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192)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192화(192/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192)
날개 돋친 듯 (2)
휘오오오오!
거대한 폭음과 함께 흙먼지가 위로 치솟았다. 그때 아모리아 황제를 수행하는 웬투스 마탑의 마법사가 손을 휘두르자 치솟았던 흙먼지가 그대로 하늘 높이 딸려 올라갔다.
우오오오!
와아아!
“마이어 후작의 검을 막아 냈어!”
“대단하군, 케플러 가문의 대공자는!”
그리고 폭음이 터져 나온 가운데 베니오와 마이어 후작이 창과 검을 든 채 바짝 마주 보고 있었다. 그러나 찬사는 베니오를 향해 터져 나왔다.
제국의 강자 중 한 명인 마이어 후작의 창을 베니오가 받아 낸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부르르!
“힘에 부쳐 보이는군.”
“어린 후배를 상대로 이리 진지하게 하셔도 되는 겁니까?”
파츠즈즉!
베니오의 전신에서 황금빛 신성력과 융합마법으로 인한 불꽃이 뒤섞여 화려하게 불타올랐다. 화려함만으로 따지면 베니오가 마이어 후작을 압도했다.
하지만 첫 격돌의 순간에 마이어 후작도, 베니오도 느꼈다.
‘절대로 이기지 못한다.’
‘놀랍군. 나를 상대로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베니오는 큰 벽을, 마이어 후작은 자신을 상대로 한 발도 물러서지 않은 베니오의 박력에 놀랐다.
마스터와 상급 익스퍼트.
그사이에 존재하는 벽은 깊고 높은 것이어서, 원래라면 베니오가 마이어 후작의 일격도 받아내지 못하는 것이 정상이었다.
물론 마이어 후작이 베니오를 배려해 주기로 하였으나, 베니오와 충돌하며 느낀 반탄력은 마이어 후작으로서도 그의 예상을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신성력과 마법. 그리고 내가 모르는 기운까지?’
검사는 검으로 말한다. 그 때문에 베니오의 화령을 통해 마이어 후작은 순간 자신의 전신을 관통한 베니오의 기운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건 베니오 역시 마찬가지다.
‘패도적인 일격이다. 마이어 가문의 무(武)의 본질은 패(覇)와 강(强)이구나.’
루멘에게서는 느껴지지 않던 마이어 가문의 창술의 깊이가 또렷이 느껴졌다. 마이어 후작의 창술에서는 창 하나로 극한까지 다다른 이의 오의가 느껴졌기에 그 순간 베니오의 무의 깊이가 깊어지고 한계가 넓어졌다.
‘허어. 마이어를 상대로 결투 중에 강해진다? 과연 괴물이로고.’
마이어 후작은 순수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제 아들을 누르고 케플러 가문의 베니오란 놈이 아카데미 최초의 역사를 써 내려가며 조기 졸업까지 했다는 소식에 마이어 후작은 케플러 공작을 의심했다.
검이란 정직한 것이어서, 익힌 세월만큼, 노력한 만큼 그 빛을 본다고 믿었던 마이어 후작이기에 베니오 따위와 장남인 루멘 사이에 좁혀질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한다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접 마주한 베니오는 소문 그 이상이었다.
‘이 정도면 정말 루멘의 호적수가 되기에 충분하지.’
마이어 후작은 최근 창에 대한 의지가 더욱 깊어진 아들의 변화를 기껍게 여겼다. 그리고 그 중심에 베니오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직접 부딪치자 베니오의 실력에 더욱 기꺼워졌다.
‘루멘은 나보다 먼저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겠구나.’
마이어 후작이 창을 내렸다. 그러고는 베니오에게 말했다.
“후배에게 세 번의 공격을 양보하지.”
“감사합니다. 그럼.”
베니오는 마이어 후작의 자비를 거절하지 않았다. 그 순간 베니오의 신형이 잔영만 남긴 채 사라졌다.
