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152)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152화(152/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152)
오메가 (2)
“형제?”
베니오의 눈썹이 한차례 꿈틀했다. 그러자 루텐이 든 검이 디아토의 검에 더욱더 바짝 닿았다. 어느 정도냐면 검의 예기에 디아토의 살갗에서 피가 흐를 정도였다.
하지만 디아토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그렇소. 내 형제가 사경을 헤매고 있소. 그 형제를 살리기 위해 대공자를 만나고자 하산하였소.”
“혹시 제정신인 것이냐?”
베니오는 루텐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루텐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산적이라면 응당 귀족인 베니오를 두려워해야만 한다.
그런데 제 발로 귀족을 찾아온 산적이라니. 베니오의 태도에 디아토는 허리를 꼿꼿하게 편 채 말했다.
“형제의 목숨은 내 목숨과도 같소. 형제 하나를 떠나보낼 때마다 애간장이 끊어지는 기분이니, 무엇이라도 해 봐야 하지 않겠소?”
“그래. 그 기개는 가상하구나.”
베니오는 디아토의 당당한 태도에 그의 기상을 인정해 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디아토의 기상을 인정한 것과 그의 요구는 별개다.
“그래서 무엇이 필요하지?”
“포션이 필요하오.”
“으하하핫!”
베니오가 껄껄 웃었다. 하지만 디아토는 흔들리지 않았다. 이내 웃음을 뚝하고 그친 베니오가 루텐에게 말했다.
“잠깐이나마 재밌었군. 루텐 경, 목을 치시오.”
“예, 주군!”
베니오는 가차 없이 디아토의 죽음을 명했다. 그러자 루텐의 오러가 들끓기 시작했다. 루텐은 베니오의 명령에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오러를 끌어올렸다.
그대로 루텐이 손가락만 움직여도 디아토의 연약한 목이 그대로 떨어져 나갈 절체절명의 상황.
하지만 디아토는 살려 달라고 구걸하지 않았고 그런 디아토를 베니오는 눈 한 번 깜박이지 않고 쳐다봤다.
스륵.
씨익.
그리고 베니오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그만.”
우뚝.
루텐의 검이 우뚝하고 멈췄다.
주르륵.
그러자 디아토의 벌어진 목에서 피가 주륵 흘러내렸다. 만약 여기서 3cm만 더 움직였다면 디아토의 목은 그대로 루텐의 오러에 잘려 나갔을 것이다.
디아토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의 동공이 커졌다가 작아졌다. 디아토가 죽음 앞에서도 의연하였다고는 하나 생물의 본능적인 두려움은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다.
“좋아. 그 정도면 내게 거짓을 고하는 건 아니겠군.”
“난 거짓말하지 않습니다, 대공자.”
“네놈이 산적의 두목인 것도 달라지지 않는 사실이지.”
베니오의 냉정한 말에 디아토는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디아토는 자신을 비춰 한 점 부끄러움이 없었다. 하지만 베니오의 말대로 자신이 산적이라는 것이 남들에게 오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형제라?”
“예.”
“말해 보라.”
디아토가 눈을 한 번 굴렸다. 말해보라니, 순간 베니오의 의중을 읽어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베니오는 한 번 더 그런 디아토에게 말했다.
“사경을 헤매고 있는 네 형제에 대해 말하라 하였다.”
“예, 예, 대공자.”
디아토는 베니오의 의중을 읽어 낼 겨를이 없었다. 당장 베니오가 앞에 두 눈을 부릅뜨고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보이는 것은 이제 막 어미 젖을 뗀 아이처럼 보송보송한 10대였으나 눈 한 번 깜박이지 않고 자신의 목을 치라는 명령을 내리고 또 그것을 멈춘 것을 보니 그냥 어린 청년으로만 느껴지지 않았다.
“한스는 본래 피어스 남작령에서 말로 반나절을 걸려 떨어진 작은 마을에서 홀어머니와 동생을 모시고 살고 있었는데, 흉작이 들어 세금을 내지 못하자 남작성에서….”
디아토는 레드킹 산채의 산적들의 모든 사연을 기억하고 있었다. 이 시대의 산적은 전부 다 아픈 자들이다. 각기 말 못 할 사연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그 사연을 터놓을 수 있는 사이가 되는 순간 가족이 되고 형제가 된다.
그 때문에 레드킹의 모든 산적은 형제다.
“흐음, 거짓도 아닌 것 같고. 그럼 왜 포션이 필요할 정도의 부상을 입은 거지?”
디아토가 멈칫했다. 그걸 설명하기 위해서는 블랙킹과의 관계까지 설명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디아토를 보고 베니오가 손짓했다.
“이제 와서 뭘 숨기려고? 루텐 경, 고민이 많은 것 같으니 어깨 위에 앉은 머리, 떼어 버리세요.”
“예, 주….”
“블랙킹 산채란 곳이 있는데.”
