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193)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193화(193/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193)
날개 돋친 듯 (3)
척!
베니오의 신형이 우뚝 멈춰 섰다. 베니오의 상체를 들리게 한 마이어 후작의 창이 어느새 베니오의 목젖을 정확히 노리고 멈췄기 때문이다.
1cm.
만약 이것이 생사투였다면 베니오는 이대로 죽었을 것이다. 그것을 깨달은 베니오의 화령에서 치솟던 오러가 가라앉고, 융합마법이 해제되었으며 샐리의 불꽃이 화령 안으로 회수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헤일로가 빛을 발했다.
“힐.”
파앗―!
파앗―!
마이어 후작과 베니오에게 신성력이 깃들었다. 초급 법술이지만 간단하게 난 생채기나 근육에 쌓인 피로를 해결해 주는 데에는 이만한 법술이 없었다.
“졌습니다.”
스윽.
베니오의 패배 선언에 마이어 후작의 창이 스윽 내려갔다. 그 순간 사방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우와아아악!
“대, 대단하다!”
“저게 케플러 가문의 대공자?”
“케플러 가문의 미래가 밝군. 케플러 가문의 돈에 대공자의 무력까지.”
주변의 귀족들이 웅성거렸다. 중간에 베니오의 타구타곤 때문에 베니오에 대한 평가가 살짝 떨어질 뻔했지만 마이어 후작의 인정에 부정적인 평가가 확 줄어든 탓이다.
어쨌건 베니오는 자신보다 한참 윗줄의 고수를 상대로 잠시나마 동등하게 맞섰다. 열일곱의 나이에 익스퍼트에 오른 것도 모자라 최상급 익스퍼트로 알려진 마이어 후작과 동등하게 공세를 펼친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세간에 떠돌던 베니오에 대한 수많은 소문 중 상당수가 진실이라는 것을 그곳에 모인 귀족들이 아는 데에는 다른 것이 필요 없었던 것이다.
오러, 마력, 신성력.
정령력을 알아본 사람은 없었지만 그 세 가지는 온전히 몸에 품고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베니오의 잠재성은 무궁무진했다.
게다가 최고의 아카데미로 손꼽히는 주피터 아카데미의 검술 학부, 마법 학부의 학부장을 스승으로 모셨고 10인의 성호 중 한 명인 아르마다까지 스승으로 모시고 있었다.
거기에 가문은 케플러 가문.
베니오를 보는 귀족 중 상당수의 눈에 탐욕이 흘렀다. 대부분 결혼 적령기의 딸을 둔 귀족들이었다.
베니오는 마이어 후작이 뒤로 물러서는 것을 보며 그에게 고개를 숙였다.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후작 각하.”
그러나 시종일관 베니오를 몰아붙였던 마이어 후작의 표정이 슬며시 변했다. 베니오의 말이 그냥 빈말이 아님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그렇다는 건 마이어 후작의 은밀한 배려를 베니오가 눈치챘다는 뜻이다. 정치에 잔뼈가 굵은 귀족이라면 모를까 그걸 고작 열일곱인 베니오가 느꼈다?
‘재밌는 아이군.’
자신의 그러한 배려는 수십 년간 가까이 지낸 켄달 부인과 루멘도 느끼지 못한 것이었다. 저 멀리서 쏟아지는 원망 섞인 눈길에 마이어 후작은 앞으로 잠시간 피곤하겠다고 느끼며 창을 회수했다.
“보았느냐?”
“보았습니다. 창공을 노니는 마이어 가문의 창.”
“크흐흐. 재밌는 놈이로고. 한번 본 후작의 가문에 오라. 너라면 환영해 줄 터이니.”
“감사합니다, 후작 각하.”
마이어 후작이 빙긋 웃으며 창을 내렸다. 그러자 하인이 다가와 마이어 후작의 창을 받아 갔다. 황제가 관람하고 있는 곳이기에 무기를 함부로 휴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베니오처럼 직접 황제로부터 하사받은 무구라면 모를까.
