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151)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151화(151/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151)
오메가 (1)
디아토는 튀앙 산을 터덜터덜 하산했다. 그는 맨손으로 튀앙 산을 홀로 내려왔지만 그의 행동에는 거침이 없었다.
디아토의 적발이 움직일 때마다 튀앙 산이 숨을 죽이는 듯했다. 디아토는 고개를 돌려 카르니의 산채가 있는 곳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당장에라도 쳐들어가서 사지를 뜯어 버리고 싶다만.”
디아토는 이 산의 최강자다. 그의 신력은 감히 상대할 자가 없었다. 그렇기에 카르니라고 해도 디아토는 열 합 이내에 쳐죽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붉은 놈들이 문제였다.
‘카르니보다 강한 놈들이 카르니의 수하가 되었다?’
갑자기 나타난 붉은 놈들은 카르니의 수하를 자처했다. 온몸을 붉게 물들인 옷으로 감싼 그놈들에게서 볼 수 있는 것은 두 눈뿐이다.
디아토는 그 두 눈을 보는 순간 전율을 느꼈다.
‘한 명은 필승. 두 명은 동수. 세 명은 필패.’
카르니보다 붉은 놈들이 월등하게 강했다. 디아토조차도 셋 이상을 상대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였다.
‘블랙킹 산채의 횡포가 도를 넘고 있다. 이러다가는 피어스 남작령이 아니라 그보다 상급 영지에서 토벌대가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야.’
카르니는 자신을 따르는 소수의 산적과 카르니의 수하를 자처한 붉은 놈들을 데리고 레드킹 산채 바로 지척에 블랙킹 산채를 세웠다.
그리고 블랙킹 산채는 점점 도를 넘기 시작했다.
산을 넘는 보부상단에게 보호세와 통행비 정도만 받고 일반인은 점잖게 통과시키던 디아토의 레드킹 산채다. 하지만 블랙킹 산채는 자신들이 관리하는 길을 넘는 이들은 그게 보부상이건 일반인이건 가리지 않고 가진 물건을 모두 빼앗았다.
그러다 반항하는 이가 나오면, 그 반항한 이는 튀앙 산을 빠져나가기 전에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다.
증발.
산을 함께 넘는 보부상단의 보부상이 증언한 일이다. 함께 산을 넘던 보부상이 자고 일어나니 사라졌다고. 그게 블랙킹의 수작이라는 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또한, 카르니가 블랙킹 산채를 세운 후 정체 모를 놈들이 새로이 산적으로 합류했다. 그러자 처음에는 레드킹보다 그 수가 적던 블랙킹의 수가 레드킹을 넘어서는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다.
‘모두 포악하고 잔인한 놈들이다. 전부 사람을 죽여 본 놈들.’
디아토는 카르니의 수완으로 블랙킹 산채의 머릿수가 늘어났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카르니의 밑에 있는 붉은 놈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놈들이나 그놈들의 뒤에 있는 놈이 한 짓이었다.
‘마치 토벌대를 끌어들이듯이 점점 더 횡포가 심해지고 있어.’
문제는 그로 인해 레드킹 산채까지 한통속 취급을 받고 있다는 점이었다. 밖에서 보기에는 다 같은 산적 놈들에 불과했기에 디아토가 추구했던 생존의 의미가 점점 퇴색되고 있었다.
최근에 와서는 레드킹 산채는 개점휴업 상태로 손가락만 빨고 있었다. 블랙킹의 횡포로 튀앙 산을 넘는 이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냥 단순한 세력 다툼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슬슬 레드킹 내부에서도 블랙킹과 결판을 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먹고 살려고 산적이 됐는데, 산적이 되어서도 굶고 있으니 불만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디아토의 강력한 리더십과 서로에 대한 형제애 때문에 아직 큰 문제가 되고 있지는 않으나 묘수를 내지 않으면 문제가 일어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핑귀스 마을의 대공자를 만나 본다.’
디아토가 핑귀스 마을을 찾는 건 필연적인 일이 아니라 필수적인 일이었다. 지금이 됐든 나중이 됐든, 때만 빨라졌을 뿐이지 레드킹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블랙킹을 몰아내야 했기 때문이다.
튀앙 산이 막히면서 가장 큰 고통을 받는 건 바로 핑귀스 마을이니 그곳에 살길이 있을지도 모른다.
‘제발, 대공자란 귀족이 수많은 귀족 중 드물게 제정신이 박힌 귀족이기를.’
디아토는 산적이다. 그는 그가 살던 외딴 마을에서 초야권이라는 말도 안 되는 횡포를 휘두르려던 촌장을 한칼에 때려죽이고 스스로 산적이 됐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디아토는 이 세상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았다. 안 그런 귀족이 더 많지만 어딘가에는 제대로 이 세상을 다스려 줄 귀족이 있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디아토는 자신이 만나러 가는 핑귀스 마을의 대공자가 그런 귀족이기를 바랐다. 운에 모든 것을 맡겨야 한다는 것이 씁쓸했지만 그것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만약 대공자가 내가 생각하는 그런 인물이 아니라면.’
