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119)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119화(119/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119)
칭송받는 차남 (4)
“실패?”
베니오가 순간 어이가 없다는 듯 픽하고 웃었다. 하지만 행색이 확실히 남루하기는 했다. 귀족이 아니라 용병으로 루비 마을에 방문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레스 남작님!”
“어이쿠, 죄송합니다. 상인이던 버릇이 아직도 남아 있어서. 베니오 공자님, 죄송합니다.”
레스 남작은 누가 보더라도 일부러 그랬다는 티를 드러내며 베니오에게 대충 고개를 꾸벅 숙였다. 베니오는 빙긋 웃으며 레스 남작에게 말했다.
“갈턴 상단의 대행수라 하셨지요?”
“예, 레스 갈턴 남작입니다.”
“기억해 두죠.”
베니오의 의미심장한 말에 레스 남작의 아미가 살짝 찡그려졌지만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베니오의 말이 찜찜하기는 하지만 기껏 해 봤자 겨우 베니오가 무엇을 할 수 있겠냐는 자신감이었다.
“제 별 볼 일 없는 이름을 기억해 두시겠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레스 남작은 대단히 무례하고 경박스러웠다. 동시에 갈턴 자작의 위세가 얼마나 커졌는지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고작 남작 따위가 공작가의 직계인 베니오에게 구는 태도가 노골적으로 무례하기 그지없었기 때문이다.
“마지아.”
“예, 형님?”
마지아가 안절부절못하다가 베니오를 쳐다봤다. 레스 남작이 베니오에게 지나치게 무례하다는 것을 마지아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갈턴 자작의 동생이라면 레스 남작은 마지아에게 있어 작은 숙부다. 그러니 작은 숙부에게 무엇이라고 할 수 없어 발만 동동 구른 모양이다.
“힘들었겠구나.”
“예?”
“예의라고는 밥 말아 먹는 듯한 남작과 무려 닷새나 동행했다니 말이다.”
“혀, 형님?”
베니오의 거침없는 말에 마지아가 자신도 모르게 말을 더듬었다.
그리고 그건 레스 남작 역시 마찬가지. 베니오가 설마 대놓고 자신을 앞에서 깔 줄 몰랐던 그가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분노한 표정으로 베니오를 쳐다봤다.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베니오 공자!”
“아. 들으셨습니까? 하도 쩌렁쩌렁 시끄럽게 말하길래 이렇게 작게 말하면 안 들릴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베니오는 몰랐다는 듯 태연하게 볼을 긁적였다. 레스 남작이 아까부터 시끄럽게 떠들었던 것을 저격한 것이다.
그 뻔뻔함에 레스 남작은 자신이 베니오에게 한 짓은 잊고 오히려 분노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레스 남작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아무리 그가 대단히 분노했다고 하더라도 베니오는 이공자였기 때문이다.
“할 말 다 하시었소이까?”
“예, 다 했는데요. 그럼 마지아, 나중에 보자꾸나.”
베니오는 그렇게 레스 남작의 가슴에 불을 지른 뒤 유유히 그들을 지나쳐 먼저 마을로 향했다.
부들부들부들.
레스 남작의 팔뚝에 핏줄이 솟았다. 그는 자신이 고작 실 끊어진 연이나 다름없는 이공자 따위에게 한 방 먹었다는 것이 분했다.
‘운 좋은 줄 알거라, 네놈. 만약 이곳이 마을이 아니고, 대로가 아니었다면….’
레스 남작의 두 눈이 위험하게 번뜩였다. 그때 마지아가 레스 남작에게 말했다.
“숙부, 쉬고 싶습니다.”
“아, 예, 도련님.”
마지아는 레스 남작을 탓할 수도 있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지난 닷새간 자신의 작은 숙부와 함께하며 마지아는 총명한 안목으로 레스 남작의 됨됨이에 대해서 어느 정도 파악이 끝난 상태였기 때문이다.
‘나무라 봤자 오히려 내게 앙심만 품을 뿐. 그릇이 크지 않으시니.’
레스 남작은 지극히 편협하고 속이 좁은 남자였다. 평생을 갈턴 자작의 그늘에서만 살았기 때문이다. 애초에 자작 위에 도전할 생각도 하지 못했던 그는 오십 줄이 다 돼가는 지금도 형이 아니면 갈턴 상단의 대행수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주제에 야심은 있었다.
이번 일에 그가 자원한 것도 마지아의 눈에 들어 훗날 그가 공작이 되었을 때 갈턴 자작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그런 것치고는 가진 바 능력이 형편없었다. 갈턴 자작이 붙여준 유능한 갈턴 상단의 상인들이 한 것을 마치 자신이 한 것처럼 착각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아랫사람의 공에는 짜고, 과에는 지나치게 과민하게 반응했다. 천성적으로 누군가를 이끌며 살아갈 만한 사람은 아니라는 뜻이다.
‘괜히 말해 봤자 형님에게 앙심만 더 크게 품을 터.’
