짓이지.”
토니와 테오가 용병인 척하고 들어가겠다는 베니오를 말리려고 했지만 베니오는 담담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도련님! 이와 벼룩이 나오는 여관방에서 딱딱한 빵과 멀건 수프를 드셔야 하는데요!”
지금껏 태어나 단 한 번도 일반 평민이 사는 삶을 살아 본 적이 없는 베니오다. 아무리 새 사람으로 개과천선한 베니오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평민의 삶은 완전히 다른 세계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토니가 그렇게 평민으로서의 불편한 점을 이야기해 주었지만 베니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참아야지. 걱정 마, 토니. 대공자가 걸린 일인데 내가 설마 수프랑 빵 못 먹겠다고 난리 치겠어?”
토니는 불안한 눈으로 베니오를 쳐다봤다. 그가 알기로 베니오는 과거 토비아 자작령의 특산품인 육우 대신 일반 시장에서 파는 소고기를 사 왔다면서 몸종에게 매질한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에라 모르겠다. 무슨 생각이 있으시겠지.’
베니오가 생각이 있다고 했기에 토니는 그냥 베니오만 따르기로 했다. 베니오는 작은 여관 앞에 도착해 문을 두드렸다.
끼익.
문을 좌우로 밀고 들어가자 협소한 여관의 내부가 나왔다. 그곳은 테이블 다섯 개로 꽉 차는 정도의 작은 여관이었다.
딸랑!
베니오와 토니, 테오가 들어오면서 달아 놓은 종이 울렸기 때문에 양 갈래머리에 주근깨가 가득한 소녀가 앞치마를 푸르고는 나왔다.
“어서 오세요.”
“여기 숙박도 됩니까?”
“그럼요! 되고 말고요!”
오랜만에 오는 손님이 반가워서인지 소녀가 얼른 장부를 집어 들었다.
“방 세 개 주세요. 하룻밤에 얼마죠?”
“1실버. 세 분이니 하루에 3실버겠네요. 용병이세요?”
“예, 그렇습니다.”
“용병님들은 오랜만에 보네요.”
과거에는 오가는 용병이나 상인이 많았지만 요새는 루비 마을에 용병이 들리는 일이 거의 없었다. 실종 사건이 소문이 났기 때문에 상인들도 루비 마을을 기피했다.
“손님이 없나 보죠?”
“요즘에는 거의 없어요.”
“어린 것 같은데, 부모님은…?”
소녀는 잘 봐줘야 열다섯 정도밖에 되어 보이지 않았다. 그 정도 나이는 여관의 주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어렸다. 그러자 소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요새 일이 조금 있어서. 잠깐 나가셨으니까 돌아오실 거예요. 여기, 키.”
짤그랑.
소녀가 베니오에게 키 세 개를 주었다. 베니오는 굳이 깊게 묻지 않았다. 처음 본 외지인이 시시콜콜 캐묻는 것 자체가 이상하게 느껴질 것이기 때문이다.
“식사는 어떻게 하시겠어요?”
“저녁에는 고기를 넣어 주세요. 아침은 간단하게 수프와 빵으로. 점심은 오가다 시간이 있으면 먹는 거로 하죠.”
“아침 2쿠퍼, 저녁 4쿠퍼예요.”
베니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주머니에서 1실버 2쿠퍼를 꺼내 소녀의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저녁은 먹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소녀가 넙죽 인사하고는 다시 앞치마를 들고 안으로 사라졌다. 아마 안쪽에 주방이 있는 모양이다. 베니오는 소녀가 사라지자 테오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이 여관 주인도 아이를 잃은 것 같은데.”
베니오의 눈에 창틀에 놓인 인형이 들어왔다. 손때가 많이 탄 인형은 조금 전 본 소녀가 가지고 놀기에는 지나치게 작아 보였다. 즉, 저 인형의 주인이 따로 있다는 뜻이다.