디아토는 자신이 있기에 홀로 핑귀스 마을로 향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대공자와, 공작령의 기사라고 해도 자신의 몸 하나는 뺄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만약 대공자가 믿을 수 없는 인물이라면 디아토는 최후의 수단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블랙킹과 자웅을 겨룬다.’
두 눈 뜨고 자신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블랙킹 산채 앞에서 꼬리를 말수는 없다. 산채를 옮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레드킹 산채는 철저히 와해되고 말 것이다.
도주를 선택한 순간 디아토의 리더십은 바닥에 떨어지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오히려 사분오열되어 블랙킹의 먹잇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선택지는 없다.’
디아토의 두 눈이 빛났다. 그 순간 디아토가 범처럼 몸을 날려 수풀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가 다시 수풀을 헤치고 나왔을 때, 디아토의 손에는 웬 사람이 목이 붙잡혀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켁, 켁.”
“넌 누구냐.”
“케흑.”
탁, 탁.
디아토의 서슬 퍼런 두 눈이 빛났다. 성인 남성을 한 손으로 가뿐히 들어 올리는 디아토의 괴력에 목이 붙잡힌 이가 손바닥으로 디아토의 손을 탁탁 쳤다.
하지만 디아토는 손을 놓지 않았다. 숨통이 붙잡힌 남자의 안색이 시퍼렇게 물들어 그대로 질식사하기 직전에 손을 놓았다.
“케헥, 케흑, 쿨럭, 쿨럭.”
남자는 입과 코, 눈으로 액체를 줄줄 흘렸다. 죽기 직전에 자신을 찾아온다는 사신을 본 것만 같았다. 그때 디아토가 서늘한 목소리로 남자에게 말했다.
“넌 누구지?”
“저, 전….”
“거짓말할 생각은 마라. 네 목을 부러뜨리는 것쯤 일도 아니니까.”
발버둥 치는 남자를 한 손으로 쥔 채 들어 올렸던 디아토의 힘이다. 남자는 디아토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숨통을 조이던 손에 힘을 조금만 더 줬어도 목이 뚝하고 부러진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저, 전 아메노라고 합니다!”
남자의 정체는 아메노. 루비 마을에서 베니오의 소문을 퍼뜨리고 다니다가 붙잡힌 뒤, 베니오의 밑에서 일하게 된 정보원 아메노였다.
“아메노? 소속은?”
디아토는 누가 보더라도 산적 차림새를 한 아메노를 보며 눈을 번뜩였다. 튀앙 산에서 산적 복장을 한 사람은 레드킹 소속이거나 블랙킹 소속이다.
만약 블랙킹 소속이라면 디아토는 한스에 대한 복수를 위해서라도 바로 아메노의 목을 부러뜨릴 생각이었다.
“핑귀스 마을! 핑귀스 마을 소속입니다!”
죽기 싫었던 아메노가 두 손을 번쩍 들고 대답했다. 그러자 디아토의 눈이 커졌다.
* * *
“디아토가 하산했다?”
“예.”
“그럼, 지금 레드킹 산채는 비었다는 소리군?”
카르니.
레드킹 산채의 이인자였지만 디아토를 배신하고 나온 그는 핏발이 잔뜩 선 눈으로 붉은 복면과 두건 아래 표홀히 붉은 안광을 뿜어내는 이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카르니는 레드킹 산채에 있을 때와는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핏줄이 불룩거리는 팔과 다리는 레드킹 산채에 있을 때보다 족히 1.5배는 굵어진 것 같았고 입을 열 때마다 으르렁거리는 듯한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사람이 아니라 흡사 한 마리 짐승을 앉혀놓은 것만 같은 느낌.
그런 카르니를 보며 온몸을 붉은 의복으로 둘러멘 이가 고개를 숙였다.
“예.”
“기회다. 모든 산적을 소집하라.”
“예, 두목.”
“레드킹을 쓸어 내고 디아토 놈이 돌아올 때를 기다렸다 그놈의 사지를 찢을 것이다.”
카르니는 디아토에 대한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디아토에 밀려 영원한 이인자로 빛을 보지 못했던 카르니의 질투심과 권력에 대한 욕망이 카르니를 광기에 적셨기 때문이다.
크르르, 크르르.
“제물을 들이라.”
혈복을 입은 남자가 명하자 문이 열리더니, 그처럼 혈복을 입은 이가 기절한 여인을 들쳐메고는 들어왔다.
“깨워라.”
푸부북!
