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158)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158화(158/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158)
방문 (3)
디아토가 베니오의 수하가 되면서 레드킹 산채에 있던 산적과 그 가족들이 핑귀스 마을로 이주했다.
볼리토 선생은 그들의 수를 빠르게 파악한 뒤, 핑귀스 마을의 울타리 한쪽을 튼 뒤 돈을 주고 주민을 고용하여 확장 공사를 감행했다.
“주군.”
“선생, 오셨습니까.”
베니오가 땀을 훔치며 볼리토 선생을 맞이했다. 필스 집사가 그의 수호령인 살리를 해제하자 연무장에 가득하던 열기가 훅하고 꺼졌다.
“정령술에 진척이 있으십니까?”
“어렵네요. 정령술.”
“아닙니다, 도련님. 빠르게 실력이 늘고 계십니다.”
베니오는 천재다. 그는 무공이란 분야에서는 천고의 기재라는 소리를 들은 몸이다. 마법과 성력은 검을 보조하는 방식으로 베니오의 재능이 발현될 수 있도록 잘 녹여 냈지만 정령술은 아니었다.
‘마치 또 다른 손이 하나 생긴 느낌이다.’
샐리는 베니오의 영혼에 각인된 수호령이다. 그렇기 때문에 베니오는 마치 손이 세 개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필스 집사는 베니오가 정령을 사용하는 방식이 대단히 특이하다고 했다.
“제가 500년을 살아왔지만, 그 어떤 엘프도 정령을 도련님처럼 쓰는 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요? 하지만 이 방식으로 하면 검과 정령을 동시에….”
“도련님만 하실 수 있는 방법 같습니다.”
검과 정령을 동시에 사용하는 엘프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건 검 따로, 정령술 따로다. 하지만 베니오는 아예 무공을 정령으로 펼치기 위해 샐리를 움직였다.
융합마법과 성력의 투술을 무공에 녹여 내고, 제3의 손처럼 느껴지는 샐리로 다른 무공을 동시에 펼친다?
만약 가능만 하다면 머릿속에 중원의 모든 무공이 들어 있는 베니오의 전력은 최소 두 배 이상 강해질 것이다.
“어때, 샐리?”
[재밌어, 히히. 막 주먹이랑 다리를 이렇게 팍!]샐리가 까르르하고 웃으며 자그마한 팔과 다리를 내질렀다. 지금이야 저런 모습이지만 본래 정령의 형태는 고정된 것이 없어 베니오가 바란다면 샐리는 손의 모양으로 바꿀 수 있었다.
그것으로 무공을 펼친다.
‘장법 위주로 가르치고는 있는데.’
베니오의 모든 마법, 성력, 정령술은 베니오의 구양신공을 소모한다. 그 네 가지를 한꺼번에 펼치면 상급, 그러니까 절정에 도달한 베니오의 공력도 순식간에 바닥을 드러낸다.
정령으로 무공을 펼치지 않고, 샐리를 손 모양으로 바꾸는 것만 해도 그 수준이었다. 그런데 그 상황에 장법까지 펼친다?
‘최상급 아니, 마스터는 되어야 자유롭게 펼칠 수 있겠는데.’
영약을 몇 개 더 구해서 먹을 수 있다면 모를까 지금의 공력도 부족했다. 그러니 네 가지를 한꺼번에 쓰는 건 무리고 두 개, 최대 세 개까지는 섞어서 실전에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주군께서 강해지시는 것이 곧 영지의 홍복이니, 감축드립니다.”
“아직 실전에 쓸 정도는 아닙니다. 헌데 이른 아침부터 웬일이십니까?”
앰블란은 일백의 병사를 훈련시켰고 루텐은 산적들로 꾸린 새로운 부대, 레인저 부대를 교육시켰다.
디아토가 데려온 산적 중 오십이었다. 그들로 레인저 부대를 창설한 것은 자유롭게 살아온 산적들을 강제로 규율이 엄격한 정규군으로 만드느니 베니오의 사병처럼 키우기 위함이었다.
디아토를 자신의 아그닐로 쓰겠다고 하였으니 레인저 부대에는 자유가 필요했다.
그리고 루텐이 시험해 본 결과 디아토의 교육으로 인해 기초와 체력은 탄탄했고 특히 산적인 만큼 산악전에 있어 능숙한 모습을 보인다고 했다.
그들에게도 베니오는 봉급을 약속했고 가족들이 정착했기 때문에 레인저 부대의 산적들은 매일 같이 구슬땀을 흘리며 훈련에 매진했다.
“새로이 합류한 튀앙 산 출신의 150명의 거주지 공사가 끝났습니다.”
“벌써요.”
“예.”
디아토가 합류한 지 벌써 열흘이나 지났다. 볼리토 선생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이로써 핑귀스 마을의 인구가 700에 도달했습니다.”
