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185)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185화(185/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185)
로쉐 예술 축제 (5)
내일 열릴 개막식에 대비해 바넨카 남작성의 모든 귀빈실이 만석을 기록했다. 아모리아 제국의 귀족뿐만 아니라 삼공국과 남방의 아툴란, 서방의 크라구스에서까지 귀족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건 초대장을 받은 귀족들에 한해서였고, 초대장을 받지 못했음에도 축제를 즐기기 위해 바넨카를 찾은 관람객의 수만 수십만을 가볍게 돌파했다.
그로 인해 바넨카 남작령은 늦은 밤까지도 불이 꺼지지 않았다. 다들 축제 전야제를 즐기기에 여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바넨카의 야경 역시 바넨카의 자랑거리 중 하나였다. 베니오는 그 모습을 자신에게 배정된 귀빈실에서 내려다보며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즐겼다.
“대륙 최고, 최대의 축제라 자부하더니. 그럴 만하네.”
도시 바넨카는 그 끝이 눈에 담기지 않을 정도로 거대했다. 카사케플러는 바넨카보다 훨씬 더 거대했지만 이곳처럼 아름답진 않았다.
바넨카는 도시 계획부터 조경까지 제국 최고의 예술가들이 자원하였다는 말이 사실이었다. 바넨카는 건물의 자재 하나까지도 면밀하게 신경을 쓴 태가 났고, 그런 작은 태들이 모여 이 거대한 예술품을 만들어 냈다.
“달빛과 별빛 같은 자연과도 어우러질 수 있도록 꾸몄다고 했나.”
세베루스는 베니오를 비롯한 아카데미 동기들을 이끌고 바넨카 투어를 시켜 주었다. 원래 후계자인 세베루스가 직접 할 필요는 없는 일이었지만 그가 직접 자원했다.
딱 얼굴을 보아하니 아버지인 바넨카 남작 옆에서 손님들을 응대하는 것이 죽겠다는 표정이었기 때문에 사람 하나 살려 주고자 베니오와 아카데미 동기들은 기꺼이 세베루스의 호의를 받아들였다.
당연히 세베루스가 직접 설명해 주는 건 아니었다. 세베루스를 보좌하는 남작가의 행정관이 투어 가이드를 자청했고, 그때 들은 것이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나고 자란 놈이 어떻게 그렇게 무뚝뚝할 수 있지? 그것도 미스터리군.”
바넨카는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감정을 자극했다. 도처에 깔린 미학으로 인해 감성이 풍부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베루스는 과묵했다. 감수성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심지어 세베루스의 검은 그 검로마저도 투박하고 직선적이었다.
“버냉키 경.”
한참 바넨카의 야경을 구경하던 베니오가 허공에 대고 말했다. 그러자 어둠 속에서 사람 하나가 스윽 일어나더니 베니오 앞에 부복했다.
“주군을 뵙습니다.”
“힘들지는 않으십니까.”
“어둠이 익숙하여 괜찮습니다. 그리고 주군. 경이라고 불릴 만한 사람이 되지 못하니 그냥 편히 불러 주십시오.”
어둠 속에서 몸을 일으킨 남자, 버냉키에게서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기감이 발달한 베니오지만 베니오는 버냉키에게서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마법입니까?”
“아닙니다.”
“그물의 비전이군요.”
“예, 주군.”
그물.
베니오는 버냉키에게 자연스럽게 그물의 비전이냐 물었다. 그 이유는 버냉키가 바로 전(前) 그물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제부로 버냉키의 소속은 그물에서 베니오에게로 옮겼기에 버냉키는 베니오를 주군이라 불렀다.
“언제 한번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주군처럼 고귀하신 분께서 익히실 만한 잡기가 아닙니다.”
“글쎄요. 잡기치고는 내가 전혀 느끼지 못 했어서.”
그물의 수장은 시누스다. 그에 대해서는 이름만 알려져 있을 뿐, 시누스의 얼굴을 보거나 그를 실제로 본 사람은 없었다.
케플러 공작의 입을 통해 시누스란 자가 그물의 수장이란 것만 알려져 있었다. 베니오는 버냉키를 보고 왜 아무도 그물의 수장이란 자를 찾아내지 못했는지 알 수 있었다.
‘지극히 평범하다. 숲속에 나무를 숨기는 방법인가.’
버냉키의 인상은 그냥 길에서 만나면 슥하고 잊을 그런 지극히 평범한 인상이었다. 평범 속에 비범함을 감추었기에 그물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자신들의 정체를 타인에게 들킨 적이 없었다.
베니오가 그물의 버냉키를 자신의 수하로 들인 이유는 간단했다.
“옮긴 것에 대한 불만은 없습니까?”
“말씀을 편히 해 주십시오.”
“그러지.”
베니오의 존대에 불편해하던 버냉키에게 베니오가 평대를 하자 그의 어깨가 풀어졌다. 베니오가 재차 그에게 물었다.
“소속을 갑자기 옮긴 것에 대한 불만은 없나?”
