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166)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166화(166/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166)
볼리토 습격 사건 (1)
외부의 일을 처리한 베니오는 남작성으로 돌아왔다. 피어스 남작령 내부에는 여관이 몇 개 있었지만 베니오를 그곳에 묶게 할 수 없다며 프랑소아의 엄명을 받았다는 베티가 반 어거지로 베니오를 남작성으로 다시 안내했기 때문이다.
“음? 저 말은?”
베니오는 남작성 마부가 마구간에 낯익은 말 한 마리를 데려가는 것을 보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베니오 앞에서 창피를 당한 무토의 말을 마부가 끌고 있었다. 아마 프랑소아를 보기 위해 다시 남작성으로 향한 모양이었다.
“대단한 의지군.”
자신 같으면 이미 창피를 당했기 때문에 다시 남작성 안에 들고 싶지 않을 텐데. 그럼에도 온 것을 보면 프랑소아에게 푹 빠졌거나 뻔뻔하다고 해도 무방해 보였다.
“귀빈실입니다. 아가씨의 엄명이니 부디 부담스러워하지 말고 푹 쉬시면 됩니다.”
남작성으로 돌아온 뒤 어디론가 사라졌던 베티가 다시 짠하고 나타나 베니오를 비롯한 앰블란, 디아토와 병사들에게 방을 하나씩 배정해 주었다.
“흠, 고맙다고 전해 주시게.”
“예, 나리.”
남작성의 귀빈실은 엄밀히 말하면 카사케플러의 베니오의 저택보다도 낙후되어 있었다. 부랴부랴 청소한 흔적이 보였고 집기가 낡아 있었지만 그래도 신경을 쓴 흔적이 여기저기서 보였다.
“참, 베티.”
“예, 나리.”
“혹시 성의 연무장을 써도 되겠나?”
기사로서 수련은 곧 의무다. 연무장이 없는 핑귀스 마을의 이층집에서도 수련은 매일 아침 빼놓지 않고 했다. 그러자 베티가 멈칫했다.
“그, 연무장의 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
“짐작은 하고 있네.”
기사 갑옷을 입은 이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진짜 기사가 아니다. 베니오가 그걸 알고 있자 베티는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 원래는 그러지 않았어요. 몇몇 기사분들이 남아 계셨지만 영주님이 돌아오시지 않자 떠나셨거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네, 베티.”
기사인 척 위장을 시켜 놓았다는 건 어떤 기사의 눈에는 기만이자 모욕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베티는 그걸 걱정한 모양이다. 하지만 베니오는 그저 미소를 지었다.
“본래 기사란 외형만 그럴듯하게 해 놓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란 것을 잘 아네. 남작성의 사정이 기구해 그런 것을 탓할 생각도 없네.”
“그렇다면, 사람을 시켜 연무장을 정비하겠습니다, 나리.”
“아니. 그럴 필요 없네.”
베니오가 씩 웃었다.
“체력을 다지고 무기술의 기초를 익히는 데는 그만한 환경이 없기도 하지. 내 병사들을 시키겠네.”
베니오를 따라온 병사 스물. 열심히 기초체력을 다지고 있는 그들에게 연무장을 정리하는 건 아주 좋은 체력 단련이 될 것이다.
‘슬슬 기초를 가르칠 때도 됐고.’
주야장천 굴리면서 체력만 늘렸던 터라 체력은 몰라보게 나아졌다. 그러니 이제 그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가 됐다.
“벼, 병사를요?”
“그렇네. 앰블란 경.”
“예, 주군.”
앰블란이 밖으로 나갔다. 병사들을 집합시키기 위해서다. 그리고 베니오 역시 베티를 보며 말했다.
“안내해 주시게.”
“바로 가시게요?”
“저녁은 수련을 마친 다음에 먹도록 하지. 좀 움직여야겠어.”
베니오가 그러겠다는데 베티가 뭐라고 할 권리는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 * *
“그래서 말입니다, 영애. 제가 레길론 백작령에 최근 다녀왔는데….”
‘지루해.’
“그곳에서 율리우스 님을….”
‘따분해.’
프랑소아는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무토의 말을 한마디도 귀담아듣지 않았다. 무토의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러나갔다.
사실 영지 문제 때문에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하지만 무토는 아무런 기별도 없이 찾아와 벌써 두 시간 째 자신이 할 말만 떠들고 있었다.
말의 태반이 제 자랑뿐이었다.
‘대공자님이랑은 정말 달라.’
프랑소아는 무토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베니오와 비교했다. 무토는 어떻게든 자신이 잘났다는 것을 보이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베니오는 말로 자신이 대단하다는 것을 굳이 하지 않아도 느껴졌다.
‘말로만 걱정되었다면서 떠드는 것과 처음 보는 레이디를 위해 나선 분과는 다를 수밖에 없지.’