“블랙킹 산채 출신은 어떻게 됐습니까?”
“튀앙 산에 산채에 머무르게 하고 있습니다. 일백의 병사와 오십의 레인저가 돌아가며 교대로 감시하니 문제없을 겁니다.”
블랙킹 산적도 서른 정도가 포로로 잡혔다. 카르니를 따라갔다가 그곳에서 무기를 내려놓고 항복한 산적이었다.
“포로를 이용해 개간 사업을 펼칠 생각입니다. 여기 계획안입니다.”
“그게 가능할까요?”
“예.”
제국에서 포로를 노역에 이용하거나 노예로 만드는 것은 국법으로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었다. 하지만 볼리토 선생은 자신만만했다.
“나중에 문제가 되거든 핑귀스 마을의 상황을 들먹이면 될 것입니다.”
“상황?”
“예, 현재 핑귀스 마을의 전투 병력은 150. 전체 인구가 700인 것에 비하면 비정상적인 비율이나 그렇다고 하여 그 병력을 바깥으로 돌릴 정도는 되지 않습니다.”
“그렇지요.”
앰블란 아래서 일백의 병사는 매일 같이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혹독한 훈련을 받았다. 그러나 고작 한 달 남짓한 훈련으로 죄수 출신의 병사가 정예병이 될 리 없다.
“그러니 30명의 죄수를 호송할 능력이 없다 호소하시면 됩니다.”
“그럼 그동안.”
“예, 아주 유용한 노동력으로 부려 먹으면 될 것 같습니다.”
“좋군요.”
베니오가 환하게 웃었다. 카르니의 꼬임에 넘어가 튀앙 산에서 온갖 악행을 자행한 블랙킹 산적이다. 그들을 노역에 이용하는 것만큼 합당한 죗값은 없었다.
“튀앙 산의 도로 공사에 죄수들을 동원할 예정입니다.”
“도로요.”
“예, 조금 더 큰 규모의 상단을 유입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도로로는 불가능합니다.”
피어스 남작령의 보부상단이 핑귀스 마을에 찾아오는 유일한 상단이었다. 핑귀스 마을이 작기도 하지만 도로가 영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이 걷는 길이라면 모를까 마차의 바퀴가 구르기에는 여러모로 문제가 많았다.
“이왕에 할 거, 전체적으로 도로 공사를 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좋은 생각입니다, 주군.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사람인가요?”
“예.”
핑귀스 마을은 향후 북부 무역의 거점이 될 것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어쨌거나 저쨌거나 전체적인 도로 공사가 필요했다.
핑귀스 마을의 동서남북, 이어진 모든 도로가 상단이 찾아오기에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이 문제다.
“핑귀스 마을의 주민 중 어린아이 50명을 제외한 9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군께서도 아시다시피.”
“추수철이죠?”
“예.”
오곡백과가 익어 가는 가을이다. 이곳에도 오곡백과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농부에게는 1년의 수확을 얻는 중요한 시기라는 점이다.
그래서 사람이 부족했다.
“음….”
“한 가지 방법은 있습니다만.”
“그게 뭡니까?”
볼리토 선생에게는 언제나 답이 있었다. 베니오가 기대감을 품고 그를 쳐다보자 그가 입을 열었다.
“피어스 남작령이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영지이니, 그곳에 가서 인부를 구해 오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피어스 남작령이요?”
튀앙 산을 넘으면 나오는 영지. 핑귀스 마을에서 걸어서 하루가 걸리는 거리에 있었다. 베니오는 그곳에 가라는 볼리토 선생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가신 김에 벨로 보부상단 문제도 해결해 주시지요.”
“아.”
벨로 보부상단.
당장 필요한 생필품을 구할 수 있는 벨로 보부상단이 핑귀스 마을에 발길을 끊은 지 몇 달이 되어 간다. 그 때문에 영지 내에서는 떨어진 생필품으로 인해 곤란해하는 주민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튀앙 산의 산적이 토벌되었지만, 그 소식은 피어스 남작령까지 전해지지 않았다.
“보부상들은 어디에 머무르고 있습니까?”
“막사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그 사람들을 데려다줄 겸, 피어스 남작도 만나 보고 와야겠군요.”
베니오는 핑귀스 마을의 신임 촌장이다. 겨우 촌장이지만 베니오는 케플러 공작가의 대공자다. 이웃 영지인 피어스 남작과 한번 면을 틀 필요는 있었다.
거기에 블랙킹 산채에 인질로 잡혀 있던 보부상을 구해 주었는데, 몸이 많이 상해 핑귀스 마을에서 치료 중이었다.
그들을 피어스 남작령에 데려다줄 필요가 있었다.