“예, 지금 촌장의 집 앞에서 실종된 아이들의 부모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습니다. 도련님이 오시는 것에 대비하기 위해서요.”
“별로 협조적이지 않겠군.”
베니오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이 마을 안에 퍼지고 있었다. 누군가 악의적으로 퍼뜨린 소문이다. 문제는 자식을 잃어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는 부모들의 빈틈을 그 소문이 정확하게 찌르고 들어갔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도련님. 제가 도와드릴 일이 따로 있을까요?”
테오가 베니오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을 어필했다. 테오는 눈에 띄지 않는 인상을 가지고 있어 어디든 자연스럽게 섞여 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베니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루비 마을에 남아있는 10세 미만의 아이들이 더 있는지 알 수 있을까?”
“곧바로 알아 오겠습니다.”
테오가 벌떡 일어나 의욕적으로 사라졌다. 베니오는 토니에게 테오가 지낼 방의 열쇠를 주며 그가 오라면 주라고 한 다음 자리에서 일어섰다.
“올라가시게요?”
“좀 쉬어야지. 너도 쉬거라.”
“예, 도련님.”
하지만 베니오는 알고 있었다. 토니가 쉬지 않고 검을 휘두르러 나갈 것이란 것을 말이다. 그러나 알아서 수련하겠다는 것을 말릴 필요는 없기에 베니오는 내색하지 않고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끼익.
오래된 나무 냄새가 훅하고 풍겨져 나왔다. 베니오는 피어오르는 먼지를 손부채로 펼쳐 살짝 쫓아낸 다음 나무 의자를 드륵 빼내 그 위에 걸터앉았다.
“뭐, 지낼 만은 한데.”
토니가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베니오는 이 정도면 꽤나 아늑하니 지낼 만한 곳이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원래 베니오가 아닌 육항은 맨바닥에서도 10년 넘게 뒹굴며 살았기 때문이다.
좀 낡고 누추하기는 해도 여긴 침대도 있고 이불과 베개도 있었다. 비록 짚으로 채워진 베개지만 저 정도면 흙바닥에 비하면 보료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그래도 공작가로 돌아가면 더 푹신하고 깨끗한 침대와 베개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텅 빈 저택의 가사 도구를 크리스가 도와준 덕분에 조금씩 채워 나가고 있고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 바로 침대였다.
그 보드라움을 알게 된 베니오는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저택으로 하루라도 빨리 돌아가기로 했다.
“시간을 끌 필요 있나?”
공작에게서 다섯 번이나 문제 해결에 실패한 기사들이 올린 보고서를 받아 읽어 본 베니오는 이곳에서 일어난 일이 그가 알고 있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알아챘다.
누가, 어떤 이유로, 왜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인지 전부 다 알고 있기에 마음만 먹으면 오늘이라도 실종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다.
베니오는 민심을 얻기 위해 실종 사건을 선택했다.
누군가의 수작으로 루비 마을에 퍼진 자신의 악의적인 소문은 베니오가 빠르게 움직여 희생 없이 아이들을 구출해 낸다면 알아서 사그라들 것이다.
끼이익.
달칵.
베니오는 잘 열리지 않는 창문을 억지로 위로 밀어 올렸다. 아무래도 기름칠이 필요한 듯 삐걱거리며 잘 열리지 않았지만 베니오는 힘으로 창문을 열었다.
“다녀오겠습니다.”
나지막이 중얼거린 베니오가 난간의 끝을 밟고는 여관의 지붕 위로 사라졌다.
* * *
혈교는 그 이름처럼 늘 혈풍을 일으키는 존재다.
사람의 피는 곧 생명의 근원이고, 그 피를 매개체로 영생을 도모하고 신선이 되는 수양의 길로 삼겠다는 것이 혈교의 목적이었다.
혈교가 꿈꾸는 이상은 곧 도교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고행과 수양을 통해 신선의 경지에 이르겠다는 것. 그것이 곧 혈교의 목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언제나 결과가 아니라 수단이다.