말로 떠드는 귀족가 샌님과 행동으로 자신을 증명한 대공자는 다를 수밖에 없다. 베니오를 봤기 때문인지 무토는 어린아이처럼 보이기만 했다.
‘무토보다 분명 나이도 어리실 텐데. 어찌 그리 의젓하실까.’
차라리 이 앞에 베니오가 있었더라면 이렇게 지루하고 따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다 프랑소아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무슨 생각이야.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고 있어.’
프랑소아의 얼굴이 뜨끈해졌다. 자신의 모습에 창피해진 것이다. 무토가 프랑소아를 보고는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영애, 얼굴이 붉습니다. 어디 아프신 것이 아닙니까?”
“괜찮아요. 바깥바람을 맞았더니 이런 모양이에요.”
“아닙니다. 제가 소이조 경을 시켜 약을 구해 오도록….”
“정말 괜찮습니다.”
프랑소아는 무토를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비교가 심하게 되는 이를 본 탓에 무토를 마주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이 남자가 내 정혼자.’
프랑소아는 무토와 자신 간의 혼담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피어스 남작가를 위해 브라운 남작가의 무토를 홀대할 수는 없었다.
‘영지민들이 아버님 때문에 고통받는 것보다는 차라리 브라운 남작의 통치를 받는 것이 나을지도.’
영주가 통 영지에 관심이 없으니 일어나는 일이다. 영지민들 사이에서는 자신들이 성벽 안에 사는 화전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영지를 위해서야, 프랑소아.’
프랑소아는 꾹 참았다. 이 모든 것이 영지와 일만 영지민을 위한 것이라고 스스로를 납득시켜야만 했다.
‘나는 남작이 될 수 없으니까.’
여남작.
영주가 여자가 되지 말란 법은 제국법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껏 그런 일이 일어난 적은 딱 한 번밖에 없었다.
베룸가의 시조이자 제국 삼대 공작가의 시조인 캐롤 베룸.
그녀가 제국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 여공작이었다. 그러나 그건 진리의 대마법사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난, 그저 평범한 귀족가의 여식일 뿐.’
그때, 창밖에서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고 그 소리에 프랑소아가 우울에서 깨어났다.
차자자장!
창!
으아아악!
무언가 요란하게 부딪치고, 악에 받친 기합 소리가 닫힌 창 사이로 스멀스멀 새어 들어왔다. 그러자 무토가 인상을 찌푸렸다.
“남작성 안에서 이게 무슨 소란이랍니까? 영애, 제가 나가서 혼쭐을 내고 오겠습니다.”
“예?”
“앞으로 이 영주성 역시 우리가 살아가야 할 곳이 되지 아니하겠습니까. 헌데 저런 소란이라니. 아무리 남작께서 부재중이라고 하셔도 그렇지. 이는 남작성 내의 기강이 해이하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공자님.”
무토는 마치 자신이 이미 남작의 사위가 된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혼담이 오고 가는 사이일 뿐, 혼약이 정해진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프랑소아가 말릴 새도 없이 무토는 소이조를 불러 바깥으로 나가 버렸다. 프랑소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을 열고는 소리가 들려온 곳을 쳐다봤다.
그리고 그곳에 그가 있었다.
“아.”
기사 두 명과 병사 스물의 합공을 받아 내면서 여유롭게 받아치고 있는 베니오. 프랑소아보다 고작 한 살 많지만 한참 어른 같은 베니오의 모습이 프랑소아의 눈에 날아와 박혔다.
조금 전까지 무토를 보고 있었기 때문일까.
프랑소아는 베니오를 보는 순간 자신의 심장이 철렁하고 내려앉는 듯한 낙하감을 느꼈다. 그 아찔함에 하마터면 주저앉을 뻔했지만 프랑소아는 홀린 듯 베니오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이글거리는 아지랑이를 온몸이 두른 것 같은 베니오 주변으로 사물이 일그러져 보였다. 아니, 어쩌면 그건 아지랑이 때문이 아니라 프랑소아 그녀의 눈에 베니오만 보이고 주변의 사물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두근두근.
그 순간 프랑소아는 깨달았다.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듯 나타난 공작가의 대공자에게 자신이 빠져 버렸음을. 그녀의 심장이 베니오를 향해 뛰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어떻게 해.”
프랑소아의 얼굴이 잘 익은 사과처럼 빨갛게 물들었다.
* * *
“굴러라 굴러. 으하하핫!”
우아악!
대, 대공자님!
앗 뜨거!
저 멀리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남작가 영애 하나가 풋사랑에 빠졌다는 것도 모른 채 베니오는 병사들을 굴리는 데 여념이 없었다.
