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141)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141화(141/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141)
쓸고 닦기 (1)
“동맹이요?”
“그렇소.”
“자세하게 설명해 보세요.”
베니오의 말에 크레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베니오가 크레아스에게 명령을 내리는 모양새였지만 믿을 만한 능력 있는 동맹을 원했던 것은 바로 크레아스다.
그리고 베니오와의 맞대결에서 패배했다는 것을 인정하자 크레아스는 쓸데없는 자존심을 세우는 대신 실용적으로 지금 이 순간 가장 필요한 것을 베니오에게 말할 수 있었다.
“내 위로 세 명의 형과 세 명의 누나가 있소.”
일곱째.
크레아스는 레길론 백작의 일곱 번째 자식이었다. 베니오는 레길론 백작이 많은 정실과 첩을 두었고 거기서 얻은 자식만 서른 명이 넘어간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놀라지 않았다.
“그래서요?”
“아버님은 일흔이 넘으셨지. 병색이 완연하시오. 지금이야 버티고 계신다고는 하나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일이고.”
크레아스는 푸념을 늘어놓듯 하나씩 자신의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다.
“일곱 번째 자식이라는 건 태어나면서부터 불리하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요. 큰형님과 내 나이 차는 열다섯이나 되니까. 큰형님이 15년이나 앞서간 걸 난 따라잡아야 한다는 말이오.”
크레아스의 나이는 스물둘이었다, 베니오보다 다섯 살이 많았다. 크레아스는 자신의 형제에 대한 모든 신상정보를 읊을 기세인지라 베니오는 그의 말을 자를 수밖에 없었다.
“설마 모든 가족 관계에 대해 다 설명하실 생각이십니까? 그랬다가는 아마 열흘도 부족할 겁니다.”
“참 매정하구려.”
“시간을 효율적으로 쓴다 생각해 주시지요.”
크레아스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기에 크레아스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원래 둘째 형님이 후계 경쟁에서 가장 앞서 계셨소. 둘째 형님은 정무적인 감각이 뛰어나시거든. 아버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후작으로 승작시켜 드리겠다며 수도에서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것도 둘째 형님이었소.”
승작.
레길론 백작의 평생소원이 후작이 되는 것이라는 것은 소문으로 널리 퍼져 있었다. 그 소원을 이뤄 주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하며 발로 뛰던 것이 둘째 아들이란 뜻이다.
그러니 그런 둘째 아들에게 레길론 백작의 마음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크레아스의 말을 들으니 재능이 부족한 것 같지도 않았고.
“그런데 큰형님이 문제가 됐소.”
“큰형님?”
“율리우스 레길론. 내 큰형님의 이름이오.”
베니오는 멀뚱멀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문득 베니오가 17살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은 크레아스가 아차, 싶은 표정을 지었다.
“모를 만도 하지. 대공자가 나이답지 않아 17살이란 걸 깜박했소.”
베니오가 17살이기 때문에 모르는 것이 아니다. 애초에 베니오는 이곳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니오는 잠자코 입을 다물고 크레아스가 말하기를 기다렸다.
“예전에 마나 인네이트, 줄여서 인네이트라 말하는 체질이 발표된 적이 있었습니다.”
“마나 인네이트?”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체질인데, 그 체질을 타고 태어난 사람은 마나에 대한 친화력이 일반 사람의 열 배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졌소.”
베니오의 머릿속에 천무지체, 구음절맥 같은 것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것과 비슷한 개념이 이곳에도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요?”
“큰형님께서 바로 그 인네이트셨지.”
“오?”
베니오가 눈을 크게 떴다. 레길론 백작가는 대대로 행정 가문이었다. 기사 가문이나 마법사 가문과는 달리 대대로 관료들을 배출한 가문이었다.
그런 행정 가문에서 태어난 인네이트는 굉장히 귀한 대접을 받았을 것이다.
“인네이트 중 80%는 베룸 가문에서 태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소. 마나의 축복을 받았다는 베룸 가문 말이오.”
혜룡가 베룸.
베룸에서 대대로 최고위급 마법사들이 나왔던 이유는 인네이트라는 체질이 베룸가에서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인네이트를 가진 마법사는 최소 6서클까지는 이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소.”
6서클 마법사.
소서러라 불리는 6서클 마법사는 대륙 전체를 뒤져도 100명 있을까 말까한 숫자다. 마탑 중에도 6서클 마법사가 탑주를 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인네이트를 타고났다는 것만으로도 6서클을 이룩할 수 있다는 건 크나큰 혜택이다. 말 그대로 마나의 축복을 타고난 셈이다.
