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19)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19화(19/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19)
사람을 낚아야지 (4)
뜨겁다.
베니오는 자신의 단전부터 시작해 치밀어 오르는 견딜 수 없는 열기에 몸부림쳤다. 하지만 마치 천잠사로 만든 포승줄에 묶여 있는 것처럼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그 열기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똥을 치울 준비는 하고 있는 것이냐?]그런데 그때 베니오의 귓가에 어디선가 들어 보았던 낯익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베니오는 정신이 혼미한 와중에도 그 목소리에 정신이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무슨 개소리….”
[쯧, 아직도 준비가 덜 됐구나. 게으른 용이라고 하더니, 참말로 게으른 놈이었던 게로구나.]울컥.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베니오는 울컥하는 마음에 두 눈을 부릅떴다. 그러나 그런 베니오의 눈에 들어오는 건 불꽃밖에 없었다.
그것을 불꽃이라 불러도 되는지 알 수 없었으나 그건 분명 불꽃이었다. 단지 그 크기가 이 세상을 집어삼킬 정도로 크다는 것만 빼면 말이다.
“네가 뭘 안다고!”
[허어?]“난 최선을 다하였다. 노력하였다. 네가 뭐라 하든 그건 변하지 않는다.”
베니오는 노력했다. 그건 거짓이 아니다. 그러나 워낙 기본이 허술했다. 그렇기에 기초를 다질 시간이 필요했고 베니오는 꾀를 써 최선의 결론을 도출했다.
그런데 저놈 따위가 무엇을 안다고 자신의 노력을 폄하한다는 말인가.
“말만 하는 놈은 모른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내가 무엇을 위해 이리 느리게 돌아가는 것인지.”
하지만 그런 것을 제외해도 지금 베니오는 감정을 폭포수처럼 분출하고 있었다. 베니오의 감정은 복수를 위해 마모되었다. 복수를 위해선 사사로운 감정 따위는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마모시킨 것이다.
그렇기에 베니오의 몸속에 들어온 이후에도 베니오는 폭발적으로 감정을 분출한 적이 없었다. 그의 감정은 언제나 고요한 호수처럼 착 가라앉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베니오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그간 쌓여온 것을 격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후후후.]그러자 그 목소리가 낮게 웃었다.
[이제 좀 사람인 것 같구나. 불꽃을 품을 자는 응당 그래야 한다. 참는 것이 아니라 쏟아내고 분출하는 것만이 불꽃을 빠르게 키우는 길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뭐라고?”
[화가 난다면 화를 내라. 네 감정에 솔직해져라. 네가 품은 가장 파괴적인 불꽃의 힘은 그래야만 성장할 테니.]“넌 누구지?”
베니오는 그에게 물었다. 하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고 제 할 말만을 했다.
[부지런히 힘을 쌓고 강해져라. 그래야만 훗날 밀려들 파도를 막아 낼 수 있을 터이니. 내 의지가 네게 전해진 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니라.]콰우우우우!
그 순간 새파란 화염이 사방에서 일어나며 베니오에게 몰려들었다. 베니오는 한눈에 담을 수도 없는 거대한 불꽃이 파란 화염에 가려지는 것을 보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이내, 견딜 수 없는 화기가 몰려들었다.
“크아아아악!”
결국 베니오는 온몸을 뒤틀며 전신을 불사르는 것 같은 화기에 비명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그와 동시에 베니오의 의식이 아득히 멀어졌다.
* * *
아카데미의 주축을 이루는 건 크게 세 개 학부다.
행정 학부가 차기 작위를 승계받을 귀족가의 자제들을 흡수하여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곳이 바로 검술 학부와 마법 학부다.
그 어떠한 왕국도, 제국도 강성한 국방력 없이는 그 성세를 유지하기 힘든 것.
힘으로 유지되는 질서와 정의는 수백, 수천만을 아울러야 하는 국가에서는 필수 불가결한 것이었다.
그리고 주피터 아카데미는 그런 국가를 위해 헌신할 동량을 키워 내는 곳이다. 그렇기에 아카데미의 교수들은 필연적으로 뛰어난 명사들로 구성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명사가 아니라면 대체 미래의 동량들을 무슨 수로 키워 낸다는 말인가.
그렇기에 아카데미의 교수는 늘 모두의 인정을 받는 명사만이 교수가 될 수 있었다.
그중 최고봉은 당연히 아카데미를 떠받치는 세 개의 학부장들이다.
그리고 지금 생도들이 사용하는 수련장에 한 노인이 뒷짐을 진 채 산책을 하듯 휘적거리며 걷고 있었다.
“에잉, 요즘 것들은 다들 배가 불렀구만. 새벽까지 수련하는 놈들이 없어.”