“어찌 그물이 되어 명령에 사견을 갖겠습니까. 전 그저 시키는 일을 할 따름입니다.”
“날 주군으로 모시게 되었는데?”
버냉키는 고개를 슥 들었다. 베니오는 그의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마치 생각과 감정이란 것이 거세된 것처럼 베니오를 쳐다본 그가 고개를 숙였다.
“각하의 명을 따를 뿐입니다.”
“뭐.”
그물은 케플러 공작에게만 충성한다. 베니오는 발모수를 마이어 후작 부인에게 사용할 것을 약속하는 대가로 그물의 요원 중 한 명을 요청했다.
깅예르를 필두로 베니오는 자신만의 정보조직을 꾸릴 생각이었고, 그물이라면 제국 최고로 불리는 정보조직이기에 그물의 요원을 요청한 것이다.
‘내어줄 줄은 몰랐지.’
베니오는 버냉키를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그물은 케플러 공작이 애지중지하고 있는 이들이기에 설마 흔쾌히 자신에게 그중 한 명을 내어줄 것이라고는 미처 짐작하지 못했었다.
“하문하실 것이 있으시옵니까?”
버냉키가 베니오에게 정중히 물었다. 버냉키는 베니오를 주군이라 부르지만 그의 충성은 케플러 공작을 향하고 있었다.
그건 시간이 해결해 줄 일이다. 베니오는 그런 버냉키에게 말했다.
“사람 하나를 찾아 줬으면 하는데.”
“어떤 사람을 찾으시려 하십니까?”
“검공 미하일의 차남, 라드릿슈의 행적과 행방이 궁금하군.”
“일주일.”
스으윽.
버냉키가 어둠 속으로 녹아들면서 베니오에게 고개를 숙였다.
“일주일 안에 주군께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좋지.”
베니오는 버냉키가 연기처럼 사라지는 것을 끝까지 지켜보았다. 구양신공을 극성으로 끌어올리며 버냉키를 관찰했다.
버냉키는 베니오가 자신을 관찰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버냉키가 베니오의 눈앞에서 사라졌을 때, 베니오는 목을 좌우로 꺾으며 중얼거렸다.
“대충 몇 번 더 보면 감이 오겠는데?”
반짝―!
게으른 용이라 불렸던 베니오의 오성이다. 그런 베니오가 마음먹고 그물의 비전을 분석하려고 들면 분석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중얼거린 베니오가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닫았다. 개막식 이후로 바빠질 것이기 때문에 그 전에 쉬어 둬야 할 필요가 있었다.
“사교와 친목은 질색이지만. 내일은 마음먹고 사교의 세계에 빠져 봐야겠군.”
* * *
밤새 잠들지 않은 바넨카에도 다음날 해는 떴다. 그리고 새롭게 시작된 아침은 어제의 불야성보다도 훨씬 더 바빴고 소란스러웠다.
바넨카 광장.
역대 바넨카 가문의 가주를 동상들이 광장 변에 죽 늘어서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축제를 찾아 바넨카에 온 여러 예술가가 자신의 장기를 살려 역대 가주 동상을 아름답게 꾸며 놓은 곳이었다.
그곳은 한 번에 최대 3만 명가량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크기였다. 이 바넨카 광장은 50년 전 전대 바넨카 가주에 의해서 만들어졌는데 이 광장의 용도는 오로지 하나였다.
로쉐 예술 축제의 개막식.
유일하게 축제에 참가한 모든 황족, 왕족, 귀족, 그리고 평민 가릴 것 없이 한자리에 모이는 유일한 기회가 바로 개막식이었다.
로쉐 예술 축제의 백미는 로쉐 황립 발레단의 대규모 공연이었지만 그다음이 있다면 단연 개막식이 손에 꼽힐 것이다.
“베니오, 잘 잤어?”
“어, 아주 잘. 네 피앙세는?”
“큿. 코코 양이랑 같이 올 거야.”
피앙세라고 하자마자 얼굴이 발갛게 물드는 지오반니를 보고 베니오가 쿡하고 웃었다.
“어제 일은 잘 해결됐고?”
“너무해, 베니오. 내가 간신히 숨긴 일인데.”
“믿음이 오가야 하는 사이에 숨기는 건 별로 좋지 않은 일이야.”
“나도 알아!”
지오반니가 베니오에게 갚아야 할 골드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하지만 베니오는 그런 지오반니에게 말했다.
“졸업한 뒤에 핑귀스 마을에 와. 거기서 정산하지.”
“그곳의 촌장이라고 했지?”
“그래. 그곳이라면 네 능력을 펼쳐 보이기 충분할걸?”
궁벽한 마을이긴 하지만 지오반니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베니오의 말이었기 때문이다.
“레길론 가문에서 케플러 가문에 마을 하나를 넘긴 게 사교계에서 핫한 주제였다는 걸 들은 적이 있기는 해.”
“역시 사교계. 돌지 않는 소문이 없네.”