마지아는 레스 남작이 베니오에게 무슨 일을 저지를 것만 같아 입안이 바싹 탔다.
‘형님께서 만약 임무에 실패하셨다면 레스 남작의 옹졸하고 편협한 심성 때문에 화를 입으실 텐데. 내가 신경을 써드려야겠어.’
마지아가 베니오를 떠올리면서 속으로 다짐했다.
* * *
“주군, 어찌하여 참으셨습니까?”
“참아요?”
“예, 고작 남작의 무례를 그냥 보고 넘기시지 않으셨습니까.”
앰블란은 이해할 수 없었다. 베니오는 공작가의 직계다. 아무리 남작이라고 해도 그는 공작가의 가신일 뿐인데, 베니오에게 그리 무례하게 군 것에 하마터면 검을 뽑아 들 뻔했다.
“신하가 되어 주군께서 목전에서 그런 수모를 당하시는 것은 참기 힘든 일이옵니다. 소장이 나선다면 주군께서 그런 수모를 당하시지 않아도 되셨을 텐데.”
그래서 앰블란은 검을 뽑아 나서려고 했다. 베니오가 말리지만 않았더라면 말이다.
“경에게는 그게 참은 것으로 보였던 모양이군요. 그럼 남작도 그리 생각했을까요?”
“예?”
“아마 참은 게 아니라 자신이 모욕을 당했다며 화를 내고 있을 겁니다. 그런 속 좁은 작자들이 생각하는 바가 다 똑같은 법이지요.”
“주군께서 그자의 무례를 눈감아 주셨는데도 말입니까?”
“아무리 핏줄이라도 권력이 없다면 그리 괄시를 당하는 법입니다, 앰블란 경.”
베니오의 말에 앰블란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런 그의 표정에 불만이 가득했다. 그는 기사다. 주군의 복잡한 사정이 있겠지만 기사가 되어 주군을 지켜 내지 못했다는 것 때문이었다.
“제 사정에 대해서는 대충 알고 계시지요?”
“그렇긴 합니다만, 주군을 직접 뵈었으니 소문 따위는 믿지 않았습니다.”
“그거, 대부분은 진실입니다.”
베니오는 담담하게 소문을 인정했다. 앰블란은 기꺼이 자신에게 충성 맹세를 한 기사이지만 그렇다고 하여 과거를 숨길 수는 없었다.
“전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케플러의 수치라는 말을 들었고, 천년 아카데미 역사에서 다시는 없을 둔재라는 말도 달고 살았습니다.”
“주군.”
“그러니 가문에서도 마찬가집니다. 저런 괄시? 수도 없이 당해 보았지요. 그래서 도망치듯 주피터로 도피한 것이었구요. 그러고는 아카데미에서도 똑같이 실망스럽게 살았습니다만.”
앰블란은 담담히 자신의 과거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어린 주군을 보며 속이 찢어지는 듯했다. 그의 어른스러움이 수많은 상처를 딛고 일어선 것처럼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미 과거에 내가 한 일들을 부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문제는 미래지요. 현실을 살아가는 내가 어떻게 하냐에 따라 미래는 바뀌는 법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예, 주군. 주군은 실제로 바뀌시지 않았습니까. 주군께서 걸어오신 길은 소신이 소문으로만 듣기에도 과히 영웅이라 부르기에 부족하지 않은 것들이었습니다만.”
불어닥친 폭풍에 베니오는 휘청거렸지만, 무릎은 꿇지 않았다. 그렇게 꺾이지 않은 베니오는 폭풍이 지나가고 난 뒤 비로소 꽃을 피웠다.
비록 아직 여리디여린 들꽃의 새싹에 불과하나 그 새싹이 제대로 꽃을 피워 언제 너른 들을 더 들꽃으로 채울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 소리를 들으려 한 건 아닙니다만.”
긁적긁적.
베니오는 그리 말하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레스 남작을 그리 자극한 이유는 갈턴 자작으로 하여금 제 수족을 하나 잘라 내게 하려고 한 겁니다.”
“갈턴 자작이 제 동생을 버릴 것이라 생각하신다는 겁니까?”
앰블란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자신은 감히 생각지도 못한 심계를 베니오는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 아메노가 있잖습니까. 그리고 그 아메노를 부렸다는 깅예르란 놈도요.”
“아!”
앰블란이 감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는 베니오가 노리는 바가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주군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린 것이 레스 남작이라고 하실 생각이신 겁니까?”
“예.”
베니오가 희게 웃었다. 그때 저 멀리 카사케플러의 웅장한 성벽이 눈에 들어왔다.
“그쪽이 먼저 수작을 부렸으니 이제는 제 차례니까요.”
* * *
“추웅―!”
“이공자님의 귀환을 경축드립니다!”
카사케플러의 경비를 책임지는 건 라이노 기사단이다. 라이노 기사단은 케플러 공작가의 기사단 중 하나로 전부 기골이 장대한 것으로 유명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저게 바로 그 유명한 라이노 기사입니까?”