척.
베니오는 화령을 납검한 뒤 허리춤의 검대에 화령을 매달았다. 그리고 존슨 경이 나와 마이어 후작의 승리를 알렸다.
“신성한 결투는 마이어 후작의 승리요.”
와아아아!
마이어 후작!
존슨 경의 승리 선언에 승리자를 위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마이어 후작은 주인공이 아니었다. 황제의 나른한 목소리가 환호성 뒤로 흘러나왔다.
“베니오 케플러. 마이어 후작과의 결투는 잘 보았다. 괜찮은 여흥이었다. 어린 나이에 그런 성취라니, 케플러 공작이 대견해할 만하구나.”
“황공하옵니다, 폐하.”
베니오가 부복했다. 황제는 붉은 망토를 늘어뜨린 채 손수 걸어 나와 베니오를 잡고 일으켰다.
허억!
오오!
황제가 직접 사람의 몸에 손을 댄다는 것은 일 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 일이다. 대개 황제는 큰 공을 세운 이들에게 그런 식으로 황은을 내리는데, 그 안에는 여러 정치적인 제스쳐가 섞여 있었다.
그런데 그걸 케플러 가문의 대공자, 베니오에게 했다는 건 여러 가지 의미가 있었다.
‘이스마일 공작의 얼굴이 볼만하겠군.’
베니오는 고개를 숙인 채 이스마일 공작의 얼굴을 떠올렸다. 황제에 맞선 귀족파의 정점인 이스마일 공작의 머릿속이 복잡해질 것이다.
황제가 베니오에 대한 공개적인 총애를 드러냈다는 건 케플러 가문의 입김이 강해진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필연적으로 귀족파의 분열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케플러 가문이나 베룸 가문은 이스마일 가문 못지않은 저명한 가문이었고, 이스마일이 누리고 있는 그 지위를 대체하기에 조금도 모자람이 없는 가문이었으니 말이다.
“따라오라. 제국의 미래를 책임질 동량인 그대를 짐이 직접 사절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으니 말이다.”
고개를 숙인 베니오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그런 황제의 말을 들은 주변의 귀족들 역시 마찬가지다. 파격적인 대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베니오가 방금 마이어 후작과의 결투에서 보여 준 모습이 인상적이란 뜻이다. 아모리아 황제가 손을 들었다.
“비앙카, 짐에게로 오라.”
“부르셨어요, 아바마마.”
그리고 황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황제는 자신이 가장 아끼는 막내딸이자 미래 제국 제일의 미녀가 될 것이란 평가를 듣는 비앙카를 불렀다.
황제는 비앙카를 베니오의 옆에 세웠다.
“잘 어울리는 한 쌍이로고.”
“아, 아바마마!!”
황제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비앙카를 베니오 곁에 세웠다. 그리고 별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 자체가 보고 있는 모든 이들의 머릿속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황제가 가장 아끼는 딸을 베니오 곁에 세웠다는 것.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를 이들은 그 자리에 없었기 때문이다.
웅성웅성.
수군수군.
황제의 파격적인 행동에 귀족들의 웅성거림이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그리고 비앙카는 자신도 모르게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베니오는 그런 황제를 보며 멀뚱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멀뚱한 표정을 짓기 위해 필사적으로 연기했다.
‘이 능구렁이 같은 황제가. 누구 미래를 황실에 저당 잡히게 하려고.’
황실과 케플러 가문의 혼사.
이것이 성사된다면 그건 제국의 모든 판도를 뒤집을 세기의 스캔들이 될 것이다. 하지만 베니오는 이 어린 나이에 벌써 발목이 어딘가에 잡히고 싶지 않았다.
황실이라니.
황실의 부마라니.
‘미쳤어?’
