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177)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177화(177/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177)
달라진 위상 (2)
디아토가 감지한 것을 베니오가 감지하지 못했을까?
당연히 아니었다.
베니오는 디아토보다 먼저 암기가 날아오고 있다는 것을 느꼈지만 일부러 나서지 않았다.
베니오는 귀족이고, 디아토는 베니오를 수행할 기사이기에 디아토를 믿은 것이다.
주군이 수하보다 유능하다고 해서 수하가 할 일까지 모두 해 버리게 된다면 수하는 자연스레 자신이 쓸모없다고 생각하여 자신을 망쳐 버리는 일이 왕왕 발생하기 때문이다.
“주군.”
“연유를 알아보도록.”
“예.”
디아토가 한 자루의 창을 들고는 날 듯이 암기가 날아오는 곳을 향해 달려 나갔다. 그런 디아토를 향해 암기가 발사됐지만 갑작스럽게 날아온 것도 감지한 마당에 뻔히 보이는 암기에 맞을 리가 없는 디아토다.
팅팅팅!
한 자루의 창으로 암기를 튕겨 내는 디아토의 창술은 거의 신기에 가까웠다. 장가창법의 기초를 뗀 디아토의 창이 순간 먹이를 낚아채는 뱀이 된 것처럼 낭창하게 휘며 암기를 쳐 냈다.
으아악!
뭐, 뭐냐!
웬 놈이냐!
우당탕탕!
디아토의 창이 매섭게 허공을 갈랐다. 그에 상대가 소리를 질렀지만 베니오는 한 귀로 듣고 흘렸다. 그러고는 눈앞에 쓰러진 채 신음을 내뱉고 있는 이를 유심히 쳐다봤다.
“으으으….”
허리춤에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칼에 베인 흔적이다. 베니오는 남루한 이의 행색에 저들에게 쫓기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카사케플러의 뒷골목에 들어오자마자 만난 도망자라.”
베니오는 피식 웃었다. 루텐이 뒤에서 숨을 죽였다. 그로서는 베니오를 볼 면목이 없을 것이다. 이쪽 뒷골목으로 베니오를 안내한 것이 바로 루텐이었기 때문이다.
“경. 원래 이런 곳입니까?”
“아, 아닙니다, 주군.”
“아니라고 하기에는 기가 막힌 우연이군요.”
루텐이 식은땀을 흘렸다. 하필이면 베니오와 함께 있을 때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자신이 주군을 위험한 곳으로 이끌었다는 것 때문에 루텐의 안색이 시커멓게 변했다.
“주군, 용서를….”
“용서하고 자시고 할 문제는 아닙니다. 카사케플러의 치안 문제이지, 경의 문제가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루텐의 안색은 풀 죽었다. 기사 된 자로서 주군을 위험하게 처했다는 건 기사도를 어긴 것이 되기 때문이다.
베니오는 자책하는 루텐을 보며 빙긋 웃었다.
“일으켜 주세요.”
“예, 주군.”
루텐이 쓰러진 이를 일으켜 세웠다. 베니오는 도망자가 생각보다 작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껏해야 160대 정도의 키에 불과했던 것이다.
“생각보다 작군요.”
“오랫동안 먹지 못한 것 같습니다.”
“흐음.”
베니오는 앙상한 도망자의 팔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얼굴에 복면을 쓰고 있어 어떻게 생긴 것인지 외모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정신을 잃은 줄 알았던 도망자가 번개처럼 허리춤의 단검을 꺼내 루텐을 향해 휘둘렀다.
콰악!
“아악!”
하지만 그보다 루텐이 더 빨랐다. 기사는 인간병기다. 하루 24시간 중 최소 6시간 이상을 인간을 죽이는 법을 갈고 닦는 병기다.
그렇기 때문에 루텐은 검을 보고 피한 것이 아니라 붙잡힌 이의 근육이 움직이는 것을 느끼고 절로 반응했다. 루텐이 단검을 휘두른 손을 붙잡아 팔 전체를 꺾자 비명이 터져 나왔다.
“손버릇이 별로 좋지 못하군요.”
탁!
베니오는 도망자의 손에 들린 단검을 낚아챘다. 그런데 단검이 꽤나 고급스러웠다. 손잡이는 섬세하게 조각한 듯 여성의 몸으로 되어 있었고 에메랄드가 박힌 곳에서 마력이 흘렀다.
“호오. 아티팩트?”
“예? 그것이 말입니까?”
베니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에메랄드에 내장된 마력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 내장된 마법을 사용한 모양이다.
하지만 뒷골목 도망자 따위가 들고 다닐 만한 단검은 아니었다. 베니오는 흥미를 느끼며 복면 위로 드러난 눈을 통해 자신을 쳐다보는 도망자와 시선을 마주쳤다.
“반항심이 짙구나.”
“이 몰골이 되어서도 반격을 한 것을 보니 보통 독심이 아닌 듯합니다.”
“뒷골목의 한낱 부랑자는 아닌 것 같은데….”
베니오가 도망자의 행색을 아래위로 훑었다.