디아토는 주저하지 않고 곧바로 블랙킹과의 관계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베니오는 디아토의 말을 다 듣고는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입을 다문 채 턱을 쓰다듬었다.
‘수염도 없는 어린놈이.’
수염도 없는 턱을 쓰다듬는 베니오의 태도가 어이가 없었지만 디아토는 그 말을 속으로 꾹 눌러 담았다. 아직도 목 아래 번뜩이는 칼 때문에라도 허튼짓을 할 수 없었다.
“배신이라? 생각보다 리더십이 없는 타입인가?”
“아직 레드킹에는 이백에 달하는 형제들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실력이 부족하거나.”
“카르니 같은 놈 열이 있어도 나를 당할 수 없습니다.”
디아토는 가슴을 쭉 폈다. 그는 당당했다. 베니오는 그런 디아토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렇게 강하고 대단하신 양반인데, 배신을 어떻게 해? 그리고 그걸 그냥 놔두고 보고만 있고?”
“그 이상한 놈들만 아니었어도, 진작에 블랙킹 따위는 생기지 않았을 겁니다.”
“이상한 놈들?”
베니오의 귀가 쫑긋했다. 베니오가 보기에도 디아토는 사실 범상치 않았다. 오러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데 갑옷처럼 온몸에 두른 근육과 자신 앞에서도 기죽지 않는 당당한 태도가 그가 한 수가 있는 자임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디아토를 막아선 이상한 놈들이 있다?
“나도 누군지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온통 붉은색 일색으로 된 의복을 머리끝까지 입은 놈들이 열 정도 있는데.”
디아토가 한숨을 내쉬었다.
“잘해야 둘. 셋이면 필패. 그런 놈이 열이나 있으니 함부로 결판을 낼 수가 없습니다. 내가 지면 그 순간 끝이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그놈들이 자꾸 질이 안 좋은 놈들을 산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겁니다.”
“붉은색 의복?”
베니오의 표정이 슬핏 굳었다. 붉은색. 베니오에게는 무언가를 연상케 하는 별로 유쾌하지 않은 색이었기 때문이다.
“어디서 온 놈들이지?”
“나도 모릅니다. 그러나 카르니가 그놈들을 믿고 나를 배신했다는 건 압니다. 카르니보다 강한 놈들이 왜 카르니를 따르는 건지 알 수 없지만 말입니다.”
“혹시 그놈들.”
베니오가 손짓했다. 그러자 기다리고 있던 토니가 베니오에게 종이와 펜을 건네주었다. 베니오는 펜으로 종이 위를 죽죽 그었다.
“이런 거 들고 다니지 않아?”
박도.
중원에서는 비단 병사나 무림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서도 쉽사리 볼 수 있었던 무기의 형태다. 베니오가 그림을 그려 주자 디아토는 잠시 고개를 갸웃하고는 가로저었다.
“아니었습니다.”
“그래….”
베니오는 아닌가, 싶었다. 자신이 괜히 과하게 반응했다면서 멋쩍게 웃었다.
‘아무리 혈교라고 해도, 산적 노릇까지 하진 않을….’
“이런 건 처음 보는데. 배 위에서 쓰는 펄션을 들고 다니기는 했습니다.”
“뭐?”
베니오가 생각을 하다 말고 디아토를 쳐다봤다.
“펄션이라고. 보여 주신 것과 비슷하게 생기긴 했는데 조금 더 짧고, 뚱뚱하고, 도끼로도 쓰일 수 있게, 이렇게 생겼습니다.”
슥슥슥.
디아토는 종이 위에 베니오가 준 펜으로 베니오가 그린 그림을 고쳤다. 그러자 베니오가 침을 꿀꺽하고 삼켰다.
‘혈령도. 혈교의 혈도단.’
베니오가 그린 박도는 혈교의 혈도단의 전용 무기였다. 그 박도를 이용해 혈도단은 혈교의 독문도법인 혈령도법을 펼쳤고 피와 살기가 가득한 혈령도법은 무림에 의해 금기로 지정됐다.
‘진짜 혈도단이라고?’
혈도단이면 반드시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혈교가 이 땅에서는 상귀스 왕국으로 위장하고 있는 것이라면, 그 혈교의 위세가 어느 정도인지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교묘하게 다르다.’
혈령도법은 박도로 펼쳐야 하는 도법이다. 하지만 디아토가 그려서 보여 준 펄션은 엄밀히 말해 박도와는 균형이나 여러 점에서 다른 형태의 무기였다.
아카데미 대항전에서 베니오가 상대했던 상귀스 아카데미의 레돈이 펼친 기혈공이 중원 혈교의 무공과는 달랐듯 혈도단의 혈령도법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디아토라고 했나?”
“예, 대공자.”
“기회를 주지.”
“예?”
디아토는 하나면 필승, 둘이면 동수, 셋이면 필패라고 했다. 그러니 디아토의 실력을 확인해야 튀앙 산에 나타난 혈도단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었다.
‘오러가 느껴지진 않는데. 혈도단을 상대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을 보면 무언가 한 수는 있는 놈이다.’