“쓸데없는 소문도 많지만 가끔 쓸 만한 소문도 도니까. 그런데 그곳에 차기 케플러 가문의 후계자인 베니오, 네가 갔단 말이지?”
지오반니의 눈이 가늘어졌다. 지오반니는 이럴 때 총명함을 종종 드러내곤 했다.
“중요 거점이란 뜻이겠지?”
“글쎄.”
“예를 들면 새로운 무역 거점 같은, 응?”
지오반니가 씩 웃었다.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뜻이다. 베니오는 그런 지오반니의 등짝을 팡하고 두드렸다.
“궁금하면 직접 와 봐. 대신 오면 나한테 진 빚, 금방 갚을 수 있을걸?”
“티타니아가 허락해 줄까?”
“빚을 상기시켜.”
지오반니는 안 된다면서 옆머리를 쥐어뜯었다. 그렇게 한담을 나누고 있자 얼마 지나지 않아 순차적으로 루멘 그리고 코코와 티타니아가 합류했다.
“다들 삐까번쩍하네.”
아니나 다를까 다들 개막식에 걸맞은 예복을 가문에서부터 갖고 왔기 때문에 행색들이 다들 휘황찬란하기 그지없었다.
“너야말로. 머리 길었는데 안 잘라?”
루멘은 짧은 머리를 고수했다. 검을 휘두를 때 짧은 머리가 편하다는 이유였다. 베니오는 어느새 어깨까지 자란 백금발을 슥 어깨 뒤로 넘겼다.
“자르고 싶으면.”
“근데 넌 그게 예복이야?”
군청색의 상의와 하얀색 면바지, 그리고 무릎까지 올라올 정도로 목이 높은 가죽 신발. 거기에 검은색의 검대를 차고 화령을 늘어뜨린 베니오가 어깨를 으쓱했다.
“왜?”
“체엣. 아니다. 황제 폐하께서 하사하신 검만 있어도 충분하지.”
루멘이 부러운 듯 베니오의 화령을 쳐다봤다. 그때 화령의 끝에서 불꽃이 삭 튀어나오더니 샐리가 뿅하고 나타났다.
“억? 불?”
정령친화력이 없으면 샐리의 모습은 그냥 불꽃이 둥둥 떠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것만 해도 충분히 신기한 광경이었기 때문에 지오반니가 놀랐다가 침을 잘못 삼키고 캑캑댔다.
[주인. 여기 사람 많아.]‘그래. 행사가 있거든.’
[나 사람 구경해도 돼?]‘나중에. 사람들이 너에 대해 궁금해할 테니까.’
[힝….]‘착하지?’
샐리는 실망했지만 주인인 베니오의 말을 거스르진 않았다. 샐리가 화령 안으로 들어가자 베니오는 화령을 슥 쓰다듬었다.
샐리를 다시 돌려보낸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껏 인간이 정령사가 된 적은 없었다.
“이 검을 만들어 준 드워프가 말하더군. 에고가 담긴 검이라고. 아직 깨어나진 않았는데, 가끔 이렇게 불꽃이 튀곤 해. 그래서 검신도 붉고.”
“아, 그래?”
지오반니가 놀란 가슴을 가라앉혔다. 코코의 눈빛이 거슬리게 쫓아오는 것이 느껴졌지만 베니오는 일부러 그쪽을 피했다.
화아아악!
그때 베니오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늘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거대한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베니오가 한 번 느껴본 적이 있었던 거대한 기운이었다.
콰아아아―!
“스카이 로드다.”
“뭐? 엇! 황실 비공선?”
“황제 폐하시다!”
구름을 헤치고 높은 하늘 위에서 거대한 비공선의 동체가 서서히 하강하기 시작했다. 아모리아 제국 황실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비공선이 바넨카 상공에 나타난 것이다.
그렇다는 건 하나다.
아모리아 제국의 지존.
그리고 로쉐 예술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아모리아 제국 황실이 도착했다는 뜻이다.
우와아아아!
황제 폐하 만세!
아모리아 제국 만세!
그러자 성 밖에서 이미 운집한 군중들이 서서히 고도를 낮추는 비공선을 보고 만세를 외쳤다. 비공선의 웅장한 자태는 그냥 보는 것만으로 사람을 압도하는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에 울려 퍼지는 만세 소리가 어색하지 않았다.
이로써 마지막 주인공까지 도착했다. 베니오는 아카데미 동기들과 함께 개막식이 열리는 바넨카 광장으로 향했다.
바넨카 광장은 초대장을 받은 인원이 가장 앞에 배정된 좌석에 앉기 전까지 바넨카 남작가의 기사단에 의해 통제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수월하게 개막식이 열릴 무대 앞까지 간 베니오의 눈에 세계를 움직인다고 해도 좋을 귀족들이 모인 것을 보고는 한번 작게 심호흡을 했다.
‘일단은 저기부터.’
베니오의 눈에 풍성한 머리카락을 연신 쓸어내리며 누군가와 대화하고 있는 레길론 백작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