혈교는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순수하고 깨끗한 피가 필요했고, 그 피를 얻기 위해 혈교는 무고한 처녀와 어린아이를 사냥감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원무림은 혈교가 준동을 하는 즉시 하나로 똘똘 뭉쳐 일단 혈교를 박살 내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곤 했다.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치고받고 싸우던 정파와 사파가 혈교란 이름 아래서는 언제 싸웠냐는 듯 하나로 뭉쳤고 서로 등을 맡긴 채 혈교를 박멸하는 데 앞장서곤 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베니오는 바로 그 혈교의 흔적을 찾아냈다.
‘찾았다.’
천마대제는 마교를 일통하여 최고 존엄인 천마에 오른 마교의 신이다. 그리고 그는 마교도를 휘몰아 혈교를 공격했다.
마교와 혈교.
둘 다 중원에서 외면받는 집단인데 천마대제는 중원을 마교의 세상으로 만들기 위한 초석으로 혈교를 선택한 것이다.
스스로도 고금제일이라고 해도 무방한 천마대제가 그런 결정을 내렸던 이유는 간단했다.
‘정파와 사파에 비해 부족한 머릿수를 손쉽게 채울 수 있는 기기묘묘한 술법들이 혈교에는 존재하니까.’
생강시와 마인부터 시작해 웬만한 무인들 이상의 위력을 발휘하는 강시술법은 시간과 재료만 충분하다면 말 그대로 고수를 찍어 낼 수 있는 수단이었다.
그 외에도 사람의 피만 충분히 조달된다면 빠른 시일 내에 강해질 수 있는 혈신공, 역천혈공 같은 마공과 인간의 음습한 욕망을 자극하는 혈법들까지.
마교의 강력한 힘을 보조해 줄 수 있는 완벽한 보완재로 천마대제는 혈교를 선택한 것이다.
그 때문에 베니오는 그런 천마대제의 애완견이 되어 10년 동안 끌려다니면서 무수히 많은 혈교도를 봤고 그들을 옆에서 관찰했다.
‘가장 순수한 피는 동남동녀의 피. 그리고 그다음으로 순수한 것이 처녀의 피.’
베니오는 10세 미만의 아이들이 집중적으로 실종된 루비 마을의 이야기를 들으며 곧바로 혈교를 떠올렸다.
혈교에서 말하는 동남동녀의 기준이 바로 10살 미만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섯 번이나 실패한 뒤 공작에게까지 올라온 수색 결과 보고서에서 기사들은 분명 혈교의 흔적을 발견했으나 그냥 지나쳤다.
‘마시장.’
슥, 슥.
베니오는 손가락에 묻은 피를 슥 문질렀다. 말은 이곳이나 중원이나 대단히 중요한 이동 수단이다. 마법은 지극히 최상위만 이용할 수 있는 값비싼 수단이기에 장거리를 이동하기 위해서는 말이나 당나귀, 노새가 필수다.
그 때문에 어느 마을을 가든, 크고 작은 마시장이 존재했다. 베니오는 마상의 눈을 피해 마시장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침투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핏자국을 발견했다.
‘혈공을 익히면 주체할 수 없는 피에 대한 욕망이 끓어오르지. 그걸 동물의 피로 채워야 하는 법이고. 그런 점에서 마시장이 딱이야.’
마시장에서는 대개 늙거나 병들거나, 혹은 다친 말이나 당나귀, 요새를 처분하는 도살장도 갖춰져 있었다.
이동 수단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흔히 섭취하는 육류는 아니지만 그렇게 죽은 말이나 당나귀, 요새는 고기를 도축하여 파는 것이 흔했기 때문이다.
‘중원에서도 늘 혈교도가 잠입한 곳에서는 마시장이나 가축시장에서 원인 불명의 떼죽음이 일어나곤 했으니까.’
혈공은 마공이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특히 서서히 뇌를 잠식하여 나중에는 피만 갈구하는 하나의 괴물로 만든다.
