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131)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131화(131/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131)
핑귀스 마을 촌장 (1)
개방의 모든 무공은 개로 시작해 개로 끝난다. 뭐, 취팔선보라던지, 항룡십팔장 같은 으리으리한 것들도 있기는 하나 개방은 빌어먹는 거지로 시작해 거지로 끝난다.
그리고 그런 거지들과 가장 가까이 있기도 하고, 때로는 가장 라이벌이 되기도 하는 것이 바로 개다.
그 때문에 거지들의 무공은 개를 패는 것으로 시작해 개를 패는 것으로 끝난다.
오죽하면 거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무공이 개를 패는 무공인 타구봉법이겠는가.
거리에 떠도는 들개들이 모이면 사람을 위협할 정도도 있기 때문에 개방의 거지들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그 개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타구봉법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중에서도 타구타곤은 타구봉법의 마지막 초식, 그러니까 절기다. 타구봉법은 개방에 입문한 거지가 허리춤에 매듭을 달면서부터 배우는 기초 중의 기초인데, 기초 무공답지 않게 타구봉법을 대성하면 봉술로 유명한 소림의 봉에도 밀리지 않는 그런 봉술이 바로 타구봉법이다.
말이 봉술이지 사실은 무기조차 구할 수 없는 거지가 길거리의 나뭇가지를 주워서 개를 때려잡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 만큼, 타구봉법은 무기의 형태를 딱히 타지 않는다.
그 때문에 검으로도, 창으로도, 봉으로도, 권으로도 펼칠 수 있었다.
그런 타구봉법은 전부 다 개를 상대한다는 것을 가정하고 만들어졌다. 그 때문에 모든 초식의 타점이 사람의 허리 아래로 고정되어 있었고, 그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체술 역시 가상의 개를 상대로 만들어졌다.
데굴데굴.
베니오는 알렌과 한 몸이 되어 구르며 그의 겨드랑이 사이로 목을 집어넣고 팔로는 그의 몸통을 밀며 발목으로는 그의 오금을 걸고는 검을 치켜들었다.
타구타곤은 말 그대로 개와 한 덩어리가 되어 구르는 방법이다. 개는 입이 봉쇄되면 사실상 강력한 무기를 잃는 것이기 때문에 개와 한 덩어리가 되어 뒹굴면 손과 발을 전부 쓸 수 있는 사람이 유리해진다.
“끄, 끅?”
“힘주면 허리 부러집니다.”
“이 무슨….”
알렌은 베니오에게 완벽하게 제압당했다. 타구봉법의 타구타곤은 비단 검이나 봉의 무기술만 아니라 체술과 유술까지 섞여 있었다.
그 때문에 타구타곤을 처음 당한 알렌은 삽시간에 관절이 묶여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금강불괴공을 익혔다고 해도 관절이 제압당하면 끝이지.’
관절기는 사람의 선천적인 힘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기술이다. 그러나 실전에서는 사용하기가 지극히 힘들어 이 관절기를 따로 빼내 만든 것이 각종 금나수다.
관절을 비틀고, 뽑고, 가르고.
관절을 당하는 순간 사람은 어딘가가 고장 난다. 그건 화경이건 현경이건 마찬가지다. 심지어 외공 중 무적이라는 금강불괴공을 익혀도 관절이 묶이면 옴짝달싹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타구타곤은 바닥을 구르는 지저분함만 감당할 수 있다면 사람을 제압하는데 최고의 효율을 자랑하는 절기다.
‘하지만 모양새가 빠져서 사실상 거지들 빼고는 사용하는 이들이 없었지.’
마교의 내로라하는 고수들이 개방의 육결개, 칠결개 등에게 당하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천마대제의 마교를 막아선 개방은 이미 마교도를 제압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을 들고나왔고 그게 바로 타구타곤이었다.
‘그러나 타구타곤을 펼치기 전에 압도적인 무력으로 당한다면 소용이 없다는 것도 그때 깨달았지.’
