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124)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124화(124/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124)
대공자 (4)
한 입 베어 문 타파스, 포크로 대충 찔러 놓은 푸딩, 절반 정도 먹고 뱉어 버린 말린 자두, 손으로 짓뭉갠 휘낭시에 등등.
연회였기에 한 입 거리들이 연회장의 벽면을 따라 죽 둘러 있었는데 그렇게 먹고 난 접시를 버려두는 곳을 레스 남작과 그 패거리들은 가리켰다.
어떻게 나오는지 한번 보겠다는 듯,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은 채로.
저벅, 저벅.
베니오는 태연히 그들에게로 걸어갔다. 그러면서 베니오는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대체 이 작자들의 머릿속엔 무엇이 들어 있길래.’
베니오가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그 주먹에는 일반인이라면 머리를 부숴 놓을 수 있는 거력이 숨어 있었다.
‘익스퍼트를 이렇게 도발하는 거지?’
베니오는 익스퍼트다. 그리고 베니오는 그걸 가문에 돌아오는 첫 순간부터 숨기지 않았다.
마법사 클리앙.
4서클이자 플람마 마탑의 기대주라고도 불린 그와 대결을 벌이며 그곳에 있던 백여 명의 하인과 기사에게 자신이 익스퍼트임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베니오는 레스 남작의 눈을 쳐다봤다. 그의 눈은 여전히 오만했고, 사악한 악의로 가득 차 있었다. 또한 베니오에 대한 경멸과 혐오, 조소와 냉소가 모두 담겨 있었다.
이건 숫제 공작가의 직계를 보는 것이 아니라 길거리에 똥지게를 지고 걸어가는 천민을 봤을 때 지을 법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 주변의 패거리들이 다 비슷한 눈빛이었다. 베니오는 바로 그것이, 그들이 자신을 생각하는 수준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우습군.’
베니오는 화도 나지 않았다. 레스 남작이 저리 나오는 건 믿을 만한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첫 번째로 그는 베니오에 대한 소문을 조금도 믿지 않았다.
베니오가 천년 아카데미 역사에 처음으로 오러를 개화한 생도라는 것, 그리고 두덱령의 비사를 해결했다는 것, 아카데미 대항전에서 1위의 성적으로 수료를 한 것으로 조기 졸업을 하였다는 것까지.
베니오에 대해 떠도는 그 소문을 믿지 않은 것이다.
왜?
‘베니오 케플러니까.’
실소가 저절로 새어 나올 뻔했다. 나름 상단을 책임지는 남작이란 사람이 이토록 정보에 귀를 닫고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눈에 보이는 사실을 외면해서야.
그리고 두 번째. 레스 남작은 베니오를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의 원래의 그 베니오로 기억하고 있었다. 반역 가문의 핏줄이라는 것 때문에 손가락질을 받느라 주변의 눈치를 보던 자신감 없던 베니오의 그 모습을.
‘다들 흥미진진하게 쳐다보는군.’
베니오는 자신과 레스 남작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귀족들이 흥미진진한 눈으로 이쪽을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중 단연 최고봉은 바로 갈턴 자작이었다. 수잔나 부인, 마지아보다 먼저 입회한 갈턴 자작은 베니오가 어떻게 나오는지를 보겠다는 듯 입가에 비소를 머금은 채 쳐다보고 있었다.
‘팔신가, 그중에 인물이라고 불릴 만한 사람은 없는 건가?’
어쩜 이렇게 다들 담합이라도 한 것처럼 자신을 편견 어린 눈으로 보는 것인지. 오죽 무능했으면 눈앞에 뻔히 보이는 것을 보고도 아니라며 부정할까 싶은 귀족들을 보며 속으로 혀를 끌끌 찼다.
턱.
그리고 베니오는 버려진 접시들이 쌓인 곳에서 누군가 반쯤 먹고 버린 휘낭시에를 집어 들었다.
텁!
우물우물.
“뭐, 뭐야. 먹었어?”
“으악! 더러워!”
“이공자가 미친 건가?”
“제정신이 아닐 수도 있음이야!”
베니오가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남이 베어 문 흔적이 또렷한 휘낭시에를 먹고 맛이 좋다는 듯 우물거리자 주변에서 군중의 경악이 터져 나왔다.
심지어 그중에 몇은 헛구역질을 하는 소리까지 났다. 베니오는 주변의 경악을 덤덤히 즐기며 씩 웃어 보이고는 접시 사이로 손가락을 집어넣어 다른 음식과 섞이고 뭉개져 원래의 재료를 찾아볼 수 없는 타파스를 집었다.
쭈욱.
흐물텅.
한 입 거리로 만들어진 음식이라는 뜻인 타파스 위로 정체불명의 액체가 죽 늘어졌다. 그리고 그 위에 놓인 빵은 원래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져 있었다.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나는 모양새.
다들 주변에서 기겁하고 있을 때 베니오는 그걸 레스 남작의 앞에 들이밀었다.
