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127)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127화(127/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127)
크리토의 유산 (2)
‘워우.’
베니오는 케플러 공작을 꿰뚫어 버릴 것처럼 이글거리는 조세핀 부인의 눈빛을 보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기세가 얼마나 살벌했는지 그 수잔나 부인이 입을 다물었을 정도다.
“크리토에게 주어졌을 마을을 베니오에게 준다는 것입니까?”
“그렇소, 부인.”
“어찌 이러실 수 있습니까!”
탁!
드르륵!
조세핀 부인이 소리를 지르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나 케플러 공작은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듯 유심한 눈으로 조세핀 부인을 바라볼 따름이었다.
“정녕 크리토가 디베스 당신의 아들이 맞기는 했나요?”
“부인.”
“어찌, 어찌 당신의 아들이 그리 가 버렸는데 내 아들의 것을 누구 마음대로 함부로 다른 이에게 준다는 말씀이십니까?”
조세핀 부인의 처절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어느새 조세핀 부인의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녀는 원망스럽다는 듯 케플러 공작을 쳐다봤다.
“부인, 누구 마음대로라 하셨소?”
“네, 누구 마음대로 그리하냐 물었습니다. 그건 내 아들 것입니다.”
“이 공작령의 모든 것은.”
케플러 공작은 목소리를 높이거나 하지 않았다. 조세핀 부인은 그런 케플러 공작의 말에 악을 쓰면서 맞받아쳤지만 그럼에도 케플러 공작은 흔들리지 않았다.
“바로 공작인 나의 것이오. 그게 설령 크리토에게 갈 마을이었다고 해도.”
케플러 공작이 일어선 조세핀 부인을 올려다보면서 말했다.
“내가 베니오에게 주겠다고 하면 그리되는 것이오. 그러니 부인은 선을 넘지 마시오.”
“선? 선을 넘으신 것은 공작이십니다!”
휙!
조세핀 부인은 일어난 그대로 일갈을 터뜨린 뒤 나가 버렸다. 그러면서 베니오의 곁을 스쳐 지나가며 그녀가 베니오를 노려봤다.
원한과 원망이 가득한 눈으로.
‘왜 나한테 난리야?’
베니오로서는 제 손으로 크리토를 죽인 것도 아닌데 조세핀 부인에게 저런 눈빛을 받는 것인가 당최 이해되지 않았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을 겪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냥 물러서지는 않겠군.’
공작과 베니오에 대한 한을 품은 조세핀 부인이 그냥 이것으로만 끝날 리가 없다는 예감이 든 것이다.
‘저런 눈을 한 사람은 꼭 사고를 치기 마련이니까.’
사람의 한이 하늘에 닿으면 광기가 된다. 조세핀 부인은 아직 크리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 때문에 귀족의 품위도 잊은 채 아들을 잊고 나아가려는 케플러 공작을 탓한 것이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을 어찌 헤아리겠냐마는.’
베니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다 하여 사리 분별을 못 하는 것도 문제인 법이지.’
조세핀 부인이 바람을 일으키며 다이닝홀을 빠져나갔다. 잠시 멈칫했던 케플러 공작은 이내 포크와 나이프를 다시 집었다.
“들어라.”
“예, 아버님.”
그리고 케플러 공작도, 베니오도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식사를 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런 둘을 보면서 수잔나 부인은 입술을 짓씹었다.
‘원래 둘이 이리도 비슷했나?’
베니오에게서 케플러 공작의 모습이 보였다. 수잔나 부인은 부모 자식의 관계를 잘 알고 있었다. 부모는 본능적으로 자신과 닮은 아이를 더 예뻐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지금 베니오에게서 케플러 공작의 모습이 보인다는 건, 케플러 공작이 베니오를 총애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아직 끝나지 않았음이다. 크리토가 죽었듯, 베니오마저 죽는다면 우리 마지아가 공작이 되는데 더 이상 걸림돌이 무엇이 있으랴.’
수잔나 부인이 그런 내심을 숨기며 묵묵히 식사했다. 그렇게 숨 막히는 식사 시간이 끝나고 차가 들어오자 케플러 공작이 베니오에게 말했다.
“궁금한 것은 없느냐?”
크리토가 맡아야 할 마을의 촌장직을 베니오가 맡아야 한다는 것까지만 말해 주었다. 그러나 그 마을이 어디고, 베니오가 정확히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는 말해 주지 않았다.
“있습니다.”
“물어봐도 좋다.”
“갈턴 자작, 그대로 두실 생각이십니까?”
움찔!
