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13)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13화(13/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13)
네, 관심 없습니다 (3)
“토니, 오늘부터 식사량을 늘려야겠다.”
“또, 또요?”
“그래. 왜, 가문이 돈이 없는 모양이지?”
만금가의 케플러에 돈이 없다?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었다. 토니는 베니오의 이런 재미 없는 농담과 진담을 이제 가려들을 정도로 익숙해졌기 때문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리가요. 그저 도련님이 너무 많이 드시는데, 괜찮으신가 싶어서요.”
“훈련 후의 휴식은 훈련만큼이나 중요한 법이지. 지금처럼 한창 성장할 때는 더더욱 중요하고.”
“그렇습니까?”
그냥 많이 먹는 것에 대단하게 이유를 붙인다는 불온한 생각을 한 토니가 베니오에게 물었다.
“새벽에 일어나셔서 한 끼, 수련장 다녀오신 후 아침 드시고, 점심시간 전에 간식, 점심 드시고 나신 후의 디저트 겸 간식. 그리고 오후 수련 후 저녁 그리고 저녁 수련 다녀오신 후 간식.”
철신공이 자리 잡으면서 베니오의 몸이 막대한 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있었다. 그간 수련을 등한시하여 자라지 않은 근골과 육신이 최근 한 달 사이에 급격한 성장을 이뤘기 때문이다.
몸이 자라기 위해서는 그만큼 풍부한 영양분이 필요했다.
그 때문에 베니오는 한 끼에 성인 다섯 명 분량의 양을 한 번에 해치웠고 중간중간에 간식도 먹었다.
그 때문에 갑자기 가문에 청구하는 식비가 거의 열 배 가까이 늘었다.
“이 사이에 또 언제 드시게요?”
“자기 전에.”
“야식은 몸에 안 좋지 않습니까?”
그런데 거기에 야식까지 추가하겠다는 말에 토니는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맨날 베니오와 함께 먹다가 요새 들어 부쩍 살이 찐 토니는 최근 식단 관리 중이었다.
귀족을 수행하는 하인에게는 남에게 보여지는 모습을 관리하는 것도 그들의 의무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나처럼 움직이고 먹으면 다 뼈와 근육으로 간다, 살이 아니라.”
“칫, 그걸 누가 모릅니까. 저 같은 아랫것들은 못 하니까 그렇….”
토니는 자신도 모르게 베니오에게 편하게 말하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입을 틀어막았다. 베니오는 그런 토니를 힐끔 쳐다보고는 피식 웃었다.
“이제 할 말 못 할 말 다 하는 모양이구나.”
“죄, 죄송합니다, 도련님.”
지난 한 달간 토니는 베니오의 추종자가 되었다. 그러나 그게 토니가 베니오의 하인이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
토니가 선을 넘었다는 것을 깨닫고 고개를 조아리는 것을 보면서 베니오는 툭 던지듯 말했다.
“너도 배워 볼 생각이 있느냐?”
“예?”
“검.”
베니오가 손때가 새카맣게 탄 목검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그러자 토니의 눈이 커졌다.
“저, 저 같은 놈도요?”
“단, 검을 잡는 순간부터 넌 나를 따라야 한다.”
베니오는 토니가 쉽게 승낙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애당초 토니는 쟈비에가 베니오를 감시하기 위해 고용한 하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니오가 아무런 생각 없이 토니에게 그런 제안을 한 것은 아니다.
‘생각이 짧지만 순진하다. 머리를 굴려 뒤통수를 칠 성미는 되지 못해. 내가 아니었다면 쟈비에가 갈아치웠을 거다.’
쟈비에가 원하는 하인은 약삭빠르고 눈치를 잘 살피며 거짓 연기를 능숙하게 해낼 수 있는 하인일 것이다.
하지만 지난 한 달 동안 붙어 다닌 토니는 애초에 그러지 못했다. 맨 처음에는 베니오를 무시하는 것 같더니 베니오를 보며 그를 추종하기 시작한 것만 봐도 그러했다.
“주, 주인님. 주인님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런데 그때 토니가 넙죽 무릎을 꿇고는 주인으로 부르겠다며 소리쳤다. 베니오는 황당한 눈빛으로 그런 토니를 쳐다봤다.
“벌써 결정했다고?”
“어차피 이런 아랫것들이 살아가는 건 다 거기서 거기지 않습니까. 하지만 도련님 곁이라면 제가 쓸모가 있겠지요?”
베니오는 세력이 없다.
그걸 꼬집는 토니를 보며 베니오는 눈을 가늘게 좁혀 떴다. 아무 생각 없이 검을 잡겠다 한 줄 알았는데, 나름 생각이란 것을 한 모양이다.