“제법 좋은 가죽으로 만든 부츠구나. 헤지기는 했어도 망토 역시 마찬가지고.”
“음? 그러고 보니 그렇습니다.”
루텐은 자신의 보급품보다 좋은 것 같다면서 눈에 호기심을 띠었다. 조금 전 자신에게 단검을 휘둘렀을 때까지만 해도 살기를 내뿜더니 루텐은 생각보다 꽤 단순했다.
“놔라!”
베니오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러고는 베니오가 도망자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대었다.
“너.”
베니오가 히죽 웃었다.
“계집이구나?”
그 순간 복면을 쓴 위로 보이는 눈이 찢어질 것처럼 커졌다. 베니오의 말이 정곡을 찔렀다는 뜻이다.
“루텐 경. 기절시키세요.”
“예, 주군!”
“안….”
퍽!
도망자가 눈을 까뒤집고 혼절했다.
* * *
“베니건즈의 수하들?”
“예. 베니건즈의 명령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디아토가 품에서 피가 몇 방울 떨어진 종이를 꺼내 들었다. 알고 보니 베니오에게 암기를 던진 건 베니건즈의 수하들이었다. 즉, 청부업자 밑에서 일하는 히트맨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우리에게 암기를 날렸지?”
“목격자까지 전부 처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합니다.”
“무소불위의 권력이군.”
베니오가 못마땅하다는 듯 혀를 쯧하고 찼다. 이곳은 카사케플러다. 케플러가 주인인 곳에서 갈턴의 수하인 베니건즈가 제 안방처럼 지내고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갈턴 자작령에서 이곳까지 추격해 왔다고?”
“예.”
디아토의 뛰어난 무위에 히트맨 다섯은 채 1분도 되지 않아 모두 제압당했다. 그중 넷이 죽고 하나가 살았다. 동료 넷이 죽는 것을 본 한 놈은 묻지 않은 것까지 술술 불었다.
“남은 한 놈은?”
“버려뒀습니다.”
“원한이 많으니 거기서 살아 나오진 못하겠군.”“예, 주군.”
산적으로 얼마 전까지 활동했던 디아토는 이들이 생리를 잘 알았다. 베니오가 고개를 끄덕인 뒤 혼절한 도망자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깅예르. 갈턴 자작의 오른팔이라 불린 정보업자가 여자였을 줄은 몰랐군.”
“놀라운 사실입니다. 암흑가는 여인이 살아남기 힘든 곳인데.”
정보업자 깅예르는 여자였다. 베니오는 침대 위에 정신을 잃은 채 누운 깅예르를 보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급히 근처 여관을 구해 들어왔는데 뒷골목에 있는 여관이기 때문에 위생적으로도 그리 좋지 않았고 방도 넓지 않았다.
“이걸 어쩐다.”
베니오는 빙글거리며 깅예르를 쳐다봤다. 솔직한 마음으로 그냥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온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갈턴 자작이 깅예르를 내칠 수밖에 없도록 베니건즈를 속였다곤 하지만 이렇게 약발이 잘 들어먹을 줄이야.
“갈턴 자작의 추적으로부터 무려 석 달이나 버텼다는 걸 보면 능력은 확실한 것 같은데.”
“혹여 쓰실 생각이십니까?”
루텐이 우려스럽다는 표정으로 베니오에게 물었다. 베니오가 루텐을 슬쩍 보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글쎄, 고민 중입니다. 앞으로 큰일을 하기 위해서는 정보가 중요해요. 볼리토 선생께서도 정보가 없이는 하실 수 있는 일이 없으시니.”
“아메노란 자는 어떻습니까?”
아메노는 깅예르 밑에 있던 부하 출신이다. 베니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눈치가 빠르고 부려 먹기에는 문제가 없으나 일을 맡길 재목은 되지 않습니다.”
“아.”
아메노는 시키는 일은 잘하나 홀로 어떤 일 하나를 책임질 수는 없다. 그것이 정보 같은 중요한 것이라면 확실히 능력이 있는 자여야만 한다.
“독심이 보통이 아닌 것 같던데, 쉽겠습니까?”
깅예르가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베니오가 수를 썼다는 것을 알아냈을 것이다. 그러나 갈턴 자작에게 그 항변이 먹히지 않아 쫓기는 신세가 됐을 것이다.
그렇다면 베니오도 적으로 여길 요지가 컸다.
“다 방법이 있지요.”
베니오가 씩 웃었다. 그때 디아토가 아래에서 올라왔다.
“주군, 아래층에서 식사를 준비해 놨다고 합니다.”
“그래? 내려가자.”
“주군, 공작성에 들어가서 드시지 않고요.”
베니오는 괜찮다면서 루텐과 함께 방을 나갔다. 그 순간 눈을 감고 있던 깅예르가 눈을 번쩍 떴다.
“크윽.”
깅예르가 옆구리를 움켜쥐고는 힘겹게 침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버석거리는 싸구려 천이 거슬리는 소리를 냈지만 깅예르는 이를 으득 깨물었다.