베니오는 디아토를 아래위로 훑었다. 그러고는 그에게 말했다.
“나를 쓰러뜨리면 포션을 주겠다.”
“주군!”
루텐이 화들짝 놀라며 베니오를 불렀다. 하지만 베니오는 손을 들어 올렸다. 말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정말이십니까?”
“왜, 질까 봐 겁이 나나?”
“그럴 리가요.”
후웅!
디아토의 두 눈에서 순식간에 투기가 끓어올랐다. 베니오는 디아토에게서 느껴지는 찌릿한 투지에 히죽 웃었다.
“루텐 경, 검을 두세요.”
“예… 주군.”
주군의 명령이기에 억지로 검을 치운다는 표정으로 루텐이 검을 치웠다. 그러자 디아토가 목에 흐르는 피를 슥 손등으로 닦고는 일어나더니 베니오를 향해 말했다.
“설마 빈손으로 싸우라는 소리는 아니시겠지요?”
“무슨 무기를 쓰지?”
“창을 씁니다.”
창.
제대로 된 무예를 배우지 못한 일반인이 쉽게 구할 수 있는 무기 중의 하나가 바로 창이다. 베니오가 토니에게 창을 가져오라 명령했다.
“예! 도련님!”
토니는 의심 한 점 없는 눈으로 창을 가져와 디아토에게 건넸다. 베니오가 질 것이라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토니가 가져온 창은 날이 서슬 퍼렇게 살아 있었다.
“혹시 기사이십니까?”
디아토가 창을 잡으며 베니오에게 말했다. 베니오는 디아토의 눈길을 받고는 픽하고 웃었다.
“왜, 설마 사정을 봐 가면서 싸우려 하느냐.”
“전 미천한 산적입니다.”
“루텐 경.”
“예, 주군.”
루텐은 아직도 불만이 많아 보였다. 베니오가 산적 나부랭이와 드잡이질을 하려고 한다는 것 때문이었다.
“내가 다치거나, 설령 죽는다고 하더라도 저 자에게 책임은 묻지 마시고 포션과 함께 그냥 보내 주시오.”
“예, 주군.”
“됐나?”
베니오가 그렇게까지 하자 디아토가 고개를 끄덕인 뒤 창을 땅에 강하게 찍었다.
쿵!
찌르르.
창대가 순간적으로 휘었다. 신력이라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디아토의 거력이 느껴졌다. 베니오는 디아토의 투지가 주변을 일그러뜨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화령을 뽑았다.
[주인, 싸우는 거야?]“싸우는 게 아니라 놀이다.”
[놀이? 놀이면 나도 할래!]샐리가 논다는 소리에 튀어나오려고 했다. 하지만 그래서는 곤란하다. 베니오가 하고자 하는 건 디아토의 실력을 보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놀아 주마. 지난번에 보았던 그 아이는 어떠냐?”
[힝, 오늘은 안 돼?]“오늘은 참아 다오. 살리와도 놀게 해 주마.”
[와! 약속이야, 주인!]샐리는 필스 집사의 정령은 살리와도 사이가 좋았다. 둘 다 불의 정령이었고 수호령이라는 것 때문에 동질감이 느껴지는 모양이다.
“됐다. 오거라.”
“그럼 사양하지 않고 가겠습니다. 끄아아압!”
디아토는 베니오에게 많은 것을 묻지 않았다. 그가 필요한 것은 한스를 구할 수 있는 포션뿐이었다. 기회가 왔을 때 디아토는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17살짜리 대공자 따위!’
신체만 보아서는 성인에 준하는 베니오였다. 하지만 귀족들이 원래 잘 먹고 잘 자기 때문에 키가 크고 체격이 좋은 건 당연한 일이다.
검을 쥔 자세를 보니 검을 쥐어 본 것 같지만 디아토는 자신이 질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디아토가 튀앙 산의 산적이 된 이후, 그는 한 번도 져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격에 무력화시키고 포션을 받아 간다!’
쐐액―!
디아토의 창이 허공을 갈랐다. 그게 마치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를 냈기에 루텐이 화들짝 놀라며 검을 쥐었다.
‘아무리 도련님이라고 해도 장병기와의 대결은 처음….’
베니오는 17살이다. 그리고 천재다. 17살에 상급 익스퍼트에 도달한 건 고금을 통틀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을 것이다.
천 년 전 불패의 대륙제일검, 그리고 검공 미하일.
이 둘의 재능만이 베니오와 비슷하다 루텐은 생각했지만 나이가 어리다는 건 그만큼 경험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특히 다양한 병기와 싸워 본 경험이 부족했고 디아토라는 산적의 용력이 범상치 않다는 것이 루텐으로 하여금 검을 쥐게 만들었다.
꽝!
그 순간 거대한 폭음이 터져 나왔다. 흡사 고서클 마법이 터진 것 같은 폭음에 루텐의 검이 반쯤 검집에서 뽑혀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