섬보.
푸화아아악!
섬보로 공간을 격하듯 마이어 후작에게 달려든 베니오의 화령이 붉은 섬광을 허공에 그렸다.
파츠즈즉!
동시에 베니오의 화령에서 오러 익스퍼트임을 뜻하는 오러가 타오르자 구경꾼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오러가 밖으로 보인다는 건 베니오가 최소한 익스퍼트라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애당초 마이어 후작의 일격을 견뎌냈다는 것 자체가 최소 익스퍼트란 뜻이지만, 대중은 눈으로 보이는 것에 더욱 열광하는 편이다.
그 점에서 베니오의 오러는 확실한 선전 효과를 가졌다.
“흐읍!!”
스팟!
그리고 베니오의 화령이 마이어 후작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그건 실제로 검이 사라진 것이 아니다. 고속에 순간적으로 화령의 잔상이 흐릿해지듯 사라진 것이었다.
“찌르기라, 창공가인 마이어 가문 앞에서?”
투캉!!!
쾌속이라고 해도 좋은 베니오의 사일검이었으나 마이어 후작은 정확히 창날로 베니오의 검을 받았다.
실력의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 하지만 베니오는 굴하지 않았다.
“그럼 이것도 받아 보시지요!”
파락!
펄럭, 펄럭.
베니오의 검이 허공에 그림을 그렸다. 그러자 허공에서 생명을 가진 것처럼 나비 네 마리가 날개를 팔랑거리며 마이어 후작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팔랑!
“나비다!”
“나비? 우와! 진짜네!”
“아름다워!”
사마검 4성을 뜻하는 검접 네 마리가 각 방위를 점하며 마이어 후작을 향해 날아들었다. 검접으로 만들어진 나비는 실제 나비와 유사하게 날기 때문에 검접만 요격하는 건 웬만한 기예로는 힘들었다.
그래서 마이어 후작은 바람이 됐다.
“모든 날 것은 바람 앞에서 평등한 법.”
휘오오오!
마이어 후작의 창극에 바람이 모여들었다. 그것이 창신으로부터 시작된 작은 회전이 겹치고, 겹치며 만들어 낸 바람이란 것을 깨달은 베니오의 입이 벌어졌다.
‘창선풍.’
단순히 창을 휘둘러 바람을 날려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나선의 구조를 이용해 창의 회전으로만 바람을 일으키는 창술의 극치이다.
저 정도의 창을 다루는 기예는 중원에서도 마교의 창마 정도는 되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저렇게 나선으로 바람을 일으키면 마치 풍신(風神)이 된 것처럼 바람을 조종할 수 있었다.
휘오오!
파라락!
그리고 나비는 거대한 바람을 거스르지 못한다. 베니오의 검접이 창선풍에 밀려 사그라드는 것을 본 베니오가 검을 짧게 고쳐 쥐고는 마이어 후작을 향해 달려들었다.
“흐읍!”
“거리라. 창수를 상대하는 정석이지.”
마이어 후작은 베니오가 거리를 좁혀 오는 것을 보면서 씩 웃었다. 창수와 겨룰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거리를 좁힐 수 있느냐 없느냐다.
베니오가 예의 그 쾌속한 풋스텝, 섬보를 밟아 마이어 후작 품으로 파고들자 마이어 후작이 창의 중간으로 고쳐 잡으며 베니오를 향해 창을 내뻗었다.
“허나 창에 길게만 휘두르란 법은 없는 법.”
창수를 상대할 때 거리를 좁히는 것은 정석적인 대처다. 하지만 마이어 후작 정도 되는 창수라면 그 정도의 거리는 크게 의미 없어진다.
무투를 위주로 하는 초근접전이라면 모를까, 검수의 거리 정도까지 창수가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세 번째 공격이다.”
베니오가 접근하기 전에 마이어 후작은 이미 베니오의 그 어떤 공격에도 대처할 수 있는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마이어 후작이 대비한 건 어디까지나 베니오가 검을 ‘휘둘렀을’ 때의 이야기다.