“베니오 케플러.”
깅예르는 한눈에 베니오를 알아보았다. 정보업자인 깅예르가 공작가의 주요 인물을 알아보지 못할 리 없다.
“아메노가 배신했다는 말이 사실이구나.”
그리고 깅예르는 베니오가 수하와 나눈 몇 마디의 대화 속에서 그녀가 반신반의하던 사실을 확신했다. 그녀가 이를 뿌득 갈았다.
“갈턴 자작이고 베니오 케플러고. 이용만 당했다는 건가.”
깅예르는 갈턴 자작과 베니오가 충돌하면서 생긴 여파로 체스판의 말처럼 이용만 당했다. 그렇기 때문에 베니오가 있던 곳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길은 매섭기 그지없었다.
“나를 쓰려 한다? 흥. 누구 마음대로.”
깅예르는 죽어도 베니오를 위해 일할 생각이 없었다. 베니건즈의 히트맨들에게서 자신을 구해 준 것은 고마우나, 애초에 깅예르를 이리 만든 것이 베니오다.
달칵.
깅예르는 여관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밖에서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깅예르는 은밀했다.
그리고 난간에 발을 걸친 깅예르가 위층으로 기어 올라갔다. 옆구리가 아렸지만 깅예르는 이를 악물고 꾹 참았다.
“내 오늘 일은 반드시 언젠가 갚아 줄 것이다.”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뭐….”
깅예르가 중얼거리는 소리에 누군가 대답했다. 그러면 안 되는 일이기에 깅예르가 위를 올려다봤다. 그 순간 깅예르는 강한 충격과 함께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 * *
“끄응….”
깅예르가 눈을 떴다. 강렬한 두통이 두개골을 쪼개는 것처럼 엄습했다. 잘 움직이지 않는 몸을 깅예르는 억지로 움직였다.
“내가 왜.”
깅예르는 머리를 싸맸다. 순간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도망가다가 누군가에 의해 들통이 났고, 그대로 기절했다.
“베니건즈?”
그게 베니건즈의 히트맨이라 생각한 깅예르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만약 그게 히트맨이었다면 자신은 기억을 잃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죽었을 것이다.
아직 살아 있다는 건 그게 히트맨이 아니라는 소리다.
“창을 들고 있었어. 그리고….”
창대가 자신의 머리를 후려쳤다. 그 한 방에 깅예르는 그대로 기절했다. 그러자 머릿속에 창을 든 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베니오 케플러.”
베니오에게 주군이라 부르던 두 명 중 한 명이었다. 동시에 베니건즈의 히트맨 다섯을 채 1분도 걸리지 않아 처리한 실력자였다.
달칵.
그때 문이 열렸다. 그러더니 베니오가 들어왔다. 베니오는 정신을 차린 깅예르를 보고 눈을 한 번 크게 뜨고는 말했다.
“옷이 잘 어울리는군.”
“무…. 핫!”
깅예르가 즐겨 입는 활동하기 편한 복장이 아니라 불편하기 짝이 없는 치마를 입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이를 앙다물었다.
“꽤 회복이 빠르군. 디아토가 힘이 장사인데, 금세 정신을 차리다니.”
“여긴 어딥니까.”
“집주인에게 돈을 주고 잠시 빌렸다. 귀찮은 파리들이 얽히기 전에 자리를 옮겼지.”
남루하고 누추한 뒷골목의 집이었지만 베니오는 마치 안방처럼 편해 보였다. 평생을 귀하게 자란 공작가 도련님이 이런 곳을 편해한다는 것이 뭔가 어울리지 않았지만 깅예르는 입을 꾹 다물었다.
“말투가 바뀌었군. 상황 판단도 제법이고. 그리고 그때, 깨어 있었겠지?”
자신을 쓰려한다는 말을 들었냐고 눈으로 물어보는 베니오에게 깅예르가 씹어 내뱉듯이 말했다.
“그럴 일은 없으니 단념하십시오.”
“너무 쉽게 단정하는군.”
“내 목에 칼이 들어오더라도 당신 밑에서 일할 생각은 없으니까.”
깅예르는 베니오에게 과할 정도로 분노를 표출했다. 베니오는 그 순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원래의 베니오와 깅예르 사이에 무언가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넌 나를 아는가?”
“나를 모른단 말이오?”
“아카데미에서 여러 일이 있었지. 그 때문에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있고.”
깅예르는 이를 깨물었다. 베니오는 그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게 깅예르를 더욱 분노하게 만들었다.
“어떻게, 어떻게 그 일을 잊었단 말인가!”
“흠, 이거.”
베니오는 간만에 난처함을 느끼며 볼을 긁적였다. 아무래도 시간이 좀 필요할 듯했다.
“내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알아본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지.”
“닥쳐라! 난 네놈과 절대로 같은 하늘 아래….”
푹!
깅예르가 고개를 떨궜다. 베니오가 어느새 다가와 깅예르의 수혈을 짚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베니오가 바깥에 대고 말했다.
“루텐 경, 들으셨습니까? 사정을 아는 사람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