케플러 가문만 해도 거대했는데 그보다 더 거대한 황실의 부마가 된다는 건 질색이다. 그건 아니다. 케플러 가문은 장사치의 가문이다. 황실에 속한 순간 케플러 가문의 모든 상행위는 제국의 이익을 위한 것처럼 비춰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케플러 가문의 가업은 그 역사를 잃게 된다.
“황녀의 나이가 베니오 그대와 비슷하니, 부담스러운 짐 대신 황녀가 말동무를 해 주었으면 하는구나.”
“아, 아바마마아.”
“이미 둘은 구면이 아니더냐? 그러니 짐의 말대로 하려무나.”
황제가 손짓했다. 잔말 말고 따르라는 뜻이다. 베니오는 난처한 듯 비앙카를 쳐다보고는 하는 수 없다는 듯 자신의 팔을 내밀었다.
“가시지요. 황녀마마.”
“그…. 알겠어요, 베니오 대공자.”
비앙카가 베니오의 팔짱을 조심스레 꼈다. 그러고는 황제는 약속한 대로 타국의 사절들에게 직접 베니오를 소개해 주며 돌아다녔다.
그때 황제가 오랑주 공왕 앞에 섰다.
“공왕. 그러고 보니 공왕은 베니오 군이 처음이 아니겠구려.”
“그렇사옵니다, 폐하.”
오랑주 공왕이 가슴을 쭉 드러낸 채 베니오를 보고 싱긋 웃었다.
“오랜만이네.”
“예, 전하.”
베니오도 깍듯하게 고개를 숙였다. 오랑주 공왕의 기세는 여전히 강맹했다. 그때 오랑주 공왕이 제 뒤에 있던 누군가에게 말했다.
“거기에만 있을 것이냐? 나와 폐하께 인사를 드리거라.”
그러자 오랑주 공왕의 뒤에서 쭈뼛거리며 누군가 조심스럽게 걸어 나왔다. 오랑주 공왕의 금지옥엽, 세실이었다.
“세실 오랑주가 아모리아 제국의 황제 폐하께 인사드려요.”
“오호. 공왕의 기백을 물려받아 뛰어난 검재를 지닌 공녀가 있다 들었거늘. 이 아이인 것이오?”
“그렇사옵니다, 폐하.”
오랑주 공왕이 세실을 보면서 헤벌쭉 웃었다. 세실은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숙였지만 힐끔거리며 베니오를 쳐다봤다.
“베니오 대공자와도 검을 섞어 보았지요.”
“케플러의 베니오와?”
황제가 묘한 눈으로 베니오를 쳐다봤다. 그리고 세실을 쳐다보더니 알았다는 듯 희미하게 웃었다.
“그런가.”
“예, 폐하.”
황제와 공왕 사이에 알 수 없는 눈빛이 잠시 오고 갔다. 하지만 승자는 황제였다. 이 축제의 주인공은 황제였기 때문이다.
“가세.”
“예, 폐하.”
베니오는 세실에게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황제가 갈 것을 종용했기 때문이다. 그때 비앙카가 뒤를 힐끗 쳐다보고는 베니오에게 말했다.
“저 공녀와 절친하셨는지요.”
“예?”
한마디도 하지 않다가 첫 마디가 비앙카와 관한 것이라니. 베니오가 멈칫했다가 어깨를 으쓱했다.
“절친하다고는 할 수 없겠군요. 경쟁자였으니 말입니다.”
“그래요? 그러면 다행입니다.”
“예?”
비앙카가 새침하게 고개를 돌렸다. 베니오는 그게 무슨 말인가 싶어 뒷머리를 긁적이다가 흠칫했다.
‘설마?’
황녀가 자신에게 호감을?
베니오는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만약 그렇다면 곤란해진다. 황제의 결혼이 강요가 아니라 황녀 본인까지 원하는 것이라면 거부할 만한 명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위험하다.’
베니오의 경종이 위험 신호를 보냈다. 그때 황제가 베니오에게 말했다.