“레스 남작께서도 한 입 하셔야지요?”
“이, 이게 무슨….”
“자, 어서요.”
불쑥.
베니오는 기겁하는 레스 남작의 입 앞에 제 손을 들이밀었다. 그러자 레스 남작과 패거리들이 기겁하며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왜요, 케플러 공작 각하의 차남인 나, 베니오 케플러도 먹은 이걸. 레스 남작께서 먹지 못하시겠습니까? 하하하핫. 설마 레스 남작께서 자신도 먹지 못할 걸 케플러 공작가의 ‘차남’인 이 베니오에게 그냥 주셨을 리가요.”
“끄, 끄으으으….”
“자, 어서요.”
철썩.
베니오의 명분은 완벽했다. 먼저 베니오를 도발한 것은 레스 남작이다. 그러나 그 유치한 도발에 넘어가지 않은 건 베니오니, 칼자루는 베니오에게로 넘어왔다.
베니오를, 케플러 공작가를 기만한 것이 아니라면 제 말이 책임을 져야 하는 셈.
“어서, 아 하세요.”
“베니오 이공자!”
그때 누군가 베니오를 불렀다. 갈턴 자작이었다. 그의 얼굴은 흉물스럽게 일그러져 있었는데 베니오를 농락하려다가 되레 동생인 레스 남작이 한 방 맞게 되자 참지 못하고 나선 모양이었다.
“갈턴 자작은 빠지세요. 난 지금 레스 남작에게 케플러 공작가를 기만하려 한 것인지 물으려고 하는 겁니다.”
“읏….”
베니오가 케플러 공작가를 들고나온 이상, 가신 가문에 불과한 갈턴 자작이 더 이상 입을 열 수 있는 틈은 없었다.
베니오가 히죽 웃으며 레스 남작의 입에 강제로 타파스를 쑤셔 넣었다.
꿀럭꿀럭.
쭈욱―!
베니오의 손가락 세 마디가 레스 남작의 입속으로 사라졌다. 베니오는 친절히 자신의 손에 묻은 것까지 레스 남작의 혀로 싹싹 닦아내고는 손을 쑥 뺐다.
그러자 레스 남작의 타액과 정체불명의 끈적한 액체가 실을 만들면서 쭉 늘어졌다.
우웨에엑!
그 모습에 비위가 약한 주변의 귀족이 참지 못하고 토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건 레스 남작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얼굴이 금세 터질 것처럼 붉으락푸르락해졌지만 베니오는 그를 그냥 보내 줄 생각이 없었다.
“어때요, 맛있지요? 레스 남작께서 제게 아주 맛있는 음식을 알려 주셔서 저도 보답을 해 드렸습니다. 그러니까 어서 씹어서 삼키셔야지요.”
“으브브브븝….”
“어서요.”
베니오는 따사로운 미소를 입가에 머금었다. 하지만 악랄하게도 레스 남작이 게워 내거나 뱉어 내지 못하게 앞에서 지켜보겠다는 뜻이었기 때문에 그 모습을 지켜보던 귀족들은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지독한 베니오의 독기에 다들 질려 버린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앞에서 감히 자신을 기만한 이들에 대한 보복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베니오가 경직된 채 레스 남작과 베니오 사이에 벌어지는 일을 멍하니 보고 있던 레스 남작의 패거리를 바라봤다.
“자, 여러분들은 뭐하십니까?”
“예, 옛?”
“여러분들도 드셔야지요. 왜, 여러분들도 본 공자가 직접 먹여 드리리까?”
베니오의 두 눈에서 기광이 쭉 뿜어져 나왔다. 그런 베니오와 눈이 마주친 순간 레스 남작의 패거리들은 뱀 앞의 개구리가 된 것처럼 덜컥 두려운 마음이 치솟았다.
‘사람을 잘못 건드렸다.’
‘무, 무서워.’
‘아, 아이, 씨. 정말 머, 먹어야 되나?’
동네북이요, 모든 귀족의 환멸의 대상이자 비웃음의 대상이던 베니오를 상대로 늘 했던 것처럼 레스 남작의 맞장구를 쳐 주었던 이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공작가 직계를 상대로 그리 굴었던 것에 대한 대가를 오늘 톡톡히 치르게 되었다.
“설마, 케플러 공작가의 차남인 본 공자를 상대로 음식물 쓰레기를 먹으라고 하신 건 아니실 테고. 맛있게 드셨으니까 권하신 게 아닙니까? 예? 으하하하하.”
“마, 맞습니다.”
“옳으십니다, 이, 이공자님.”
명분으로도, 기백으로도, 기세로도 그들은 베니오의 앞에서 입도 제대로 뻥긋할 수 없었다. 결국 그들은 베니오가 보는 앞에서 구역질을 참아 가면서 접시 더미 사이에서 그나마 괜찮은 것을 찾기 위해 혈투를 벌일 수밖에 없었다.
“오, 오웨에엑!”
“우, 우우욱!”
“크에에엑!”
