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188)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188화(188/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188)
영업왕 (3)
마이어 후작은 특이하게 딱 한 명만의 정실을 두었다. 다른 귀족들이 후실, 첩까지 둔 것과 비교하면 특이하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귀족의 혼인이란 때로는 정략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어서, 팔신가를 경쟁시켜 내부에서 세 명의 부인과 혼인을 한 케플러 공작처럼 가문의 이익을 위해 혼인을 결정하는 일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이어 후작은 그런 관습을 따르지 않았다.
마이어 후작은 오로지 한 여인만을 바라보았고, 그 여인과 혼례를 올렸다. 그 여인이 바로 루멘 마이어의 친모이자 오로지 하나뿐인 후작 부인, 켄달 마이어 부인이었다.
귀족 중 유일하게 단 한 명만의 여인을 두었고, 그녀만을 일편단심 바라보고 살아온 마이어 후작의 러브 스토리는 여러 문학의 영감을 주었고 그 둘의 이야기를 상상하고 각색하여 만든 연애 소설이 한때 귀족 영애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대부분의 소문은 20%의 진실과 80%의 거짓이 뒤섞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마이어 후작의 러브 스토리만큼은 소문과 90% 이상 일치했다.
힐끔, 힐끔.
그것을 증명하듯 창공의 마이어라 불리는 마이어 후작가의 가주, 마이어 후작은 자신의 곁에 선 아내의 안색을 연신 힐끔거리며 살폈다.
마이어 후작은 천생 무인이었다.
마이어 후작가의 시조이자 여덟 용사 중 하나인 겁화의 창기사, 창공의 기사 오베른 마이어의 후예들은 전부 뛰어난 무재를 갖고 태어났다.
그 때문에 일찍이 제국의 군문에 투신하여 굵직한 중임을 맡아 국방대신과 장군을 겸임하며 아모리아 제국 군부의 기둥이 되었다.
마이어 가문이 배출한 역대 가주나, 고위 장군들은 공통적으로 호탕하고 용맹했다. 또한 아랫사람을 보살필 줄 알고 아랫사람의 아픔에 공감해줄 줄 알았기 때문에 마이어 가문은 아모리아 제국 군부의 정신적 지주로서 수많은 장군과 병사들의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현 가주인 마이어 후작 역시 그런 선대의 기질을 온전히 타고났고, 천생 무인인 마이어 후작은 생각하는 것이 고스란히 얼굴에 드러났다.
지금, 마이어 후작은 제 손을 잡은 아내, 켄달 마이어를 무척이나 걱정하고 있었다.
마이어 후작은 개막식 내내 안달복달했다. 그의 옆에 삼대 공작가와 정부의 고위 대신들이 어깨를 나란히 했고 단상 위에는 황제가 로쉐 예술 축제의 시작을 선포하며 장대한 개막 축제가 열렸지만 마이어 후작의 모든 정신은 오롯이 그의 아내, 켄달 마이어에게만 쏠려 있었다.
“마이어 후작.”
“폐하.”
“후작 부인.”
“폐하를 뵙습니다.”
그러나 마이어 후작은 그리 한가로운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제국의 고위 귀족이자 군부를 책임지는 국방대신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를 찾는 사람이 많았다.
당장 단상에서 내려온 황제의 시선을 받은 마이어 후작이 어깨를 움찔했다.
“전 괜찮아요.”
“부인.”
“정말로요.”
마이어 후작은 부인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예쁜 것을 좋아하고 과시하기 좋아하는 귀족 사회에서 어릴 적 머리에 입은 천형은, 밝던 켄달 부인의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우게 만들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어릴 적 하인이 물건을 옮기다 어린 동생의 위로 기름등을 쏟은 것을 켄달 부인이 자신의 몸으로 막았고, 그때 기름이 섞인 불이 머리에 붙으면서 켄달 부인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되었다.
그럼에도 머리에 흉이 진 켄달 부인은 밝게 자랐다. 그런 켄달 부인의 밝은 성격에 마이어 후작은 한눈에 반했다. 머리에 흉이 졌다는 건 마이어 후작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주변의 시선이 문제였다.
마이어 후작 정도 되는 고위 귀족은 부인과 동반하여 참석해야 하는 자리가 많았다. 켄달 부인은 가발을 쓰거나, 마법사의 도움을 받아 그런 자리에 참석했지만 행사 도중 그녀가 쓰고 있는 가발이 실수로 벗겨지면서 그녀의 치부가 고스란히 귀족 사회에 드러나게 된 것이다.
귀족 사회에서 추함은 경멸의 대상이다.
그것이 설령 마이어 후작가라고 할지라도, 켄달 부인은 그녀의 천형이 알려진 다음부터 알게 모르게 귀족 사회에서 외면당하고 따돌림당했다.
그녀는 마이어 후작의 유일한 흠이자 약점이 되었고, 사교계에서는 그녀가 등장하기라도 하면 입이 가벼운 귀족 부인 여럿이 모여 그녀를 보면서 흉을 보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남편의 정치적인 짐이 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켄달 부인은 그 밝던 웃음이 서서히 사라졌다. 그리고 우울증을 앓게 되었고, 후작가를 벗어나는 것을 꺼리기 시작했다.
