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191)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191화(191/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191)
날개 돋친 듯 (1)
연회장에서, 사교 파티에서, 축제에서 기사들 간의 결투는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는 편이다. 기사란 특히 명예에 살고 명예 죽는 족속이기 때문에 자신의 명예를 결투로써 증명하려는 편이기 때문이다.
특히 남녀가 어울리는 사교 파티나 연회장에서는 더욱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 기사들 간의 결투가 벌어진다.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사람들의 관심도 차원을 달리했다.
황제가 직접 참관하는 결투.
제국 유일의 제국이자 가장 유구한 역사를 지닌 아모리아 제국의 황제가 주관하고, 참관하는 결투였기 때문이다.
바넨카에서 열린 로쉐 예술 축제의 가장 중요한 게스트인 황제가 관심을 가지는 곳에는 자연스레 황제를 보기 위해 몰려든 이들로 붐비기 마련이다.
아모리아 황제와 한 번이라도 대화를 섞으려고 하는 각국의 고위 귀족들과 왕족, 그리고 먼 발치에서나마 황제를 보고자 하는 평민들까지.
로열나이트가 나서 현장 정리를 싹 했지만 황제의 명에 의해 열린 결투에 모두가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그 결투가 마이어 후작가와 케플러 공작가 사이에 열리는 것이라면야 더더욱 구름 떼 같은 관중이 모일 수밖에 없다.
‘저 양반. 무슨 생각으로 이 결투를 받아들인 거야?’
베니오는 우두커니 자신을 쳐다보며 롱소드의 검 자루를 쓰다듬는 마이어 후작을 쳐다봤다. 마이어 후작가의 사람들이 베니오와의 결투란 소식에 입에 게거품을 물었지만 마이어 후작은 자신의 의지를 고수했다.
기사와 기사 간의 결투는 명예가 달린 신성한 것.
그 때문에 황제의 명이라고 해도 기사 간의 결투를 강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결투의 당사자가 결투를 받아들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리고 마이어 후작은 흔쾌히 황제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까마득한 후배이자 정치적으로는 공작의 경쟁자이기도 한 마이어 후작이 말이야.’
베니오가 고개를 돌려 켄달 부인과 루멘을 쳐다봤다. 켄달 부인은 은인인 베니오가 혹시라도 다치지는 않을까 안절부절못하고 있었고 루멘도 드러내지는 않지만 베니오를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베니오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누가 보더라도 내가 싸가지 없다고 검을 섞으려고 할 양반은 아닌 것 같은데.’
마이어 후작은 고의적으로 베니오의 말을 지적하며 분란을 일으켰다. 켄달 부인이 말렸음에도 마이어 후작은 무리라고 할 정도로 베니오를 지적한 것이다.
케플러 공작은 그를 일컬어 이것이 귀족의 생리라고 가르쳤지만, 베니오가 생각하기에는 아니었다.
‘무슨 꿍꿍이가 있는데.’
적어도 그 꿍꿍이가 자신에게 나쁜 것 같지는 않다. 이런 결투는 베니오가 질 수밖에 없고, 베니오가 지더라도 잃을 것이 없는 결투였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마이어 후작과의 결투다.’
창공의 마이어 가문.
여덟 용사 중 하나인 겁화의 창기사의 후예이자 용기사를 자처하는 마이어 가문의 가주와 검을 나누는 일이다.
다른 기사라면 평생의 숙원이 될 수도 있는 그런 기회가 베니오에게 주어진 셈이다.
‘영리한 곰 같은 양반이 그걸 모를 리 없는데. 그렇다면.’
반면 마이어 후작은 잃을 것밖에 없는 결투다. 마스터에는 도달하지 못했다고 외부에는 알려져 있지만 최상급 익스퍼트에 오른 지 20년이 넘어가는 마이어 후작이 베니오를 이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 어떻게 이기느냐가 중요할 터.
설령 방심했다가 베니오에게 반격이라도 당한다면 그의 명예에 큰 상처가 남는 일이다. 그걸 정치에 잔뼈가 굵은 마이어 후작이 모를 리 없다.
그렇다면 남은 정답은 딱 하나뿐이다.
‘일부러, 내게 기회를 주었다.’
켄달 부인을 구해 준 대가로, 아들인 루멘의 호적수가 되어 준 대가로 마이어 후작은 자신의 명예를 베니오에게 주기로 한 셈이다.
베니오의 눈에 은은한 이채가 깃들었다.
‘범상치 않은 남자군.’
자신의 명예를 필요에 따라 써 버릴 수 있다는 건 마이어 후작의 그릇이 범상치 않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명예에 죽고 명예에 사는 풍조가 짙은 사회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때 황제의 첫 번째 검, 철벽의 존슨 경이 결투의 공증인이자 심판으로 나왔다.
“두 나이트는 앞으로.”