적의 옷자락을 한 번만이라도 쥘 수 있으면 타구타곤은 늪처럼 상대를 빨아들인다. 하지만 만약 옷자락도 붙잡을 수 없을 정도의 실력을 지닌 상대라면?
타구타곤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개방에 섬보가 있었더라면 이야기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개방의 취선보, 취팔선보는 타구타곤을 효과적으로 펼치기에 효과적이지 못했다. 섬보처럼 의외의 빠름이 있어야 상대를 당황시키고, 그 찰나에 타구타곤을 펼쳐야 효과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결국 천마대제 앞에 개방의 방주, 용두방주라 불리는 침개가 쓰러지며 마교도는 타구타곤을 상대할 방법을 깨달았고, 개방의 십만 거지는 그렇게 무너졌다.
‘하지만 천마대제가 없었다면 개방이 정말 마교를 패퇴시켰을지도 모르는 일이지.’
꼭 강력한 무공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개방이 증명해 낸 셈이다. 비록 패배로 그들의 빛이 바래기는 하였으나 무공의 강함은 꼭 출력이나 초식의 현묘함만이 아니라 타구타곤처럼 반대되는 특성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는 것을 깨달았던 베니오다.
그리고 그걸 베니오는 알렌에게 몸소 알려 주었다.
“내가 졌습니다.”
“후우.”
알렌의 항복 선언에 베니오는 자리에서 일어나 알렌을 벌떡 일으켜 세웠다. 알렌이 헛웃음을 지으며 베니오를 보자 베니오가 씩 웃었다.
“제 비장의 무기였습니다.”
“이런 수가 있었다니.”
알렌은 혀를 내둘렀다. 이게 대련이어서 다행이지 만약 실전이었다면 자신은 자신 있는 블로썸 한 번 펼쳐 보지 못하고 죽었을 것이다.
베니오가 마음만 먹었더라면 검으로 자신을 찌를 수 있었다는 것을 알렌은 눈치채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공자! 바닥을 구르시다니요! 기사의 명예는 잊으신 겁니까!”
그런데 그때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노을 기사단의 단장, 빅토리아가 분기탱천한 목소리로 베니오에게 소리쳤다.
“예?”
베니오는 황당하다는 듯 그런 빅토리아를 쳐다봤다. 빅토리아는 흙먼지로 엉망이 된 베니오와 알렌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두 분의 몰골을 보십시오. 만약 이 모습을 다른 기사들이 봤다면 웃음거리가 됐을 겁니다. 바닥을 구르는 건 천한 용병들이나 하는 짓인데 어찌 대공자께서 그런 용병의 기술을 구사하시는 겁니까!”
“용병에게 이런 기술이 있습니까?”
“도그파이트! 투견을 보고 영감을 얻어 용병왕이 창안한 기술이지 않습니까!”
“오.”
용병왕 프로이드. 그가 타구타곤과 비슷한 걸 만들어 냈다니.
‘낭인이? 하긴, 낭인이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지도.’
중원에도 낭인이 있었다. 그리고 낭인에 대한 취급은 개방의 거지보다 더했다. 그들은 문파도 집안도 없이 그저 칼 한 자루를 차고 중원을 주유하는 이들.
말 그대로 밑바닥을 구르며 돈이 되는 일은 다 하는 승냥이들이라며 손가락질을 받았기 때문이다.
‘중원보다는 처지가 조금 나은 거 같다만.’
그나마 이곳의 용병은 중원의 낭인보다는 그 처지가 조금 더 나았다. 하지만 붉어진 채로 화를 내고 있는 빅토리아의 얼굴을 보니 여기서도 크게 나은 처지는 아닌 듯했다.
“대공자! 대공자께서는 케플러 공작가의 대공자라는 것을 기억하실 필요가 있으십니다. 대공자가 이리 바닥을 구르는 걸 다른 이들이 본다면 뭐라고….”
“뭐라고 생각하는데요?”
베니오가 빅토리아에게 얼굴을 불쑥 들이밀었다. 노을 기사단의 단장인 체리 빅토리아. 상급 익스퍼트로 자니안 검방술을 익힌 재능 있는 여기사다. 하지만 그녀는 심각한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다.