그런 켄달 부인이 이런 외부 행사에 참석한 것은 정말 오랜만의 일이었다.
“이겨 낼 수 있어요. 이겨 내야죠. 나, 켄달 마이어잖아요. 마이어.”
켄달 부인이 애써 밝게 웃었다. 그러나 부인을 사랑하는 마이어 후작은 그녀의 어둠이 눈에 보였다. 하지만 켄달 부인은 마이어 후작의 등을 떠밀었다.
“오랜만에 로쉐 축제에도 왔으니 주변을 둘러볼까 해요. 그러니 당신은 당신 일을 하세요.”
“부인, 정말 괜찮겠소?”
“폐하를 기다리게 하지 마셔요.”
켄달 부인은 마이어 후작의 등을 떠밀었다. 황제와 삼대 공작가의 가주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이어 후작은 켄달 부인에게 말했다.
“루멘을 불러오겠소. 루멘과 함께 있으면 그나마 괜찮을 것이오.”
켄달 부인은 사교계에서 은근히 따돌림을 당했다. 마이어 후작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사교계의 일은 오롯이 여인들 사이의 일이기 때문에 후작이 끼어들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그 때문에 혼자 남을 부인을 걱정한 마이어 후작이 결국 켄달 부인을 홀로 남기고 사라졌다. 켄달 부인은 작게 심호흡했다.
‘떨려.’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 그리고 아들을 위해 용기를 내기로 한 켄달 부인이지만 드레스 속 그녀의 다리가 벌벌 떨렸다.
공을 들여 만든 가발을 썼고, 마법사의 도움까지 받아 고정했지만 자꾸만 머리의 가발이 흘러내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거기에 주변에서는 전부 켄달 부인의 머리만 쳐다보며 손가락질을 하는 듯했다. 그것이 켄달 부인을 외롭고 힘들게 만들었다.
“후욱. 후욱.”
켄달 부인은 심호흡했다. 주변엔 그녀를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 오랫동안 사교계에 발을 끊은 그녀가 아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거기에 황제가 있는 곳에 기사나 몸종을 데리고 들어올 수 없다는 제국법이 있어 그녀는 오롯이 그녀 혼자 그 모든 부담을 견뎌야만 했다.
‘괜찮아질 거야. 적응하면 돼.’
켄달 부인은 호흡을 조절하며 허리에 힘을 바짝 주었다.
‘난 마이어 후작 부인이야. 마이어 가문의 안주인이야. 내가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어. 더 이상 그이의 짐이 될 수는 없어.’
마이어 후작은 정무적으로 흠잡을 데 없는 일처리를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또한 최상급 익스퍼트라 알려진 마이어 후작은 제국에서 손꼽히는 강자이기도 했다.
제국 군부는 그런 마이어 후작을 신뢰했고, 마이어 후작은 제국의 군부를 이끄는 수장이었다.
그런 남편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았던 켄달 부인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가라앉히려 애를 썼다. 마치 사교계에 첫 데뷔하는 것처럼 손발이 달달 떨렸다. 다른 점이라면 그때는 기분 좋은 긴장감과 기대감이었다면, 지금은 걱정과 불안감으로 손발이 떨린다는 것이었다.
“어머! 마이어 후작 부인 아니신가요!”
그때 누군가 켄달 부인을 알아봤다. 온갖 소문에 빠삭한 사교계에는 터줏대감 같은 존재가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이 바로 그웬 자작 부인이다.
그웬 자작가는 유명한 것이 없는 것으로 유명한 가문인데, 그웬 가문은 그웬 자작보다도 그웬 자작 부인의 사교계의 영향력으로 유지되는 곳이란 말이 있을 정도였다.
그러니 그웬 자작 부인이 켄달 부인을 알아보는 것은 당연지사.
켄달 부인의 눈에 안도가 깃들었다. 처음으로 낯익은 사람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예. 오랜만이네요, 그웬 부인.”
“절 기억하시다니, 친절도 하셔라. 정말 오랜만이네요. 그렇죠?”
그웬 부인은 켄달 부인이 정신 차리지 못할 정도로 수다스럽게 다다다 말했다. 켄달 부인이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그웬 부인이 자신을 끌고 다니고 있었다.
“그웬 부인!”
“마이어 부인 정도 되시면 저 같은 한미한 사람이 아니라 부인께서 파티를 주도하셔야죠. 저만 믿으세요. 오홍홍홍.”
그웬 부인은 부지런히 마이어 부인을 끌고 다니며 이곳저곳에 소개해 주고 마이어 부인을 인사를 시켰다. 그런 그웬 부인의 노력과 마이어 후작가라는 후광이 빛을 발해 머지않아 마이어 부인 주변으로 귀족 부인들이 모여들어 작은 원을 이뤘다.