“용병들도 함께 간다면 용병 길드와 보부상단에 핑귀스 마을과 튀앙 산에 대한 소문이 퍼지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다시 보부상단이 오고, 간 김에 인부도 구할 수 있겠군요.”
“피어스 남작에게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주군과 인연을 맺는다는 것 말입니다.”
영지를 가진 계승 귀족이지만 남작과 공작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아직 공작 위를 받지 않았지만 케플러 공작가의 대공자라는 신분은 최소한 자작, 많이 봐주면 백작과 동급이라 봐도 무방했다.
그러니 피어스 남작은 베니오와 어떻게든 만나고 싶어 하고 있을 것이다.
“앰블란 경과 디아토, 그리고 병사 스물을 데려가겠습니다. 부족한 건 용병들로 채우죠.”
블랙킹 산채에 붙잡혀 있던 건 보부상만이 아니었다. 튀앙 산을 넘던 용병도 붙잡혀 있었다. 그들도 몸이 많이 상해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함께 떠나는 것을 원할 것이다.
볼리토가 고개를 숙였다.
“예, 주군.”
* * *
요새 큐엔은 기분이 무척 좋았다. 얼굴이 늘 어둡고 밤마다 큐엔 몰래 눈물을 흘리던 엄마가 방긋거리며 매일 같이 웃었기 때문이다.
“히힛.”
큐엔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산 작은 빵을 들고 도도도 달렸다. 이 빵이 식기 전에 엄마한테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무와 진흙을 섞어 만든 집에 도착한 큐엔이 삐걱거리는 문을 밀고 들어갔다. 그러자 꼭 붙어 있던 남녀가 화들짝 놀라며 떨어졌다.
“컴, 큼큼.”
“큐, 큐엔이 왔니?”
“응 엄마!”
큐엔은 어색해하는 엄마를 보고는 히죽 웃었다. 남녀의 사랑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엄마와 부둥켜안고 있던 남자 때문에 엄마가 요새 표정이 밝다는 것을 큐엔은 잘 알고 있었다.
“기르문 아저씨, 엄마랑 이것 나눠 드세요.”
“응? 빵이구나?”
“네, 샀어요.”
“용돈으로 큐엔이 먹고 싶은 걸 사지 그랬니.”
큐엔이 코를 손등으로 슥 닦고는 헤헤 웃었다.
“엄마는 내가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고 했어요. 그리고 저도 그래요.”
“그래? 착하구나.”
기르문이 큐엔의 머리를 슥슥 문질렀다. 블랙킹 산적에게 붙잡혔을 때만 해도 그대로 죽는 줄 알았다. 그곳의 두목인 카르니가 포로로 잡힌 상인과 용병을 하나씩 산 채로 먹어 치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이 마을의 신임 촌장이자 공작가의 대공자인 베니오 덕분이었다.
그 덕분에 기르문은 핑귀스 마을에서 정신을 차린 바로 그다음 날, 큐엔의 엄마를 찾았다. 그리고 고백했다.
자신이 큐엔의 새로운 아버지가 되어 주겠노라고.
시끌시끌.
그런데 그때 집 밖이 시끄러워졌다. 큐엔의 작은 귀가 쫑긋하는 것이 기르문의 눈에 들어왔다. 작은 아이가 궁금해하는 표정 그대로 달려 나가자 기르문은 작게 쿡쿡 웃었다.
“개구쟁이예요.”
“페니, 원래 애는 저렇게 커야 하는 법이오.”
그때 문이 열리더니 큐엔이 까르르 웃으며 불똥 하나와 뛰어 들어왔다. 기르문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날아다니는 불똥이라니. 자신이 지금 제정신인가?
벌떡!
“페니?”
그런데 페니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페니는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마치 문밖에 누가 있는지 알고 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초, 초, 초….”
“초? 페니, 왜 그러시오?”
기르문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문에서 인기척이 들리더니 누군가 쑤욱 들어왔다. 기르문은 그 순간 작은 움막 안의 공기가 바뀌었음을 직감했다.
귀족.
기르문이 그 자리에 굳었다. 핑귀스 마을에 귀족이라면 딱 한 명밖에 없었다. 핑귀스 마을의 새로운 촌장, 무려 케플러 공작가의 대공자.
꺄하하하!
큐엔과 샐리가 서로 장난치며 웃는 소리가 낭랑하게 울려 퍼졌다. 움막 안의 공기를 바꾼 베니오는 자신을 보고 그대로 굳은 기르문을 보고는 말했다.
“자네가 기르문인가? 벨로 보부상단과 함께 튀앙 산을 넘다가 포로로 잡힌 용병?”
베니오는 자신을 찾아왔다. 기르문의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베니오는 그런 기르문의 눈을 보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니, 묻는 것뿐인데 다들 왜 그러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군.”
베니오, 그는 평민들의 심장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인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