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135)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135화(135/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135)
핑귀스 마을 촌장 (5)
대공자 베니오가 평민들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전혀 그럴 것 같지 않던 사람이, 기대도 하지 않던 사람이 그런 파격적인 행동을 보이면 그걸 보는 사람들의 당황은 두 배가 된다.
‘볼리토 선생을 영입한 것은 신의 한 수야.’
베니오는 단박에 주변의 공기가 바뀐 것을 느끼며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베니오의 이 모든 행동이 볼리토의 예상 안에 있었고 베니오가 한 건 그에 따라 최적의 결과를 낸 것뿐이다.
베니오는 정신을 똑바로 차렸다.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스윽.
베니오는 숙였던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꽤 길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기에 베니오가 고개를 들자 주변에서 숨죽이고 지켜보던 평민들이 함께 숨을 내쉬었다.
후아.
파아.
베니오의 예상만이 아닌 듯, 참았던 숨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하지만 베니오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보상 없는 사과만큼 허무한 것은 없지.’
사과를 했으니 그에 맞는 보상이 있어야 한다. 사실 이들을 병사로 들인 건 베니오의 의지가 아니기에 보상을 할 필요는 없으나 돈 몇 푼으로 민심을 살 수 있다면 이득이다.
‘고맙다, 갈턴 자작.’
이런 기회를 준 갈턴 자작이 이제는 예뻐 보일 지경이다. 물론 자신의 수작이 이런 식으로 끝을 맺었다는 소리를 들으면 갈턴 자작이야 극도로 분노할 테지만 말이다.
“따라서, 본 공자는 여러분들의 슬픔과 고통에 공감한 바, 소정의 보상금을 케플러 공작 각하의 이름으로 지급하겠소. 이건 이 영지를 통치하며 황금의 사랑을 받는 분이신 케플러 공작 각하의 자비로움 때문이오.”
거기에 베니오는 케플러 공작의 이름도 슬쩍 끼워 넣었다. 베니오 혼자 추앙받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여기에 케플러 공작까지 끼워 넣어야 베니오에 대한 평판이 천장을 뚫고 치솟아 오를 것이다.
‘공작을 지지하는 귀족들이 날 달리 볼 수도 있을 것이고.’
베니오가 그렇게 말하자 뒤에 마차에 타 있던 볼리토가 벌떡 일어나 둘둘 말려 있던 종이를 펼치면서 크게 소리쳤다.
“120번가 12호의 펠 톰슨과 앤 톰슨! 그리고….”
베니오가 핑귀스 마을로 떠나는 오늘 사람들이 몰릴 것까지 볼리토는 예상했다. 그 때문에 어제 일백의 병사들이 저지른 죄목과 그로 인한 피해자의 정보를 정리했고, 등급을 나눠 보상금까지 책정했다.
‘그러고 보니 보상금도 갈턴 자작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네?’
베니오가 속으로 키득거리며 웃었다. 저들에게 주는 보상금도 지난번 연회장에서 갈턴 자작에게 뜯어낸 30만 골드 중 일부였다.
볼리토의 호명에 모여 있던 이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불려 나갔다. 그런 이들에게 볼리토가 은화와 금화가 든 주머니를 내밀자 그들의 눈이 커졌다.
“가,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오, 오오…. 대공자님 만세!”
평민들은 교육을 못 받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지렁이들은 아니다. 그들도 알고 있었다. 병사를 임명하는 건 귀족의 권한이고 베니오가 죄수를 병사로 쓴다고 해서 베니오에게 그 문제를 따질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거기에 베니오가 그 병사들의 죄에 대하여 소녀의 말을 경청하고 그들에게 고개를 숙일 필요도 없으며, 피해자들에게 베니오가 보상해 줄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베니오는 당연하다는 듯, 그가 하지 않아도 될 행동을 하고 책임을 졌다. 그것이 그곳에 모인 평민들의 가슴속에 파문을 일으켰다.
보상금을 받은 이들이 베니오 만세를 외치자 그에 감화된 이들도 함께 만세를 외치기 시작했다.
성군(聖君).
새로이 대공자가 된 베니오가 과거의 악명을 씻고 자신들 같은 신분이 낮은 평민들의 말에도 귀를 기울여 주는 그런 군주가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그들이 품게 된 것이다.
그런 그들의 만세 소리는 베니오가 대열의 오와 열을 다시 맞추고, 무거운 군장을 멘 체 일백의 병사들과 다시 구보로 동문을 빠져나가기 전까지 계속해서 울려 퍼졌다.
* * *
쿵!
“뭐?”
그런 동문의 사건을 뒤늦게 전해 들은 갈턴 자작은 두툼한 살집이 낀 주먹으로 티테이블을 내려쳤다.