주변이 조용해졌다. 기사 간의 결투는 신성한 것인지라, 작은 잡담이나 소란조차도 허락되지 않는다. 첨예한 집중력이 사소한 소음 하나에도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귀족의 명예를 안다면 기사의 명예도 알아야 한다. 그렇기에 기사 간의 결투에는 황제도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그 때문에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결투장에 존슨 경의 목소리만 나지막이 울려 퍼졌다.
“이 결투는 태양신 앞에 두 나이트의 고결함을 증명하기 위한 신성한 결투이다. 따라서 이 결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그 책임은 온전히 태양신 앞에 맹세한 각 나이트가 질 것이며, 이에 그 어떠한 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태양신이 보우하사, 기사 간에 벌어지는 결투다. 존슨 경의 목소리에 담긴 무게에 주변이 더욱 조용해졌다.
그리고 마이어 후작이 베니오를 쳐다보며 사납게 웃었다.
“애송이. 여기서 포기하면 네 비겁함을 잊어 주마. 부인을 도운 공이 있으니까. 하지만 물러서지 않는다면 결투의 비정함을 맛보게 될 것이다.”
마이어 후작이 베니오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물러날 수 있는 건 여기가 마지막이다. 여기서 물러난다면 조금 모양이 빠지고 몇 달간 손가락질을 당하겠으나 결투에서 패배하는 것보다는 그게 나았다.
그 때문에 꽤 많은 수의 기사들이 여기서 포기하곤 한다. 특히 경지의 차이가 노골적일 때는 그런 일이 더더욱 자주 일어나곤 했다.
최상급 익스퍼트와 상급 익스퍼트.
베니오가 열일곱의 나이에 상급이 올랐다는 것을 아는 이들도 소수지만, 그렇다고 하여 마이어 후작은 베니오보다 경지가 한 단계 더 높았다.
거기에 최상급 익스퍼트에 오른 지 20년이 된 마이어 후작의 무예는 거의 완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록 마이어 가문의 무예는 와이번과 함께했을 때 완성되지만, 그렇다고 하여 창기사의 위명이 어디론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반면 베니오는 열일곱.
베니오가 태어나기 전부터 마이어 후작은 최상급 익스퍼트에 도달한 기사였다. 경험의 차이는 결코 무시하지 못하는 법인데, 거기에 경지의 차이까지 있다.
그러니 마이어 후작이 이기는 건 당연했다.
“마이어 후작 각하, 명심하십시오. 폐하께서 주최하신 결투이옵니다. 여기서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졌다가는 폐하의 명성에 누를 끼치실 겁니다.”
존슨 경이 마이어 후작을 진정시켰다. 그러자 마이어 후작이 사나움을 가라앉히지 않고 맹수처럼 그르렁거렸다.
“알고 있소이다. 대련을 빙자한 결투란 것을.”
“그러니 진정하시오.”
“크흐흐. 저 애송이가 내 아들을 검받이 정도로 보니 화가 나서 말이외다. 경이면 참으실 수 있소이까?”
마이어 후작이 짐짓 화난 것처럼 정제되지 않은 기세를 터뜨렸다. 존슨 경은 그 기세를 해소하며 속으로 침음을 흘렸다.
‘아들에 대한 사랑이 지고하다 하더니. 이 정도였나?’
존슨 경은 베니오를 쳐다봤다. 그 와중에도 흔들리지 않는 베니오를 보니 대견할 따름이다. 하지만 베니오의 기세는 마이어 후작 앞에서 보름달 앞의 반딧불처럼 꺼질 것처럼 위태롭게 타오르고 있었다.
‘어쩔 수 없지. 과격해진다 싶으면 내가 끼어드는 수밖에.’
마이어 후작의 평소 성격상 황명이 있다고 해서 힘을 뺄 리 없다. 그런 마이어 후작의 성미를 잘 알고 있었기에 존슨 경이 뒤로 물러나며 은밀히 오러를 끌어올렸다.
“잘 보아라. 마이어의 창을.”
마이어 후작이 손을 뻗어 창을 쥐었다. 베니오는 그런 마이어 후작에게 목례했다.
“한 수, 부탁드립니다. 각하.”
“창에는 눈이 없는 법이다. 크흐흐.”
마이어 후작이 창을 내리면서 뒤로 물러났다. 베니오도 천천히 뒤로 물러나 제 자리에 선 채 화령을 뽑아 들었다.
스르릉.
베니오의 화령은 검에 대해 문외한이 보더라도 범상치 않은 예기를 요요히 뿌리고 있었다. 베니오가 황제로부터 하사받은 검이 있다는 소문이 황궁을 중심으로 알음알음 퍼졌기에 다들 베니오의 검을 보면서 감탄하고 부러워했다.
하지만 베니오의 귀에 그런 소음은 들리지 않았다.
‘후작은 적당히 할 눈이 아니었다.’
마이어 후작의 기세는 진심이었다. 그러나 그 속에서 베니오는 분명히 느꼈다. 마이어 후작이 하려는 건 자신의 명예를 깎으면서 베니오의 이름을 드높여 주려는 것이었다.
최상급과 상급.