촌장을 맡게 되었다는 마을이 아니다. 갈턴 자작이 나오자 케플러 공작은 물론 입을 다물고 있던 수잔나 부인도 어깨를 떨었다.
“그 이야기는 이미 끝났다.”
“하지만 각하. 깅예르, 그자도 잡히지 않은 상태이지 않습니까. 갈턴 자작이 확보했다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옳고 그름을 네가 논하려 하는 것이냐?”
“완전을 기해야 한다 건의드리는 것입니다.”
베니오는 케플러 공작의 서슬 퍼런 눈빛에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런 베니오를 보며 수잔나 부인은 부들부들 떨었다.
자신이 있는 앞에서 갈턴 자작가에 대해서 논한다. 그리고 갈턴 자작까지 벌해야 한다고 말하는 건 수잔나 부인을 무시하는 처사이며 동시에 아예 그들을 죽이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부인도 이만 나가 보시오.”
“예, 그러지요.”
케플러 공작이 그런 수잔나 부인의 심중을 읽은 것인지 그녀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그러자 수잔나 부인은 속으로 베니오를 천 번쯤 찢어 죽이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은 참는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참지는 않을 것이다. 베니오 이놈.’
수잔나 부인은 자신의 작은 오빠를 잃었다. 그리고 큰오빠까지 잃을 뻔한 것을 케플러 공작에게 무릎을 꿇고 빌다시피 하여 간신히 살려 내었다.
그 모습을 베니오에게 보인 것만 해도 수잔나 부인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그런데 지금 베니오는 수잔나 부인 앞에서 갈턴 자체를 짓밟고 있었다.
달칵.
수잔나 부인마저 나가자 다이닝홀에 남은 건 케플러 공작과 베니오, 단둘뿐이었다. 그때 베니오가 임플로 총관을 찾았다.
“총관님.”
“예, 대공자.”
“주변을 물려 주세요.”
베니오는 그렇게 말하면서 케플러 공작을 쳐다봤다. 임플로 총관은 케플러 공작이 명을 내려야만 움직인다. 그러자 케플러 공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하라.”
“예.”
임플로 총관이 고개를 숙인 뒤 주변에서 느껴지던 인기척이 모두 사라졌다. 그렇게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베니오에게 케플러 공작이 말했다.
“일부러 갈턴을 운운하면서 수잔나까지 내보낼 정도의 일이 무엇이냐?”
케플러 공작이 베니오에게 물었다. 그리고 베니오는 속으로 감탄했다.
‘역시.’
베니오는 갈턴가에 대한 일을 의도적으로 수잔나 부인 앞에서 꺼내 들었다. 그리하여 자존심이 상한 수잔나 부인이 나가고, 케플러 공작과 독대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아무것도 알려 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들을 경계하느냐?”
“가만히 있던 저를 건드린 건 항상 저들이었습니다.”
베니오의 눈에서 푸르스름한 광망이 뿜어져 나왔다. 그런 줄을 알면서도 그 모든 것을 방관한 건 바로 눈앞에 있는 케플러 공작이었다.
“네 어미다.”
“제 어머니는 돌아가셨습니다. 반역이란 누명을 쓴 채로.”
“말을 삼가라.”
“그리하여 남겨 주신 것이 아니십니까. 저더러 보라구요.”
케플러 공작의 말문이 잠시 멈췄다. 그러자 베니오는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액자에만 먼지가 쌓여 있지 않더이다. 누가 보더라도 일부러 그리하신 것을 알 수 있을 만큼요. 아버지께서 그리하신 것이 아니십니까.”
“난 하지 않았다.”
“그러시길 원하시니 더 이상 거론하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케플러 공작은 베니오의 말에 긍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베니오는 그의 부정이 진짜 부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차피 받아들이는 건 내 마음이니까.’
케플러 공작과 자신의 어미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건 맞는 것 같았다. 그러나 케플러 공작은 사랑하는 여인보다 공작으로서의 자신을 선택했다.
‘대가는 치르셔야지요.’
케플러 공작은 그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 때문에 베니오는 도전적으로 케플러 공작에게 말했다.
“어머니의 누명은 밝혀야겠습니다.”
“이미 끝난 일이다. 이를 더 거론함은 더욱 큰 혼란을 야기할 뿐이다.”
“끝난 일이라고, 그 때문에 일어날 혼란을 두려워하시다 이리 되신 겁니다.”
“뭐?”
케플러 공작의 눈이 살짝 커졌다. 베니오는 거침없이 그런 케플러 공작에게 말했다.
“아버지께서는 가문의 지존이기 이전에 한 명의 지아비였습니다. 한 사람의 전부이자 그 사람의 세상이기도 하셨지요. 그런데 하나밖에 없는 세상이 자신을 등진 것입니다.”