“기껏 죄수들을 선발해 병사로 붙였거늘. 뭐가 어쩌고 저째? 노래?”
“그렇습니다, 자작님.”
튀농 훈작이 염소수염처럼 난 자신의 수염을 손가락으로 꼬면서 난처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째서! 어떻게! 대체 왜! 그 애송이 놈이 우리의 예상에서 벗어나는 것이냔 말이다!”
쿵!
갈턴 자작의 두 눈에 살기가 들끓었다. 베니오를 떠올릴 때마다 갈턴 자작은 자연스레 살기를 품을 수밖에 없었다. 베니오 때문에 자신의 동생인 레스 남작이 처형당했고 자신이 차기 공작으로 밀던 조카 마지아는 빈손으로 마탑에 돌아가야만 했다.
그러기까지 갈턴 자작은 신흥세력으로 급부상하며 최대 세력으로 발돋움했지만 결국 갈턴 자작의 미래가 보장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베니오를 방해하던 것들이 되레 베니오를 도와주는 요인들이 되어 버려 공작령 내 베니오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뇌까지 근육으로 가득 찬 기사들의 지지를 받는 건 상관없었다. 그러나 민심은 아니 되는 말이다. 공작의 자리는 마지아에게 가야 하거늘!”
갈턴 자작은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베니오 그놈이 대공자가 된 것도 보기 싫은데 이제는 베니오를 찬양하는 노래가 저잣거리에서 불리고 있다고 한다.
갈턴 자작이 야료를 부린 일백의 병사가 오히려 베니오의 인기를 급상승하게 하는 불쏘시개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악하게도 그사이에 케플러 공작의 이름을 끼워 넣으면서 혹시나 모를 태클을 미연에 방지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열일곱의 머리에서 나올 아이디어가 아니다. 튀농, 아는 것이 있느냐?”
튀농 훈작은 갈턴 자작의 참모가 된 행정관이다. 권모술수와 계략에 능한 튀농 훈작은 쉬베르 자작의 세력을 일소하고 그 빈자리를 갈턴 자작이 취할 수 있도록 한 계략이 대성공하여 훈작으로 작위를 받고 갈턴 자작에게 중히 쓰이고 있었다.
“아마 볼리토, 그자의 머리에서 나온 계략인 것 같습니다.”
“볼리토? 그게 누구냐?”
“루크룸 상단의 잡부 출신으로 이해타산에 밝아 상인의 자리에까지 오르고 난 뒤 기재부에 들어간 자입니다.”
“호오, 그래?”
갈턴 자작이 관심을 보였다. 루크룸 상단의 잡부에서 기재부의 행정관이 됐다면 타고나기를 머리가 좋게 태어난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튀농 훈작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 뛰어난 자는 아닙니다. 상단에서 성장하여 눈앞의 이익을 좇는 데는 능하나 큰 그림을 그리는 것에는 약하옵니다.”
“하긴, 자네처럼 우수 인재로 선발된 것이 아니지?”
“예, 자작님.”
튀농 훈작은 평민 출신이나 아버지가 케플러 가문이 상인 출신으로 부유하게 자라왔다. 그런 배경으로 우수 인재로 선발되어 주피터 아카데미까지 다녀온 그는 볼리토 같은 잡초를 굉장히 싫어했다.
그의 눈에 볼리토는 그저 재주 몇 가지가 좋아 대공자의 눈에 든 자일뿐, 그 밑천이 드러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
“만약 그 볼리토란 놈의 머리에서 모든 것이 나왔다면.”
그때 갈턴 자작의 눈빛이 음침해졌다.
“놈을 없애면 베니오가 다시 원래의 그 머저리 베니오로 돌아간다는 말이렸다?”
튀농 훈작은 목덜미에 소름이 돋았다. 사람을 죽인다는 소리가 갈턴 자작의 입에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차피 정치란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살아야 하는 법이다. 튀농 훈작은 고개를 숙였다.
“예, 아마 그럴 것입니다. 베니오 대공자에 대해서는 갈턴 자작님께서 가장 잘 아시지 않습니까?”
“알다마다. 못난 놈도 그런 못난 놈이 없지. 아마 볼리토란 놈이 사라진다면 베니오도 지금 쓰고 있는 가면을 오래 쓰고 있지는 못할 것이야. 여봐라!”
딸랑딸랑!
갈턴 자작은 한 번 결심하면 주저하거나 멈추지 않았다. 그가 벨을 들고 흔들자 하인이 들어왔다.
“베니건즈를 호출하거라.”
“예, 나리.”
자작은 옆에 벨을 내려놓고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베니오가 추락하는 것을 상상만 해도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튀농 후작이 그런 그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베니건즈가 누구입니까?”