프랑소아가 베니오를 보고 주변이 일렁이는 것 같다고 느낀 것? 베니오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와 그로 인한 아지랑이 때문이었다.
“샐리, 아주 좋아.”
[나 잘했어, 주인?]“그래. 최고다, 샐리.”
[이히힛!]병사들을 훈련시키는 데 굳이 닿으면 불타오를 것 같은 불길을 휘감을 필요는 없었다. 베니오는 정령에 익숙해지기 위해 샐리만 이용해 병사들을 상대했는데 병사들은 베니오 주변으로 다가오는 것조차도 힘들어했다.
열기.
불의 정령이자 수호령인 샐리와 구양신공의 시너지는 최상이어서 그냥 열기를 터뜨리는 것만으로도 열풍이 불며 병사들로 하여금 화다닥 도망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주르륵.
“앰블란 경, 덥습니까?”
“뜨겁습니다, 주군.”
“디아토!”
“히아압!”
그나마 앰블란과 디아토만 버틸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앰블란과 디아토의 얼굴이 땀범벅이었다. 그만큼 열풍이 뜨겁기 때문이었다.
‘열기는 보이지 않으니까. 어쩌면 이게 더 효과적일 수도?’
베니오가 디아토의 창을 받아넘기며 히죽 웃었다. 그리고 열풍의 효과로 연무장에 가득 자란 이름 모를 풀과 잡초들이 노랗게 변하며 축축 늘어졌다.
그리고 그 위를 베니오가 병사들을 몰아서 밟고 지나가게 만들자 연무장이 원래의 모습을 조금씩 찾아가기 시작했다.
연무장 정비를 병사들이 책임질 것이라고 한 베니오의 말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우르르, 우르르.
으악! 대공자님!
앗 뜨거워!
베니오는 오러 한 방울 없이 스물의 병사를 이리저리 몰았다. 디아토와 앰블란이 날카로운 일격을 날렸지만 상급 오러 익스퍼트가 된 베니오에게는 닿지 않았다.
“후우, 후우. 졌습니다!”
“저도 졌습니다, 주군.”
결국 앰블란과 디아토가 마지막으로 항복했다. 둘 다 땀을 흠뻑 쏟아서 마치 비를 쫄딱 맞은 것 같은 몰골이었다.
베니오도 그 모습에는 살짝 미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아마 사막에서 싸워도 이것보다는 나았을 겁니다.”
“갑옷이 소용이 없군요.”
치이익!
앰블란이 달아오른 갑옷을 벗으며 손을 털었다. 샐리와 구양신공을 살짝 합쳤을 뿐인데 베니오 주변이 대낮의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사막이 된 셈이다.
“더 강해지셨습니다, 주군.”
필스 집사의 속성 강의가 도움이 많이 되었다. 불, 물, 바람, 흙의 사원소를 그냥 눈에 보이는 것으로만 사용하지 말라는 필스 집사의 조언이 제대로 빛을 본 셈이다.
앰블란이 감탄했다. 물론 애당초 초급과 상급의 격차가 있는 만큼 베니오를 이길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혼자 있는 것도 아니고, 오러도 없으면서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디아토에 병사가 스물이나 있었는데도 일방적으로 패배할 줄은 미처 예상치 못한 것이다.
“제법 쓸 만한가?”
“웬만한 기사가 아니고서야 주군 곁에 다가가는 것조차도 버겁겠습니다.”
이 열기는 최소한 중급 정도는 되어야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베니오가 샐리를 돌려보낸 뒤 구양신공을 성력으로 치환하자 베니오의 머리 위로 두 개의 헤일로가 떠올랐다.
“힐.”
파아앗―!
성력도 계속해서 써야 늘어나는 법이다. 베니오가 힐을 펼치자 스물의 병사의 얼굴에 혈색이 돌아왔다. 베니오가 그들에게 말했다.
“디아토, 병사들에게 창술의 기본을 가르치도록.”
“창술 말씀이십니까?”
“그래.”
디아토는 창술의 달인이다. 체계적인 학습을 받지 않은 디아토가 그 정도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은 디아토 자체의 재능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네게는 내가 직접 창술을 알려 주마.”
“주군께서 말씀이십니까?”
“왜, 못 믿겠느냐?”
베니오가 피식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창을 달라는 뜻이다. 디아토가 반신반의하는 얼굴로 베니오에게 창을 내밀었다.
척.
창을 건네받은 베니오가 호기심 어린 이들의 시선을 받으며 자세를 취했다.
‘창술 하면 상산조가와 사천장가가 무림일절이었지.’
베니오는 디아토에게 가르칠 창술을 미리 정해 놓았다. 베니오가 강하게 창대를 움켜쥔 순간 창극이 흐릿해졌다.
“잘 봐라, 디아토. 이것이 바로 네가 배울 장가창법이니라.”
쐐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