“케플러 공작가의 대공자가 한낱 용병 취급을 받는다면, 그건 곧 케플러 공작가 전체에 누를 끼치는 일입니다.”
“타구타곤, 아니 도그파이트가 누를 끼치는 일이다?”
“한낱 용병의 잡기에….”
“베르트랑 경.”
베니오는 빅토리아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았다. 베니오가 갑자기 빅토리아의 말을 끊고 베르트랑에게 말하자 베르트랑이 뜨끔하는 표정을 지었다.
“예, 대공자.”
“제가 듣기로는 용병왕 프로이드가 오러 마스터라고 들었습니다. 아닙니까?”
“예, 맞습니다.”
“그리고 도그파이트를 그 용병왕이 창안했고.”
“예.”
“그러면 오러 마스터가 창안한 도그파이트가 한낱 잡기술이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겁니까?”
베니오가 빅토리아를 쳐다봤다. 그러자 빅토리아가 움찔했다. 용병왕 프로이드는 오러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한 손꼽히는 강자다. 그런 용병왕의 기술은 한낱 잡기라고 하기에는 용병왕이 보여 준 무위가 있었다.
“그자는 용병입니다. 기사와 용병이 걷는 길은 엄연히 다릅니다. 대공자께서는 주피터 아카데미의 검술 학부를 졸업하셨지 않습니까. 그러니….”
“난 기사 아닌데요?”
“예?”
“난 기사가 아니라.”
베니오가 빅토리아를 보며 말했다.
“귀족입니다. 공작이 될 대공자. 그런 내가 빅토리아 경이 기사의 명예니 뭐니 하는 것과 무슨 상관입니까?”
“예?”
빅토리아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베니오가 스스로가 기사라는 것을 부정했기 때문이다.
“아니, 그렇지 않습니까. 내가 누구에게 기사 서임을 받을 것도 아니고, 검술 학부 졸업했다고 기사 취급해 줄 건 아니지 않습니까? 내가 기사입니까, 아닙니까?”
기사란 주군을 모시고 그 주군으로부터 기사 서임을 받아야만 비로소 기사가 된다. 베니오는 그 어떠한 주군도 모시지 않았다. 그저 검술 학부를 졸업했을 뿐이다.
“난 그저 검사입니다. 검을 쥔 검사일 뿐이지 기사가 아니라는 소립니다. 자, 그럼 여기서 문제.”
베니오가 화령을 들어 빅토리아를 겨누었다.
“도그파이트를 그리 무시하셨지요. 그러는 빅토리아 경은 나를 상대로 무조건 승리한다 다짐할 수 있습니까? 도그파이트가 잡기라 하셨지요. 그러면 도그파이트는 사람을 죽이지 못하는 기술입니까?”
“그….”
“말로 대답을 듣지 않겠습니다. 검을 쥐세요. 빅토리아 경. 그대의 말이 아니라 실력으로 증명하세요.”
빅토리아가 이를 악물었다. 베니오의 말에 잠시 할 말을 잃었지만 그녀는 베니오의 말이 궤변이라고 생각했다.
‘기사에게는 기사의 길이 있다. 저런 허접한 기술 따위 부숴 버리고 대공자를 일깨우면 된다.’
빅토리아가 검과 방패를 들고나왔다. 그녀가 익힌 자니온 검방술은 검과 방패로 최상급 익스퍼트에 도달했던 100년 전 기사인 자니온이 창안한 검방술이다.
“갑니다!”
빅토리아가 베니오에게 달려들었다. 상급인 그녀는 중급인 베니오를 간단히 이길 수 있었다. 그러니 도그파이트 역시 마찬가지다.
“어차피 압도적인 실력 앞에서는 그런 잡기 따위….”
팡!
공기가 터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베니오의 신형이 빅토리아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베니오가 펼칠 수 있는 극성의 섬보가 터진 순간 빅토리아의 동체시력이 따라잡지 못한 것이다.