파바박!
베니오가 마이어 후작의 안쪽으로 더욱 파고들었다. 그러고는 몸을 바짝 낮추더니 섬보로 한 발자국을 더 걸어 마이어 후작의 바깥다리를 걸고는 다리로 마이어 후작의 다리를 휘감으면서 자세를 무너뜨렸다.
쿠당탕!
“큿?”
타구타곤.
혹은, 용병왕 프로이드의 도그파이트라 불리는 것이 제국 귀족 앞에서 선보이는 순간이었다.
마이어 후작의 다리에 레그락을 건 베니오가 그대로 다리와 허리에 힘을 줘서는 마이어 후작을 쓰러뜨리고, 뱀처럼 유연하게 관절을 구부리며 마이어 후작의 관절을 움켜쥐었다.
하지만 마스터는 괜히 마스터가 아니다.
마이어 후작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충분히 당황했음에도, 베니오에게 치명적인 부분을 내어주지 않기 위해 다리를 틀고 몸을 비틀었다.
“저건 용병왕의?”
그것을 본 존슨의 눈이 커졌다. 그 자리에서 용병왕의 도그파이트를 알아본 이는 몇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몇 안 되는 이들이 전부 손꼽히는 강자들이었다.
용병왕을 만나 봤거나 그와 겨뤄 본 이들.
용병왕과 적으로 만났음에도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그들의 초강자라는 것을 뜻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영 볼품없는 짓이었다.
“바닥을 구르다니.”
“기사의 명예도 없는 건가?”
“쯧쯧쯧.”
기사와 귀족임을 자처하는 베니오가 마이어 후작을 개싸움으로 이끌자 주변에서 혀를 차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의외인 베니오의 선전에 놀랐던 이들도 바닥을 구르는 베니오를 보며 실망했다는 듯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공작가의 수치라 불리던 것이 과장이 아니었다며 흙먼지를 뒤집어쓴 베니오에게 조용히 야유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 결투를 참관하고 있는 아모리아 황제가 자리를 뜨지 않았다. 그 때문에 결투는 계속해서 흘렀다. 아주 지저분하게.
“큿? 미꾸라지 같은.”
마이어 후작이 몸을 일으키고 빠져나가려고 할 때마다 베니오가 관절기를 걸며 마이어 후작을 방해했다. 하지만 마스터는 괜히 마스터가 아니다.
육체적으로 완성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마이어 후작이 신경질적으로 오러를 터뜨리자 베니오의 관절기가 그대로 풀려나며 베니오가 밀려난 것이다.
그건 베니오의 근력이 버틸 수 있는 한계점 이상이었기 때문에 베니오는 깔끔하게 뒤구르기를 하며 마이어 후작과의 거리를 벌렸다.
“후우.”
마이어 후작이 땅에서 일어나며 머리를 쓸어올렸다. 흙투성이가 된 마이어 후작이 자신의 몰골을 내려다보고는 심호흡을 크게 했다.
“이제 세 번째 공격이 끝났군.”
마이어 후작이 그렇게 말한 뒤 창을 움켜쥐었다. 그 순간 오싹한 마이어 후작의 살기가 베니오를 덮쳤다. 하지만 베니오는 위축되지 않고 화령의 검 자루를 움켜쥐었다.
“훌륭했다, 애송이. 짜증 나지만 설마 용병왕의 도그파이트까지 배웠을 줄이야. 용병왕도 스승으로 모신 건가?”
“아닙니다.”
화를 낼 줄 알았던 마이어 후작이 베니오를 칭찬하자 베니오에 대해 수군대던 이들이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흘러나온 용병왕이란 이름에 귀족들의 눈이 커졌다.
“하긴. 그 괴팍한 용병의 왕초 놈이 제자를 거뒀을 리 없지. 그것도 케플러 가의 대공자를 말이야.”