수련장은 당연히 밤이 되면 그 문을 닫는다. 그걸 그 노인이 모를 리 없다. 그러나 라떼는, 생도들이 수련장이 문을 닫아도 몰래 담을 넘어서라도 수련장에서 검을 휘두르곤 했다.
요즘 것들은 그런 끈기가 없다며 혀를 끌끌 찼다.
“이번 년에도 영 마음에 드는 놈들이 없어.”
허연 백발의 노인이 수련장에 있다는 것을 생도들이나 교수들이 안다면 아마 기겁해서 달려올 것이다. 그게 귀찮기 때문에 그는 새벽에 주로 이곳에 오곤 했다.
라치오 프레드릭.
그냥 겉보기에는 저잣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노인처럼 보이지만 그는 만인이 동경하고 우러러보는 검호다.
비록 첫 번째는 아니다.
그보다 강한 검호가 이 대륙에는 딱 한 명이 더 존재했다.
검공 미하일.
그러나 그를 제외하면 견줄 수 없는 검호가 바로 그였고 그는 바로 이곳, 주피터 아카데미의 검술 학부장을 맡고 있었다.
“죽기 전에 쓸 만한 놈 하나 가르치고 싶었는데.”
그는 주피터 아카데미에서 공들여 초빙한 명사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명사다.
검공 미하일이 리치가 벌인 대학살인 미테온의 악몽을 검 한 자루로 깨부수고 수만에 달하는 백성을 구해 내면서 유명해졌다면, 프레드릭을 유명하게 만든 사건도 있었다.
108인의 머더러.
30년 전 제국과 왕국, 공국의 재상들이 한자리에 모인 일이 있었다. 각자의 국경을 맞대고 으르렁거리는 사이기도 하지만 이렇듯 함께 모일 일이 있으면 모이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모인 그들은 최근 그들의 골치를 아프게 만드는 안건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는데, 그게 바로 108인의 머더러가 모여 만든 한 마적단이었다.
최소 10명, 아니면 귀족을 살해한 혐의가 있어 공개적으로 수배된 위험등급 1위부터 108위까지의 범죄자들이 서로 모여 마적단을 만들고, 아예 본격적으로 각국을 괴롭히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우습게 여겼던 마적단이지만 그곳으로 합류하는 다른 마적들이 생겨나면서 그들의 규모가 오만을 넘게 됐다.
문제는 규모가 오만이 넘으면서도 영악하게 너른 초원과 들판에서만 점조직처럼 백 명, 천 명씩 움직였기 때문에 그들을 소탕하기 위해 투입할 수 있는 병력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었다.
정해진 병력으로는 점점 규모가 불어나는 마적단을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이에 한자리에 모인 각국의 재상들은 아예 이 사실을 공론화하여 그들에게 상금을 걸기로 한다.
1위부터 108위까지 각 만 골드씩, 108명을 다 잡으면 무려 백팔만 골드.
한 왕국의 1년 예산이 넘는 어마어마한 상금이 걸렸고 그때 나타난 것이 바로 라치오 프레드릭이었다.
몰락 귀족으로 검가였던 가문의 검술로 그는 놀랍게도 홀로 108인의 머더러를 베어 버리는 신위를 떨친 것이다.
그리고 그는 현상금을 받아 그것으로 자신의 가문을 재건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프레드릭 가문.
108인의 머더러 사건으로 제국의 주목을 받은 그는 황제로부터 백작의 작위를 받고 프레드릭 백작가를 세웠다.
그 이후로도 그의 활약은 눈부셨다.
군부에 투신한 그는 여러 장군직을 거치며 무수히 많은 전공을 쌓았다. 그는 비단 검술뿐만 아니라 용인술과 전략에도 밝아 장군으로도, 기사로도 뛰어난 전공을 세워 이름을 알린 것이다.
그 때문에 제국 군부에 가장 많은 장교를 들여보낸 가문은 프레드릭 가문이 됐다. 그리고 그 검호가 바로 검술 학부장인 라치오 프레드릭이었다.
올해 여든이 된 그가 검술 학부로 돌아온 것은 이제 은퇴할 시기가 되었고 그에 따라 자신의 공부를 물려받을 만한 새싹을 찾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그는 아직까지 단 한 명도 관심이 가는 생도를 발견하지 못했다.
“괜찮다 싶으면 전부 다 검공 그놈 사람이거나 아니면 마이어 후작가 사람이니까, 에잉.”
지금 아카데미에서 그나마 그의 눈에 드는 생도라면 신입생인 라드릿슈와 상급 생도인 루멘뿐이었다.
그러나 그 둘은 이미 좋은 스승이 있어 자신의 공부를 전해 줄 수 없었다.
“제대로 된 가문이 없다면 이리도 재능이 뛰어난 아이들이 나오지 않는 것인가?”
그가 새벽마다 수련장을 도는 이유도 쓸만한 재목을 찾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요즘 생도들은 칼같이 연무장이 딱 닫으면 더 이상 수련하지 않았다.