일정 기간마다 주기적으로 발작하여 이성을 잃고, 피를 섭취해야만 정신을 차리게 되는 그런 심각한 부작용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꼭 인간의 피가 아니라 동물의 피도 어느 정도 갈증을 해소할 수 있기에 인간을 공격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에는 이처럼 동물의 피로 그것을 충당하기도 한다.
베니오는 그 흔적을 발견한 셈이고.
“마상을 만나면 알게 되겠지.”
베니오의 기척이 잦아들었다. 베니오는 은밀히 마상이 있는 곳을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쩔그렁.
“우헤헤헤.”
루비 마을의 말 상인인 사무엘은 쩔렁이는 돈주머니를 손에 들고는 히죽 웃었다.
“다 늙어 죽어 가는 말 넘기고 이 정도면 남는 장사지. 암, 그렇고말고.”
어떤 바보 같은 놈인지는 모르지만 주기적으로 자신을 찾아와 병들거나 죽어가는 말이나 당나귀를 제값을 다 주고 사가는 멍청한 놈 덕분에 최근 주머니가 아주 풍요로워졌다.
마음 같아서는 매일 오면 좋겠는데, 그렇게 자주 오진 않았다.
“말 고기를 그렇게 좋아하나?”
말이나 당나귀 고기는 별로 인기 있는 식재료가 아니었다. 맛을 위해 최적의 시기에 도축하는 것이 아니라 다 늙거나 병든 말이나 당나귀만 도축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질기고 냄새가 심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사무엘은 말 고기를 그렇게 좋아할 수도 있나 싶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뭔 상관이야. 그냥 돈만 잘 주면 됐지.”
허세 가득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사무엘은 의도적으로 그 고객을 떠올리는 것을 피했다. 그냥 평범한 인상이지만 이상하게 매번 만날 때마다 소름이 돋고 괜히 무서운 느낌이 드는 고객이었기 때문이다.
돈만 잘 주면 됐지 굳이 고객의 신상까지 궁금해할 필요는 없었다. 그것도 잠시 묵직한 주머니를 보자 사무엘의 얼굴에 다시 웃음꽃이 피어올랐다.
“흐흐흐흐.”
사무엘이 그렇게 웃고 있을 때 어디선가 바람이 쉭 불어왔다. 그러자 그 바람 때문에 촛불이 훅하고 꺼졌다.
그러자 창문이 작아 낮에도 어두운 방 안이 어두컴컴하게 변했다. 사무엘이 인상을 쓰며 불붙일 것을 찾아 서랍장을 열고 몸을 숙였다.
그런데 그때.
콰악!
우당탕!
“끄윽!”
누군가 사무엘의 몸을 밀면서 그가 일어나지 못하게 등을 발로 꽉 눌렀다. 사무엘은 서랍장에 낀 채로 팔을 버둥거리며 일어나려고 했지만 얼마나 누르는 힘이 강한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자, 우리 번거롭게 하지 말고 서로 깔끔하게 할 말만 하고 딱 헤어지자. 알았으면 고개 끄덕여.”
사무엘은 나긋한 목소리를 듣는 순간 등줄기에 소름이 쭉 돋는 것을 느꼈다. 사무엘은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내 얼굴 봐 봤자 네게 좋을 게 없으니까 그대로 있어. 아니면 왜, 볼래?”
도리도리.
사무엘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차라리 안 보는 것이 더 나을 때도 있음을 사무엘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네게 찾아와 병든 말이나, 당나귀를 주기적으로 산 놈이 있을 거야. 듣자 하니 네가 최근 들어 씀씀이가 헤퍼진 걸 보면 말이야. 맞지?”
끄덕끄덕.
사무엘이 고개를 끄덕이자 나긋한 목소리에 작은 웃음이 섞였다.
“어떤 놈인지 토씨 하나 빼놓지 말고, 네가 알고 있는 모든 걸 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