넘어설 수 없는 그 격차에서 베니오는 마이어 후작의 공세에서 견뎌 내는 것만으로도 그 천재성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황제와 각국의 사절까지 모인 자리에서 그런 베니오의 천재성은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베니오는 켄달 부인을 구해 준 대가가 이리 돌아온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마이어 후작이 준 건 기회. 그 기회를 살리는 건 내 몫이다.’
베니오가 상급 익스퍼트라는 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그렇기에 이 자리에서 마이어 후작으로 인해 베니오의 천재성이 본격적으로 전 세계에 퍼질 것이다.
그 기회를 극대화하는 건 베니오의 몫.
‘그렇다면 그냥 견뎌 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지.’
우우우웅!
베니오의 단전에서 구양신공이 거칠게 꿈틀거렸다. 1갑자 반, 90년에 달하는 내공이 거칠게 혈맥을 달구며 언제든 튀어 나갈 수 있다고 베니오에게 존재감을 알렸다.
“간다. 애송이.”
마이어 후작이 자세를 잡았다. 베니오에게 낯익은 자세였다. 하지만 같은 자세더라도 누가 취했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른 법이다.
마이어 후작과 루멘.
그 둘은 기본자세에서부터 수십 년의 차이가 났다. 마이어 후작이 기본 기수식을 취하는 것만으로도 강대한 기세가 몰려들며 베니오를 일깨웠다.
오싹.
베니오의 팔에 소름이 돋고 목덜미의 솜털이 섰다. 그것을 느낀 순간 베니오는 머릿속에서 잡념을 지웠다.
‘내가 전력을 다한다고 해도 이길 수 없는 상대.’
절정에 불과한 베니오가 마스터, 화경에 도달한 마이어 후작을 이길 수는 없다. 그러나 순간적으로 그에게 닿는 것은 가능하다.
‘바탕은 제왕검형.’
남궁은 제왕검을 통해 그들이 오대세가뿐만 아니라 무림 전체의 천하제일검가가 되기를 희망했다.
비록 천마대제의 천마검에 의해 남궁의 검이 깨졌지만 그건 남궁의 잘못이 아니다.
베니오는 바탕에 제왕검형을 깔았다.
쿠궁!
베니오의 등 뒤로 거대한 위압감을 뿌리는 검이 나타났다. 베니오를 맞상대하고 있는 마이어 후작의 눈에는 베니오를 거대한 검이 품는 것처럼 보였다.
검신합일.
베니오는 뛰어난 천재성으로 검신합일을 이뤄 냈다. 베니오는 검이 자신의 일부가 된 것을 느끼며 눈을 번뜩였다.
‘그리고 여기에.’
화르륵!
베니오의 오른팔이 화염으로 변했다. 융합 마법이 발동된 것이다. 그 순간 주변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마검사.
베니오가 펼친 제왕검을 보며 전율을 느꼈던 이들이 베니오의 팔을 통해 터져 나온 마력에 입을 떡 벌린 것이다.
‘샐리!’
퐁!
[주인! 힘들어 보여. 도와줄게!]샐리가 화령에 깃든 순간 화기가 폭발적으로 증폭되며 거대한 열기가 베니오를 감싸 안았다. 그 열기 속에서 베니오는 구양신공이 강해지는 것을 느꼈다.
화(火)와 화(火)가 하나로 합쳐지며 더 강행한 기운이 된 것이다.
‘극화(極火).’
파앗―!
융합 마법으로 타오르는 베니오의 팔이 색이 붉은색에서 주황색으로 변한 것이다.
그리고.
파앗―!
베니오의 머리 위로 신성한 헤일로가 피어올랐다. 태양신의 신성력은 화기와 궁합이 좋았다. 태양 자체가 뜻하는 것이 극양의 기운이기에 구양신공이 신성을 담아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베니오의 몸에 신성이 담긴 순간, 마이어 후작의 얼굴이 황당함으로 물들었다.
“뭐야, 저건 또?”
검, 마법, 정령, 그리고 신성력.
네 가지의 기운을 한 몸에 담은 베니오가, 순간 마이어 후작의 인지에서 벗어날 정도로 존재감을 키운 것이다.
꿀꺽.
‘이거, 괜히 나섰나?’
마이어 후작이 그런 베니오를 보며 순간적으로 갈등했다. 그 때문에 필연적으로 마이어 후작의 손에서 힘이 들어갔다.
‘조금 밀려 줄 생각은 했다만, 질 생각은 없어서.’
우우웅!
마이어 후작의 손에서 오러가 진동했다. 그 소리는 아주 작았지만 그 순간 첫 번째 검이라 불리는 존슨 경의 눈이 커졌다.
오러가 진동한다는 것. 그것이 무엇인지 존슨 경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설마, 마이어 경이….’
하지만 그런 존슨 경의 생각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마이어 후작과 베니오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일격.
꽈아아아앙―!!!!
인간과 인간이 부딪쳤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굉음이 결투장의 중심에서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