턱.
그리고 빅토리아의 발목을 베니오의 검과 검집이 붙잡았다. 그리고 빅토리아는 단말마의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베니오의 발목에 발이 걸려서는 바닥에 베니오와 나뒹굴었다.
우당탕탕!
빅토리아의 정복에 흙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았다. 빅토리아는 포승줄에 묶이는 것처럼 정신없이 바닥을 구르더니 어느 순간 베니오의 화령이 자신의 복부에 닿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꽈악!
“윽!”
“내가 이겼습니다, 빅토리아 경. 경은 지금 한 번 죽은 겁니다.”
베니오가 관절을 조이자 빅토리아는 말 그대로 다리가 뽑힐 것 같은 통증을 느끼고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하지만 다리의 통증보다 더 심한 건 그녀가 받은 정신적인 충격이었다.
“지금 대체, 뭐가 어떻게….”
빅토리아는 망연자실한 얼굴로 베니오를 올려다봤다. 베니오는 그런 빅토리아를 보면서 피식 웃었다.
“당해 봐야 좀 느낌이 옵니까?”
“그….”
“왜요. 적이 이런 식으로 싸우면, 그래서 지금 빅토리아 경의 배에 제가 한 것처럼 칼침이라도 놓으면, 그때 가서 비겁하다, 이건 기사의 방식이 아니다, 라고 하실 생각이십니까?”
그 순간 알렌의 눈이 커졌다.
베니오의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에서 벼락이 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기사의 방식.’
알렌은 베니오의 도그파이트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베니오는 불과 중급이다. 그런 중급인 베니오에게 최상급인 알렌이 힘도 제대로 못 써 보고 죽을 뻔했기 때문이다.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그 순간 알렌은 자신이 너무 기사의 검에만 집착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세상에 검이란 기사의 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용병, 암살자, 심지어는 농민이 먹고살겠다며 손에 든 낫과 삽 같은 것까지.
그러자 알렌의 사고가 확장하기 시작했다. 검에 대한 시야가 달라지자 그의 블로썸, 그가 피워내는 꽃에 대한 사고까지 확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꽃은 정원사가 가꾼 정원에 핀 어여쁜 꽃만이 꽃이 아니다. 들판에 피는 들꽃도, 깊은 산중에 피는 꽃도 각자 향이 다르고 잎이 다르게 생긴 꽃이다.
그런데 알렌은 공간을 읽는 능력으로 예쁜 꽃을 피우는 데만 집중했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자신이 그리는 꽃을 공간으로 모두 읽어 낼 수 있으니, 알렌은 그 꽃이 예쁘고 일정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에만 집중했다.
그 결과 알렌은 거의 오차가 없는 완벽한 꽃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역설적이게도 진짜 꽃이 아니다. 한 꽃송이 안에도 꽃잎의 색, 모양, 향은 모두 미묘하게 다르다. 완벽한 균형이 아니라 적당한 불균형이야말로 진짜 꽃이다.
“아.”
그런 알렌의 모습에 베르트랑과 레반테, 빅토리아는 입을 다물었다. 알렌을 중심으로 마나가 몰려들면서 오러가 휘몰아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오오오.”
“드디어 알렌 경이.”
기사가 꿈꾸는 경지인 마스터. 그 벽을 허물고 있는 경외의 순간에 세 기사는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베르트랑이 베니오와 눈이 마주쳤다.
찡긋.
베니오가 보라는 듯 베르트랑을 향해 눈을 찡긋한 순간 베르트랑은 결심했다.
‘대공자께서 정말 알렌 경에게 깨달음을 주시다니. 대공자는 우리 같은 기사들에게 있어 하늘이 내리신 선물이다.’
자신 역시 더 높은 경지를 바라보기 위해서는 베니오를 꼭 붙들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세 기사단장들이 모두 다 공통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베니오가 기사답지 않다며 반발했던 빅토리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베니오가 케플러 가문의 직속 기사단장의 마음을 제대로 훔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