마이어 후작이 그리 중얼거렸지만 그 말을 들은 모두가 케플러 공작을 쳐다봤다. 하지만 케플러 공작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아 그 누구도 케플러 공작의 표정을 읽어 내지 못했다.
용병왕 프로이드.
귀족도 아닌 일개 용병 출신으로 마스터란 지고한 경지에 올라선 신화적인 사나이. 그의 고강한 무력을 기려 귀족이 아님에도 특별히 왕이라 칭할 수 있도록 허락한 용병왕의 기술을 베니오가 알고 있다는 건 생각보다 큰 사건이기 때문이다.
대륙 전체에 용병이 없는 곳은 없다. 돈을 주고 부릴 수 있는 인력은 사람이 사는 곳 어디든 필요하기 때문에 용병 길드는 대륙 전역에 있었고, 그 수가 무려 수십만을 넘어 수백만에 가까웠다.
용병은 비단 간단한 경호나 호송 임무뿐만 아니라 몬스터 사냥, 국지전, 영지전과 전쟁 등 다양한 분야에 동원된다.
즉, 수백 만에 달하는 용병 전체가 즉시 전력감이라는 소리였다.
그런 용병의 정점인 용병왕이 베니오의 스승이다?
그렇다면 케플러 공작가와 용병왕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다는 사이이고, 그것은 곧 케플러 가문이 돈뿐만 아니라 무력까지 쥐었다는 소리이기에 귀족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사안인 것이다.
하지만 케플러 공작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이 사람들의 상상을 자극한 것은 물론이다.
“좋은 기술이었다. 애송이, 네놈이 조금만 더 완숙한 기사였다면 나도 무사하진 못했을 것이다.”
웅성웅성.
마이어 후작이 베니오를 인정했다. 비록 보기에 좋지는 않았으나 마이어 후작이 위기감을 느낄 정도였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니 그에 대한 나의 예의이니라.”
처억.
마이어 후작의 창날이 땅으로 향했다. 그리고 베니오가 처음 보는 기수식을 취한 마이어 후작의 창날에서 오러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베니오는 심상치 않은 기운에 남궁의 제왕검형을 펼치며 화령을 들었다. 베니오의 기감이 찌릿찌릿하게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루멘이 쓰던 가문의 기초 창술이 아니다. 이건.’
마이어 가문의 비전이다. 마이어 후작이 창날에 오러를 집중하며 베니오를 향해 말했다.
“마이어 가문의 선조께서는 두 개의 창술을 창안하셨다. 첫 번째는 가문의 기본인 월라투스 창법이다. 고대어로 비행이라는 뜻을 가진 창술이지.”
창공가는 와이번을 타고 싸우는 용기사다. 그러니 비행이라는 뜻이 잘 맞았다.
“선조께서는 창의 극의를 하늘에 두셨다. 그 때문에 두 번째로 창안하신 창술에는 아이테르라는 이름을 붙이셨지.”
아이테르.
베니오의 등줄기가 긴장으로 곧추섰다. 조금이라도 집중력이 흩어지면 창날이 날아들어 자신의 머리를 꿰뚫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이게 대련이라고?’
분명 이름은 결투지만 대련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저건 대련할 때 쓸 만한 창술이 아니었다.
베니오가 마이어 후작을 꽤나 놀라고 당황하게 한 모양이었다. 베니오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화령을 움켜쥐었다.
‘무조건 한 번만 막는다.’
마이어 후작이 베니오에게 말했다.
“이것이 바로 마이어의 비전, 아이테르다. 이걸 받아 낸다면 애송이, 네놈의 승리다.”
그리고, 창이 베니오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베니오는 이를 으득 깨물고는 제왕검형에 구양신공의 공력을 쏟아부으며 있는 힘껏 검을 위로 빗겨 쳤다.
콰앙!
거대한 굉음과 베니오의 상체가 덜컥하고 위로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