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14)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14화(14/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14)
네, 관심 없습니다 (4)
광휘원은 미래 한 영지의 영주가 될 귀족들이 모여 만든 조직이다.
주피터 아카데미의 학칙은 여덟 용사가 광룡과 마왕 추종자 연합에 맞서 대륙을 지켜낸 후 설립됐다.
황폐해진 국가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 필요한 인재들을 수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주피터 아카데미인 것이다.
그 때문에 처음부터 주피터 아카데미는 입학 기준에서부터 신분을 가리지 않았다. 재능만 있다면 얼마든지 평민이라 할지라도 아카데미에 입학해 국가의 동량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인재 양성소가 바로 주피터 아카데미였다.
하지만 세월이 많이 흘렀다.
광룡과 마왕 추종자들에 의해 불탔던 도시들은 다시 세워졌고 인류의 문명은 찬란한 꽃을 또다시 피워 냈다.
그러자 사람의 본능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국가의 번영과 몰락한 문명의 재건이라는 슬로건 아래 신분을 막론하고 한곳에 뭉쳤던 아카데미 안에서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광휘원이다.
[우리는 나면서부터 귀족이다. 우리는 평민과는 다르게 더 높은 곳을 지향해야 한다.]미래에 각 영지를 이끌어 나갈 귀족 자제들의 모임인 광휘원은 그렇게 탄생했고 지금까지 아카데미 안에서 가장 큰 세력을 자랑했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반짝이는 천재들은 마법 학부와 검술 학부에서 탄생했지만 광휘원이 있는 행정 학부는 아예 그런 것에 관심이 없었다.
그들의 눈에 마법사와 기사는 그냥 광대들일 뿐이다.
실질적으로 영지를 운영하고 이끌어 나가는 건 자신들의 몫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그들과는 격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런 그들의 귀에 베니오 케플러의 이름이 들려온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여덟 용사의 후손 중 한 곳인 만금가의 케플러.
제국의 상권을 3할 이상 손에 쥐고 있고 알려진 재산만 해도 황실을 몇 배는 뛰어넘는다는 케플러 공작가는 향후 제국을 이끌어 나갈 유력 가문 중 당연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로렌스 공자님께서 베니오 공자님을 한번 뵙고 싶으시다고… 훌쩍.”
집사는 코를 훌쩍거렸다. 코피 때문이다. 코피가 난 코를 천으로 막은 집사는 처음의 당당한 기세는 코빼기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 서신을 가져왔다?”
“예, 공자님.”
훌쩍.
집사는 베니오와 눈을 마주치는 것도 무서워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집사는 조금 전까지 아주 신들린 듯한 매질을 당했기 때문이다.
목검이 얼마나 딱딱하고 아프던지.
집사는 베니오의 매질에 채 30초도 견디지 못하고 살려 달라며 빌었지만 베니오는 그런 집사를 무려 5분이나 두들겨 팼다.
여기저기 멍이 들고 코는 깨져 코피가 줄줄 난 상태로 집사는 살기 위해 베니오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제야 만족한 베니오가 물어보기 시작하면서 대화다운 대화가 시작된 것이다.
‘성격이 망나니 개차반이라고 하더니 사실이었어. 누가 바뀌었다는 소문을 낸 거야.’
집사는 속으로 과거의 자신을 붙잡고 싶었다. 만약 베니오가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가는 미친놈이었다면 절대로 자신이 오지 않았을 것이다.
설령 왔더라도 아까처럼 건방은 떨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스마일 공작가란 이름 하나면 이름난 가문의 자제도 알아서 고개를 숙이고 기었기 때문에 방심했다.
베니오가 그런 공작가의 이름 따위를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놈이었다면 절대로 그러진 않았을 것이다.
상대는 고위 귀족가의 자제이고, 자신은 평민일 뿐이니까.
하지만 이미 물은 엎어졌고 집사는 전신에 몽둥이찜질을 화끈하게 받았다.
“이 새끼야.”
따악―!
“악!”
“그거랑 너가 건방을 떤 거랑 무슨 상관인데, 그래서?”
거기에 베니오는 집요하기 그지없었다. 집사가 죽을죄를 지었다고 몇 번이나 사정한 걸 베니오는 또다시 꺼내서 또 쓰고, 또다시 꺼내서 또 썼다.
집사는 아예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그건 제 잘못입니다. 죄송합니다, 공자님.”
“꼭 지가 이스마일 공작이 된 것처럼 굴더니. 너 그러다 죽어, 잘못 걸리면.”
그게 바로 오늘이라고 집사는 생각했다. 베니오는 목검을 옆에 내려놓으며 집사에게 고갯짓했다.
“그거 뜯어.”
집사의 손에 들린 서신을 말하는 것이다. 원래 귀족이 보낸 서신은 귀족만 뜯어 볼 수 있었다. 그걸 만약 아랫것들이 뜯으면 말 그대로 치도곤을 당한다.