그들은 입에 쓰레기를 쑤셔 넣고는 구역질 소리를 내면서 얼굴을 푸르게 물들였다. 하지만 지독하기 그지없는 베니오는 마실 것을 간절히 찾는 그들의 손을 쳐 내면서 부드러운 미소를 입가에 머금은 채 말했다.
“그대들의 권유에 본 공자가 먼저 먹어본 바. 마실 것 없이 먹는 것이 가장 온전한 맛을 느낄 수 있었던 것으로 사료되니. 마실 것은 나중에들 드시지요.”
베니오가 눈으로 초승달을 그렸다.
“오늘 연회는 길 것 같으니 말이오.”
“꺼, 꺼어억.”
“꼬르륵.”
베니오의 말은 간단하고 명료했다. 오늘 이 연회가 끝날 때까지 그들에게 접시 더미에 있는 음식물 쓰레기들을 다 먹이겠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싫다고 한다면?
감히 공작가의 직계인 자신에게 쓰레기를 권한 것이니, 공작가 전체에 대한 모욕으로 간주할 수도 있음을 두 눈에서 안광을 부라리면서 협박했으니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렇다고 하여 그들을 돕기 위해 다른 귀족이 나설 수는 없었다.
그 자리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모든 귀족은 베니오가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는 귀족들을 보다가 힐끗거리며 주변을 살펴보는 베니오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함부로 나서면 저들의 처지가 자신의 처지가 될 수도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무도, 심지어 갈턴 자작까지도 치를 떨 뿐 함부로 나설 엄두를 내지 못할 수밖에.
“요, 용서를. 우웨엑.”
“제발, 이공자님. 용서르을!”
“꾸에에엑!”
결국 레스 남작을 비롯한 세 명의 패거리들은 베니오 앞에서 무릎을 꿇은 채 용서를 빌 수밖에 없었다.
이러다가는 자신들이 죽을 것 같았으니까.
베니오는 그런 레스 남작 패거리를 보며 혀를 쯧하고 찼다.
“고작 이걸 먹었다고 나약하게 그러십니까. 감히 공작가를 모욕했다면 그보다 더 큰 고통도 감내하셔야 하거늘. 아니 그렇습니까, 갈턴 자작님?”
화살이 갈턴 자작에게로 향했다. 갈턴 자작은 화들짝 놀라며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섰다. 모욕. 공작가에 대한 모욕이라는 말이 나온 이상 갈턴 자작이 할 수 있는 건 베니오에 대한 동조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덜떨어진 동생 구하자고 자작가를 말아먹을 수는 없었으니까.
“마, 맞습니다, 이공자.”
“오늘의 무례는 내일 다시 그 죄를 묻죠. 뭐, 곧 각하께서 오실 시간이니 오늘은 여기까지.”
짝짝.
베니오가 박수를 두 번 치자 하인들이 들어와 자신들이 게워 낸 토사물 위에 널브러진 귀족들을 수습해서는 얼른 사라졌다.
시큼한 위액과 이리저리 섞인 음식물 쓰레기가 풍겨대는 냄새만 남았다. 베니오는 지독하다는 듯 콧잔등을 찡그리며 손가락을 까닥였다.
파앗!
그러자 베니오의 머리 위로 두 개의 헤일로가 떠올랐다. 그 모습을 본 귀족들의 눈이 커졌다. 헤일로는 태양교의 성력의 상징이다. 베니오가 성력을 다룬다는 것이 모두 앞에서 증명이 된 것이다.
“정화.”
파앗―!
태양교의 따스한 성력이 더러운 오물과 찌꺼기가 들러붙은 카페트를 정화했다. 법술을 고작 오물을 닦는 데 쓰는 것으로 성력을 과시한 베니오가 싱긋 웃었다.
“갈턴 자작님.”
“예! 이공자.”
갈턴은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겉으로는 이를 드러내지 않았다. 이 순간 이 연회장을 지배하고 있는 건 바로 베니오고 그에게 주도권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두고 보자. 더러운 핏줄을 이은 놈 같으니라고.’
속으로 갈턴이 무슨 욕을 하며 이를 갈건 말건, 베니오는 느긋한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다.
“원래라면 레스 남작이 본 공자의 가문을 모욕한 죄를 물어 엄히 처벌해야 하겠으나 내 여기서 입을 다물겠소. 대신, 갈턴 상단에서 내게 무기한 무이자로 골드를 좀 융통해 주셨으면 하는데.”
죄를 묻는 대신 보상금을 받겠다는 뜻이다. 베니오가 그를 향해 빙긋 웃었다.
“삼십만 골드면 적절하겠소.”
갈턴 자작을 비롯한 귀족들의 눈이 찢어질 것처럼 커졌다. 그런 갈턴 자작을 보며 베니오가 느긋하게 말했다.
“뭐, 싫으시면 오늘 나이트 엘레강트가 칼춤 좀 추시겠지.”
칼춤이란 말에 갈턴 자작의 얼굴이 허옇게 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