“어머! 이 목걸이 너무 이쁘다!”
“그렇죠? 이거 사 달라고 거의 일주일을 졸랐지 뭐예요! 카리타스 상단을 통해 산 거예요.”
“그래요? 나도 사 달라고 해야겠네요. 오호홋.”
켄달 부인은 정신이 없었다. 사방에서 서로의 드레스와 보석을 칭찬하며 떠드는데, 혼이 빠져나가는 기분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켄달 부인은 꾹 참았다. 이 자리는 켄달 부인이 그간의 우울증을 떨쳐 내고, 남편을 위해 용기를 내어 나온 자리였기 때문이다.
“참. 바넨카 미술관에서 한다는 전시 보셨어요?”
“포르투나의 보석이요?”
“네. 참 예쁘지 않았어요?”
“어머! 가서 봐야겠네. 아직 못 봤어요!”
명색이 축제이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칭찬만 오가진 않았다. 바넨카에서 축제 기간에 열리는 전시회에 대해서도 정보를 나눴고 켄달 부인도 어색하지만 한마디씩 보태려 애를 썼다.
그때 그웬 부인이 손을 번쩍 들었다.
“어머. 덴스 부인!”
“오랜만이에요, 그웬 부인.”
“오늘도 정말 아름다우시네요, 부인.”
덴스 백작가의 안주인이 꼈다. 켄달 부인은 새로 합류한 덴스 백작 부인을 쳐다보다가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순간 켄달 부인의 등줄기에 싸한 느낌이 느껴졌다.
“안녕하세요? 마이어 부인이시죠?”
“네? 네. 안녕하세요.”
마이어 후작가의 후광은 거의 말이 없는 켄달 부인도 무리의 중심이 되게 만들었다. 하지만 덴스 부인이 끼어든 순간 그 중심이 흔들렸다.
덴스 백작가.
덴스 백작가는 마이어 후작가에 비해 규모도, 역사도 짧지만 현 덴스 백작의 누이가 한 공작가에 시집을 가게 되면서 그 위상이 180도 바뀌게 된다.
“저희 시누이께서 선물해 주신 거랍니다. 참, 가문에 이번에 꽤 들어왔으니 한 번들 오셔요. 제가 초대할게요.”
“어머! 진짜요?”
이스마일 공작의 정실.
덴스 백작의 누이인 아이루고 덴스가 아이루고 이스마일이 되면서 덴스 백작가의 위상이 달라진 것이다. 켄달 부인이 그 미묘한 분위기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할 리 없다.
‘이래서는 안 돼. 그 전과 똑같아지잖아.’
켄달 부인이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때 덴스 부인이 고개를 돌려 켄달 부인을 딱 쳐다봤다.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켄달 부인이 자신도 모르게 그 자리에 굳었다.
“마이어 부인께서는 말수가 적으시네요. 참, 그 앓고 계시던 질병은 괜찮아지셨나요?”
덴스 부인의 말에 켄달 부인이 퍼뜩 깨어났다.
“질병이요?”
“네. 그, 왜 있잖아요. 여기.”
덴스 부인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서렸다. 켄달 부인이 당차게 받아쳤으면 모르겠지만 그녀의 아킬레스건이나 다름없는 머리를 덴스 부인이 지적하자 켄달 부인이 딱 굳었다.
트라우마.
과거의 트라우마가 살아나는 듯했기 때문에 켄달 부인의 안색이 확 변한 것이다.
“참. 안색이 안 좋으셔요. 그런데 그거, 옮는 건 아니겠지요? 오호호홋.”
덴스 부인이 입가를 가리고 웃었다. 켄달 부인이 휘청거렸다. 하지만 그녀에게 친근하게 굴었던 그웬 부인도, 다른 그 어떤 부인도 켄달 부인을 부축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
여인의 세계는 때로 남자들의 세계보다 훨씬 더 냉혹한 법이다. 힘의 균형이 어디로 쏠리느냐에 따라 사교계에서의 위치가 확 달라지기 때문에 켄달 부인이 약점을 노출한 순간 힘의 균형이 덴스 부인 쪽으로 확 쏠린 것이다.
‘안 돼. 난 안 돼. 아….’
켄달 부인의 숨이 거칠어졌다. 그녀의 안 좋은 과거가 다시 재생되는 듯했다. 켄달 부인이 역시 자신은 안 됐다면서 패닉에 빠지려는 순간.
“루멘, 어머니를 부축해 드려.”
“어머니!”
베니오가 루멘과 함께 나타났다. 베니오의 차분한 목소리에 루멘이 잽싸게 움직여 켄달 부인을 부축했다. 그리고 베니오가 귀족 부인들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케플러 가문의 대공자, 베니오 케플러라고 합니다. 제 친우인 루멘의 어머님께서 이곳에 계시다고 하여 왔는데, 가문의 대소사를 관장하시는 여사님들을 만나 영광이옵니다.”
베니오가 선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빙긋 웃었다. 하지만 베니오의 눈은 덴스 부인에게 고정되어 떨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