“그만.”
“끝나셨다구요? 그릇되었습니다. 바로 잡으셔야 했습니다. 큰 혼란이요? 그로 인해 어긋나는 가문을 보십시오. 갈턴, 그리고 그 주위로 모여드는 귀족들. 그리고 아무리 제 행실이 있다고는 하지만 직계를 무시하던 귀족들까지. 케플러 공작령의 법도가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그만하라 하였다.”
“아버지 본인의 위엄을 제외한 이 케플러 가문의 법도는 땅에 떨어졌습니다. 이렇게 만드신 것은 바로 아버님이십니다.”
“그만!”
쾅!
케플러 공작이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리찧었다. 그러자 베니오가 언제 그를 몰아붙였냐는 듯 평온한 신색을 회복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대공자로, 후에 공작 위를 이어받아야 하는 후계자로서 가문의 나아갈 길을 가문의 지존이신 아버님께 건의드린 것뿐이니 너무 노여워하지 마시기를.”
이건 숫제 병과 약을 같이 주는 것도 아니고, 케플러 공작은 그런 베니오를 보며 자신이 지나치게 흥분했음을 깨달았다.
‘흔들렸음인가.’
이스마일 공작 앞에서도 이렇게 흔들린 적이 없었다. 그런데 고작 열일곱 밖에 되지 않은 베니오 앞에 자신이 이리도 흔들리다니.
그러나 그럴 수밖에 없었다. 베니오는 케플러 공작의 치부를, 약점을 하나씩 제대로 찔러댔으니까.
케플러 공작가.
무려 천 년을 이어온 제국과 역사를 함께 한 케플러 공작가에는 베니오가 말한 문제점들이 산재했다.
케플러 가문.
그리고 팔신가.
이들의 관계는 주종 관계이나 동시에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하는 동반자이기도 했다. 때문에 가주의 권력이 약해지면 팔신가의 권력이 강해지고, 그 반대의 경우를 오가기도 한다.
그러나 케플러 가문은 그들을 지배하며 군림하는 가문이기에 팔신가가 연합하여 세력을 늘리더라도 그들을 제지할 수 없다.
그러는 순간 군림하며 지배하는 케플러 가문이란 자리에서 내려오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케플러 가문은 군림하고 지배하기에 팔신가의 도전을 언제나 받아 줘야만 하고, 압도적으로 꺾어야만 한다.
그래서 케플러 가문의 역대 가주들은 팔신가의 여식들을 아내로 들여 저들의 세력에 늘 균열을 일으켰다.
그러나, 현 케플러 공작은 집권 초기 그것에 실패했고 그로 인해 차지할 권력을 늘리기 위해 팔신가를 칠신가로 줄이려던 저들의 계략이 성공하여 가장 사랑하던 여인을 잃었다.
그 이후 케플러 공작은 다시 절대적인 권력을 쥐었으나, 둘째인 베니오가 그와 엮여 핍박을 받는 것과 갈턴 자작가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연합을 막지 못했다.
아니 막지 않았다.
케플러 공작이란 그래야만 하는 자리였으니까.
“허나 제 가문은 다를 것입니다.”
그렇기에 베니오가 저리 말하는 것이 케플러 공작을 흔들었다. 단단해지고 무던해진 마음이라 여겼지만, 여전히 여린 부분이 있었던 모양이다.
베니오가 말로 찌른 곳이 찌르르하며 아파 왔고, 아들의 호기 어린 다짐에 쓴웃음이 절로 흘러나왔으니까.
“그러면 이제 말씀해 주시지요.”
“무엇을 말이냐.”
“제가 가야 하는 곳, 크리토 형님의 유산을 말입니다.”
“유산이라.”
베니오가 제 할 말만을 다 한 뒤 이제 본론을 꺼내 드는 것을 보며 케플러 공작은 처음으로 아들 앞에서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열일곱밖에 안 된 아들 앞에서 무장해제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케플러 공작은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온 웃음을 지우며 베니오에게 말했다.
“네 말이 맞다. 허나 쉽지는 않은 곳이다. 혹여 핑귀스에 대해서 아는 것이 있더냐?”
“모릅니다.”
“당당하구나.”
당당하게 모른다고 하는 베니오를 보며 케플러 공작이 짐짓 황당하다는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베니오는 굴하지 않았다.
“열일곱이니까요.”
“그래, 그러면 핑귀스에 대해서부터 설명을 해야겠구나.”
케플러 공작은 이상하게 베니오에게 자꾸만 말려드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는 속으로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