“예, 어떠셨습니까?”
“우람하더군요. 마치 코뿔소 그 자체인 것 같았습니다.”
앰블란은 저 번쩍거리는 거대한 중갑옷을 입은 라이노 기사단 수백 명이 적의 보병 사이로 뛰어들어 그들을 갈아 버리는 모습을 떠올리고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저들이 입고 있는 것이….”
“맞습니다. 바로 그 유명한 증량 갑옷입니다.”
“화, 그 비싼 것을 전신에….”
앰블란은 감탄했다. 증량 갑옷은 베룸가의 마탑에서 개발한 갑옷이었다. 창칼을 아무리 맞아도 끄떡없을 정도로 단단하지만 별로 인기가 없는 실패작 중 하나였는데 그 이유는 간단했다.
너무나도 무거웠다.
창칼을 막아 내기 위해 금속으로 제작하는 갑옷은 무게가 나갈 수밖에 없었다. 특히 기사들이 입는 중장갑일수록 더 무게가 많이 나가는 법이었다.
때문에 대부분은 갑옷의 무게를 어떻게 줄이느냐에 초점을 두었지만, 베룸가의 한 돌연변이 마법사는 아예 무게 따위는 개나 줘 버리고 방어력에만 치중한 미친 방어력의 중장갑을 만들었다.
그게 바로 증량 갑옷이었다.
무게가 무려 300kg에 달하는 갑옷은 오러 익스퍼트가 아니면 걷고 한 발자국을 제대로 움직이는 것조차도 힘들 정도였다.
그 때문에 거의 사장되었는데, 케플러 공작은 베룸가의 악성 재고인 증량 갑옷을 전부 다 일시불로 구입했다.
[절대로 뚫리지 않을 기사단을 만들고 싶소.]증량 갑옷은 오러 익스퍼트의 오러도 자를 수 없다. 최소한 상급 익스퍼트 이상의 오러만이 증량 갑옷을 가를 수 있었다.
그것을 보고 대단히 마음에 든 케플러 공작은 베룸가의 악성 재고를 한꺼번에 처리한 뒤 베룸가에 의뢰를 넣는다.
[근력을 올려 줄 수 있는 아티팩트를 제작해 주시오. 전신에 찰 수 있는 것으로. 저 증량 갑옷을 입고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효능으로.]베룸가의 마법은 고금 제일이다. 용의 피를 물려받았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마법에 뛰어난 베룸가는 아티팩트 제작 역시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그곳에 의뢰하는 것 자체가 천문학적인 금액이 있어야 하는데, 케플러 공작은 그 베룸가 근력 증강 아티팩트를 4개 한 세트로 하여 무려 500세트를 구입했다.
그렇게 증량 갑옷과 근력 증강 아티팩트 500세트를 사들이는 데 들어간 골드는 거의 한 공국의 1년 예산에 달하는 정도.
한마디로 케플러 공작은 케플러 공작가답게 제대로 돈을 처발라 라이노 기사단을 창설한 것이다.
그럼에도 증량 갑옷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저절로 기골이 장대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라이노 기사단의 기사들은 몸뚱이 하나만 뛰어나지 오러에 대한 재능은 뛰어나지 않은 자들이 많아 필사적으로 증량 갑옷에 적응을 하려고 애를 썼기 때문에 전원이 다 기골이 장대한 체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주군을 보고 반기던데, 벌써 연을 맺으셨습니까?”
앰블란은 라이노 기사들이 베니오를 반갑게 맞이하는 것을 보면서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베니오가 빙긋 웃었다.
“라이노 기사단의 단장께서 나를 부르시길래 한 번 가서 어울렸습니다. 그 뒤에는 나를 저리 좋아하더군요.”
“아, 하긴, 주군의 검술은 기사로 하여금 무언가 두근거리게 만드는 것이 있으니까요.”
“그런가요?”
베니오의 검술은 이 대륙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그런 유형이었다. 중원무학의 수만 개의 검법 중 그중에서 베니오가 자신의 마음에 드는 초식들만 새로이 엮어서 만들어 낸 것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초식이 다르면서도 강맹하기 그지없었고, 그걸 사용하는 베니오의 센스는 천부적인데다가 무려 17살의 나이에 오러 익스퍼트에 올랐으니 베니오와 수련을 함께 한 기사들이 매료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돌아가면 대련 한번 할까요?”
“저야 영광입니다, 주군.”
앰블란은 베니오와 대련을 할 때마다 실력이 쑥쑥 느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거절하지 않았다. 조금 고되기는 해도 매번 대련하고 나면 벽이 부쩍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멈출 수가 없었던 것이다.
“엄?”
그런데 그때 베니오의 눈에 자신의 저택 앞에 웬 마차 한 대가 서 있는 것이 들어왔다. 그것을 본 베니오가 토니에게 어디의 마차인지 아냐고 묻자 토니가 눈을 찡그려가며 마차를 확인하고는 크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사, 삼부인 마님의 마차인뎁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