끈기와 근성이 없었다.
“개인 연무장에는 누가 없으려나?”
이제는 숫제 이 시간에 수련하는 놈이 있으면 슬쩍 가서 뭐라도 하나 가르쳐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렇게 그는 개인 연무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순간.
라치오 학부장의 눈이 커졌다.
“이건, 오러?”
공기의 흐름에서 느낄 수 있었다. 이내 학부장의 눈이 흥분으로 떨리기 시작했다. 누군가, 이 연무장 안에 있는 누군가가 지금 오러의 깨달음을 얻고 있다는 것을 흐름만으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지? 응? 누구야. 궁금해 죽겠다.”
학부장의 궁금증이 하늘을 뚫을 기세로 커졌다. 하지만 그는 경거망동하지 않았다. 깨달음의 순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방해받지 않는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기다리기로 했다.
“어떤 귀여운 놈인지 내 눈으로 봐야겠어.”
* * *
번쩍.
베니오는 감고 있던 눈을 번쩍하고 떴다. 그런 베니오의 눈에 축축하게 젖은 흙이 들어왔다.
개인 연무장 바닥에 깔린 흙이다.
“빙하가 다 녹은 건가?”
베니오는 텅 빈 목함을 보고는 중얼거렸다. 목함은 축축하게 젖어 있었는데 그 안에서는 더 이상 냉기가 쏟아져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베니오의 몸에서도 더 이상 열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베니오는 알 수 있었다. 자신의 단전에 세상 그 무엇보다도 뜨거운 양기의 결정체가 그 안에 잠들어 있다는 것을 말이다.
“성공인가.”
빙하의 냉기가 다 사라졌다. 주변에 젖은 흙은 베니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열기와 허공의 냉기가 만나 기화되면서 젖었기 때문이리라.
스윽.
베니오는 가부좌를 틀고 자리에 앉았다. 분명 전신이 화마에 집어삼켜지는 듯한 끔찍한 작열통을 느꼈지만, 근맥이 상한 곳은 없었다.
뚜둑, 뚝.
“윽.”
오히려 관절에서 뚜둑거리는 소리가 났다. 베니오는 그것으로 시간이 꽤 지났음을 알 수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베니오는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그러고는 발가락 끝부터 머리카락 끝까지 스스로를 관조하며 상한 부분이 없는지를 확인했다.
없었다.
스윽.
베니오는 그대로 발을 앞뒤로 적당히 벌리며 주먹을 말아 허리춤에 가져다 댔다. 육체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알았으니 이제는 구양신공을 써 볼 차례다.
육합권.
권법의 기초공 중의 기초공이라 불리는 육합권의 자세를 취한 베니오가 앞으로 주먹을 내뻗었다.
그냥 정권이었다.
하지만 그 정권이 구양신공과 결합한 순간.
화르르륵!
거대한 불길이 일어나며 베니오의 주먹이 불꽃에 휩싸였고, 주먹을 내지른 곳은 열기가 날카롭게 할퀴고 지나갔다.
“육합구양권법인가?”
베니오는 피식 웃었다. 구양신공의 무서움이 바로 이것이었다. 구양신공은 말 그대로 신공이기에 심법만 있을 뿐 다른 초식이 있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구양신공의 공력이 그 어떠한 무공과도 섞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천마대제와 치열하게 마지막까지 다툰 구양신승은 이 구양신공을 바탕으로 강력하기 짝이 없는 소림의 무공을 펼치며 천마대제와 겨루었다.
그리고 그를 간신히 이기고 구양신공의 구결을 얻은 천마대제는 구양신공에 지대한 관심을 가졌다.
천마신공과 구양신공의 결합을 꾀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기운이 상극이라 불가능했지만 구양신공으로 펼친 천마검은 천마신공으로 펼친 것과 필적하리라고 예상했었지.’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내공 소모가 너무 심하군.”
내공의 소모가 지나치게 심했다. 육합권을 한 번 펼친 것뿐인데 단전에 있던 구양신공의 공력 중 절반이 사라졌다.
물론 겨우 기초공을 이뤘을 뿐이고 베니오의 공력의 총량이 워낙 작은 터라 어쩔 수 없었다. 애초에 구양신공은 막대한 내력을 바탕으로 펼치는 기공이었기 때문에 내공을 키우는 것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다.
“독이라도 더 센 걸로 먹어야 하나.”
독황신공이 있으니 독을 먹어 내공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구양신공은 성공적이었다. 가벼운 표정이 된 베니오는 옷을 챙겨 입고는 연무장의 문을 열었다.
덥석.
그리고 그 순간 웬 노인이 달려들어 베니오의 팔을 덥석 붙잡았다.
“너! 내 제자가 되거라!”
노인, 라치오 프레드릭이 허연 수염을 푸들거리며 베니오를 부담스러운 눈으로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