“그런데 방금, 공자의 입으로 후계 경쟁에서 앞선 건 둘째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맞소.”
크레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첫째가 그런 체질을 갖고 태어났다면 가문에서도 그 첫째를 지원하는 데 힘을 아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둘째가 후계 경쟁에 앞섰다?
“삐뚤어지셨군요. 그 큰형님이란 분이.”
“타고난 재능 덕에 어려서부터 안 되는 것이 없던 큰형님이셨소. 그런데 그 형님이 베룸가의 천재를 만나신 것이 불행의 시작이었소.”
“천재?”
“에이델.”
크레아스가 입을 열었다.
“베룸가 개벽 마법사단의 단장, 에이델 베룸을 만난 것이 모든 불행의 시작이었소이다.”
* * *
율리우스 레길론은 자신이 인네이트라는 신이 축복한 체질을 갖고 태어났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율리우스. 이건 마법의 기초로….”
화아악!
“어, 어떻게! 대단하구나! 역시 인네이트란 것은….”
“율리우스. 다음이다. 마법을 시전하기 위해서는 마나의 배열과 수인을….”
번쩍!
“오, 오오오! 마법계의 축복이다! 넌 우리 마법사들의 선물 같은 아이다! 율리우스!”
율리우스는 레길론 백작가에서 초빙한 마법사들에게 교육을 받으며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들은 1년 동안 해야 할 것을 율리우스는 한 달이면 마스터했다. 그리고 율리우스는 마법을 익힌 지 불과 오 년 만에 4서클에 올라 세상을 놀라게 만들었다.
그리고 7년 뒤에는 5서클에 도달했고 25살이 되던 해에 6서클에 도달했다.
20대에 6서클에 도달한 건 베룸가의 천재들을 제외하고는 없었다. 율리우스는 남들이 다 어렵다고 하는 마법이 누구보다도 쉬웠고, 그 때문에 점점 더 오만해졌다.
“이걸 왜 못하는 거죠?”
“나, 난….”
“이게 안 된다는 겁니까?”
“크윽….”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이 간단한 걸 몇 년째 붙들고 있는 겁니까?”
“나름대로 난 최선을 다했어!”
율리우스는 다른 마법사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자신은 한 번 슥 보면 깨달아지는 걸 그들은 몇 년이고 붙잡은 채 씨름을 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반복되자 율리우스는 점점 자신이 다른 마법사들과는 다른, 우월한 마법사라고 믿기 시작했다.
율리우스 때문에 수많은 마법사들이 피눈물을 흘렸지만, 율리우스는 그들이 멍청하다고만 생각하며 그들을 이해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율리우스는 20대에 6서클에 오른 천재였고, 레길론 백작가의 차기 백작이 될 가능성이 컸기 때문에 그 누구도 그런 율리우스를 말리거나 지적하지 못했다.
그때.
율리우스가 27살이 되던 해.
율리우스가 세운 기존의 모든 기록을 뒤집은 19살의 에이델 베룸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19살에 6서클.
에이델 베룸은 마법 천재들이 가득하다는 베룸가에서도 특출난 존재로 불과 마법에 입문한 지 8년 만에 6서클에 도달했다.
10년 만에 6서클에 오른 율리우스의 기록을 깬 것이다. 그리고 베룸가 출신답게 에이델은 자신만의 마법을 창조하여 불과 스무 살에 대륙마법협회에서 금지팡이 상을 받으며 명성을 드높였다.
그런 에이델이 나타나 율리우스가 받던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가져간 순간 율리우스는 에이델을 질투하기 시작했다.
자신과 에이델이 다를 바 없는 천재인데, 그가 베룸가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세상의 중심이 에이델에게로 쏠려 버렸기 때문이다.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한 율리우스는 그런 에이델을 찾아갔다.
[누가 이 시대 최고의 마법기재인지, 최고의 인네이트인지를 증명하겠다.]율리우스는 마법 하면 베룸이라는 이들의 사고방식을 깨고 싶었다. 그에게는 베룸가라고 해도 자신과 같은 인네이트를 타고난 마법사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율리우스는 에이델에게 패배했다.
대륙마법협회의 협회장과 간부들이 참석하여 공증인으로 선 곳에서 율리우스는 에이델의 마법을 단 한 번도 넘지 못하고 몰수패를 당했다.