집사의 손이 부르르 떨렸다. 안 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베니오가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는 저 목검이 너무나도 무서웠다.
질끈.
집사는 눈을 질끈 감고는 서신을 뜯었다. 베니오는 아예 집사에게 편지를 읽으라고까지 말했다. 그러자 집사가 바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네가 베니오 케플러냐? 학부는 다르지만 그래도 같은 아카데미의 동급생인데, 얼굴이나 한번 보자. 광휘원으로 와라.]미사여구가 잔뜩 붙어 있고 자꾸만 다른 사족이 붙어 서신이 매우 길었지만 대충 축약하자면 딱 저런 내용이었다.
베니오는 피식 웃었다.
“이제 와서 얼굴이나 보자? 그전에는 한 번 아는 체도 한 적 없으면서?”
베니오의 이름이 요새 아카데미에 유명하니 한번 보자는 뜻이었다. 궁금하기도 하겠지. 아카데미의 수치니, 둔재니, 비겁자니 하는 소문을 그들이 듣지 못했을 리 없으니 말이다.
베니오는 집사에게 물었다.
“그런데 난 둘짼데.”
“예?”
“둘짼데 왜 광휘원 애들이 나한테 관심을 가지느냐고.”
집사는 눈을 굴렸다. 하지만 베니오가 목검으로 손을 슬그머니 뻗자 집사가 경기를 일으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황급히 입을 열었다.
“그, 그 크리토 일공자 때문입니다.”
“크리토? 내 형님?”
“예, 예.”
크리토 케플러. 베니오보다 두 살 위로 작년에 아카데미를 졸업했다. 역시 행정 학부 출신이었다. 그것도 광휘원 소속이었다.
“형님이 광휘원 전 회장 아니신가?”
“마, 맞습니다.”
그것도 무려 광휘원의 회장. 그 순간 머릿속에 일공자인 크리토가 떠올랐다.
무시, 경멸, 혐오.
같은 가족이란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크리토는 동생인 베니오를 혐오했다. 자신과 같은 성을 단 베니오가 아카데미에서 악명을 떨치고 있다는 것에 크리토는 가족을 부끄러워했다.
‘어린애였네.’
그걸 보며 베니오는 상처를 받았다. 뭐, 자신은 상처가 아니라고 하겠지만 육항의 눈에는 보였다. 상처를 준 크리토와 상처받은 베니오, 둘 다 어렸다.
‘어릴 때 이런 것들이 쌓여서 나중에 가면 칼부림을 하기도 하니까.’
명문 정파 등이 즐비한 무림에서도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베니오도 그것 때문에 더욱 삐뚤어지기도 했고, 오죽하면 제 소원이 아버지의 존경을 받는 것일까.
“그런데 그거랑 무슨 상관이지?”
광휘원의 전 회장이었던 크리토는 졸업했다. 그리고 그다음 대 회장이 로렌스 이스마일이었다. 그런 그가 베니오를 찾았다?
“형 대신 나, 그런 뜻인가?”
“….”
집사는 입을 딱 다물었다. 베니오는 재밌다는 듯 흥미로운 웃음을 흘렸다. 제 예측에 맞았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케플러 공작가와 이스마일 공작가.
금력을 휘두르는 케플러와 권력을 휘두르는 이스마일.
두 공작가 중 누가 제국 최고의 공작가냐를 두고 말이 많기는 했다. 제국을 떠받드는 세 개의 공작가 중 다른 하나인 베룸 공작가는 외부 활동을 거의 하지 않으니 두 개의 공작가를 놓고 세간의 평이 다 달랐다.
금력이냐 권력이냐.
아마 로렌스라는 놈은 전 회장이자 선배였던 크리토를 건드릴 수는 없으니 베니오를 타깃으로 설정한 모양이었다.
이스마일과 케플러.
아카데미는 바깥의 작은 축소판이었다. 두 공작가 역시 마찬가지다. 베니오는 피식 웃었다.
“애답군.”
애.
로렌스를 한마디로 설명해 버린 베니오가 집사에게 말했다.
“오고 싶으면 그놈이 오라고 해라.”
“예?”
찌익.
베니오는 로렌스가 보낸 서신을 잡고 쭉 찢었다. 그러고는 그 조각을 집사의 손에 꼭 쥐어 주면서 눈을 번뜩였다.
“가문 간의 알력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다고. 날 찾아오거든 검을 들고 오라고 말해라. 그럼 만나 주지.”
“베, 베니오 공자.”
“그럼 난 끝. 토니, 쟈비에!”
베니오가 바깥에 대고 크게 외치자 토니와 쟈비에가 뛰어 들어왔다. 그 둘은 베니오 앞에 무릎 꿇은 채 앉은 로렌스의 집사를 보고는 크게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 연기가 너무 티가 났다.
‘토니는 몰랐고, 쟈비에는 알았고.’