“저도 검으로 아랫것 인생에서 벗어나 보고 싶습니다. 도련님께서는 저를 그렇게 만들어 주실 수 있지 않으십니까?”
베니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동기부여가 확실했다. 베니오는 그런 토니에게 말했다.
“좋다. 앞으로 매일 밤 한 시간씩 검을 가르쳐 주마, 단.”
토니는 베니오의 사람이 되겠다 하였다. 하지만 베니오는 사람의 말을 쉽게 믿지 않는다. 사람의 진심을 표현하는 건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그리고 베니오는 행동으로 토니가 절대로 자신을 배신하지 못하게 철저하게 교육할 셈이었다.
사악한 미소를 지은 베니오가 열의를 불태우고 있는 토니에게 말했다.
“아주 고통스럽고 힘들 것이다. 검을 잡기엔 이미 늦은 나이니까. 뼈를 깎는 노력만이 먼저 시작한 이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예! 도련님!”
토니가 씩씩하게 대답했다. 검을 배운다는 희망에 부푼 토니는 사악하게 말려 올라간 베니오의 입꼬리를 미처 보지 못했다.
베니오는 입가를 냅킨으로 닦아 내며 토니에게 그릇을 내밀었다.
“이만 나가 보거라. 식사량을 늘리고 한 끼를 추가해 달라는 건 쟈비에에게 꼭 말을 하고. 알았느냐?”
“예, 주인님!”
“다른 걸로 부를 순 없고?”
주인님이라니, 베니오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주군! 마스터! 로드!”
“그냥 도련님이라 부르거라.”
“예! 도련님!”
열정이 목 끝까지 찬 토니가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그릇을 들고 나갔다. 베니오는 그런 토니를 보고 피식 웃었다.
“하루하고 제발 물러 달라고 하는 데 내 오른손을 걸지.”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놔줄 베니오가 아니었다. 토니는 베니오의 사람이 될 것이다. 죽어도 도망가지 못하도록 베니오가 제대로 교육을 시킬 생각이었다.
“그나저나 독이 조금씩 강해지는데.”
베니오는 단전 부근을 손바닥으로 슬슬 문질렀다. 베니오의 식사는 점심을 제외하고는 전부 다 쟈비에가 준비한다.
가문에서 직접 공수받은 신선한 재료로 집사인 그가 베니오의 식사를 직접 준비한다는 것 때문에 쟈비에는 충성스러운 집사의 표본 비슷한 것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게 발목을 잡을 줄은 몰랐겠지.”
암살자 훈련을 받고, 베니오가 먹는 음식에 독을 푸는 쟈비에는 오히려 그런 이미지 메이킹이 자신의 발목을 붙잡을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베니오가 먹는 식사량이 폭증하면서 쟈비에는 정말 집사가 아니라 요리사가 된 것처럼 부엌에 붙어살 수밖에 없었다.
음식을 하고 나서 돌아서면 또다시 다음 끼니를 해야 한다.
이건 다른 사람 이야기가 아니라 최근 쟈비에의 일상이었다.
덕분에 베니오가 먹는 음식마다 독이 올라오고 있었고 베니오는 더 많은 독이 올라오기를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꾸만 끼니와 식사량을 늘렸다.
“이제 손가락 두 마디 정도인가.”
그 덕분에 베니오는 예상보다 빠르게 독황신공으로 독을 집어삼키고 내공으로 바꿔 단전에 차곡차곡 쌓았다.
그 크기가 대략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되자 베니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만간 본격적으로 심법을 시작해야겠군.”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모인 내공이 손가락 세 마디 정도 크기가 되면 이제 그것을 바탕으로 진신 무공으로 쓸 무공을 익힐 생각이었다.
이미 어떤 무공을 익힐지, 독황신공으로 인해 약간의 독성을 띠게 된 공력의 특성까지 고려하여 고른 것이 있었다.
‘독황신공도 뛰어난 무공이지만, 만독불침에는 닿을 수 없지.’
천마대제가 바로 그 만독불침이다. 베니오가 독황신공을 가장 먼저 익힌 것은 몸에 쌓인 독을 내공으로 치환하기 위함이고 천마대제처럼 독에 내성을 가지기 위함이다.
‘독성을 억누르기 위해 필요한 건 극양의 기운이지.’
극양, 극음. 음양이 조화를 이루지 않고 한쪽으로 극단으로 치우친 무공은 익히기가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가장 유명한 극음 신공이 세외의 북해빙궁이었다.
그러나 익히기 어려운 만큼 한번 일정한 성취에 도달하게 되면 다른 무공을 압도하는 위력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구양신공(九陽神功).’
천마대제가 무림에 출두하고 난 뒤 무수히 많은 무림의 고수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하지만 그런 천마대제가 가장 긴 시간 동안 발목이 묶인 곳은 바로 소림사였다.