기절한 여자의 혈도를 짚자 여자가 정신을 차렸다. 여자는 떨리는 눈으로 주변을 살핀 다음 혈관을 꿈틀거리며 짐승 같은 눈을 한 카르니를 보고는 입을 쩍 벌렸다.
“아, 아, 아, 카르니, 카르니….”
크르르, 크르르.
여자는 카르니를 아는 듯 카르니의 이름을 불렀지만 카르니는 알아듣지 못했다. 혈기가 머리까지 뻗쳤기 때문이다. 혈복을 입은 자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품에서 방울을 꺼내 들었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 같은 방울이 짤랑하는 소리를 낸 순간 카르니의 눈빛이 바뀌었다.
“먹어라.”
조금 전까지만 해도 카르니에게 존대를 했던 혈복을 입은 이들은 방울을 흔들며 카르니에게 명령했다.
그러자 카르니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저벅저벅 걸어와 카르니의 이름을 부르는 여인의 어깨를 붙잡은 뒤 입을 쩍 벌려 여인의 목을 물어뜯었다.
끼아아아악!
꾸적꾸적.
츠르릅.
여인의 입에서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터져 나왔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카르니는 게걸스럽게 여인의 목을 지나 소리가 나는 성대까지 물어뜯고 피를 마셨기 때문이다.
사람이 산 채로 잡아먹히는 끔찍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전신을 경련하던 여인의 몸이 축 늘어졌다. 그리고 그 여인을 포식하는 카르니의 전신 근육이 더욱더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흡사 카르니의 몸 안에 다른 생명체가 꿈틀거리고 있는 듯 괴기스럽기 그지없었다.
혈복을 입은 괴인은 카르니가 포식에 집중하는 것을 보며 다른 괴인에게 말했다.
“광혈령에 예민하게 반응하기 시작하는군.”
“얼마 남지 않았어.”
“브루툼의 완성은 혈족을 먹이는 것으로 끝나는 법.”
“유일한 딸을 포식하는 순간 브루툼이 눈을 뜰 것이네.”
괴인은 자신의 부인을 포식하는 카르니를 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모든 것은 상귀스를 위하여.”
“전하께서 흡족해하시겠군.”
“이제 시작일 뿐이니.”
옅은 웃음이 그들을 스쳐 지나갔다.
“감히 상귀스에 이를 드러낸 케플러도 브루툼이 깨어나는 순간 우리에게 주의를 기울일 여유는 없을걸세.”
“그렇고말고.”
“상귀스를 위하여.”
온몸을 꿈틀거리며 부인을 포식하는 카르니를 보던 혈복 괴인들이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 기도했다.
* * *
“그러니까.”
베니오는 자신의 눈치를 열심히 보고 있는 아메노를 보며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탐하라 보냈더니 산적 두목에게 붙잡혀서 산적 두목과 함께 왔다?”
“그, 그것이 촌장님.”
“아니, 그런데 산적 두목이란 놈은 태연히 내 집 앞까지 그냥 걸어 들어왔고?”
루텐의 검이 디아토의 목에 드리워졌다. 그러나 디아토는 자신의 목에 검이 바짝 붙어 있음에도 조금도 주눅 들거나 겁먹은 표정 없이 당당하기 그지없었다.
“그렇습니다!”
“목소리 하나는 우렁차네.”
베니오가 눈에 이채를 띤 채 디아토를 쳐다봤다.
“디아토. 레드킹 산채의 두목이라고?”
“그렇습니다, 대공자!”
“자, 공작가의 대공자인 내 앞에 산적이 나타났으니 그냥 목을 쳐도 아무도 나에게 손가락질할 일은 없을 거야. 그렇지? 튀앙 산의 산적들이 오가는 행인과 상인을 모조리 죽여 없애거나 가진 물건을 다 빼앗는다고 악명이 자자하던데. 그 때문에 핑귀스 마을에 상인이 오지 않은 지 한 달이 넘었고.”
베니오의 말에 디아토가 우렁차게 대답했다.
“그건 우리 책임이 아니라 블랙킹의 책임입니다.”
“남자답지 못하군. 다른 경쟁 산채의 책임으로 떠밀다니.”
“난 거짓을 말하지 않습니다.”
“산적일 뿐이지.”
디아토의 기골은 장대했다. 루텐이 디아토를 보고 질린 표정을 지었을 정도다. 거기에 죽음을 도외시한 듯한 디아토의 눈빛에 베니오는 흥미가 생겼다.
“그래. 제 발로 이 사지(死地)에 들어왔으니 유언으로 그 연유를 들어 볼 정도는 되겠지.”
베니오가 그리 말하자 디아토가 어깨를 당당하게 쫙 편 채 베니오에게 말했다.
“내 형제를 구해 주십시오, 대공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