그 충격.
인네이트란 체질은 타고났을지 모르나 마법에 대한 재능은 에이델이 율리우스의 그것을 한참 상회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넘을 수 없는 벽을 마주한 율리우스는 그대로 무너졌다.
한 번도 이 세상에 태어나 어떤 벽을 넘기 위해 노력한 적이 없었던 율리우스는 그 벽 앞에서 무너진 뒤 폐인이 되었다.
마법으로 빛나던 율리우스는 마법으로 몰락했고, 그렇게 칩거를 시작한 뒤 10년 전에 자취를 감추었다.
레길론 백작가에는 그 즉시 사람을 풀어 율리우스의 행방에 대해 만방으로 헤맸지만 그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렇게 사라졌던 그가 반년 전에 가문으로 복귀했다.
* * *
“그렇게 복귀하신 형님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소.”
“다른 사람이요?”
“예, 사실 형님께서 사라지셨을 때 나도 아카데미에 있었던 터라 칩거하신 형님이 어떠셨는진 잘 모르오.”
베니오는 턱을 긁적였다. 왠지 모르게 율리우스라는 남자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자신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재능 하나만 믿고 노력하지 않은 천재.
그러다 거대한 벽을 만난 뒤 무너져 버린 비참한 말로.
‘노예가 되어 끌려다니진 않았으니 나보단 나은가?’
그러나 확신할 수 없었다. 베니오는, 아니 육항은 율리우스처럼 스스로의 무력함에 절망할 여유도 없었기 때문이다.
노예의 생활은 궁핍했고, 고통스러웠으며 절망적이었다. 고통은 스스로에 대한 무력함마저 잊을 정도였고, 복수심은 개똥밭에서 뒹굴어도 살아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됐기 때문에 그렇게 10여 년을 버텼던 육항이다.
하지만 율리우스는 다르다.
그는 베니오처럼 살기 위해 발버둥 칠 필요는 없었으니, 어쩌면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과 무력함에 더 고통스러워했을 것이다.
어느 것이 더 나은지는 알 수 없었다. 베니오가 율리우스 같은 경험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무조건 노예가 더 힘들었다며 율리우스를 매도할 마음은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난 나 스스로를 버리진 않았어.’
복수에 대한 동기가 육항이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게 만들었다. 그런데 들어 보니 율리우스란 자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그런데.”
“예.”
“형님이 갑자기 사라지셨다고 하지만, 다른 이유가 있었던 듯합니다.”
“다른 이유요?”
실의에 빠진 천재 마법사가 패배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가출했다. 이건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클리셰다. 그런데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저도 제 눈으로 확인하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형님이 에이델, 개벽 마법사단장을 이기기 위해 금단의 마법에 손을 대려고 하다가 들통나 가문에서 쫓겨났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소문.”
같은 형제인 크레아스가 들은 것이다. 그러니 그 소문이 마냥 소문이라고만 치부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말이 되지 않는 것이 하나 더 있었다.
“그러면 어떻게 가문으로 되돌아왔다는 겁니까?”
“형님께서 마탑주가 되셨답니다.”
“마탑이요?”
“예, 신생 마탑인데, 그곳을 통해 가문에 연락을 취해 왔습니다. 그리고 아버님은, 요새 나이가 나이이신지라 큰형님을 보고 싶어 하셨구요.”
그래서 복귀했다.
과거 당연히 차기 백작이 될 것이라 생각했던 첫째가 무려 10년 만에 가문으로 돌아온 것이다.
탕아의 귀환.
보나 마나 사교계가 발칵 뒤집혔을 것이다.
“둘째 형님만으로도 벅찼는데 큰형님까지 돌아오셨소. 하지만 난 백작이 꼭 되어야만 하오. 그러니 대공자, 그대의 도움이 필요하오.”
베니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왜 가문 외부에서 동맹을 찾는 것인지 이해가 갔다. 그래서 베니오는 크레아스를 보며 그에게 답해 주었다.
“싫은데요.”
“대공자!”
“내가 왜 레길론 백작가의 집안일에 껴야 합니까? 됐습니다.”
베니오는 남의 집안일에 끼어들고 싶은 마음이 아주 손톱의 때만큼도 없었다. 당황한 크레아스가 다급하게 베니오를 불렀지만 베니오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 이러시기요?”
“네. 이러깁니다.”
베니오와 크레아스 사이에 들리지 않은 파열음이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