천하공부 출소림(天下功夫 出少林).
하늘 아래 모든 무공은 소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이 있듯 구양신공 역시 소림의 절세 신공 중 하나였다.
그러나 비급이 소실되어 잊힌, 전설적인 무공으로 알려져 있었던 것이 천마대제의 발목을 붙잡은 이유는 간단했다.
구양신승(九陽神僧) 진허대사.
천마대제가 소림사에 침입하기 전까지 단 한 번도 무림에 알려지지 않았던 소림사 내부의 기인이 칩거를 깨고 나타나 천마대제의 앞을 가로막은 것이다.
그리고 그 둘은 백 일 밤낮, 만삼천 번의 초식을 겨루었다.
비록 최후의 순간에 한 끗 차이로 천마대제의 천마장이 구양신승의 단전을 파괴했다고는 하나 그건 천마대제의 패배를 우려한 천마신교의 고수들이 구양신승의 사제와 사형들을 데려다 놓고 한꺼번에 일백이 넘는 그들의 목을 쳤기 때문이었다.
그 무공 역시 소림에서 발견되어, 천마대제는 육항에게 일러 그 무공의 파훼법을 찾으라 하였기에 모든 구결이 머릿속에 들어 있었다.
‘여러모로 소림과 어울리지 않는 무공이긴 하지.’
어쨌든 천마대제를 꺾기 위해서는 구양신공을 익혀야만 한다. 기초는 거의 준비가 끝나 가고 있었다.
똑똑.
그런데 그때 누군가 기숙사실의 문을 두드렸다. 토니인가 싶어 베니오가 고개를 들었지만, 밖에서 느껴지는 기척이 토니의 것이 아니었다.
“누구냐.”
“광휘원에서 서신을 가지고 왔습니다.”
“광휘원?”
베니오의 눈 끝이 살짝 꿈틀거렸다. 광휘원이라면 수호단과 함께 아카데미를 대표하는 생도들의 조직 중 하나다.
“거기서 무슨 일이지?”
광휘원은 행정 학부 소속의 귀족들이 만든 조직이다.
주피터 아카데미에 존재하는 학부 중 가장 그 조직이 크고 영향력이 큰 곳은 검술 학부나 마법 학부가 아니었다.
행정 학부.
검술을 가르치는 곳도 아니고, 마법을 연구하는 곳도 아닌 행정 따위를 배우는 곳이 아카데미의 가장 큰 학부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곳에서 가르치는 것은 행정학만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행정 학부는 귀족이 한 영지를 다스리는 데 필요한 광범위한 모든 것들을 가르치는 곳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곳에 입학하는 귀족 생도들의 경우는 대부분 한 가지뿐이었다.
계승 귀족의 장남, 혹은 물려받을 영지가 있는 귀족 자제들.
귀족의 힘은 기사나 마법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영지에서 나온다. 그렇기에 행정 학부가 가장 큰 규모와 영향력을 자랑했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것이 바로 광휘원이었다.
행정관이 되기 위해 행정 학부에 입학하는 평민들로부터 자신들이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귀족 자제들만이 가입할 수 있는 광휘원.
그곳의 생도들은 자신들이 진짜 이 제국을 이끌어 나갈 귀족들이라고 믿는 자들뿐이었다.
“들어가겠습니다.”
문이 열렸다. 그러더니 집사로 보이는 자가 들어왔다. 베니오가 들어오란 말도 안 했지만 마치 제집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 같았다.
베니오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들어오라고 허락한 적 없다.”
“이스마일 공작가의 장남이신 로렌스 도련님의 서신을 가지고 왔습니다.”
이스마일 공작가의 서신을 가지고 왔으니 그냥 들어와도 된다는 뜻이다. 베니오는 헛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이스마일 공작가는 제국에서 가장 강한 권력을 쥔 가문이었다. 현 황후가 이스마일 공작의 여동생이었고 황후가 황태자까지 낳았다.
다음 대 황제의 몸에 이스마일의 피가 반절 흐르고 있기에 이스마일 공작가는 현 제국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공작가 중 한 곳이었다.
“그래, 이스마일 공작가. 대단하지.”
베니오의 기억을 훑은 베니오는 이스마일 공작가가 대단하단 것을 인정했다. 하지만 베니오는 목검을 들고 일어섰다.
“그런데 그게, 이스마일 공작가에서 키우는 개 따위가 케플러 공작가의 차남인 내 말을 무시할 수 있다는 건 아니지.”
“고, 공자.”
집사의 눈이 한번 흔들렸다. 설마 베니오가 목검을 휘두를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베니오는 집사를 보면서 히죽 웃었다.
“내가 니 친구냐? 님 자 붙여, 이 새끼야.”
빠악!
베니오의 목검이 이스마일 가문 집사의 머리통에 작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