고도의 암살 훈련을 받은 쟈비에가 로렌스의 집사가 오는 것을 모르고 있었을 리 없다. 어쩌면 미리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제아무리 이스마일 공작가라고 해도 기본적인 예의는 지키지 않았을 리 없으니까. 그 때문인지 쟈비에가 놀라는 척을 하는 것도 연기였다.
“손님 가신단다. 보내드려.”
“예, 도련님.”
쟈비에가 소리 없이 다가와 집사를 일으켰다. 토니가 그런 집사의 다른 팔을 붙잡자 집사는 힘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기세 좋게 왔다가 엉망이 된 채 퇴장하는 집사를 보며 베니오는 턱을 긁적였다.
“자꾸만 날파리들이 꼬이는데.”
왠지 여기서 그칠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 베니오는 피식 웃었다. 애초에 베니오는 평온하게 살 팔자가 아니었다. 육항이 그랬기 때문이다.
그런 육항의 영혼과 재능이 그대로 들어온 베니오 역시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던 폭풍의 눈에 서게 될 것이다.
“빨리 무거워져야지. 폭풍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베니오가 문을 잠근 뒤 침대 위에 올라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 * *
금방이라도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았지만 의외로 한 달은 순조롭게 흘러갔다. 그리고 지난주부터 베니오는 단 한 번의 결투 신청도 받지 않았다.
아케르와 호노르, 세베루스가 연이어 다섯 번씩 패배하고 난 뒤가 끝이었다. 베니오는 그 셋을 상대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어리니까 빨리 배우고, 빨리 발전하네.’
그중 가장 빨리 발전하는 것이 자신이었지만 베니오는 그 셋의 끈기를 보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최악의 둔재라는 소문에 처음에는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던 삼총사가 다섯 번째에는 결투를 통해 하나라도 배우기 위해 검을 휘두른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셋 다 베니오에 대한 편견을 벗어던지면서 강자와의 결투를 통해 한 발짝씩 더 나아간 셈이다.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여전히 베니오에게 패배한 이들 중 몇은 베니오가 사술을 부렸다면서 인정하지 않았지만 어느새 베니오를 혐오스러운 눈으로 보던 검술 학부 생도들의 눈빛도 거의 사라졌다.
두 달 내내 아침저녁으로 수련장에 오고, 매일 아침 검술장에 나가 결투를 치르면서 모든 수업을 듣는 모습까지 보여 주니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어진 것이다.
“처트니 경은 언제 돌아오신다고 하십니까?”
“곧 와. 오면 바로 알려 줄게. 그러니까 그만 와라.”
“예, 선배님.”
베니오는 조교 노릇을 하는 졸업반 선배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자신에게 찾아오라고 했던 처트니 교수는 갑작스레 그날 국경으로 급파되면서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그 때문에 베니오는 결심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돈을 융통해야겠다.”
처트니 경이 실전 경험을 쌓기 위해 용병 일을 주선해 주면 그걸 통해 실전 경험도 쌓고 기초 자금을 모을 생각이었다.
만금가라 불리는 케플러 공작가이지만 아카데미에서 악명을 떨치는 베니오에게 주는 돈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모든 것이 멈춘 상태였다.
‘구양신공을 익히기 위한 공력은 충분하다. 근골의 발달도 만족스럽고.’
하지만 구양신공을 익히지 못한 이유가 있었다. 극양의 기운을 담은 구양신공을 익히기 위해선 물이 필요했다.
그냥 목욕할 정도의 물이 아니라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필요했다.
달마가 9년 동안 면벽을 한 끝에 구음진경과 정반대가 되는 극양을 담은 공부를 만들어 냈고, 그것이 구양신공이었다.
그걸 맨 처음 익힐 때 반드시 필요한 것 중 하나가 극양의 기운을 몸이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만 거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음의 기운이다.
북해빙궁의 빙정이 있으면 가장 좋지만 그게 없으면 음의 기운이 풍부한 곳에서 익혀야 한다.
아니면 음의 기운을 띄는 내공을 가진 고수가 옆에서 타혈을 해 주거나.
그러나 주피터 아카데미는 바다에서 한 달 정도 떨어진 내륙의 한가운데 있었고 가까운 호수나 강도 하루 넘게 가야 했다. 문제는 생도는 학기 중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아카데미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베니오에게는 마지막 방법이 하나 있었다.
“마법이 있잖아.”
물을 만들어 내고 불을 뿜어내는 마법. 그중에는 당연히 얼음을 만들어 내는 마법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마법이 필요했다.
마법이 필요하면 마법사가 필요했다. 그리고 마법사는 돈 먹는 귀신이다.
즉, 베니오에게는 귀신에게 먹일 먹이가 필요한 셈이고 그것이 바로 돈이다.
“토니, 아카데미 안에도 케플러 전장이 있지?”
“예, 그런데요.”
베니오가 씩 웃으며 그런 토니에게 말했다.
“가서 돈 좀 빌리자. 아주 많이 필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