“귀족들 사이에 발모수란 것에 대한 소문이 돌더군. 천 년 전 숨겨진 영웅인 약성이란 이가 만든 비전을 그대가 발견하여 발모수를 재현했다는 소문도 있고. 사실인가?”
베니오의 눈이 꿈틀거렸다. 설마 황제가 발모수에 대해 관심을 보일 줄 몰랐기 때문이다. 그때 베니오의 시선을 눈치챈 황제가 피식 웃었다.
“다행히 짐의 모발은 풍부하다.”
“송구합니다, 폐하.”
“허나 황실에 문제가 있기는 하지.”
황제가 진하게 웃으며 베니오에게 말했다.
“황실의 문제는 황족만이 들을 수 있는 법. 듣고 싶으냐, 케플러의 베니오?”
베니오의 등줄기로 식은땀이 또륵 흘러내렸다. 황실의 문제를 황족만 들을 수 있다는 것. 그 말뜻의 속내는 베니오더러 황실의 일원이 되라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베니오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황공하옵니다. 감히 소신이 어찌 황실의 일에 관심을 보이겠나이까. 말씀을 거둬 주시옵소서.”
“흐음. 그렇다는 소리구나. 알았다.”
황제가 비앙카에게 말했다.
“황녀. 조금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구나.”
“폐하! 그런 것이 아니옵니다! 어찌하여….”
“황녀도 정혼을 올릴 나이가 되지 않았느냐.”
자신을 면전에 두고 정혼이라니. 베니오의 관자놀이가 뜨끈해졌다. 어서 여기를 벗어나고 싶어 안달이 났다.
그때 구원자가 나타났다.
“폐하.”
“오, 케플러 공작.”
“많은 귀족이 제 아들을 기다리고 있나이다.”
케플러 공작이 뒤를 힐끗 가리켰다. 그러자 그곳에는 베니오에게 말을 한번 걸어 보고 싶어 기다리고 있는 귀족들이 황제를 힐끔거리며 쳐다보고 있었다.
베니오를 독점하는 것이 황제였기에 차마 어찌할 수 없이 먼 발치에서 쳐다보는 이들이 즐비했던 것이다.
황제가 대소를 터뜨렸다.
“으하하핫. 짐의 욕심이 너무 컸구려. 미안하오, 공작.”
“아니옵니다, 폐하.”
“데려가시구려.”
황제가 허락하자 베니오는 가슴이 앉혔던 큰 돌이 빠지는 것 같은 후련함을 느꼈다. 베니오가 얼른 황제와 비앙카에게 예를 취하고 케플러 공작의 뒤를 따라 사라지자 황제가 빙긋 웃었다.
“영웅의 상이다.”
“폐하! 어찌 소녀를 대공자 앞에서 이리 부끄럽게 하셨는지요! 아무리 폐하시라도 너무 하셨습니다! 흥!”
비앙카가 단단히 삐진 표정으로 서운함을 늘어놓았다. 총애하는 막내딸의 귀여운 모습에 황제가 흐뭇하게 웃었다.
“그래서, 싫으냐?”
“예! 싫습니다! 대공자가 어떤 이인지는 소녀가 직접 알아볼 터이니 폐하는 빠지셔요!”
비앙카가 휙 고개를 돌려서는 멀어졌다. 하지만 곧 죽어도 베니오가 싫다는 말은 하지 않는 것을 보니 관심은 있는 모양이다.
황제가 그 모습을 보며 빙긋 웃고 있을 때, 도미니언 백작이 조심스레 다가와 황제에게 고했다.
“폐하. 상귀스 왕국에서 사절단을 보내 폐하의 알현을 은밀히 청하고 있사온데, 어찌하시겠사옵니까?”
“상귀스?”
제국 정계의 가장 뜨거운 왕국, 초대받지 않은 상귀스의 등장에 황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전쟁 중인데 사절단을 보냈다…. 사절단이 아니라 사신이구나. 가자. 그 족보도 없는 것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봐야겠다.”