“아, 이 기회에 둘이 인사라도 하면 좋겠군. 얼굴을 볼 일이 많을 텐데 말이야.”
“음….”
“사실 이런 일은 발망 그놈에게 맡기는 게 가장 좋은데 말이야. 저렴하게 일을 맡길 수 있거든.”
발망이라면 용병단을 운영하다가 카사케플러로 귀환하던 크리스 주니오르를 습격하여 몰살당한 비운의 용병단이다.
“그러면 베니건즈란 자는.”
“청부업자다. 데스 벨리 출신이라고 하는데, 실력 하나는 괜찮더군. 비싼 게 좀 흠이지만.”
암살자라는 소리다. 튀농 훈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아무리 익스퍼트가 있다고 하더라도 기사가 아닌 볼리토란 놈을 노리는 것까지는 막지 못할 것이야.”
갈턴 자작의 입가에 걸린 음침한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 * *
갈턴 자작이 음침한 미소를 짓고 있을 무렵.
베니오는 전신에서 가벼운 땀을 흘리며 어깨를 짓누르고 있던 군장을 풀었다.
쿵!
덜그럭!
“도련님, 괜찮으세요?”
“괜찮아.”
그러자 토니가 기다렸다는 듯 차디찬 물을 베니오에게 내밀었다. 베니오는 손끝으로 시린 느낌이 오자 신기한 표정으로 베니오를 쳐다봤다.
“아, 이거요? 총관님께서 저한테 아공간 반지를 주셨어요.”
“반지?”
“작은 상자만 한 크기인데. 이렇게 찬물을 넣으면 계속해서 차갑거든요.”
사람 상체만 한 크기라면 희귀하긴 하지만 귀한 것 정도는 아니다. 웬만한 백작가 이상에서는 주인을 보좌하기 위해 시종들이 쓰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너도 이제 어엿한 기사인데 토니, 아쉽지 않아?”
“저요? 아쉽기는요.”
토니가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호위기사가 아니라 보좌기사가 되면 되잖아요.”
“보좌기사? 그건 또 뭐야?”
“제가 만들어 낸 거예요. 도련님을 보좌하는 보좌기사. 크으.”
토니가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그러자 베니오는 그런 토니를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체력은 팔팔한 것 같네.”
“에이, 매일 훈련하던 것에 비하면 이 정도는요. 저기, 쟤네들 때문에 속도도 일부러 낮춰서 뛰시잖아요.”
베니오와 토니, 앰블란과 루텐은 지친 기색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무거운 군장을 메고 있다고는 하지만 겨우 이 정도에 헉헉거린다면 기사 자격을 반납해야 할 것이다.
“도련님 어깨는 괜찮으세요? 저게 보통 무거운 게 아니던데.”
“이 정도는 해야 수련이지.”
“그러다 골병드세요.”
베니오의 군장 안에는 풀 플레이트 메일이 들어 있었다. 풀 플레이트 메일의 무게는 40kg이 넘는다. 일반인은 입으면 걷는 것이 고작일 정도의 무게인 것이다.
거기에 베니오는 화령까지 들고 뛰었으니 40kg이 훌쩍 넘는다. 반면 병사들의 군장은 고작 20kg 남짓이었다.
헉헉헉.
아이고, 나 죽어.
아이고오.
무, 물 좀.
하지만 병사들은 거의 숨이 넘어가기 직전이었다.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멈추자마자 모두 무너지듯 쓰러졌기 때문이다.
“쯧, 저놈들 체력이 형편없습니다, 주군.”
“혹독하게 굴려야 할 것 같습니다.”
루텐과 앰블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콧바람을 거세게 내쉬었다. 베니오는 피식 웃으며 그들에게 말했다.
“그럼 굴리세요.”
굴려야 하면 굴리면 된다. 어차피 이들은 죄수들이다. 살인이나 강간 같은 용서 받지 못할 범죄를 저지른 놈들은 없으나 다른 사람을 때려 상해 입히거나 강제로 물건과 돈을 뺏고, 사기를 친 놈들이다.
“안 굴러가면.”
베니오의 무덤덤한 목소리가 자박하게 널브러진 일백의 병사들의 귓가를 두드렸다.
“두들겨 패세요. 인간의 정신은 생각보다 강인합니다. 맞아 죽기 싫으면 뛸 겁니다.”
안 뛰면 패라. 자신들이 지친 모습을 보이면 혹시나 쉬어갈 시간이 늘까 생각했지만 베니오에게는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았다.
그렇게 말한 베니오가 빙긋 웃으며 병사들에게 말했다.
“그렇게 계속 누워 있어도 좋다. 또다시 맞고 싶다면.”
파바박!
주먹의 힘은 위대했다. 도저히 못 뛰겠다며 쓰러져 곡소리를 내던 병사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벌떡 일어났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일주일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